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의 한 소도시에서 100억 잭팟이 터져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이름을 들으면 생소한 분들도 아마 많으실 것 같은데, 이곳은 바로 함평군입니다. 함평군은 영광군과 나주시 그리고 무안군에 둘러쌓인 곳입니다. 매년 봄 나비축제를 여는 곳이도 합니다.

함평박쥐생태전시관에 설치된 황금박쥐조형물. /조선 DB

작은 지방도시인 이곳에서 도대체 100억원이 넘는 잭팟이 터졌다니 의외라고 여길 수 있지만, 이곳은 2008년 이후 군이 만든 조형물 하나로, 종종 세간의 관심을 받곤 했습니다. 함평군이 당시 제작한 조형물은 황금박쥐를 모티브로 한 황금박쥐상이었습니다. 함평은 1942년 한반도에서 자취를 감췄던 황금박쥐가 1999년 발견된 곳입니다.

황금박쥐는 붉은박쥐의 다른 이름입니다. 몸 전체에 붉은 털이 나 있어 붉은박쥐라고 불립니다. 이 박쥐는 햇빛을 받으면 황금이 반짝이는 것처럼 보여 황금박쥐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멸종위기 1급 동물이고, 천연기념물 452호로 지정돼 있습니다.

귀한 황금박쥐가 함평에서 발견된 만큼 함평군은 이를 놓치지 않고, 군 홍보에 활용하기로 결심합니다. 함평군은 2008년 함평나비대축제를 홍보하기 위해 순금 162kg이 들어간 황금박쥐상을 만들었습니다. 총 제작비는 27억원이었습니다. 당시 금 값은 1돈(3.75g)에 6만3000원 꼴이었습니다. 적지 않은 제작비가 들어간만큼 제작 당시 황금박쥐상은 세금낭비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습니다.

골드 바. /조선 DB

하지만 14년만에 금 값은 그야말로 ‘금’ 값이 됐습니다. 신한은행이 고시한 2022년 6월 28일 기준 금 1돈의 값은 28만3047원입니다. 황금박쥐상을 처음 제작했을 때와 비교하면 금 값이 네배 이상 뛴 것입니다. 오른 금값으로 계산하면 황금박쥐상의 현재 가치는 약 122억2800만원입니다. 애초에 재테크를 목적으로 만든 조형물은 아니지만 세계적으로 금값이 치솟다 보니 본의아니게 100억원에 달하는 ‘금테크’에 성공한 셈입니다.

이전에도 금 값이 치솟았다는 기사가 나올 때마다 함평은 언론에 오르내렸습니다. 자연스럽게 군 홍보가 된 것은 물론이었고요. 심지어 지난 2019년 3월에는 황금박쥐상을 훔치려던 절도범들이 나타나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당시 황금박쥐상의 가치는 약 80억~90억원대였습니다. 황금박쥐상을 훔치기 위해 3인조 절도범들은 이 조각상이 전시된 황금박쥐생태전시관에 침입했습니다. 하지만 경보음이 울리면서 이들은 출입문조차 열지 못하고 달아났습니다.

황금박쥐상은 금 값이 오를 때마다 성공한 지자체 조형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함평군의 이름을 널리 알리는데 적지않은 공을 세운 셈이죠. 하지만 모든 지자체 조형물이 황금박쥐상처럼 호평을 받고 있는 건 아닙니다. 시민들이 공감하지 못한 조형물들은 가차없이 세금낭비 지탄을 받거나 흉물 논란에 휩싸여 아예 철거되기도 합니다.

기괴하다는 논란에 철거된 조형물 ‘흥겨운 우리 가락’. /SBS 뉴스화면 캡처

대표적인 조형물이 세종시 나성동 정부세종 2청사 인근에 설치됐던 ‘흥겨운 우리 가락’이라는 이름의 조형물입니다. 이 조형물은 우리나라 전통 춤인 ‘한량무’를 추는 남자를 모티브로 만들었습니다. 갓을 쓰고 긴 소매를 늘어뜨린 모습으로 제작된 이 조형물은 차가운 금속 재질과 어우러져 날이 흐리거나 비가 오는 날에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무섭다는 인상을 심어줬습니다.

때문에 이 조형물은 경쾌한 이름과는 달리 저승사자라는 별명으로 오히려 더 유명해졌습니다. 공교롭게도 이 조형물이 설치된 정부세종 2청사에는 국세청이 자리하고 있어 국세청이 탈세자들을 압박하기 위해 만든 용도냐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무섭다는 민원이 끊이지 않으면서 조형물은 세워진 지 몇 개월 만에 다른 곳으로 이전했지만 옮긴 곳에서도 반발에 부딪혀 결국 설치 4년 만인 2020년 12월 전면 철거됐습니다.

포항시가 2009년 3억원을 들여 만들었던 공공조형물 ‘은빛풍어’ 역시 흉물 논란을 일으키다 철거되는 수모를 겪었습니다. 이 조형물은 꽁치 꼬리를 형상화한 것으로, 스테인리스강 재질로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제작 직후부터 ‘비행기가 추락하는 모습처럼 보인다’, ‘역동성이 떨어진다’ 등의 비난과 철거를 요구하는 민원에 시달리다 설치 10년만인 2019년 결국 철거됐습니다. 이 작품은 한국자산관리공사 온비드 사이트에서 최저입찰가인 1426만8120원에 팔렸습니다. 3억원의 세금이 1500만원도 안 되는 돈으로 돌아온 것입니다.

예술이냐 흉물이냐를 두고 논란이 일었던 ‘슈즈 트리’. /서울시 제공

서울시가 2017년 설치한 황지해 작가의 작품 ‘슈즈트리’도 흉물 논란에 휩싸여 철거된 사례입니다. 슈즈트리는 버려진 신발 3만여켤레를 서로 묶어 나무 모양으로 제작한 작품이었습니다. 높이 17m, 길이 100m의 대형 미술품이었던 슈즈트리는 서울역 광장 부근에 설치됐습니다.

흉물 논란이 나오자 황 작가는 “신발은 우리가 태어나 죽을 때까지 소비하는 것”이라며 “소비 문화에 대해 생각해 보자는 차원에서 재료로 선택했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비를 맞은 신발들이 악취를 풍기기까지 하자 시는 설치 9일만에 결국 이를 철거했습니다. 이 조형물 설치에 들어간 예산은 1억4000여만원이었습니다.

2020년에는 서울시가 65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서울 도시건축전시관 옥상에 세운 조형물이  4개월 만에 철수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이 조형물은 첨성대를 본 따 만든 것으로 폐자동차에서 뗀 헤드라이트 1347개와 시멘트 등을 이용해 제작됐습니다. 조형물이 내 뿜는 빛이 코로나 사태로 심신이 지친 시민들을 위로할 것이라는 당초 바람과는 달리 시민들의 반응은 냉담했습니다. 이 조형물이 위로가 되기는커녕 주변 경관을 해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온 것입니다. 결국 계속된 민원으로 조형물은 세워진 지 얼마되지 않아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서울시 강남 코엑스에 있는 ‘손목‘ 동상. /강남구청

2016년 강남구청이 만든 강남스타일 말춤 조형물도 4억원이 투입된 작품이지만 수갑을 찬 손같다는 비판과 비아냥에 시달렸습니다. 춘천 약사천 공원에 설치된 꽃을 들고 고백하는 남자 조형물은 조폭을 연상시키는 외모로 부정적 평가를 받았습니다.

함평의 성공사례와 달리 지자체를 알리기 위한 목적에 가까이 가보기도 전에 지역 주민에게조차 인정을 받지 못한 조형물들이 적지 않았네요. 한 업계 관계자는 “조형물은 도시 속 환경이나 문화 등이 어우러졌을 때 의미가 있다”며 “공공 미술인만큼 조형물을 만들 땐 대중의 시각과 역사적 의미, 상징성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글 시시비비 포도당
시시비비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