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가 전체 구성원의 60% 이상
기업 주축인 세대와의 소통 필수
조직 개편, 소통 채널 등 확대
“사장님, 000책임과 000선임 같이 갈 테니 00음식점에서 소고기 사주세요.”
현대중공업그룹 건설기계부문 중간지주사인 현대제뉴인 직원들은 한 달에 2번 사장에게 당당하게 밥을 사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먹고 싶은 메뉴와 장소를 직접 고르고 함께 먹을 동료도 정할 수 있다.
현대제뉴인이 최근 도입한 ‘우사초(우리 사장님을 초대합니다)’라는 프로그램인데, 맘에 맞는 동료들과 함께 회사 대표와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자리다. 지난 5월 17일 첫 식사가 진행됐는데, 사내 메일로 공지가 나간 지 3분 만에 마감될 정도로 직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우사초’는 현대제뉴인이 MZ세대 직원들과의 소통을 위해 마련한 프로그램이다. 현대제뉴인의 전체 직원 중 65%가 1980년생 이후 출생자인 MZ세대다. 회사는 이런 기업 특성상 MZ세대와의 자유로운 소통 구조가 회사의 경쟁력이 된다고 본 것이다.
1980년대 초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MZ세대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34%(약 1700만명), 국내 근로자의 60%를 차지할 만큼 핵심층으로 자리를 잡았다. MZ세대는 상명하복, 연공서열식 기업 문화를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평생 직장에 목을 매지도, 회사에 희생하지도 않는다. 워라밸과 소통을 중시할 뿐 아니라 공정과 투명성에 큰 가치를 두는 세대다.
그러다보니 기업들도 바뀔 수밖에 없다. 최근 내부 소통을 적극 확대하고 조직을 개편하는 기업들이 많아지는 이유다.
◇사장님과 편안한 식사 자리, 전담 조직 마련
현대제뉴인의 ‘우사초’는 한 달에 2번 진행된다. 현대제뉴인은 ‘우사초’가 직원들이 CEO와의 소통을 위해 자발적으로 신청한 자리인 만큼, 그 어느 때보다 진솔한 이야기가 오가고 서로의 고충을 허심탄회하게 나눔으로써 유연한 조직문화를 조성할 수 있는 ‘소통의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5월 17일 처음 실시된 ‘우사초’에 참가한 기능품영업팀 강현모 매니저는 식사 후 현대제뉴인 대표이사 조영철 사장에게 보낸 메일을 통해 “사장님과의 식사는 특별한 경험이었다”며 “연애 상담 등 개인적인 이야기부터, 기능품 사업의 목적과 방향성 등에 관한 설명까지 들음으로써 회사를 더 이해하는 시간이 됐다”며 감사함을 표했다.
조영철 현대제뉴인 대표이사 사장은 “구성원들의 유연한 생각이 혁신으로 이어지고, 혁신이 회사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며 “MZ세대를 포함한 모든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의견 개진할 수 있는 조직문화 조성을 위해 시간과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직원들을 만나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제뉴인은 전체 구성원 중 65%를 차지하는 MZ세대(1980년생 이후 출생자) 목소리를 대변할 ‘체인지 에이전트(CA: Change Agent)’라는 조직도 새롭게 만들었다. 체인지 에이전트는 각 부문별 대표 인원 12명을 선발해 구성했다. 2년 임기의 위원들은 각 현업 부서 인원들과 소통하며 의견을 수렴해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경영진에게 전달하는 핫라인 창구 역할을 하게 된다.
◇MZ세대 열광하는 MBTI도 활용
CJ대한통운도 전체 임직원의 60%가 MZ세대다. 최근 CJ대한통운 경영진들은 기업의 주축인 젊은 직원들과 소통하기 위해 MZ세대 사이에 유행하는 성격유형검사(MBTI)를 받았다.
CJ대한통운은 강신호 대표이사와 주요 경영진, 팀장급 이상 모든 보직자들이 최근 MBTI 검사를 받았다. MBTI는 총 16개의 성격 유형을 제시하는데, 외향(E)과 내향(I), 감각(S)과 직관(N), 사고(T)와 감정(F), 판단(J)과 인식(P) 등 4가지 선호 지표를 조합한다. 예컨대 MBTI가 ENFJ라면 따뜻하고 적극적이며 책임감이 강하고 사교성이 풍부하고 동정심이 많은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대표이사를 포함한 경영진들이 MBTI 검사를 받은 건 MBTI 유형으로 자신의 자아를 인식하고 타인의 유형을 궁금해하는 MZ세대들의 특성을 이해하고 소통의 계기로 삼기 위해서다. 회사 측은 검사에 그치지 않고 경영진들에게 MBTI 결과에 기반해 자신을 돌아보고 구성원들과의 소통방식을 개선할 수 있도록 코칭북을 지급했다.
실제로 경영진들은 구성원들과의 간담회에서 MBTI 결과를 활용해 소통하고 호응을 얻는 등 MZ세대 임직원들과의 소통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CJ대한통운은 MZ세대와의 소통과 조직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최근 임직원 1000명을 대상으로 ‘사무실 내 없어져야 할 꼰대문화 TOP 9’을 선정하는 설문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 결과 가장 많은 득표를 한 1위는 ‘카톡(단톡방) 지옥, 시도때도 없이 단톡방 통한 업무지시’로 나타났다. 2위는 ‘라떼는 말이야’, 3위는 ‘난 꼰대가 아니야, 이런 식으로 말하면 꼰대라고 할지 모르겠지만~이라며 꼰대스런 이야기를 함’이었다.
직원들이 뽑은 ‘꼰대문화 TOP 9’ 결과는 사내방송을 통해 공개됐으며 회사 측은 이후 선정된 내용을 모니터링하며 개선하는 캠페인을 전개할 계획이다.
◇“온라인으로 직접 답해드립니다”
직원들과 직접적으로 소통에 나선 CEO들도 있다. 온라인으로 실시간 소통하며 직원과의 거리를 좁히고 즉각적인 답변을 내놓은 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엔톡(EnTalk)’이 대표적이다. 엔톡은 MZ세대 직원으로 구성된 주니어보드 멤버들이 “CEO와의 직접 소통 창구를 만들어 달라”는 요청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의 권영수 부회장이 도입한 온라인 소통 채널이다.
엔톡을 통해 전세계 2만4000명의 직원들이 권 부회장에게 직접 궁금한 점을 묻거나 업무 관련 아이디어, 건의사항 등 다양한 의견을 전달하면 권 부회장이 직접 댓글로 답변하고 이를 실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임직원 업무 개선을 위한 전담조직을 신설한 것이다. 권 부회장은 “사람이 하는 단순하고 반복적인 작업을 자동화함으로써 임직원들이 반드시 해야할 일에 집중할 수 있는 근무환경이 조성되었으면 한다”는 한 임직원의 의견에 적극 공감하며 ‘RPA(사무자동화) 전담조직’을 구성했다.
이후 현업 대상으로 RPA로 진행할 수 있는 40여건의 과제를 접수하였고, RPA 과제관리시스템을 통해 접수된 과제들은 RPA 로봇이 자동으로 처리하도록 만들어 업무 시간을 획기적으로 절약할 수 있게 됐다.
엔톡은 육아휴직 등 여성 임직원을 위한 사내 정책 변화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 엔톡에 “육아 부담을 덜고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달라”는 여성 임직원들의 요구가 게시되자 권 부회장은 ‘모성 보호제도의 획기적 개선’을 약속했다. 이후 육아휴직을 1년에서 2년으로 확대하고, 임신휴직과 난임휴직을 도입했다.
배우자 해외 주재원 파견에 따른 일반휴직 제도를 요청하는 임직원의 글에는 “주재원으로 새로 선발되는 분들이 가족들의 동의와 지원을 얻고 해외파견을 결정할 수 있도록 그룹 사내부부 대상으로 휴직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4월 그룹·사내 부부의 배우자 해외 파견 시 최대 2년의 휴직을 할 수 있는 휴직제도가 도입됐다.
삼성전자도 지난해 12월부터 매주 수요일 사내 소통 프로그램인 ‘위톡’을 진행하고 있다. 1시간 진행되는 실시간 방송과 채팅으로 임직원이 소통하는 프로그램이다. 경계현 사장을 시작으로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 겸 대표이사 부회장, 이정배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사장) 등이 참여해 직원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질문에 답했다.
김상현 롯데그룹 유통군 총괄대표 겸 롯데쇼핑 대표이사 부회장은 계열사 직원들과 ‘렛츠(Let’s) 샘물’이라는 명칭의 티 미팅을 한 달에 2~3회 진행 중이다. 김 부회장의 영어 이름인 샘(Sam)을 따 ‘샘에게 물어보세요’라는 뜻을 담은 캐주얼 미팅이다. 이 자리에서 김 부회장은 자신의 초임 팀장 시절 성공과 실패 경험을 나누며 직원들과 소통한다.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는 회사 인트라넷에 대표 직속 게시판인 ‘주노 뭐하지’를 만들고, 직원들과 소통하고 있다. 정 대표는 온라인 화상 회의 플랫폼에서 최대 1000명의 임직원들이 회사의 비전과 의견을 나누는 타운 홀 미팅도 수시로 연다.
글 시시비비 키코에루
시시비비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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