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터가 현대자동차에서 일하는 이유
이대형 현대차 아트랩 아트디렉터
군인 꿈꾸다 현대미술 큐레이터로
'해결책' 아닌 '질문' 던져야 하는 시대
현대자동차에는 아트랩(Art Lab)이란 조직이 있다. 팀(team)도 아니고 실(室)도 아니다. 자동차와는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인다. 혹은 자동차 디자인을 연구하는 곳이라는 오해를 사기 쉽다.
아트랩은 현대미술을 지원하는 독립 조직이다. 한국의 국립현대미술관뿐만 아니라 영국 테이트 모던, 미국 LA 카운티미술관(LACMA) 등과 협업해 현대미술 작가 전시·연구를 지원한다. 미국 통신사 블룸버그와는 작가의 영감이 어디서 오는지를 다루는 프로그램 ‘아트앤테크놀로지(전 브릴리언트 아이디어스)’를 만든다.
이 조직의 수장 이대형(45) 아트 디렉터도 자동차와 전혀 관련이 없다. 원래 큐레이터다. 2000년 홍익대 예술학부를 졸업했다. 2010년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큐레이터학 석사를 받았다. 한국·중국·일본·미국·영국 등 세계 무대에서 굵직한 전시를 기획했다. 그랬던 그가 2013년부터 현대자동차에서 출퇴근을 한다.
이대형 현대자동차 아트랩 총괄 매니저·아트 디렉터. /이대형 디렉터 제공
◇현대자동차 아트랩이 하는 일
많은 회사들이 스포츠 경기를 후원하듯 문화예술을 지원해 기업 이미지를 좋게 만든다. 현대차가 현대미술을 후원하기 시작했을 때도 아트 브랜딩을 염두에 두었다. 이 디렉터가 합류했을 때 마케팅 사업부 소속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에서 하던 일이었다. 2017년 아트랩으로 조직이 떨어져 나왔다.
“실은 첨부터 브랜딩이 목적이 아니었습니다. 새로운 시각을 갖기 위해서였어요. 여태까지 사람이든 기업이든 얼마나 창의적인 해결책을 내놓느냐가 중요했습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해결책을 찾는 사람이 아니라, ‘질문’ 또는 ‘미션’을 던지는 사람이 역사를 쓸 겁니다. 솔루션 파인더가 아니라, 퀘스천 파인더가 혁신을 주도합니다. 그러면 질문을 던지는 시각은 어떻게 갖느냐, 그게 바로 ‘예술’입니다. 다르게 보는 시각을 예술을 통해 기르는 거죠.”
현대차는 협업하는 미술관과 모두 10년 이상 계약했다. 국립현대미술관과는 2023년까지, 테이트 모던과 라크마와는 2024년까지다. 중장기 계약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보통 1~2년 계약을 한 뒤 성과를 보고 재계약을 하는 경우가 많다. “기업이 미술을 지원한다면 미술관이나 갤러리를 짓는 걸 생각합니다. 혹은 작품을 삽니다. 그런데 저희는 ‘커미션’ 방식입니다. 작가들이 아이디어를 구현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예술 생태계를 살리는 게 핵심입니다.”
'국립현대미술관 현대차 시리즈 2014 : 최정화 - 꽃, 숲' 포스터와 작품 '민들레'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
예산 운용도 이례적이다. 국립현대미술관과의 프로젝트에서는 중진작가 한명을 선정해 그 작가 전시에만 온전히 1년을 투자한다. 현대차가 1년에 12억원을 지원하는데 그중 작가 1명에게 지원하는 비용만 9억원이다.
“반발이 있어요. 그 돈으로 10명, 100명을 지원하는 게 좋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테이트나 모마(MoMA)처럼 한 작가의 개인전에만 집중하고, 그 작가를 띄워서 제대로 조명하는 플랫폼이 필요합니다. 세계 리더와 경쟁하려면 우리 리더가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모두 그늘 속에서 죽을 겁니다. 예술을 한다면 반(反) 자본적이지 않냐는 시각이 많은데 저는 아닙니다. 예술가에게도 충분한 시간과 자본이 있어야 퀄리티 있는 전시가 나옵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지금까지 이불·안규철·김수자·임흥순·최정화 작가를 집중 지원했다. “이불 작가님은 현대차 시리즈 이후 영국 헤이워드, 독일 그로피우스 바우에서 개인전을 열었습니다. 굉장히 드문 일이에요. 시드니 비엔날레에서는 메인 작가를 맡았습니다. 원래 훌륭한 분이지만, 좀 더 주목받는 계기를 만드니 반응이 바로 나타났어요.”
2015년부터 2018년까지는 '브릴리언트 아이디어스'라는 이름으로 방송된 프로그램. 2019년부터는 '아트앤테크놀로지'로 방송한다. 25분 동안 작가 한명의 아이디어와 영감이 어디서 오는지를 다룬다. 방송 전 혹은 끝나고 현대차 로고가 잠깐 나올 뿐, 방송에 현대차가 등장한다거나 관련 있는 내용이 나오지 않는다. /블룸버그 홈페이지 캡처
현대차는 어느 과정에도 간섭하지 않는다. “2~3년마다 주니어 학예사분들이 경쟁 PT를 합니다. 이 시점에 이런 작가를 연구해야 한다고 발표해요. 학예관, 관장, 외부 패널 심사를 거쳐 다음 1년간 지원할 작가를 뽑습니다. 작가만 스포트라이트 받는 것 같지만, 큐레이터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해요. 작품의 우수성만으로는 주목받기 힘듭니다. 작품을 널리 알리는 학예사·큐레이터의 역할이 중요해요.”
◇큐레이터는 금수저? 건물 관리인·걸레질하며 공부
원래 꿈은 예술과는 거리가 먼 군인이었다. 육군사관학교 진학을 위해 학창시절을 쏟아부었다. 친구들도 당연히 그가 육사를 갈 거라 생각할 만큼 진로가 뚜렷했다. 하지만 육사에 갈 수 없었다. “필기도 체력시험도 잘봤는데, 아버지께서 추천한 신원보증인 중 한분이 북한분이셨습니다. 아버지도 저도 몰랐어요. 인생이 참 재밌어요. 그때 떨어진 게 지금 생각하면 천만다행이었죠.”
다행히 육사 시험이 대입시험 보다 빨라 대입시험에 응시할 기회가 남았다. “당시 육사 시험 과목이 국·영·수, 국사, 윤리였습니다. 학력고사 세대였어요. 다섯 과목만으로 갈 수 있는 과를 찾아보니 예술 계통이 가능했습니다. 한달 동안 2~3시간씩 자며 공부했어요. 320점 만점에 원래 200점 정도였는데 300점까지 극적으로 끌어올렸죠.”
중·고등학교 때 방과 후 활동으로 미술을 배웠다. 미술대회에서 상도 곧잘 탔다. 하지만 그에게 미술은 그때까지만 해도 ‘취미’에 그쳤다. ‘장교’라는 오랜 꿈이 스러지고 좌절감에서 헤어 나오기 쉽지 않았다. “취미를 직업으로 삼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있었어요. 당연히 성적도 안 좋았습니다. 대학교 1학년 때 학사경고를 받았어요. 강의 교재가 전부 원서인데 영어를 못해서 1페이지 읽는 데도 몇시간씩 걸렸으니까요.”
큐레이터는 흔히 ‘금수저’가 하는 직업으로 여겨진다. 그는 ‘돈’을 말한다면 전혀 그렇지 않다고 고개를 저었다.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건물 관리 아르바이트를 했다. 건물을 관리하는 대신 옥탑방에 살 수 있고 월급이 55만원씩 따박따박 나왔다. 학교 앞 서점에서도 일했다. “미술 교재 가격이 만만치 않아요. 한권에 10만원을 훌쩍 넘죠. 일하던 서점이 해외 서적을 주로 취급했어요. 무릎 꿇고 바닥 걸레질하면서 책을 봤습니다.”
미술 관련 서적을 독파하던 그는 해외 서적 어디에도 한국이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주목받지 못하는 한국미술을 세계에 소개하고 싶었다. 마침 큐레이터가 유망 직업으로 떠올랐다. 졸업 후 해외 서점, 갤러리 등에서 일했다. “요즘엔 큐레이터 진출 분야가 세분화됐습니다. 옥션·화랑·미술관·박물관 등 다양해요. 저 때만 해도 그런 개념이 분명하지 않았고 기회가 오는 대로 무조건 했습니다.” 큐레이터로 벌이는 시원찮았고 오히려 글을 기고하는 가욋일로 돈을 더 벌었다.
현대자동차 입사 전 큐레이터 시절. 2010년 중국 'Collage of Memories' 작품 전 때 모습이다. /이대형 디렉터 제공
그가 유학길에 오르며 컬럼비아대를 택한 이유는 미국 소설가 폴 오스터(Paul Auster) 때문이다. 폴 오스터는 컬럼비아대 출신이다. “유학하기 전에는 프로젝트의 ‘주인공’이 저였어요. ‘내가 좋은 큐레이터가 돼야 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나’만 생각해서는 글로벌 게임에서 이기지 못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좋은 전시를 위해선 작가·큐레이터·기관·언론의 집단지성이 중요합니다. ”
한국에 돌아와 큐레이팅 회사 Hzone을 차렸다. 여러 국가에서 전시를 기획·자문했다. ‘블루닷아시아’, ‘코리안아이’, ‘코리아 투머로우’ 등이 대표적이다. 큐레이터 생태계를 만드는 데에도 힘썼다. “예전에는 큐레이터가 얼마를 달라 말하기가 힘들었어요. 그런데 한달에 50만원, 100만원 받아서는 해외와 경쟁은커녕 생존이 안됩니다. 그래서 큐레이터비를 책정했어요. 첨에는 장사꾼이냐는 욕도 많이 들었습니다. 최소한 책 사고, 여행하고, 연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얼마큼 작가 섭외가 어렵냐, 시장에 얼마나 영향을 줄 것인지 등 전시 난이도를 따집니다. 물론 예산도 고려해요. 예를 들어 1년간 하는 전시라면 기획료가 5000만~1억원대라 봅니다.”
큐레이터로서 기획한 프로젝트는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경영이나 행정에는 미숙해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해외 작가들에게 지불해야 할 수억원의 운송료를 사기당해 날린 적도 있다. 큐레이터라는 직업의 무거움을 새삼 느낀 계기다. “작가들은 후원사가 아닌 큐레이터를 보고 참여합니다. 제가 책임을 져야 했죠. 대출금으로 우선 대금을 지불하고, 이후 1년 반 동안 악착같이 일해서 갚았습니다.”
이대형 디렉터 제공
◇기술 발달할수록 예술 중요해
현대차 입사는 예기치 못하게 찾아왔다. 헤드헌팅 회사에 입사 면접 제안을 받았다. 면접을 볼 때조차 어느 회사인지 알지 못했다. 면접에선 인문학에 대한 토론을 했다. 계약서를 쓸 때야 현대차라는 걸 알았다. 현대차 직원이긴 하지만 외부 기획도 꾸준히 한다. 2017년에는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예술감독으로 전시를 총괄했다.
이 디렉터는 기술이 발달할수록 예술이 필수라고 본다. “다보스포럼에서도 예술을 강조해요. 매력적인 국가나 도시가 되려면 공감 능력이 커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한 국가에서 주도하는 프로젝트에 다른 국가나 도시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선 지금 시대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요. 외국인들이 석굴암이나 경복궁에 들렀을 때 침 뱉을 수 있을까요? 아니에요. 예술품 앞에서는 국경도 인종도 없고 오직 ‘인류’만 남습니다. 국가주의가 대세인데, 이런 상황에서 네 탓 내 탓하지 않고 인류를 묶을 수 있는 게 예술입니다.”
2017년 베니스비엔날레 제57회 국제미술전 한국관 예술감독을 맡았을 때 전시 개념도와 참가자들에게 쓴 편지. ‘세이브 베니스’(Save Venice)라는 잡지 겸 편지를 만들어 참가자들에게 10달러씩 기부받았다. 1만 유로를 모아 베니스강 수위조절 장치를 바꾸는 데 썼다. 베니스 관계자들은 "120년만에 처음있는 일"이라며 놀랐다. /2017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홈페이지
예술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먹고사는 일과 직접 관련이 없는 한 향유가 힘들다. 취업준비생은 더욱 그렇다. “아트랩 채용을 할 때 면접에서 최근 읽었던 책이 뭔지를 묻습니다. 다들 머뭇거려요. 2년, 3년 동안 읽은 책이 뭐냐 물어도 선뜻 답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나마 답하는 친구들이 자기계발서 정도에요. 그런데 실용정보만 외워서는 살아남기 힘듭니다. 고통스러워도 철학·역사·예술 등 인문학 서적을 1년에 한권이라도 봤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강연할 때 ‘엣지(edge)에 서있으라’는 말을 자주 한다. “여러 세계를 경험하고 경계선 위에 서있어야 자신의 관점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인간은 참 설명하기가 어려워요. 온갖 데이터를 분석해서 사람들이 다닐만한 곳에 횡단보도를 그려놓으면, 사람은 그걸 피해 갑니다. 실제 연구가 있어요. 인간은 무언가에 순응하기도 하고 반항하기도 하죠. 답을 강조하지 않고 생각을 권하는 예술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글 CCBB 욘두
시시비비랩


능력자네
엄청 동안이시네
김정균?
언럭키 전진
솔직히 좆도 없어보임 저런거 하면 현대차 이미지 좋아진다? 응 저런거 있는줄도 몰라~ 저런데 쓸 돈이 있으면 제발 시장조사를 더 열심히해라
정의선이 브랜드 이미지 구축하려고 시도했다가 이도 저도 아닌 돈먹는 하마됐자너. 전문경영인이었으면 진작에 짤렸음.
신원보증인때문이 아니라 200점/320점만점 실력이 어케 육사를감? 육사못가고 300점까지 올린건 다른문제고
상처받지말라고 배려해준말을 진실로 알아먹은듯
200으로 뭔 육사야. 걍 공부포기했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