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 출신 남자, 향기로 미국 특급 호텔·유럽 명품 업체 매료..그의 비결




향 내는 디바이스, 스마트 디퓨저

앱이나 AI스피커로 맞춤형 작동

미국 본사 통해 글로벌 공략


공대 출신의 기술창업자는 제품 개발만 신경 쓸 것 같다. 실은 마케팅에서 홍보까지, 전천후 능력자가 많다. 향기에 빠져 세계 최초로 향기 내는 기계를 내놓은 김재연 ‘피움랩스’ 대표를 만났다.


◇알아서 향 내는 스마트 디퓨져


피움랩스는 ‘스마트 디퓨저’ 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본체 역할을 하는 디바이스에 향기 캡슐 3개를 끼워 작동시킨다. 프린트에 잉크 끼우는 것과 비슷하다. 제품 이름은 '피움'. 디바이스를 직접 작동시킬 수 없다. 아무런 버튼 없이 매끈하다. 대신 디바이스에 AI스피커나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연동시켜 구동한다. 전원, 알람 등 모든 기능을 스피커나 앱을 통해 켜고 끈다. “집에 들어가기 전 앱으로 작동시켜, 집안을 미리 좋은 향기로 채워 놓는 것이 가능합니다.”


3개의 캡슐로 구성된 디퓨저는 각각 아침, 오후, 저녁이 콘셉트다. 오전은 레몬 등 시트러스 계열로 잠을 깨우는 상큼한 분위기로, 오후는 리프레시 될 수 있는 허브·민트 등 계열로, 저녁은 릴렉스할 수 있는 라벤더 계열로 구성했다. 한 원액 전문업체로부터 OEM 납품을 받고 있다. 소비자 선호도를 조사해서, 지속적으로 원액 라인업을 늘려갈 계획이다.



스마트 디퓨저 '피움'. 본체에 3개의 캡슐을 끼워 향을 낸다. / 피움랩스 제공


아침, 오후, 저녁 각각 원하는 시간에 그에 맞는 향을 내도록 설정하면, 휴대폰 알람처럼 자동으로 향을 낸다. “우리가 권장하는 대로 할 필요는 없습니다. 휴대폰 알람을 아무 시간이나 아무 음악으로 설정할 수 있는 것처럼, 시간대와 향 선택은 전적으로 사용자 자유입니다. 일반적인 라이프 패턴에 따라 표준 모델을 만들어 놨을 뿐이죠.” 동시에 2개 또는 3개의 향을 복합적으로 내는 것도 가능하다. 이런저런 생각하기 귀찮다면, 앱이나 스피커로부터 향에 대한 조언을 받아 구동할 수도 있다. 맑은 날은 어떤 향이, 흐린 날은 또 어떤 향이 좋겠다는 조언을 받아, 알아서 향을 내도록 하는 것이다.


작동 원리는 디바이스와 캡슐이 NFC태그를 통해 반응하는 것이다. 캡슐에 붙어 있는 NFC칩과 디바이스의 신호가 일치해야 향이 나온다. 캡슐의 NFC는 일정 기간 혹은 일정 작동 횟수를 넘어서면 작동하지 않는다. 그래서 캡슐은 소모품이다. “일회성으로 한 번 구입했다가 다 떨어지면, 캡슐을 열어 다른 디퓨저액을 넣어 쓰는 게 원천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정기적으로, 또는 디퓨저액이 떨어질 때마다 새로 캡슐을 구입해야 디바이스를 계속 사용할 수 있습니다.”


-수익을 보호하는 데 좋은 아이디어네요.

“네. 하지만 향 시장을 키우고 싶은 의도도 있습니다. 제품 별로 향 품질이 비슷한 것 같아도, 싼 향을 계속 맡으면 어지럼증 같은 부작용이 생깁니다. 이 때문에 향 즐기는 걸 포기하는 분이 많아요. 소비자가 향의 즐거움을 계속 누리려면 지속적으로 좋은 품질의 향을 접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경험을 보장할 수 있도록, 캡슐을 소모성으로 만들었습니다. 평균적인 사용량을 고려해 한 달 한 번 캡슐 1세트(아침, 오후, 저녁 각 한 개)를 배송하는 것을 기본 모델로 잡았습니다.” 구독비는 월 30달러. 디바이스 구입 비용은 130달러다.



김재연 피움랩스 대표 / 피움랩스 제공


◇디퓨저액 오픈 마켓 개설


유명 글로벌 향수 업체들로부터 독점 제휴 제안이 왔다. 자기 브랜드를 붙여 글로벌 유통을 해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피움랩스 자체 브랜드로 승부하기 위해 제안을 거절했다.,나아가 디퓨저액 시장 공개를 계획하고 있다. 향기 캡슐에 들어가는 디퓨저액의 오픈 마켓을 개설해, 누구나 디퓨저액을 등록해 팔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다양한 디퓨저액 중에서 자기 취향에 맞는 디퓨저액을 골라 함께 배송되는 캡슐에 넣어 쓰면 됩니다.”


-누가 참여할까요?

“디퓨저액 같은 향 제조사는 물론 개인 사업을 하는 조향사도 판매할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물론 우리도 판매합니다. 다른 참가자처럼 오픈마켓에 참여해 함께 경쟁하는 거죠.”


-왜 개방하죠?

“원액을 독점하고 싶은 욕심은 없습니다. 다양한 향을 기반으로 좀더 많은 소비자를 사로잡는 게 우리 목표입니다. 향이 다채로울수록 보다 많은 소비자를 끌어올 수 있죠. 제품 소비 저변이 넓어지는 겁니다.”


-참가자들은 어떤 이익을 누릴 수 있을까요.

“관련 기업이 우리 마켓에 참여하면 지역별 판매 데이터를 뽑을 수 있습니다. 어떤 곳에서 어떤 향이 잘 팔리는지 같은 데이터요. 마케팅 자료로 쓸 수 있습니다. 개인 조향사는 자체 브랜드로 수익을 낼 수 있고요. 우리는 소비자들에게 좀더 다양한 향을 제공하면서, 판매 수수료 수익을 올릴 수 있습니다.”



스마트 디퓨저 '피움' 디스플레이스 모습 / 피움랩스 제공


◇뉴욕이 본사, 미국 호텔에서 파일럿 테스트


개발과 제품 테스트를 마치고 최근 양산에 돌입했다. 영업과 마케팅을 이끄는 본사는 미국 뉴욕에 있다. 한국 지사는 R&D와 생산을 맡는다. 3개월 주기로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절반씩 머무른다. 아내는 미국에 살고 있다.


-왜 미국이죠?

“미국 시장이 독보적으로 큽니다. 워낙 향을 좋아하는 나라거든요. 테스트베드 삼기에 좋습니다. 공기 중 전파 물질에 대한 각종 규제가 국내보다 덜하다는 이점도 있습니다.”


-마케팅은 어떻게 하고 있나요.

“초반엔 B2C 전략을 짰습니다. 향을 즐기는 소비자를 직접 공략하는 거죠. 그런데 기계에 대한 거부감 문제가 있더라고요. 생소한 겁니다. ‘어떤 장소에서 우연히 접하도록 하면 좋겠다.’ 생각이 들더라고요. ‘일단 B2B로 접근해서 소비자들이 자연스레 접할 수 있도록 하자’로 바꿨습니다. 이를테면 호텔이요. 호텔에 제품을 공급해서 로비나 방에서 고객들이 우리 제품을 접하다 보면 거부감이 사라지면서, 집에서도 쓰고 싶다는 고객이 많이 나올 겁니다. B2B는 그 자체로도 우리가 반드시 잡아야 하는 시장입니다. 한 번에 큰 매출이 발생할 수 있으니까요.”


-어떻게 공략하고 있나요.

“포시즌 같은 미국 호텔 체인을 접촉해 파일럿 테스트를 했습니다. 미국 호텔은 고객 만족을 높이기 위해 향기 마케팅을 활발히 하고 있어서, 우리 제품에 대한 이해가 빨랐습니다. 선뜻 테스트에 응했습니다. 테스트를 해보니 객실 고객들이 각자 향을 선택할 수 있는 기능이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호텔 고객마다 취향이 달라서 객실에 특정 향을 뿌려 놓는 건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수 있는데요. 우리 제품을 활용하면 고객 스스로 향을 낼지 여부, 어떤 향을 낼지를 선택할 수 있어서, 호텔은 물론 고객에게서도 좋은 피드백이 나왔습니다.”


-앞으로 영업 포인트는요?

“호텔 외에 공유오피스가 주요 공략대상 입니다. 에어비앤비, 우버, 타다 같은 공중이용 서비스도 접촉할 예정입니다. 그렇게 많은 사람이 우리 서비스를 접하도록 하고 싶습니다.”



김재연 피움랩스 대표 / 피움랩스 제공


◇향에 대한 관심을 사업화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나와 학부(일리노이공대), 석사(조지아공대), 박사(코넬대)를 모두 미국에서 마쳤다. 전공은 컴퓨터공학. 학위를 마치고 몇몇 직장을 거쳐 우리나라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퓨처플레이’에서 1년 간 일했다. IP(지적재산권)팀에서 스타트업들의 특허 취득 관련 업무를 맡았다. “스타트업들의 특허 업무를 도와주다가 나도 한번 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2016년 평소 관심있었던 향기 디바이스 특허에 도전했습니다.”


-원래 향에 관심이 있었네요.

“코넬대 박사과정 재학 시절이었는데요. 날씨가 무척 우울한 날 친구집에서 우연히 향초를 접한 적이 있습니다. 금세 기분 전환이 되더라고요. 아 이런 거구나. 무척 깊은 인상을 받아, 개인적으로 향 공부까지 했습니다. 그러다 쉽게 향을 검색할 수 있는 검색DB 앱을 고안했어요. 앱으로는 향을 맡게 할 방법이 없어 사업화는 하지 못해지만, 향에 대한 관심은 계속 이어 나가던 중이었습니다.”


이번엔 성과가 나왔다. 휴대용, 고정, 이동형 등 3가지 형태의 향기 디바이스 특허를 냈다. 갖고 다니면서, 방 안에 두고, 스스로 집안을 돌아다니면서 향을 내는 3가지 형태 디바이스 특허를 냈다. 2016년 10월 퓨처플레이를 나와 본격 창업에 도전했다. 삼성전자의 창업 지원을 받는 데 성공했다. 삼성전자로부터 1년 간 자금과 R&D를 지원받아 디바이스를 개발했다. “3가지 특허 중 일단 고정형 디바이스를 상용화한 셈인데요. 휴대용이나 이동형 디바이스 개발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제품화에 성공한 후 미국 엑설러레이터 ‘테크 스타즈’ 지원 사업에 도전해 선정됐다.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데 좋은 기회였다. 이후 파일럿테스트를 거쳐 양산 단계까지 왔다. 동료들이 큰 힘이 된다. 음식배달앱인 ‘배달의민족’ 출신 개발자, 핀테크 기업 ‘데일리금융’ 출신 사업기획자 등이 합류해 있다. 디캠프(은행권청년창업재단) 등 4곳 기관투자자로부터 초기 투자를 받았다.


-공대 출신이라 유리한 점은요.

“기술 이해도 측면에서 확실히 강점이 있습니다. 인문계 출신 창업자들은 비즈니스모델로 승부하면서 필요한 기술자를 찾아야 하는데, 기술 창업자들은 모든 작업을 스스로 할 수 있습니다. 준비 기간이 크게 줄어들죠. 홍보 영상이나 페이지 구축 작업도 기술을 이해하고 있어야 잘할 수 있습니다. 이해가 깊어야 쉽게 전달할 수 있거든요. 저 역시 그랬습니다. 물론 소셜미디어 마케팅 같은 분야는 다른 전문가 도움을 받아야 하겠지만, 확실히 기술창업자들이 유리한 부분이 많습니다.”


-목표는요.

“처음부터 나라 밖을 봤습니다. 미국을 넘어 세계를 공략해야죠. 글로벌 향 기업이 되겠습니다.”


글 CCBB 박유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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