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이 이글거리는 7월의 어느 날.

모 고등학교에서는 악마의 공격으로 인한 교실 파괴 때문에 당분간  수영 수업으로 진행하게 되었다.


"재밌겠다, 그치?"

"아, 응."

'…사실 귀찮은데.'


대부분의 학생은 수영장에 들어갈 수 있다는 걸 기대하고 있었다. 새로 지은 수영장은 시설이 좋고 깔끔했지만, 수영부 부원 외에는 사용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꼭 그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무더운 여름날 차가운 물에 몸을 담글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이었다.

그러나 단 한 사람, 아사만은 달랐다. 그녀는 수영 수업을 하는 것이 그다지 탐탁지 않았다.


'배도 나왔고, 싫다….'


아사는 자신의 몸을 드러내야 하는 것이 싫었다. 그렇다고 그녀가 몸매에 딱히 콤플렉스를 가진 것은 아니었다. 슬렌더한 체형은 아니지만, 보기 좋을 정도로 살이 오른 건강미 넘치는 몸매는 알게 모르게 주위의 부러움을 살 정도였다.

하지만 그녀에겐 최근 고민이 있었다. 식단 조절의 영향인지, 아니면 스트레스 때문인지 변비가 생기고 만 것이었다. 매일 나오던 똥이 갑자기 며칠씩 나오지 않게 된 이상, 배가 나오는 것은 불가피했다. 그리고 수영 수업에서는, 원하든 원치 않든 자신의 신체를 대부분 드러내게 된다. 보기 흉하게 축 처진 배까지도.


'배가 답답해….'


대장에 변이 가득 찬 만큼 아사의 얼굴에도 수심이 가득했다. 학기 초에 받은 학교 수영복은 지금의 그녀에겐 조금 작았다. 배가 좀 덜 나오는 효과는 있었지만 대신 상당히 위화감이 들었다. 딱딱한 게 안에 들어차 있는 것이 훨씬 더 잘 느껴지는 것 같았다.


"미안한데 먼저 가 있을래? 나 화장실 좀."

"그래, 그럼 먼저 간다!"


아사는 옆에서 기다리던 친구를 먼저 보낸 후 짐을 챙겼다. 그리고는 머리를 정성껏 땋은 뒤, 조용한 발걸음으로 화장실에 향했다. 이런 무거운 몸으로는 차가운 물을 만끽할 수 없었다. 가능하면 조금이라도 가벼운 몸으로 수영을 즐기고 싶었다.


'으…수영복 입기 전에 화장실부터 들를걸.'


수영장 내의 화장실은 역시 깨끗했고,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최적의 환경이었지만 단점이 하나 있었다. 용변을 보기 위해서는 수영복을 모두 벗고 알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무더운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느라 아사의 몸은 땀투성이였고, 애써 입은 수영복을 다시 벗는 것은 매우 귀찮은 일이었다.


'어차피 안 나올지도 모르는데, 이렇게 할까….'


가장 구석 칸에 들어간 아사는 변기에 앉아, 수영복의 가랑이 부분을 손가락으로 살짝 옆으로 젖혔다. 이렇게 하면 수영복을 모두 벗지 않고도, 항문과 음부만 노출되기 때문에 볼일을 볼 수 있었다.


쪼르르…

'또 나오네…오늘만 벌써 몇 번째야.'


약간의 소변이 나왔다. 직장에 쌓인 대변이 방광을 자꾸 압박했기 때문에, 아사는 조금씩 자주 소변을 보게 되었다. 이번에도 양은 많지 않았다. 오줌이 손가락에 닿을 수도 있다는 것이 찝찝하긴 했지만, 최소한 땀으로 끈적해진 수영복을 벗는 것보다는 낫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쉬이익. 스으으으읏.


풍선에서 천천히 바람이 빠지는 듯한 소리가 작게 들렸다. 동시에 아사의 엉덩이 구멍이 살짝 열렸다. 화장실에 가득했던 락스 냄새는 그녀의 썩은 내에 소리 없이 묻혔다. 아사는 얼굴을 찡그렸다. 이 방귀 냄새가 자신의 몸에서 나왔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뿍, 뿌욱.

"하아…."

'짜증 나…계속 방귀만 나오고….'


엉덩이에 묵직한 무언가가 내려온 느낌은 있었다. 실제로 단단하게 굳은 똥은 아래로 내려오며, 장 틈새에 갇혀 있던 고약한 냄새의 가스를 조금씩 세상 밖으로 내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메마르고 커다란 똥은 아사의 꽃봉오리를 한껏 피울 뿐, 바깥에 그 모습을 드러내지는 못했다. 이번에도 실패할 것이라는 생각을 지우지 못했지만, 그녀는 실낱같은 희망을 믿고 복부에 힘을 주었다.


"끅…흐응…!"


아사의 전략은 단기전이었다. 수업이 시작하기 전에 최대한 성과를 내야 했다. 어차피 들을 사람도 없겠다, 아사는 부끄러운 소리를 내며 힘껏 허리를 숙였다. 항문이 벌어지며 무거운 대변을 아래로 아래로 밀어냈다.


"하아, 하아…!"


머리가 살짝 보이려던 찰나, 아사의 폐가 산소를 요구했다. 기껏 나올 것 같았던 똥도 수줍게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아이씨…!"

'곧 수업 시작인데…!'


다시 들어갔다고는 해도, 정말 나오기 직전의 단계였다. 항문 주변의 이물감이 그걸 증명하고 있었다.


"끄흥읏…!"


분했다. 답답했다. 힘을 주면 줄수록 땀 때문에 몸이 끈적거렸다. 겨우 똥 때문에 이런 고통을 느껴야 한다니.

항문이 걷잡을 수 없이 벌어졌다. 아사는 아픈 것을 참고 밀어내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굵은 부분이 스치는 것이 느껴졌다. 저릿한 고통에 그녀의 발가락들이 일제히 오그라들었다.

이번에는, 수확이 있었다.


풍덩, 풍덩.

"하아…!"


딱딱하게 굳은 찰흙 같은 변이 두어 개 수면에 떨어졌다. 그 뒤로 자그마한 덩어리들이 퐁당퐁당 소리를 내며 모체로부터 떨어져 나왔다. 항문으로부터 무언가가 나오는 느낌이 너무도 오랜만이었던 탓에, 아사의 두 볼이 살짝 붉게 물들었다.


'앞으로 조금만…!'


아사는 한 손으로 허벅지를 붙잡고, 본격적으로 전투태세를 갖추었다. 이번에야말로 진짜 모체를 내보내기 위해 젖 먹던 힘까지 짜내려던 순간이었다.


따르릉-

"아…."


수업 시작을 알 리는 종소리가 울렸다. 더는 화장실에 있을 수 없었다. 벌어진 구멍을 억지로 닫고 아사는 변기에서 일어섰다. 그리고는 휴지로 대충 엉덩이를 닦고 찜찜한 표정으로 변기를 바라보았다.


'거의 다 나왔었는데….'


적어도 한 끼 식사, 아니, 간식 하나 정도의 양만큼은 몸이 가벼워졌을지도 모른다. 아사는 그렇게 생각하며, 우울한 표정으로 물을 내렸다.



◇◇◇



"자, 각자 줄을 서서 순서대로, 자유형으로 왕복하도록 하겠습니다."

'배 아파….'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아무렇지 않은 척 청초한 표정으로 수업을 듣고 있는 한 소녀가, 실은 자신과의 싸움이 한창이었다는 것을.


'가, 갑자기 왜 이러지….'


배가 차가워진 것 때문일까, 아니면 중간에 끊고 나온 것이 문제였던 걸까. 그녀의 똥은 아까와는 정반대로, 바깥세상으로의 탈출을 간절하게 원하고 있었다. 그것도 지금 당장.

아니, 정확하게는 이랬다. 출구에 가로막힌 똥은 여전히 굳게 자리를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었다. 하지만 방금 화장실에서의 사투로, 그 일부분이 밖으로 나와 직장에 공간이 생겼다. 그 틈을 빠르게 메운 것이 바로 지금 강렬한 변의를 일으키는 원흉, 뜨겁게 끓어오르는 설사였다.


꾸그그그극…꾸루루루루루룩…


아사의 배가 섬뜩한 소리를 내며 울렸다. 흐르는 물방울 덕에 눈에 띄지는 않았지만, 그녀는 분명히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럼, 시작!"


교사가 말을 끝냄과 동시에 호루라기를 불었다. 맨 앞에 있던 학생들이 일제히 물보라를 일으키며 앞으로 나아갔다.


'제발, 빨리…!'


아사는 어서 자신의 차례가 오기를 기다렸다. 아까부터 그녀는 필사적으로 항문을 조여 방귀가 나오는 것을 막고 있었다.

공기 중에서는 방귀를 뀌더라도, 후각적인 자극밖에 남지 않는다. 냄새가 아무리 심할지언정 최소한 모른 척이라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물속에서는 다르다. 기체가 보글보글 솟아오르는 모습이 어쩔 수 없이 보이게 된다. 그렇게 되면 범인을 확정 짓는 것은 너무나 쉽다. 그 때문에 물속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아사는,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방귀를 뀌고 싶지 않았다.


"다음!"

'제발, 진정해라….'


변의가 심해질수록 시야가 흐릿해졌다. 아까는 항문을 벌리기 위한 싸움이었다면, 지금은 항문을 닫기 위한 싸움이었다. 어느 쪽이든 애처롭기는 매한가지였다.


"다음!"


영겁과도 같은 시간이 흘렀다. 뒤늦게 아사는 자신의 앞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출발은 조금 늦었지만, 그녀는 이내 자신의 페이스를 되찾았다. 아사는 물장구를 치고 양팔을 휘저으며,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가장 섬세하고 신중하게, 괄약근의 힘을 풀었다.


뿌그르르륵.

'안 들켰겠지…?'


혹시라도 방귀를 뀐 것이 들켰을까 두려웠지만, 그걸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돌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아사는 괜히 요란하게 물장구를 치며 앞으로 나아갔다.


'집중, 집중하자!'


아사는 복통을 최대한 의식하지 않고, 수영하는 데 집중하기로 결심했다.

다리로 유연하게 물을 걷어차고, 앞으로 뻗은 손으로 물을 긁어내듯 뒤로 밀어낸다. 시선은 바닥을 향하고 몸의 밸런스를 잃지 않는다. 중간중간 고개를 살짝 옆으로 돌려 호흡한다. 그렇게 너무 빠르지 않은 속도로, 힘 있게 앞으로 나아간다.


"수고했어요."


손끝에 저항이 느껴졌다. 물에서 고개를 빼자 교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느새 아사는 도착 지점에 와 있었다. 1등이었다. 인간은 극한 상황에서 놀라운 능력을 발휘한다고 했던가. 스스로도 놀랄 정도의 성과였다. 그녀는 물에서 나와 먼저 수영을 끝낸 아이들이 앉아 있는 곳으로 향했다.


'휴…다행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복통도 어느 틈에 잠잠해져 있었다. 호루라기 부는 소리와 아이들이 물에서 첨벙대는 소리만이 가득했다. 평화로웠다.

마치 폭풍이 치기 전날 밤처럼.


꾸그르르르르르륵!

"읏…!"


보이지 않는 손이 장을 직접 쥐어짜고 있는 것 같았다. 당황한 아사의 허리가 절로 앞으로 숙어졌다. 눈물이 찔끔 나올 정도의 고통이었다.

방귀를 뀐 것, 수영에 집중한 것 모두 임시방편이었다. 도리어 잠깐의 안정을 대가로, 끝이 더 빨리 찾아오는 결과를 가져오고 말았다. 참을 수 없었다. 당장이라도 나올 것 같았다. 본능이 그녀에게 당장 화장실에 가라고 경고하고 있었다.


'더는, 못 참겠어, 화장실…!'

"거기 둘!"


아사가 자리에서 일어서려던 순간, 드넓은 수영장에 메아리가 울렸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던 학생들이 순간 조용해졌다. 교사가 수영장에서 놀고 있는 두 사람을 지적하고 있었다.


"아직 덜 끝난 조가 있는데, 먼저 끝난 조는 정숙하게 기다리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교사에게 지적당한 두 사람은 고개를 푹 숙이고 자리로 돌아갔다. 분위기가 단번에 가라앉았다.


'왜, 왜 하필 이럴 때…!'


일부의 잘못을 전체의 잘못으로 확대해, 분위기를 지배하는 것은 교사들이 애용하는 방법이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아사에겐 최악의 타이밍이었다. 이런 분위기에선 화장실에 가기는커녕 옆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불가능했다.


'조금만, 조금만 더…!'


결국 아사는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배를 안고 참는 수밖에 없었다. 피부에 묻은 물이 증발하며 그녀의 체온을 뺏었다. 오한이 들며 배가 더욱더 시렸다. 엉덩이가 가만히 있지 못하고 자꾸만 움찔거렸다. 그녀는 자신의 배를 조용히 쓰다듬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아사, 어디 아파?"

"아, 아니. 괜찮아."

"얼굴이 하얀데…."


어느새 옆자리에 앉은 친구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아사는 애써 웃었다. 그리고 곧바로 후회했다. 대꾸할 에너지를 괄약근으로 향했다면, 이런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르니까.


"수고했습니다. 이제 수업은 마치고, 10분간 자유 수영 시간을 가지도록 하겠습니다."

"앗, 그럼 난 수영 좀 더 하고 올게!"

"아…응."


아사는 수영장에 뛰어든 친구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것이 짧은 유예 기간 동안 그녀가 본 마지막 풍경이었다.


뿌륵.

'어…?'


아사의 엉덩이가 단말마를 내질렀다. 곧이어 구릿한 냄새가 사방에 진동했다.


스르륵.


자신이 아니었다. 엉덩이 구멍을 인제 그만 열라고 지시한 것은 절대로 자신이 아니었다.


뿌리리릭.


그런데, 항문은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입을 열고, 참았던 내용물을 토해내고 있었다.


'아, 아냐….'


아사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시선을 아래로 옮겼다. 그러나 직접 볼 필요도 없었다. 엉덩이를 가득 채운 뜨겁고 물컹한 촉감, 갈수록 진해지는 외양간 냄새, 그리고 이 와중에도 선명하게 느껴지는 해방감까지.


'싫어, 싫어….'


주인의 뜻과는 달리, 그녀의 똥은 마치 자아를 가진 듯, 수영복에 가로막히자 양옆으로 탈출구를 찾으며, 서서히 그 영역을 넓혀갔다.


'이럴 리, 없어…'


엉덩이에서도, 눈에서도 뜨거운 것이 넘쳐흘렀다. 눈물로 번진 시야에서도 수영복 사이로 쏟아지는 자신의 똥은 확연하게 눈에 띄었다. 며칠 동안 그녀의 장 속에서 맴돌며 짙은 향기를 머금은 그녀의 대변은, 삽시간에 모든 사람의 시선을 한데 모았다.


"…아사?"


자유롭게 헤엄치던 학생들도, 시끌벅적 이야기를 나누던 학생들도, 정리하던 교사도 모두 아사를 바라보았다. 누구도 섣불리 입을 열 수 없었다. 어느 정도 체념한 아사와 달리, 그들에게는 너무나 충격적인 상황이었다.


"괜찮아? 일어설 수 있겠어?"


가장 먼저 다가온 것은 아사의 친구였다. 그녀는 천천히 아사를 일으켜 세웠다. 넘쳐흐르는 똥이 축축한 바닥에 떨어지며 질퍽한 소리를 냈다. 몇몇 학생들은 멍한 표정으로 둘을 바라보았다. 몇몇 학생들은 뒷걸음을 쳤다. 몇몇 학생들은 차마 그 광경을 볼 수가 없어 눈을 돌렸다.


아사는 친구의 도움으로 간신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뒤늦게 그녀가 두 손으로 자신의 엉덩이를 가렸다. 부드러운 똥으로 부풀어 오른 수영복은 따뜻했다. 기분 나쁜 감촉이 양손에 묻었다. 현실이라고 믿고 싶지 않았다. 눈물만이 하염없이 흘렀다.


"가자…."


이제는 허벅지까지 자신의 분변으로 더럽혀진 가엾은 소녀는,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질퍽거리는 대변의 자취를 남기며, 누구도 감히 위로할 수 없는 쓸쓸한 뒷모습으로, 친구와 함께 탈의실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