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은 아스라히 져가는 오후 다섯시 무렵, 시원한 공기가 덴지와 나유타의 목덜미를 스쳐지나간다.
연보라 색, 붉은 색, 하늘 색, 하얀 색이 한데 어우러져 누군가 천진난만하게 파스텔로 칠한 듯, 포근한 여름 해질녘의 풍경은 두 사람의 설렘과 기대에 스며든다.
아직 포만감이 가시지 않아 기분이 더 좋은 덴지는 나유타의 옷고름을 정리해준다.
“어때? 한껏 기대되려나? 방학숙제가 아니라 축제로써 잔뜩 즐겨달라구”
나유타는 그저 말 없이 브이표시를 할 뿐이다.
이에 덴지도 나유타를 같은 눈높이에서 바라보며, 흐뭇한 표정으로 나란히 브이로 응수한다.
덴지의 지갑에는 키시베가 준 오천엔, 학생증, 공중전화 토큰이 들어있다.
출발 할 무렵, 자동차 운전석에서 담배를 피우며 둘을 보내는 키시베를 덴지는 떠올렸다.
“잘 다녀와라. 사고치지말고”
무표정과 영혼이 없는 눈빛에는 분명 따스함이 서려있었다.
기대가 가득한 덴지는 마치 펭귄을 처음 봤을때처럼 몹시 신나는 표정이였다.
아직은 약속시간보다 무척 이른 시간에도 불구하고, 신사를 향해 덴지와 나유타는 발소리를 맞추며 걷고 있었다.
참매미가 더 이상 울지 않는, 쓰르라미와 애매미가 우는 시간.
여러 색의 잠자리들과 길가의 풀벌레 우는소리, 그리고 향긋하고 그리운 풀내음.
덴지에겐 익숙함이자 그리움, 나유타에겐 새로움이자 호기심이였다.
평소의 나유타 답지않게,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다양한 것을 관찰하고 호기심을 느낀다.
기모노와 한껏 단정하게 매듭 진 그녀의 머리가, 주위의 풍경에 스며들듯이 녹아든다.
“덴지, 아름다워. 신기해.”
그녀의 노란색의 파동무늬 눈동자에, 도시와 하늘의 색이 부딪혀 한결 몽환적인 자태를 자아낸다.
”헤~ 앞으로도 공부 열심히 하고, 말 잘들으면 다른데도 같이 가줄게~“
그토록 그가 바라던 진정으로 ‘평범한‘ 삶이 지속되고 있어서 일까, 나른하지만 나유타를 바라보며 미소짓는 덴지였다.
이윽고, 신사에 다다르고 해는 도시너머 지평선뒤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도리이 앞에서 덴지는 합장을 한다.
“나유타, 이곳은 신님이 사는곳이야. 신님의 집에 들어가기 전에, 신님만의 인사를 해야지”
어수룩하게 따라하는 나유타, 그리고 다시 손을 잡고 신사의 계단에 올라가는 두 사람.
아직 축제는 시작하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부지런히 움직이며 일상의 피로를 잊고, 하나되어 행사를 준비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둘은 신당을 향해, 가장자리 돌길을 밟으며 앞으로 함께 나아간다.
각자의 소원을 마음에 꼭 쥔채로.
그리고 죄를 씻고자 테즈미야에서 손을 씻고 입을 적신다.
다시금 앞으로 천천히 나아가는 두 사람.
배전 앞에서 인사를 두번하고, 마음에 소중히 간직한 소원을 꺼낼 차례다.
“자자, 신님에게 참배하기 전에, 소원은 준비 됐지?”
새전함에 동전을 넣으려는 찰나, 확인차 질문하는 덴지.
”응, 덴지도 준비했어?“
손을 다소곳이 합장 자세로 모은 나유타가 덴지를 바라보며 묻는다
“비~밀! 절대 안알려줄거라고, 엄청 쩌는 소원이니까. 들으면 놀랄걸?”
“치사하다 덴지. 나도 알려주지 않을거다.”
무표정한 얼굴에 혀를 내민 나유타는 더 이상 악마가 아닌, 그저 인간소녀의 모습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땡그랑, 세전함에 동전이 들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종에 달린 밧줄을 함께 잡고 흔든다.
종소리와 더불어 멀리서 후우링의 소리와 쓰르라미, 풀벌레 소리가 한데 어우러져 현재의 추억을 제작한다.
다시 둘은 손을 잡고, 왔던길로 되돌아간다.
마츠리를 즐기기 전에, 그리고 아사와의 약속시간 전에 간단히 저녁을 먹을 속셈이다.
여섯시 십 오분, 그림자는 더욱 길어져 둘의 형상을 나타낸다.
나란히 걸으며, 인간의 형상을 띄고 있는 둘의 그림자는 더 이상 악마의 심장을 가진 인간도, 악마 그 자체도 아닌 그저 행복을 위해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의 형상이였다.
- dc official App
본문 상단에 1 2편도 링크로 달아주면 읽을때 더 좋을거같애
추가했습니다. 피드백 감사합니다. 입학편도 한번 읽어보시길 추천드려요 - dc App
이야기 더있나요..?
없어도 만들어오세요오...
내일 출근이라..; 빨리 자야됨... 그나마 시간 조금 내서 씀 - dc App
기다리고 있을게요
다음편 내놔!!!갈!!!!!!
덴버지.. - dc App
이 글 작화가 신카이 마코토급이다 보인다 보여
자극적인 전개가 아니더라도 유유자적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만으로도 술술 읽히는 점이 좋다. 체인소맨 세계관이 워낙 위험한 동네라 저런 평화가 얼마나 갈지도 모르지만 지금 당장은 온전히 이 평화만을 누린단 느낌이라 막 나긋나긋해지네
캬.......기모띠이이이이이이이ㅣ이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