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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동이 나오자, 옆에 다소곳이 앉아있는 붉은머리 숙녀는 일말의 신경조차 쓰지 않은 채, 젓가락을 집어 허겁지겁 면을 들이키기 시작한다.

걸신들린마냥 게걸스럽게 먹는 덴지의 모습이 추잡해 보이지만, 붉은머리의 숙녀는 턱을 괴고 한참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덴지군, 체하겠다. 내가 먹여줘도 될까...?“

우동의 면이 반 정도 비워갈때 쯤, 다시 으르렁 거릴까 조심스럽게 덴지에게 묻는 마키마.

“저도 밥정도는 스스로 먹을 줄 알아요. 부담스럽게 쳐다보지 말아줬으면 하네요...”

중얼거리며 입속에 비친 상어이빨과, 노려보는 삶에 찌들은 눈빛이 동심원의 파동을 이루고 있는 금빛 눈동자를 타격한다.

자기도 지친 탓일까 무표정으로 일관하며 그의 난잡한 식사를 목격한 후, 피곤한 덴지를 부축하며 자동차의 뒷자석으로 향한다.

“미처 그런 상황속에서 너를 신경써주지 못해서 미안해. 아직, 이 나라의 전산과 정보망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그런 네게 도움이 되지 못했던 탓일거야.”

솔직함과 상냥함이 담긴 그녀의 문장에 조금은 풀어진걸까, 졸린눈으로 마키마의 움직이는 입술을 빤히 쳐다보는 덴지는 그저 고개를 끄덕일뿐이다.

“얘, 네 친구 포치타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해. 지금은 피곤할테니, 목적지에 도착해서 서류를 작성할 동안 말해주지 않으련..?”

미소짓는 그녀의 모습, 그리고 포치타를 언급하자 눈빛이 한 껏 풀리는 덴지는 이에 응한다.

“네...”

태양이 하늘 꼭대기로 솟은 시간 즈음, 차에서 내린 덴지의 눈에는 숲과 낡은 콘크리트가 부식된 저층건물들이 아닌, 도쿄의 고층 마천루가 눈앞에 펼쳐지자 입을 다물지 못한다.

“마음에 들어..? 덴지군? 자, 이쪽이야.”

거대하고 정갈한, 그리고 규율이 바로잡힌듯한 실내는 자유분방하며 쿰쿰하고 낡은 오래된 건물에 익숙했던 덴지를 압도하기엔 충분했다.

어둡고 오래 되었지만, 상당히 관리가 잘 되어있는 나무로 된 복도를 지나, 주위를 둘러보며 마키마를 따라 천천히 취조실로 향한다.

“도쿄에는 민간도 포함해 데빌헌터가 천명이나 있지. 그 중 공안은 휴가도 많고 복리후생도 좋다고.”

이런저런 차분한 설명을 듣는 덴지지만, 그런것엔 관심이 없고 경찰본부에 끌려온 중범죄자마냥 고개를 푹 숙이면서도 신기한 광경에 지나가는 직원들과 사무실들을 살펴본다.

어느덧 따듯했던 기다란 복도를 마키마와 수행원을 따라 걸어가자, 그 종말에는 철로 짜인듯한 차가운 문 하나가 있었다.

“들어와 덴지군, 이 방에는 너와 나 둘 밖에 없을거야.”

문을열고 생긋 미소를 지으며, 상대방의 손가락을 맞대더니 그대로 깍지를 끼고 안으로 잡아끄는 붉은머리의 숙녀는 그 누구보다 당돌한 소녀다웠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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