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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바라기가 가장 키가 커다란 여름의 절정이 몰아치는 어느 날, 도시의 구석에서 웅크리고 있는 신사는 한창 마츠리로 인파가 몰려 시끌시끌하다.

도리이를 따라 나있는 돌길 위엔, 은은하게 피어오르는 조명을 품고 신사의 축제분위기를 한껏 북돋는 연등들이 선선한 황혼의 바람에 흔들리고 있을 뿐이였다.

그 분위기와 사그라드는 열기에 섞여 축제의 이모저모를 통해데이트를 즐기는 둘의 감정과 애틋함도 한껏 고조된다.

“덴지...! 이것도! 저것도!”

찰그랑거리는 소리를 내는 고리던지기, 모두가 청춘의 낭만으로 한번쯤 꿈 꾸었을 금붕어 낚시, 그리고 그러한 재미를 한껏 돋구어 줄 맛있는 음식까지 모두 덴지와 레제, 둘만을 위한 행복한 나날같이 그들의 모든 감각을 끌어 올렸다.

별은 하늘에 매달리고 도시의 불빛은 땅에 가라앉은 시간.

신사에서 제법 떨어진 언덕을 배경으로 불꽃놀이를 보며 서로의 고조된 감정을 풀어 헤치기 위해 나즈막히 같은방향을 멀리 바라보며 축제의 대미를 장식하고자 한다.

“이 장소는 카페의 마스터가 가르쳐줬어. 불꽃놀이가 제일 잘 보이는데 아무도 안오는 비밀장소래.”

느긋한 표정으로 난간에 고개를 기대어 능청스럽게 대답하는 덴지의 표정이 마냥 행복하기만 하다.

“생각 좀 해봤는데, 역시 지금 덴지군의 상황은 이상해.”

포근한 숨결과 명확히 대비되는 소녀의 한숨이 밤공기를 타고 분위
기를 차갑게 식혀가고 있었다.

순진한 표정의 소년을 향해 싱그러운 소녀는 이런저런 이유와 설득을 하며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는 표정으로 옷자락을 잡아 당긴다.

“일을 그만두고, 나랑 같이 도망치지 않을래...?”

레제의 진심어린 눈빛이 덴지를 향한다.

“내가 덴지 군을 행복하게 해줄게. 평생 지켜줄게. 부탁이야.”

폭죽이 터지는 걸 보러왔더니, 덴지의 머릿속만 잔뜩 뒤엉켜서 터지는 상황이 온 듯 하다.

결론을 내릴까 생각하던 덴지는 레제를 향한 연심이 마음 속 깊이 기저에 짙게 깔려 있는지, 쉽사리 갈피를 잡지 못하고 그녀의 손에 이끌려 선택을 위임할까, 의지따윈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생각이 들었다.

“덴지군...?”

그녀에게 손을 뻗으려던 찰나, 뒤죽박죽한 머릿속으로부터 맑게 환청처럼 들리는 낯익은 붉은머리 숙녀의 목소리가 조용한 수영장의 물방울 소리처럼 퍼져나가듯이 울렸다.

곧 매혹에서 해방이 된 듯, 덴지는 다시금 가볍고 맑은 마음으로 현재의 둥료들과 평범한 삶을 지키기 위해, 더불어 첫사랑의 감정도 같이 끌어안고 싶은 앳되고 욕심많지만 어리석은 사춘기 소년의 목소리가 레제를 향해 올곧게 퍼져나간다.

“최근에 일하는걸 인정받기 시작해서 감시가 없어도 멀리 나갈 수 있게 되었고...“

입술을 꽉 물고, 파르르 떠는 소년은 이내 증상이 주먹까지 전이되는지 땀으로 가득 찬 주먹을 차마 펴지 못하고 있었다.

다시 호흡을 이어붙이며 이야기를 이어가는 덴지.

“개같은 성격의 버디도 어떻게 다뤄야 할지 알게 됐어, 그리고
마음에 진~~짜 안 드는 선배 하고도 드디어 친해지기 시작했거든...
부담스러워 도망치고 싶지만, 나에게 잘해주는 상사를 보면 요즘 즐거워지기 시작했다니까....”

쏟아내듯이 털어놓는 소년의 솔직한 마음이 겨우 마침표를 여러개 찍으며 매듭짓는듯 보였으나, 아직 할 말이 남아있는지 호흡을 가다듬고 마지막의 문장을 이어 붙인다.

“여기서 일을 계속하면서, 레제랑 만나는건 안될까...?”

욕심많은 소년의 마지막 한마디가 소녀를 한숨짓게 만들었으리.

“그렇구나, 알았어.“

소녀의 싱그러운 목소리가 겨울을 접한듯, 사그러들고 시들해지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덴지의 표정을 뒤로 한 채 불꽃놀이가 시작된다.

배경의 빛을 따라, 조용하고 포근하게 입을 맞추는 두 사람의 실루엣이 언덕 위를 로맨틱하게 장식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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