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산 생산 능력 70% 감소하며 ‘탄산 대란’
‘식용유 대란’ 이어 밀값 마저 들썩 조짐

피자와 치킨, 햄버거와 함께 먹는 필수 음료가 있습니다. 바로 콜라입니다. 그런데 얼마 못 가 피자, 치킨, 햄버거 프랜차이즈 등에서 콜라뿐 아니라 사이다, 환타 같은 음료가 식탁 위에서 사라질지도 모를 위기에 처했습니다. 탄산(CO2) 부족 문제가 식음료 업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탄산을 생산하는 기업들의 모임인 대한탄산공업협동조합(이하 탄산조합)은 5월 23일 정유사의 공장 가동 중단으로 생산이 급감했다고 밝혔습니다. 탄산조합에 따르면 월평균 대비 50% 생산에 그치고 있다고 합니다.

홍성철 탄산조합 전무는 “올해 유난히 정유사의 탄산 생산이 줄어들면서 탄산 생산량이 예년에 비해 70%, 월평균으로 보면 절반에 불과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음료업계도 당장은 보유한 재고로 충당하고 있지만, 긴급 상황이 도래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앞서 한국고압가스공업협동조합연합회는 월평균 탄산 생산량이 8만3000톤(t)이지만 5월은 5만8000톤, 6월엔 6만7000톤에 그칠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탄산 공급량이 줄면서 이른바 ‘탄산 대란’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입니다.

과거 코카콜라 광고. /코카콜라 유튜브 캡처

◇‘탄산 대란’ 우려에 코카콜라 반응은?

탄산 공급 부족으로 생긴 ‘탄산 대란’이 지속되면서 일부 식음료업체들은 계약된 탄산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탄산음료 생산에 차질이 생긴 것이죠. 식품업체 관계자는 “탄산 대란을 우려해 주문량을 소폭 늘렸지만 작년보다 부족하다. 업계 평균적으로 보면 70~80% 정도만 공급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대로라면 보유량이 바닥나는 6월부터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대형 음료업체들도 상황을 지켜보면서 대응책 마련에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코카콜라를 생산하는 LG생활건강 측은 “음료생산은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탄산 대란이 오래 지속할 경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탄산 생산 감소로 생기는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협력사와 긴밀히 협조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롯데칠성 측은 “캔이나 페트뿐 아니라 디스펜서에서 사용되는 탄산 공급에는 아직 문제가 없다”며 “그러나 탄산 공급이 불안정한 상황이 오래 지속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계속해서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탄산 대란’ 원인 알고 보니…

우리가 접하는 탄산은 정유사의 원유 분리나 석유화학 기업의 원자재 생산 과정에서 부산물로 생성됩니다. 이것이 ‘원료탄산’이라고 입니다. 원료 탄산은 음료나 반도체, 철강 등 여러 산업에 활용합니다. 원료탄산을 산업단지 인근 탄산 메이커에 공급하면 이를 정제∙액화해 여러 수요처에 공급합니다.

탄산 대란이 발생한 원인은 복합적인데요, 2~3년마다 4~6월이면 원료공급 역할을 하는 정유사들이 정기 시설을 보수합니다. 2022년에는 국제유가 고공행진으로 원유 공급이 원활치 않아 생산 일정을 늦추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입니다.

또 원유에서 추출하는 나프타(Naphtha, 원유를 증류할 때, 35∼220℃의 끓는점 범위에서 유출되는 탄화수소의 혼합체) 대신 천연가스를 활용하면서 탄산 발생량이 5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것도 원인 중 하나로 꼽힙니다. 여기에 코로나19로 냉동 신선식품 포장 수요가 늘면서 탄산으로 만드는 드라이아이스 소비가 늘어난 것도 탄산 부족을 부추기고 있다는 말이 나옵니다.

연합회는 “최근 신선식품 배송이 급증하면서 드라이아이스 수요가 증가했고 여름철 탄산음료 소비가 급증했다”며 “탄산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해 공급 가격도 오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업계는 탄산 대란에 따른 음료 공급 차질 등의 우려는 ‘기우’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대형 음료 업체는 탄소 대란이 생산에 차질을 빚을 만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1인당 식용유를 2개만 구매 가능하다는 안내문. /조선DB

◇‘식용유 대란’ 안정화?…아직 멀어

국내는 탄산 대란에 앞서 ‘식용유 대란’으로 식자재값이 들썩였습니다. 식용유 대란은 세계 해바라기씨유 최대 생산국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 영향으로 식용유 값이 급등한 사례입니다. 여기에 해바라기씨유 대체제로 꼽히는 인도네시아가 팜유 수출을 금지하면서 국내 식용유 가격이 훌쩍 뛰었죠.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종합포털 ‘참가격’ 자료를 보면 5월 20일 기준 오뚜기 콩기름(900㎖)의 평균 판매 가격은 4994원으로, 2021년 같은 기간(3559원)보다 40% 올랐습니다. 해표 식용유(900㎖)도 4110원에서 4402원으로 인상됐습니다. 식용유 100㎖당 가격은 1월 511원에서 2월 515원, 3월과 4월 530원으로 계속 올랐습니다.

식용유 대란에 사재기 현상을 우려한 유통업계는 구매 제한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대형마트들은 1인당 2개씩 구입 수량을 제한했습니다. 최근에는 온라인몰까지 구매 제한에 나섰습니다. 홈플러스몰은 올리브유와 포도씨유 등을 2개까지만 구매할 수 있도록 했죠. SSG닷컴도 업소용 식용유 2종 제품을 1인당 2개로 제한했습니다. 쿠팡에서는 로켓배송 이용 시 식용유를 10개까지만 살 수 있었습니다.

SSG닷컴 관계자는 “식용유는 일반 소비자보다 업소용 소비가 많은 제품”이라며 “일부 사재기로 다른 고객이 피해를 보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다만 다시 식용유 가격이 안정을 되찾으려면 시간이 조금 걸릴 것”이라고 말했죠.

개인 소비자는 물론 자영업자도 식용유 대란을 우려하고 있던 터에 인도네시아가 팜유 수출을 재개한다고 밝혔습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4월 28일부터 시행했던 팜유 원유와 대부분 파생상품 수출 금지를 5월 23일 전면 해제한다고 밝힌 것이죠. 세계적인 식용유 부족 사태와 국내 팜유 산업 종사자의 반발을 고려한 조치라고 합니다.

대형마트에 진열된 밀가루. /조선 DB

◇이제는 ‘밀가루 대란’까지

인도네시아가 팜유 수출을 재개하면서 식용유 대란은 한시름 놓았지만 인도가 밀 수출을 금지하면서 이번엔 식품업계가 ‘밀가루 대란’을 우려해야 할 판입니다. 세계 2위 밀 생산국인 인도는 식량안보를 이유로 밀 수출 금지를 결정했습니다.

한국의 밀 수입량의 99% 이상이 미국과 호주, 캐나다산이라 공급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습니다. 다만 인도의 수출 금지령이 국제 곡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에 우려가 큰겁니다. 국제시장에 공급되는 총량이 줄어드는 만큼 밀 가격이 현 수준보다 더 상승할 것이기 때문이죠.

식품업계는 농심, 오뚜기, 삼양식품 같은 라면 회사 3곳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밀 가격 상승에 가장 민감하지만 이번에는 쉽게 가격 인상 결정을 할 수 없어서지요. 올해 3월에도 원자재 가격 인상 부담 등으로 한차례 소비자 가격을 인상했기 때문입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라면은 서민 음식이자 생필품이란 인식 때문에 가격 인상이 쉽지 않은 품목”이라며 “라면 3사가 가격을 올렸다는 건 내부적으로 생산 비용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출혈이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기업마다 납품처와 계약해둔 물량과 가격, 비축분 등이 있으니 당장 가격을 또 올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밀가루 가격 상승이 계속 이어지면 늦어도 4분기에는 가격 인상이 한 차례 더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글 시시비비 하늘
시시비비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