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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덴지, 마키마씨에게 감사하다고 말씀드려. 상사에게 최소한의 예의야.”

소련의 스파이건과 말괄량이 파워의 혼절로 인한 하야카와가의 구성원들의 유급 연차기간이 종료되었다.

공안의 대문을 열며, 꽁지머리의 늠름하고 어른스런 청년은 앳된 노란머리 소년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걱정스런 미소를 지은 채 진심어린 조언을 건넨다.

“어-이, 내가 알아서 한다니까 아키... ”

귀찮은듯이 대답하는 덴지의 눈빛엔, 형용 할 수 없는 감정들이 울긋불긋 솟아나는 느낌과 함께 자신도 모르는 걱정이 욕조 안의 배스밤마냥, 이리저리 머릿속에 녹아들어 몸속의 혈류를 느끼게 해준다.

멍하니 엘레베이터 안의 세 사람, 힘이빠진 파워와 착잡한 표정의 아키는 덴지에게 인사를 건네며, 4층에 먼저 내리고는 문이 닫히는 순간까지 덴지를 쳐다 볼 뿐이다.

이윽고, 6층을 나타내는 소리와 함께 관공서의 낡은 엘레베이터는 소년의 마음을 대변하는지 덜컹거리고 쇳소리를 내며 천천히 문이 열린다.

소년의 눈 앞에 펼쳐진 일상적인 복도, 그러나 그 일상이 당췌 어디로 숨어버렸는지, 숨이 막히는 듯한 분위기와 더 깊고 어두운듯한 시각적인 연출은 덴지의 마음을 한층 더 무겁게 만든다.

꽤나, 오래 걸은듯한 덴지의 발걸음은 처음 공안의 취조실로 향할 때 보다 더욱 많은 소리를 내며, 나무바닥 하나하나가 삐걱거리는 소리를 낼때마다, 그 가시들이 덴지에게 박히는 듯한 감정을 계속적으로 부여한다.

그녀의 사무실 앞까지 도달하며 생각하기를, 자기를 위해 뛰어오고 구해주었지만 자신의 첫사랑에 대한 배반과 동시에, 아직까지 미련이 남아있는지 멍한 표정을 짓고선 문을 열고 햇살이 내리쬐는 창문을 배경으로 한 그녀를 마주한다.

“마...마키마씨, 울고 있는거에요..?”

담배냄새와 기묘한 알코올냄새가 잔뜩 풍기는 동시에, 야릇한 후각의 자극이 긴장을 한층 풀어주고, 비참하게 눈물흘리는 여성의 모습을 비추며 뭔지모를 퇴폐감마저 부여한다.



복수를 해도 속이 시원치 않아, 결국 이렇게 해봐야 나를 바라봐주는걸까, 그와 공감하고 싶고, 대등해지고 싶고, 교감하고 싶어.

남자는 인정에 미치고, 여자는 사랑에 미친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어 본 적이 있다.

그를 사랑하게 된 나는, 인간의 도덕으로 용납하기 힘든 행위들을 자행하며, 광기에 휩싸인듯한 모습을 그에게 보여주진 않았을지, 행여나 충격적인 장면의 노출과 실망감만 그득하진 않았을지 노심초사한다.

정신이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

알코올과 니코틴은 더 이상 아무런 효과도 없는 채, 나는 더 이상 복수가 아닌, 순수하게 그에게 다가가고 손을 잡고, 귀를 만지며 체온을 느끼다가 서로 알아가고 싶을 뿐이다.

상심과 슬픔이 가득한 눈물이 하염없이 쏟아지며 

내 눈앞을 흐리게 하고

내 귀를 막아세우고

내 심장에 작은 충격들을 동시에 여러번 가하는 듯 하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낯익은 목소리가 웅얼웅얼 거리는 소리가 나즈막히 들려온다.

이제 그런건 상관 없으려나, 슬그머니 다리마저 힘이 풀리며 주저앉으려 하는 그 순간, 쏜살같이 달려온 누군가에게 안기며 죽어가던 눈빛은 순식간에 생명을 얻은듯이 활짝 열린다.

“마키마씨... 이제 됐어요...”

금이 간 도자기에 담긴 물시계마냥, 조금씩 새어나오던 나의 눈물은 어느새 나도모르게 소리를 내며 눈물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상대방의 등에 내 손을 올려두고, 갓난아이가 처음 쥐어보는 물체를 힘껏 끌어안고 당기듯이, 나 역시 그렇게 하며 오열했으리라.

“미안해... 미안해... 네가 날 외면해서... 날 싫어하게 되는게 무서워서 질투하고, 미쳐갔어.”

조용히 토닥거리는 그의 손길이, 등의 척추를 타고 평온하게 일정한 박자로 온 몸을 타고 흐른다.

“마키마씨, 무슨 마음이였는지 짐작은 돼요... 그리고 고마워요, 여차하면 객사 할 뻔했는데 말이죠...”

역시 넌 바보구나, 어떻게든 달래주려 아무말이나 던지는 듯 한 네 태도가 너무 순수해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모르겠네.

“저 바보같죠...? 헤헤.. 그런 바보를 좋아해줘서 감사해요.”

난 네 첫사랑도, 여동생 같은 그 바보같은 마인도 잔혹할만치 괴롭히고, 심지어는 네 심장을 뽑으려 고군분투 했는데, 왜 이런 나를 받아들이려는거야...?

눈물을 머금고 퉁퉁 부은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자, 그는 이내 시선을 피하며 이리저리 눈을 굴리고 홍조를 띄우는 모습이 보기만해도 사랑스러울 따름이다.

“마키마씨... 조금만 솔직했더라면 이렇게 울지 않아도 좋았을텐데... 전 바보라서 아무것도 모른단 말이죠...?”

그가 내 눈물을 손으로 훔치며 말한다.

“그게 무슨말이야...?”

“있지, 나는 눈치가 없어서 직접 들어오지 않는 이상 아-무것도 모르거든요...? 비록 많은 일이 있었지만 그러니까...”

왜인지는 모르겠다, 그의 넥타이를 꽉 부여잡고, 목줄을 익숙하게 잡아 당기듯이 그를 끌어당겨 나의 보드라운 입술을 그의 거친 입술에 부딪혔다.

“읍... 마..마키마씨..?”

한바탕 혀와 타액을 섞어대고, 창 밖의 햇살과 사무실의 야릇한 배경을 기묘한 분위기로 승화시킨 채,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는 내 모습이 용감하기만 하다.

“그러니까..?”

얼굴이 새빨개진 눈 앞의 소년은, 어느샌가 청년으로 수렴하며 부끄러움의 감정에 휩싸인 난해한 표정을 지을 뿐이다.

“그러니까... 음... 앞으로도 제 버디를 해주셨으면 해요...”

고개를 끄덕이는 나의 모습, 열린 창문의 바람으로 사무실의 문이 닫히며 시간은 영원히 멈추는 듯 하나, 시계바늘의 소리만큼은 분명하게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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