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 vs 넷플릭스
끝날 줄 모르는 ‘망 사용료’ 논쟁
유럽에서도 관련 법안 준비 중

글로벌 OTT 플랫폼 넷플릭스와 국내 통신 사업자 SK브로드밴드가 망 사용료 지급 여부를 놓고 팽팽한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습니다. 5월 18일 두 기업은 넷플릭스가 제기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 항소심과 SK브로드밴드가 제기한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 관련 2차 변론기일을 진행했죠. 그러나 두 회사는 서로의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습니다.

망 사용료는 망을 이용하기 위한 사용료를 말합니다. 콘텐츠 제공 사업자(Contents Provider·CP)가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ISP·Internet Service Provider)에 지불하는 네트워크 사용요금입니다.

우리가 넷플릭스 콘텐츠를 보려면 넷플릭스가 이 ‘망’을 통해 콘텐츠를 전송해야 합니다. 간략하게 설명하면, 넷플릭스가 한국에 콘텐츠를 전송하기 위해서는 우선 일본과 홍콩에 있는 넷플릭스의 캐시서버(Cache server)인 OCA(Open connect alliance·콘텐츠 임시 저장 서버)에 콘텐츠를 전달합니다. 캐시서버는 인터넷 사용자와 비교적 가까이 있는 서버를 의미합니다.

이렇게 일본 및 홍콩 캐시서버에 전달된 콘텐츠는 SK브로드밴드의 해저케이블 국제 전용회선을 통해 부산으로 옵니다. 이후 부산에서 전국에 있는 SK텔레콤 가입자들의 안방으로 전달하는 것이죠. 넷플릭스와 같은 대형 콘텐츠 공급자는 일반망을 사용할 경우, 콘텐츠 품질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에 전용회선을 사용합니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의 전용회선을 사용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니 정당한 사용료를 내라고 주장하고 있고, 넷플릭스는 지불할 수 없다며 대립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망 사용료를 사이에 둔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법적 공방은 약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019년 11월 SK브로드밴드는 방송통신위원회 망 이용 대가 협상 재정을 신청했습니다. SK브로드밴드 측은 당시 넷플릭스가 국내 인터넷망을 이용해 동영상 서비스를 하고, 수익을 내기 때문에 합당한 이용료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죠. 이에 넷플릭스는 2020년 4월 법원에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망 사용료를 낼 의무가 없다는 채무부존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2021년 서울중앙지법 채무부존재 소송이 열렸고, 1심에서는 넷플릭스가 패했습니다. 넷플릭스는 바로 항소를 제기했습니다. 같은 해 SK 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 망 이용 대가 청구 반소를 제기했습니다.

◇넷플릭스 “우리는 통신 사업자”

2033년 3월 채무부존재 항소심 1차 변론을 진행했습니다. 당시 넷플릭스는 빌앤킵(Bill&Keep·상호무정산) 원칙을 근거로 망 사용료를 낼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빌앤킵은 통신사업자 간 망을 연결하면서 발생하는 트래픽 총량이 비슷할 경우 서로 타사 망 접속료를 정산하지 않고 망을 이용하는 주체에게서만 이용료를 받는 방식입니다. 초기 통신 시장에서 유래했죠.

얼마 전에 열린 2차 변론기일에서도 넷플릭스는 같은 근거를 내세웠습니다. 넷플릭스 주장의 핵심은 “넷플릭스도 OCA를 통해 통신망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종의 ISP이고, SK브로드밴드와 통신사 간 대등한 지위에서 피어링(Peering)을 했다”는 것입니다. 피어링은 통신사(ISP)끼리 서로 네트워크를 연결하고 트래픽을 교환하는 걸 의미합니다. 통신사끼리 트래픽을 교환할 때 양에 큰 차이가 없으면 암묵적으로 돈을 지불하지 않습니다.

넷플릭스의 주장을 정리하면 자신들이 가진 OCA가 일종의 ‘통신망’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기업이면서 동시에 SK브로드밴드와 같이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신사(ISP) 역할도 한다는 것입니다.

또 넷플릭스 측은 빌앤킵 방식을 사전에 합의했는데도 SK브로드밴드가 2018년 뒤늦게 망 사용료를 요구하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넷플릭스 측은 “2015년 9월부터 SK브로드밴드와 교섭을 진행했는데, 이 과정에서 빌앤킵 방식의 연결과 SK브로드밴드 망 내에 OCA를 선택적으로 설치할 수 있다는 점을 일관되게 안내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넷플릭스 측은 “SK브로드밴드는 2016년 1월 미국 시애틀에서 최초로 대가 지급이 없는 OCA와 직접 연결을 시작했다. 이후 SK 측의 요청으로 연결지점을 2018년 5월 일본 도쿄로 변경했고, 2020년 1월에는 홍콩도 추가했다. 만약 SK브로드밴드가 처음부터 ‘망 이용 대가를 받아야 연결한다’는 의사가 있었다면 OCA 연결을 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SK브로드밴드 “빌앤킵 방식 계약성 작성한 적 없어”

반면 SK브로드밴드 측은 넷플릭스의 모든 주장을 반박했습니다. SK브로드밴드 측은 넷플릭스가 앞서 자신의 지위를 ISP가 아닌 CP라고 밝혔다고 강조했습니다. ISP 간에만 통용되는 빌앤킵 방식은 양사 관계에서 적용되지 않는다고 반박한 것입니다. 넷플릭스는 실제로 1심 때 법원에 낸 준비서면에서 ‘넷플릭스와 같은 CP’라는 표현을 쓴 적이 있습니다.

또 업계에서는 넷플릭스의 주장이 터무니없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의 OCA는 캐시서버로 단순히 캐시서버에 올라온 콘텐츠를 전 세계 통신사(ISP)에 내려주는 역할만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통신사가 인터넷을 서비스할 때 트래픽을 상호 교환하는 것이 상식이다. 일반 이용자들이 넷플릭스 망을 이용해서 이메일을 보내거나 동영상을 올리지 않는다. 자신들이 통신사(ISP)라는 넷플릭스의 주장은 성립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 SK브로드밴드 측은 양사가 빌앤킵 방식에 대한 계약서를 작성한 적도 없다고 했습니다. SK브로드밴드 측은 “두 회사가 2015년말 망 사용료 부분에 대한 견해 차이로 교섭을 중단했지만 이후, 공통의 고객인 최종 이용자에게 콘텐츠를 안정적으로 전송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말했죠. 이어 “이에 연결 지점 및 방식을 우선 변경하되, 망 사용료 지급 여부에 대해서는 추후 협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2차 변론기일에서도 양사의 입장 차는 여전했습니다. 논쟁은 오는 6월 15일 3차 변론기일에서도 계속될 예정입니다.

◇망 사용료 법안 발의…유럽에도 번진 망 사용료 논쟁

현재 국회에는 관련 법률인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하는 7개의 법안이 발의돼 있습니다. 세부적인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일정 규모 이상 부가통신사업자가 인터넷망을 통해 서비스를 할 경우 망 이용계약 체결을 의무화한다’, ‘국내 및 해외 콘텐츠 사업자를 차별하지 않고 동일하게 대우해야 한다’ 등의 내용을 공통적으로 담고 있습니다. 현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해당 법안들에 대한 공청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망 사용료 논쟁은 유럽으로도 번졌습니다. 유럽연합(EU)에서도 구글, 넷플릭스 등 미국 빅테크 역시 망 사용료를 부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독일 도이치텔레콤, 프랑스 오렌지, 영국 보다폰 등 EU 통신 업체 대표들은 지난 2월 EU 의회에 서한을 보냈습니다. 해외 빅테크도 망 확장 비용을 의무적으로 분담하는 법안을 만들어 달라는 내용의 서한이었죠.

EU 집행위원회 티에리 브레통 내부시장 담당 위원은 최근 한 프랑스 언론과 인터뷰에서 “빅테크 기업들이 망에 기여할 수 있는 법안을 준비 중이다. 연내 해당 내용을 공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유럽 통신 네트워크 사업자 연합회(ENTO)도 16일 ‘유럽의 인터넷 생태계’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습니다. 토론회에서는 대형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가 야기하는 막대한 트래픽 비용을 통신사가 떠안아왔다는 점을 지적했죠. OTT 플랫폼들이 망 투자 비용을 분담하는 정책 수단을 제안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실제 ENTO가 영국 IT 컨설팅 업체 액슨그룹 의뢰해 실시한 조사 결과를 보면 구글, 넷플릭스, 애플, 메타(전 페이스북),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과 같은 빅테크 기업 6곳이 유럽 전체 데이터 트래픽 56%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액슨그룹은 6대 빅테크 기업이 네트워크 비용을 연간 200억유로(210억달러)씩 부담하면 EU 경제에 720억 유로의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글 시시비비 하늘
시시비비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