IT업계 임금 대폭 인상 잇따라
인재 영입 경쟁 가열

‘카카오 15%, DB하이텍 14.3%, 네이버 10%’

최근 기업들이 내놓은 2022년 연봉 인상률입니다. 한 취업 플랫폼 조사에 따르면 그간 직장인들의 연봉인상률은 평균 4.4% 수준이었는데요, 이제 그것도 옛말이 되는 것 같습니다. 최근 ‘네카라쿠배’(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 등 대표 IT기업을 비롯해 기성 대기업도 두자릿수 인상안을 발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연봉 인상안이 발표되자 익명의 직장인 커뮤니티에선 “이직하려는데 회사 분위기 어때”, “네카라쿠배 이직 어떨까요” 등을 묻는 글과 댓글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회사 연봉 정보와 기업 문화가 활발하게 공유되고 있는 것인데요. 인재 유출을 우려하는 기업 입장에선 경쟁사의 임금 인상안이 신경쓰일 수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아직까지 2022년 임금인상률을 결정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기업들이 파격적인 연봉 인상안을 내놓자 일각에선 ‘묻고 더블로 가’라는 우스갯 소리가 나오기도 하는데요. 기업의 성장 기반이 된 ‘인재’. 인재 영입과 유출 방지를 위한 기업들의 임금 인상안을 알아봤습니다.

영화 ‘타짜’에서 곽철용(김응수 분)이 “묻고 더블로 가”라고 말하는 장면. 온라인에서 밈으로 활용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버는 최근 노사 협상을 통해 임직원 연봉을 10% 인상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네이버는 지난 2020년, 20221년 임금을 전년대비 각각 5%, 7% 인상한 바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2022년에는 두 자릿수로 올린 것입니다. 이같은 결정은 앞서 카카오가 2022년 임금 재원을 15% 올리기로 한 데 따른 조치로 보입니다. 남궁훈 카카오 대표는 2022년 3월 사내 게시판을 통해 연봉 협상 재원을 2021년 대비 15% 늘리고, 내년에는 6%를 추가로 확보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코로나19 여파로 급성장 중인 배달의민족과 당근마켓, 토스 등도 연봉 인상 대열에 합류하고 있습니다. 배달의 민족은 대졸 개발자에게 6000만원선, 당근마켓은 6500만원선의 초봉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이유로 취준생 사이에서는 취업 1순위 기업에 ‘네카라쿠배’에 당토(당근마켓∙토스)를 더한 ‘네카라쿠배당토’가 꼽히고 있습니다.

IT기업뿐 아니라 기성 대기업도 연봉 인상안을 발표하고 있는데요. 계열사 임금을 모두 최고 수준으로 인상한 LG그룹이 대표적입니다. 먼저 LG전자는 2022년 연봉을 8.2% 인상하기로 결정했습니다. LG전자의 경우 2021년에는 9%, 2020년 이전에는 평균 임금인상률이 4% 수준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2년 연속 큰 폭의 인상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LG전자는 2021년 사상 처음으로 매출 70조원을 기록한 바 있습니다. 2022년 1분기에는 매출 21조1091억원, 영업이익 1조8801억원의 역대 최고 성적을 내기도 했습니다.

기업들의 직원 연봉 인상이 이어지고 있다. /플리커

LG의 다른 계열사는 어떨까요. LG의 IT 서비스 계열사 LG CNS와 전자 부품 계열사 LG이노텍, 배터리 계열사 LG에너지솔루션은 모두 2022년 임금을 역대 최고치인 10%로 인상했습니다. LG디스플레이는 최근 8%로 인상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번 임금 인상이 반영되면서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신입사원 초임은 2021년보다 300만원 오른 4900만원이 됐습니다. 선임과 책임의 초임도 2021년보다 각각 300만원, 250만원 오른 5800만원, 7350만원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LG CNS의 신입사원 초임도 2021년보다 400만원 오른 5000만원으로 인상됐습니다. 성과급을 포함하면 신입사원 연봉이 평균 6000만원을 넘는 셈입니다.

CJ의 IT 서비스 계열사인 CJ올리브네트웍스도 마찬가지입니다. 2022년 2월 특별 연봉 인상안이 확정됐는데요. 직무와 관계없이 과장급은 연봉 700만원, 대리급 600만원, 사원급 500만원, 차장급 400만원, 부장급 200만원으로 일괄 인상했습니다. 이밖에 개인 성과에 따라 10~20% 정도의 연봉 인상이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롯데정보통신은 2022년 평균연봉이 10% 내외로 올랐습니다. 이는 2021년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직급별 개인 성과에 따라 차등 적용됐다고 합니다.

국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전문 업체인 DB하이텍도 파격적인 인상안을 내놓았습니다. 신입사원 초임을 기존 4200만원에서 4800만원으로 14.3% 인상했습니다. 이는 삼성전자 초봉(4800만원)과 동일한 수준으로 맞춘 것입니다. 성과급 상한선도 기존 연봉의 최대 33%까지 받을 수 있는 한도를 50%까지 받을 수 있도록 바꿨습니다. 성과급을 포함하면 신입사원이 7200만원 이상도 받을 수 있는 것인데,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이탈하는 인력을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됩니다.

채용설명회에 참가한 취준생들의 모습. /조선DB

한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아직까지 인상률을 확정하지 못했습니다. 삼성전자는 매년 2~3월 연봉인상률을 발표해왔는데요. 임금인상 발표가 4월까지 미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런 이유로 삼성그룹 전자 계열사인 삼성SDI와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등 인상률 발표도 늦어지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2021년 임금 인상률을 7.5%로 정한 바 있습니다.

통상 4월 말~5월 초 임금협상을 시작하는 SK하이닉스도 삼성전자의 협상 과정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는 2021년 임금인상률을 전년보다 2배 가량 높은 8.07%로 정했습니다. 신입사원 초임 역시 삼성전자(4800만원)보다 높은 5040만원으로 책정한 바 있습니다.

삼성과 SK하이닉스가 임금 인상을 두고 눈치싸움을 벌이는 것은 인재 영입 경쟁 때문입니다. 이직이 활발한 반도체 업계에서는 조금이라도 높은 연봉을 주는 곳으로 직장을 옮기는 사례가 자주 발생합니다. 여기에 업계 호실적에 따른 보상과 물가 상승도 임금 인상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인력을 채우기 위해 기업들은 대학과의 연계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성균관대와 연세대, 카이스트, 포스텍에 반도체 계약학과를 개설했습니다. SK하이닉스는 고려대와 서강대, 한양대 등에 반도체 계약학과 개설 협약을 맺었습니다.

글 시시비비 이은
시시비비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