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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악마”
다리에 신경을 자른듯이 힘이풀려 주저앉은 사키는 떨리는 목소리로 작게 외친다.
“악마는 나쁜짓을 해, 나쁜짓을 하는 건 너야. 악마는 너야.”
손톱에 봉숭아물을 들인거마냥, 금이가고 붉게 물든 창문과 경계밖의 창틀에 추락하고 목이 뒤틀린 새들의 시체를 배경으로, 압도하는 표정으로 아래를 내다보는 나유타가 대미를 장식한다.
다시한번 사키를 향해 입을 열려던 그 순간, 쿠리코가 뒤에서 나유타를 끌어안으며 소리친다.
“나유타 안돼...!”
고개를 살짝 돌려 소름끼치는 분위기로 쿠리코를 바라보는 나유타지만, 용기를 지닌 그녀의 체온을 느끼고는 사키를 가리키던 손을 내려놓는다.
마침내,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자리에 앉아 교과서를 꺼내고 차분하게 수업준비를 하던 나유타의 모습이지만, 붉게물든 끔찍한 색으로 덧입혀진 창문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증명해주고 있었다.
상황이 쿠리코에 의해 진정되자, 하나 선생은 재빨리 교탁에 있는 수화기에 사시나무떨듯이 손을 뻗어 전화를 건다.
“겨...경찰.. 아니.. 공안이라도 빨리 불러주세요...! 4동초등학교...”
“아아... 훅... 교내에서 악마가 출현하였으니, 선생님들은 대피를 돕고, 학생여러분은 신속히 탈출해주시기 바랍니다.”
하나선생의 다급한 목소리와, 교내방송의 소리가 시끄럽게 교차하며 학교의 수업은 조기종료 된다.
사키는 걷는법을 잊어버렸는지 눈물을 흘리며 주저앉은채로, 다리사이의 옷감이 진한색으로 물들어가며 주위에 웅덩이가 진 모습은, 추하기 그지없었다.
책걸상에 얌전히 앉아, 선생님을 지긋이 바라보는 나유타의 모습을 보고 하나 선생은 비명이 목까지 차오르지만, 아비규환이 된 교실을 어떻게든 책임지고 정리하기 위해, 사키를 포함한 학생들을 먼저 내보낸다.
교실에 남은 나유타, 쿠리코, 하나 선생사이에 조용한 정적만이 흐른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이윽고 사이렌소리와 어른들의 웅성거리는 소리, 사진기의 플래쉬가 터지는 소리가 교실 주위를 감싼다.
정적을 깨고 교실안에 등장한 두명의 공안복을 입은 사람과 4동 경찰서장 이노우에의 아버지가 들어오며 하나 선생과 이야기를 나눈다.
분노한 표정의 이노우에 서장, 그리고 낯익은 얼굴의 공안복을 입은 두 사람이 어른들의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내 딸이 다칠뻔했는데, 그렇게 태평하게 있기요?! 당신들... 내가 누군지는 아는거야?! 내 딸, 털끝하나만이라도 다쳐봐... 같은 나랏밥 먹으면 일을 똑바로 하라고!“
“시끄럽군... 당신 일이나 잘 해. 자기 딸이 이지메 가해자로 신고되어도, 자기선에서 묵살한 주제에 말이 많군. 코베니, 기록남겨“
“뭐요... 당신 말 다했어..?! 이런 개같은..”
“사..사건조사 하겠습니다!”
멧돼지같이 흥분하며 소리치는 풍채가 제법 있는 경찰서장과, 의외로 담담한 표정의 익숙한 얼굴 둘이 대비되며 긴장을 한껏 고조시킨다.
키가 큰 입이 찢어진 흉터의 사내는 천천히 구두를 나무바닥과 부딪혀 소리를 내며 조용히 나유타에게 걸어간다.
살포시 나유타의 머리에 손을 얹는 키시베.
“안녕, 키시베 아저씨”
조용히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나유타.
“덴지가... 이런것 까진 알려주지 않았나보군.“
그런 모습을 보고 놀란 표정의 코베니는 무채색의 표정을 띄고있는 두 사람의 얼굴을 번갈아가며 믿기지 않는듯이 허공에 대고 묻는다.
”덴지군이라면...“
”그래, 네가 알고있는 그 덴지가 맞다. 이 꼬마 녀석은 마키마의 환생이다.“
키시베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눈물이 찔끔나오며 경악하고 이전처럼 두려움에 젖은 표정을 짓는 히가시야마 코베니의 모습이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하고있다.
“덴지에게 맡겨져 잘 크고 있는줄 알았더니... 결국 사고를 쳤군”
아수라장 교실의 한복판에서 복잡하고 착잡한 표정을 짓고 한숨을 쉬며 위스키를 연거푸 마시는 키시베는 말 없이 나유타를 쓰다듬으며 그녀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이를 목격한 이노우에 서장은 기회를 놓칠세라 키시베를 향해 다시금 불같이 큰 소리를 치기 시작한다.
”당신, 그 악마랑 아는사이야..? 공안의 데블헌터가 이런짓을 했다는걸 알게되면...“
상대방의 말을 깔끔하게 재단하며, 자신의 말을 누더기 처럼 재봉하는 키시베.
”닥쳐... 그렇게 되면 나도 하나 묻지, 당신도 옷벗을 준비가 되었나? 온갖 부조리로 떡칠을 한듯 한데...“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다고 했던가, 두 중년남성 사이에서 버티지 못한 코베니는 어떻게든 화제를 돌리기 위해, 겨우 겨우 말을 꺼낸다.
“키시베 대장님... 데...덴지군에게 연락을 해보는게 좋..지 않을까요..?”
“불러라. 이야기 할게 제법 있다.”
그리고, 마침표를 찍듯이 이노우에 서장에게 마지막으로 말을 던지는 키시베.
“당신, 검찰이 어디소속인지 잘 생각해보는게 좋을거야. 같은 지붕 밑에서 사는 식구들을 불러오고 싶다면, 얌전히 있게. 괜히 실적이나 올려주지 말라고.“
어른들로 가득찬 가을의 아이들이 있어야 할 교실은, 싸늘하면서도 분노로 가득한 열기가 찰 뿐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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