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햇살을 머금고 옅은 자몽색을 뽐내던 구름은 밤의 색이 덧입혀져 검푸른색이 되어 간다.
나무의 매미소리는 잦아들고, 들판의 풀벌레 소리만이 주변에서 들릴 무렵, 덴지와 나유타는 식사를 마친 후 다시 신사로 향한다.
하나, 둘 조명이 켜지는 축제의 현장은 어느덧 사람들이 모이며 마치 살아있다는 듯 생명이 불어넣어졌다.
온기일까 열기일까, 타코야키 냄새, 본전에서 피어오르는 향의 내음, 옅어진 습도를 머금은 진한 풀향기가 따스하게 사람들을 감싸며 은은하게 피어오른다.
신사 입구 도리이에서 덴지는 나유타와 눈높이를 맞추며 머리를 묶어준다.
이내, 크로스백에서 무언가를 꺼내 보여주는 덴지.
“짠, 오늘은 사진기도 빌려왔다구. 요시다가 꼬치꼬치 캐묻길래 꽤나 귀찮았지만... 이거로 추억도, 숙제 자료도 잔뜩 만들자구”
처음 만져보는 조그마한 카메라는 덴지에게 우동을 처음 먹던 그 날의 느낌과 비슷했으리라.
“이거... 어떻게 하는거지... 이렇게인가..?”
이리저리 버튼을 눌러보던 중, 플래쉬가 터지며 사진이 찍힌다.
“덴지는 바보다. 내가 해볼게”
“으..응”
카메라를 받은 나유타는 덴지를 향해 응사하며 셔터를 누른다.
어색하게 브이를 하고, 머쓱한 표정을 지은 덴지의 표정.
공안증을 제외한 자기 자신의 사진은 언제 남겨보았을까, 한편으로는 기쁘기도 하지만 생각이 많아지는 덴지였다.
“덴지! 여기있었구나, 조금 늦었지”
덴지가 뒤를 돌자, 그곳엔 곱게 화장을 하고 단정한 머리장식, 맵시가 제법 깃들어 유려한 느낌의 하얀 배경의 붉은 꽃무늬 기모노를 입은 아사가 있었다.
“헤~ 괜찮아. 우리도 저녁먹고 방금 다시 올라왔어.“
허리춤에 손을 올리고 당당한 표정으로 아사를 마주하는 덴지, 그런 모습을 정면으로 맞아들이기 힘든 아사는 밤의 어둠속에 그녀의 발그스름해진 얼굴을 애써 감추려 노력한다.
그녀의 감정을 공유 한 탓일까, 내면에 존재하는 요루 역시 약간의 홍조와 함께 몸이 굳는다.
“덴지가 우리의 것이 된게 아니라, 마치 우리가 덴지의 것이 된거 같다. 아사, 여기서 밀리면 안된다.“
두려움의 감정일까, 흥분의 감정일까... 당황과 의문의 표정을 지은 요루는 달이 몇번 바뀌는 동안 이 감정이 익숙해지지 않는다.
그 모습을 지긋이 바라보는 나유타.
“멍멍”
나유타는 아사를 가리키며 조곤조곤 외치고 천천히 그녀를 향해 걸어간다.
“킁킁... 덴지. 이 사람, 특이한 냄새가 난다.”
이리저리 코를 찡긋대는 나유타의 모습은 마치 호기심이 발동한 강아지나 고양이를 닮은 모습이였다.
“나유타 안돼! 무례하게 무슨짓이야. 그러는거 아니야.“
다급하게 제지하는 덴지와 당황한듯한 표정의 아사.
“나 향수도 뿌리고 왔는데, 어디가 냄새가 나는거야?!”
아직 감정 표현이 서툴고 여린 소녀에 불과한 그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이리저리 냄새를 확인하고 있다.
“화약, 쇠, 타는냄새...”
요루 역시, 그런 나유타를 보고 당황하기에 마찬가지였다.
요루 역시 익숙한듯한 냄새를 맡았으나, 모난 기둥에 등을 맡기는 느낌처럼 신경쓰이고 찜찜한 느낌을 간직하더라도 괜히 먼저 나서서 곤란한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다.
하지만 긴장되는 상황도 잠시, 나유타는 말 없이 아사를 안는다.
마치 덴지가 자신을 안아주듯이, 시원해진 밤공기를 덮을 만큼 나유타의 체온이 아사를 감싼다.
“이 냄새 좋아.”
덴지도, 아사도, 그리고 내면의 요루도 모두 한숨을 길게 늘여놓으며 정적과 함께 인파소리, 풀벌레 소리, 음악소리가 배경음처럼 잠잠히 들려온다.
상황은 일단락 되고, 어색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덴지는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사진을 찍어 달라 요청한다.
나유타를 가운데에 세우고, 덴지는 아사의 떨리는 손을 덥죽 잡으며 웃음을 짓는다.
그 모습을 보며, 차마 눈을 마주치지는 못하는지 고개를 떨구고 나유타만 지긋이 바라보는 아사는 마냥 이 장면이 나쁘지만은 않다.
다 같이 브이자를 앞으로 뻗으며, 어린 밤중의 플래쉬는 각자의 어색함과 긴장을 모두 빨아들인 채, 섬광을 내뿜고 증발한다.
“자 자 다들 준비 되었으려나? 오늘은 생각없이 마구 즐기는거야..! 사진도 마음껏, 간식도 마음껏, 그리고 체인소맨 스피드 퀴즈에도 참가하고, 다 같이 불꽃놀이도 보는거야”
덴지는 신이 난 목소리로 한껏 흥을 돋우며 모두에게 발표한다.
“하지만, 동생의 숙제는...? 그거부터 하고 즐겨야지..!”
훈계를 하는 아사, 이윽고 요루의 반박이 이어진다.
“재미없는 여자같으니, 꼭 이런말을 해야겠느냐. 답답하다. 내가 직접 네 녀석의 몸을 가져와야겠다.”
가소롭다는 듯이 웃으며 아사의 어깨에 손을 올리려 하는 찰나, 아사가 제지하며 조금 화를 낸다.
“싫어, 오늘은 내 모습 그대로 할거야..! 요루에게 이 행복을 넘겨 줄 순 없어“
단호한 아사의 모습, 그리고 약간 불만족스러운 요루의 표정
그리고 덴지가 아사의 어깨에 살포시 손을 올리며 말한다.
”숙제라면 괜찮다구, 그림일기를 좀 더 예쁘게 쓰고싶은 것 뿐이니까. 어차피 데이트기도 하잖아..? 하고 싶은대로 하면 되는거야“
덴지의 말에 얌전히 수긍하는 아사.
그리고 한걸음 한걸음, 세 사람의 발자국은 도리이를 넘어 축제의 장으로 들어선다.
어두컴컴하고 소소한 입구를 지나, 한결 화려하고 밝아진 중심부가 대비되며, 조명에 반사된 각자의 눈빛은 이슬이 깃든 것 같이 맑고 투명하다.
“덴지, 당고가 먹고싶다.”
나유타가 한 가게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덴지의 옷자락을 잡아끈다.
아무리 악마라도, 이전에 무시무시한 존재였더라도, 현재는 결국 가슴속에 동심을 지닌 어린아이에 불과했으리라.
당고를 손에 넣은 나유타는 포도송이같은 떡을 한알 한알 입에 넣어가며 맛을 음미한다.
두 사람은 나유타를 보며 가슴속에 올라오는 따듯한 무언가를 품은 채, 서로를 보며 머쓱한 미소를 보인 다음, 손을잡고, 이내 나유타가 가리키는 곳으로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금붕어 낚시에서 뜰채가 찢어져 고전하는 덴지, 아직 물고기가 낯설어 지긋이 바라보며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구경만 하는 나유타, 아사와 요루가 번갈아가며 부드럽고 거친 손짓을 반복하며 분위기는 한껏 고조된다.
결국 한마리도 못잡았지만, 그게 무슨상관일까, 아사도 덴지도... 요루도 나유타도 이 시간이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모두 드는 밤이다.
밤은 깊어지고, 조명은 밝아지며, 달 역시 하늘에서 어슴푸레한 검푸른색의 하늘을 밝힌다.
풀벌레 소리와 축제의 소리가 대비되며 모두가 한가로이 이 상황을 즐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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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량조절 실패.... 좀 더 쓸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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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문학 개추
와 ㅅㅂ 얼른 다음편 시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