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전, 음악을 틀어주세요
수업이 한창 진행중인 교실, 청록색의 칠판에는 교육용 그림자료가 붙어있고, 그 밑에는 분필로 하얗게 그어놓은 공란을 의미하는 직선이 그여있다.
나유타를 포함한, 또래의 아이들 네명이 조그마한 고사리 손으로 어색한 분필소리를 내며 각자 답을 적고 있다.
문을 나타내는 그림에 ‘门‘ (門의 중국식 간체자)을 적는 나유타와, 아직 한자를 모르는 아이들은 히라가나로 각자의 단어를 적어낸다.
난처하게 웃는 선생님과, 웅성이며 신기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다른 친구들의 시선이 느껴지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자리로 돌아가는 나유타와 학생들.
순수한 빛을 가득 머금은 쿠리코의 낯면은 옆자리에 앉은 나유타를 향해 가까이 붙는다.
“나유타 대단해..! 아직 히라가나만 다들 배우고 있는데... 그럼 어려운 다른 한자도 알고 있는거야..? 도서관에 있는 책들고 모두 읽을 수 있겠다!“
어린아이의 때묻지 않은 칭찬과 존경은 나유타에게 덴지가 안아주며 격려해주던때와 비슷하게, 그녀의 가슴속에 잉크가 퍼지듯이 들어와 알 수 없는 자태를 자아낸다.
그런 모습을 보며, 응답하듯 말없이 브이를 쭉 뻗는 나유타
다시 수업에 집중하고 시간이 어느정도 흘렀을까, 1교시를 마치는 음악이 교실 구석의 스피커를 따라, 모두의 귀를 감미롭게 적셔준다.
쿠리코는 냐코마냥 기지개를 쭉 펴며, 평소 읽던 책을 꺼내고 나유타에게 이것저것 질문하려던 찰나, 저 멀리 다른 무리의 불쾌한 숙덕거림을 듣고 반응한다.
“재수 없어. 잘난체하기는...“
중얼거리는 긴 생머리의 블라우스를 입은 소녀와, 그녀를 중심으로
구석에 빙 둘러앉아있는 무리들은 나유타를 향해 불쾌한 시선을 보내며 일방적인 험담만을 늘여놓을 뿐이다.
아랑곳 하지않고, 나유타는 쿠리코의 책에 집중하지만, 이내 쿠리코를 바라보며 시선을따라, 그들과 눈이 마주친다.
불편한 표정을 지으며 애써 무시하려는 쿠리코와 건너편의 상대방을 악의없는 무표정으로 마음을 꿰뚫어 보듯, 바라보는 나유타.
알 수 없는 기류와 동시에, 긴장되는 감정에 종지부를 찍은 것은, 2교시를 고지하는 방송음이였다.
말이 없어진 쿠리코는 나유타에게 조용하게 쥐들이 찍찍거리듯이, 나유타의 귀를 빌리며 말한다.
”쟤네들... 약간 질이 나쁜 애들이라나봐... 특히 저 생머리... 이노우에 사키, 앞자리 남자애를 이지메하다가 선생님께 걸렸는데도 아빠가 여기 경찰서장이라 별 일 없었대...”
걱정스러운 목소리와, 우려섞인 시선이 한데 모여 나유타에게 전달하는 쿠리코는 다음 쉬는시간에 무슨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수업에도 집중하지 못한 채, 책만 바로보고 있을 뿐이다.
쿠리코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수업시간 발표도 열심히 하고, 책에도 필기를 해가며 덴지의 조언을 충실히 수행한다.
수업이 끝나고, 방송음이 울린다. 쿠리코가 바라지 않던 쉬는시간이 성큼성큼 다가오며, 기다렸다는 듯이 네 명의 소녀가 성큼성큼 쿠리코와 나유타의 자리로 다가온다.
”어디서 이상한 냄새가 나나 했더니, 아빠없는 가난뱅이랑 잡종 중국인이잖아?“
도저히 초등학교 1학년생의 입에서 튀어 나올 것 같지 않은 말과, 뱀과 같은 눈빛으로 그림자진 창가의 둘을 째려보는 사키는 코를 막는 시늉을 하며 도발을 한다.
킥킥대는 무리의 웃음소리와, 쿠리코의 안절부절함이 한데 뒤섞여 불안함과 혼돈, 그리고 경멸이 공기를 타고 마구잡이로 섞인다.
”이..이노우에, 말이 좀 심한..거 아냐?“
두려움속에서 용기를 쥐어짜듯이, 일어나 그들을 똑바로 쳐다보며 허공에 한 가닥의 외침을 날리는 쿠리코.
하지만 이내, 코웃음을 치는 이노우에의 손찌검에 당황하고 어버버하며 의자에 주저앉는다.
“아빠가 없어서 그런가..? 아니지... 뺨이 얼얼한 기분은 어때...? 너희 엄마, 아빠가 폭력을 휘둘러서 널 데리고 도망친거라며?”
툭 치면 쏟아질 것 같은 쿠리코의 눈망울.
그녀를 아프게 만드는 요소는 타인에 의해 발갛게 달아오른 뺨이 아니라, 비수처럼 꽂힌 날카로운 문장에 찔린 이유 때문이라.
아이들은 순수하다고 했던가, 그렇지만 순수한 선이 있다면 순수한 악이 있다는 것은 늘 사람들이 간과한다.
아직 가을임에도 교실의 공기가 싸늘하게 얼어붙는 기분과 동시에, 반의 구성원들은 모두 그런 사키와 쿠리코를 향해 시선이 몰린다.
쿠리코가 주저앉아 벌벌 떠는 모습을 목격한 나유타는 조용히 일어서서 쿠리코의 앞에서서 그녀를 지키려는 듯이 팔을 벌리고 막이선다.
“잡종, 재수없게 굴지말고 조용히 있으란 말이야. 표정관리 안해..?”
마치 상대가 자기의 아래에 있다는 마냥 손짓을 하며 경멸의 눈빛으로 쳐다보는 사키.
그런 사키를 특유의 노란색 파동이 가득한 눈으로 정면으로 쳐다보는 나유타.
“덴지가 그랬어. 친구를 괴롭히는 행동은 나쁜짓이라고.”
평소와 같이 나즈막히 입을 여는 나유타지만, 어딘가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키는 사키가 더 크지만, 악행을 지적당한 탓일까, 짓눌린 기분때문에 자신이 더 작아보이는 감정을 부정하고 싶은지, 더 큰 소리로 그녀에게 쏘아 붙인다.
“똑바로 쳐다보지 말란말이야! 불쾌해 죽겠으니까. 덴지가 누군데..? 그딴녀석 알게 뭐야!”
손을 들어, 자기분에 못이겨 나유타의 뺨을 때리려던 사키는 팔을 휘두르는 찰나 나유타에게 잡히며 제지당한다.
그리고 당황한 그녀의 팔을 내려놓은 나유타는 조용히 손가락으로 비난하듯이 사키를 가리키며 새소리를 흉내낸다.
“짹짹”
창가 밖, 화단의 나무에 앉아있던 박새와 참새, 비둘기 무리들은 갑자기 비상하더니 나유타의 뒷배경에 펼쳐져있던 창문을 향해 일제히 돌진하기 시작한다.
수십, 아니 어쩌면 수백마리의 새들이 조그마한 교실의 창문이라는 결계를 뚫지 못하고 머리를 박으며 우수수 추락하기 시작한다.
어린아이들의 스티커와 선생님이 붙인 그림들로 장식된 동심이 가득한 유리창은 피로 물들며, 충격에 의해 금이가기도 하지만, 덜컹거리며 진동하고, 새들의 돌진으로 인한 기괴한 아수라장은 아이들에게 공포심을 주기 충분했다.
“너는 나빠. 나쁜사람은 벌을 받아야해. 책에서 그랬어”
마치, 어렴풋한 기억이 스치는지 누군가처럼 고개를 살짝 숙이며 눈동자만은 사키를 향하는 나유타의 모습은, 그녀를 주저앉히고 무리들을 도망가게 하는데 충분했다.
이윽고 새들의 기괴하고 광기어린 돌진은 멈추고, 수업을 알려주는 방송음과 함께 교실문을 열고 들어오는 선생님의 표정은 말그대로 가관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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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스토리도 좋았는데 이건 더 재밌네ㄷㄷ
뒤의 내용을 위한 발판이라... - dc App
새들이 열린 창문 통해 들어와서 부리로 이노우에 사키 머리 콕콕 쪼는 거 정도로 예상했는데 창문을 피로 물들여버리네
마키마는 덩치가 크고 힘이 센 까마귀를 중심으로 다루었지만, 아직 어린아이에 불과한 나유타를 어떻게 대비시키는게 좋을까했어요. 작은새들은 유리창을 뚫기에 그렇게 강하진 못하니까, 그치만 그걸로 등장인물들에게 공포를 각인시키는 효과가 더 클거라고 생각했어요 - dc App
와 이개 문학이지 시발 - dc App
동네힘쎈악마
(전) 세계구급 힘쎈악마 - dc App
연출력 진짜 좋네... 그냥 잔잔한 일상물이구나 하다가도 마지막 장면 때문에 확실히 체인소맨 팬픽 맞구나 싶게 됨 ㅋㅋㅋ
감사합니다... 등장인물 이해도나 연출 및 비유 실력도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칭찬이 도움이 되고 있으요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