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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루루루루....‘

수화기 너머로 나즈막히 신호음이 울린다.

탁자를 손가락으로 두들기며 어디론가 전화를 거는 덴지.

‘뚜루루루루루...’

“전화좀 받지 망할 선생”

개운하게 목욕을 마친 나유타는 젖은 머리칼 그대로, 여느 소녀와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하얀 원피스를 입고 나왔다.

쪼르르 서랍장으로 가 헤어드라이기와 머리빗을 챙기는 그녀.

선풍기 앞에 선 그녀는 장식으로 놓인 인형의 옷처럼 붉게 달아오른 볼을 식히고 있다.

“덴지 머리말려줘”

몸은 그대로 선풍기를 향한 채, 고개를 돌려 덴지를 바라보는 그녀.

젖은 앞머리가 그림자를 비추며, 노란색의 파동무늬 눈동자가 나즈막히 덴지를 애타게 바라본다.

“하아...? 지금..? 나 지금 바쁘단말야 나유타.”

“덴지, 기모노 입으려면 찰랑해야해. 책에서 봤어”

“알았어 알았다고~ 꽤나 손이 많이가는 악마네”

투덜거리며 살짝은 귀찮은듯한 덴지의 태도는 아이러니하게도 나유타를 들뜨게 만드는데 충분했다.

“자~ 자~ 찰랑찰랑 해보자구~”

“찰랑찰랑”

드라이기의 굉음에 맞춰 마치 춤을 추듯 바쁘게 움직이는 덴지의 손, 그리고 가만히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나유타.

빗고 말리고, 마치 어디선가 해봤다는 듯 매우 능숙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은 그리움과 새로움이 복잡하게 교차하리라.

”나유타는 뿔이 없어서 참 편하네~”

눈을 감고 미소지으며 나즈막히 웃는 덴지

”덴지, 사람은 뿔이 없어. 그리고 나는 거짓말도 하지 않아. 학교에서 선생님이 거짓말하면 머리에 뿔난댔어“

“그래 그래~ 나유타는 착한 사람이야. 공부도 잘하고, 상냥하고, 얌전하지...“

그렇게 대화를 하며 그녀의 머리가 비단처럼 곱게 풀려 부드러워질 무렵, 초인종소리가 들린다.

”네~ 나가요~~!“

드라이기와 빗을 옆에 내려두고 나가는 덴지.

”누구세요~?“

”나다“

익숙한 중년의 목소리.

분명 목소리일터인데, 청각으로 알콜향이 나는 느낌은 차마 말로 표현 할 수 없을 것이다.

덴지가 콧노래를 부르며 문을 열자 그 앞에는 캐리어와 여름 공안복을 입은 키시베가 서있었다.

“선생! 얼마나 기다렸다구요. 전화를 해도 받지도 않고, 뭐 그래도 됐어요. 이렇게 와 주는 것으로도 고맙단 말이죠”

“시끄러워, 냉수나 꺼내와”

중년의 나이가 된 키시베, 폭염 탓에 좋아하던 코트차림도 벗어 던지고 셔츠를 걷어 올린 그의 모습이였다.

덴지는 탁자를 펼치며 싱글벙글 반가운 기색을 내비친다.

반갑고 편안한 기색, 가끔은 원망스럽지만 그래도 덴지의 마음을 지탱 해 줄 어른이렸다.

“히히, 나유타 입학식때랑 부모참관때 말곤 통 얼굴도 못보고... 요즘 어떻게 지내셔요? 공안은 별 일 없어요?”

“전부 초짜들이다. 네가 변신한 모습 보고 막무가내로 들어온 애들이 한무더기다. 악마랑 계약조차 하기 무서워하고, 훈련도 못버티고 퇴사하고. 답답해 미칠 노릇이군”

얼음을 띄운 보리차를 마시며 한탄하는 중년의 남성.

“히가시야마 코베니... 기억하냐”

“그 꼬맹이요..? 뭐.. 잘 지낸데요..? 그 녀석 동생이랑 같은 학교인데 아무런 소식도 없어서 영...”

“일자리가 없는지 재입사했다. 죽어도 사무직으로 가겠다는 떼를 면접장에서 쓰길래 낙방시킬까 했지. 뭐, 그래도 함께 한 정이 있으니 추천장 써줬다.“

어처구니 없다는 듯 웃는 키시베.

최근 들어 감정표현이 솔직해졌는지, 덴지 앞에서 웃기도 화내기도 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

“한때의 추억이네요... 공안이라...“

”덴지, 졸업하면 들어와라. 네 자리는 언제든지 비어있다.“

무표정의 농담은 쌀쌀맞아 보일지언정, 약간의 시간이 곁들여지자 두 사람의 활기찬 웃음으로 되돌아왔다.

“그래서, 결론이 뭐지 체인소맨?”

다시금 점잖게 묻는 중년의 목소리가 울린다.

“개들이랑 냐코좀 맡아주면 해요. 오늘은 나유타 데리고 마츠리 가기로 했거든요. 참, 선생, 기모노 입는법 알아요..?”

”안그래도 그럴 줄 알았다. 기모노 입히는법은 알려주마. 그나저나, 일행이 있는건 아니겠지“

한방 얻어맞은 표정의 덴지, 움찔한 모습을 보이자 키시베는 코웃음을 친다.

”데이트냐, 여태 네가 좋아하던 여자애들은 전부 너를 죽이려 했는데 말이다. 나유타가 어떤 존재인지 모르는건 확실하고?“

매섭게 노려보는 무거운 눈빛은 즉시 덴지에게 향한다.

”그...그냥 제 여동생으로 알고 있어요. 걱정 할 일은 만들지 않을게요“

조금은 애처로운 덴지의 태도는 그를 움직이는데 충분했다.

”좋아, 옷은 구했고..?“

”넵! 물론이죠“

옷장에서 주섬주섬 꺼내는 검붉은 무늬의 기모노, 아사와 신중하게 고른만큼 나유타에게 분명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을 덴지였다.

”일단 좀 쉬자. 여기까지 오는데 꽤나 걸리더군. 참, 오늘은 여기서 자고간다. 몇시에 출발하는거지?”

“마츠리가 여덟시니까...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았어요”

“식사는 했냐, 이제 한시인데“

”나유타도 저도 아직 안했어요... 배꼽시계가 울려대서 돌아가시기 직전이라구요“

”좋아... 그럼... 점심은 밖에서 먹지. 나유타! 외출복 입고 나와라. 덴지, 오늘은 내가 사마. 아키에게 진 빚이다.“

외식이라는 말에 신나는 덴지와 어느덧 등까지 머리카락이 내려온 나유타의 모습.

나유타는 조용히 덴지의 손을 꼭 붙잡고, 세 사람은 문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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