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 건수 증가
한시적 허용에서 법제화로
시대 흐름이지만…약사회는 반대

‘비대면 진료 서비스.’ 직접 병원에 가지 않아도 의사와의 비대면 상담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고 약까지 처방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현행 의료법상 전화와 화상으로 의사가 환자를 비대면 진료하는 것은 불법이다. 그러나 정부는 코로나19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2020년 2월부터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2022년 4월 25일부터 코로나19 감염병 등급이 1급에서 2급으로 낮아진다. 이에 임시로 허용했던 비대면 진료도 중단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최근 정부가 관련 규제 완화 검토 의사를 밝혔다. 정부는 4월 17일 국회에 발의된 의료법 개정안 등을 토대로 비대면 진료를 상시 허용하는 방안을 살피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의료계, 시민단체 등과 협의해 비대면 진료 제도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비대면 진료는 병원에 직접 갈 수 없는 상황인 환자에게 유용한 서비스다. 거동이 불편하고 교통편의 시설이 마련되지 않은 곳에서 시내 및 대도시에 있는 병원에 오가는 노년층 및 환자에게는 더욱 필요하다. 이런 편의성 때문에 G7국가 전체와 OECD 37개국 중 32개국이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울릉도와 독도에서는 대형병원이 없고 육지와 거리가 먼 지역 특성상 예외적으로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 전국으로 확대하려고 한다.

◇시도했지만 번번이 무산, 반대 이유는?

국내 비대면 진료 시작은 2002년 3월이었다. 당시 ‘의료인-의료인’ 간 원격협진을 허용한 것이 시작이었다. 원격협진에 이어 2006년 7월 ‘의료인-환자’ 간 원격진료 시범사업을 시행했지만 의료계 반대로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났다.

2010년 4월 18대 국회에 처음으로 의사의 원격 진료와 처방을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 의료법 개정안이 제출되기도 했지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되지 못했다. 그 이후 2014년 4월, 19대 국회에도 개정안이 제출됐지만 2015년 5월 상임위에 상정되지 못해 자동 폐기됐다.

정부마다 비대면 진료 서비스 도입을 추진했지만 번번히 무산됐다. 가장 큰 원인은 의료계와 시민단체의 반대였다. 의료계는 그동안 “비대면 진료가 확산하면 오진 가능성이 크고 의료 사고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 한국 의료계의 고질적 문제인 대형 병원 쏠림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라며 비대면 진료 서비스 도입을 반대해왔다.

닥터나우 장지호 대표. /닥터나우 제공

◇비대면 진료 서비스 제공 앱 생기고 사용자 늘어

이런 의료계 반대에도 현재 국내에는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양한 플랫폼이 있다. 비대면 진료 일시 허용으로 기존에 서비스를 준비하던 기업, 기존 의료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던 플랫폼이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닥터나우(doctor now)가 있다. 닥터나우는 2019년 의대 휴학생 장지호 대표가 설립한 스타트업이자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2020년 1월 전자처방전 서비스를 개발하다 비대면 진료 허용 소식과 맞물려 본격적으로 서비스 구축을 시작했다.

환자가 언제, 어디에 있든 닥터나우 앱에 접속해 증상과 의사를 선택하면 원격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시간을 들여 병원에 방문할 필요 없이 전화나 화상으로 진료를 받으면 배달 업체가 약을 배송해 준다.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시작한 후 지난 3월까지 400만명이 닥터나우에서 진료를 받았다.

제휴 의료 기관과 이들의 수익도 늘었다. 제휴 의료 기관은 1월 360곳에서 3월 900곳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2022년 1분기 닥터나우 제휴 의료 기관 수익은 2021년 같은 기간보다 1995% 상승했다. 제휴 의료 기관의 이용량도 전년보다 약 20배 증가했다. 병원이 수행한 비대면 진료는 월평균 700여건에 달한다. 약국은 월평균 440개의 처방전을 접수해 약을 조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블루앤트가 운영하는 올라케어도 있다. 올라케어는 비대면 진료와 약 배송 플랫폼이다. 올라케어는 2021년 8월 서비스를 시작했다. 8개월 동안 올라케어 누적 환자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일평균 진료 건수가 전년동기대비 2481%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플랫폼은 물론 실제 사용 건수도 늘고 있었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코로나19 환자를 포함한 비대면 진료 건수는 2020년 약 150만건에서 2021년 219만건으로 46.3% 증가했다.

코로나19 진료뿐만 아니다. 보건복지부는 코로나19 환자를 제외한 전화상담·처방 역시 2022년 2월 기준 누적 382만건에 달한다고 했다. 10만건(2020년 4월 누적 기준)보다 약 38배 증가한 셈이다. 같은 기간 참여 의료기관 수와 진료 금액도 늘었다. 비대면 진료 참여 의료 기관은 3072곳에서 1만3849곳으로 늘었고, 진료금액은 13억원에서 599억원으로 증가했다.

대한약사회 홈페이지

◇약사회 “조제 투약 부작용, 배송 문제 등으로 반대”

이런 상황에 현 정부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인수위)가 비대면 진료를 법제화하려 하자 의료계와 약사업계가 대립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계는 ‘비대면 진료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고 주장하고 약사계는 ‘국민 건강과 생명에 앞서 산업적인 측면만 강조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의료계는 과거와 달리 비대면 진료를 어느 정도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법제화에 앞서 세부사항 논의를 철저히 거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의료계에서는 재진 환자에게만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대면으로 초진을 한 뒤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환자에게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자는 것이다.

정부와 의료계가 비대면 진료 서비스에 뜻을 모으고 있는 반면 대한약사회는 비대면 처방 및 약 배송에 반대하고 있다. 약사회는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의 불법행위, 조제투약 부작용, 의약품 배송 문제 등으로 국민 건강 훼손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대한약사회는 비대면 플랫폼 업체들이 의료인처럼 행세하며 온라인과 대중광고를 통해 ‘사후피임약·다이어트 처방 약을 받을 수 있어요’ 등 불법 의료광고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배달 사고 등 의약품 배송을 문제로 들었다. 약이 환자에게 잘 전달됐는지 알 수 없고 택배사에서 하루 이틀 보관될 경우 약 상태가 변질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닥터나우 장지호 대표, 올라케어를 운영하는 김성현 블루앤트 대표는 약 배송은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이들은 “약 배송을 허용하지 않으면 비대면 진료를 받더라도 근처 약국에 처방받은 약이 없어 멀리서 받아와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비대면 진료의 효율성이 없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 시시비비 하늘
시시비비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