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렇게 되었다... 그래서 이전 처럼 네가... ” -
- “ 아니... 선생! 이러기에요? 오랜만에 만나서 한다는 말이 또 떠넘기기라고요..?” -
공안건물 근처의 중화요리 식당, 나이가 들어 노쇠해진 표정없는 중년의 키시베는 가장 아끼는 제자와 함께 식사를 하며 무덤덤하게 앳된 소년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었다.
- “ 네 녀석이 계약했지 않았느냐. 마침 딱 타이밍이 되었을 뿐이다. ” -
중년의 남성 옆에는 나유타보다 어려보이는 앳된 꼬마숙녀가 어색한 젓가락질로 허겁지겁 음식을 먹고 있었고, 입가에 묻은 양념들은 그녀의 성장이 이직 완성되지 않았음을 나타내주었다.
- “ 아니, 그래도 하필 지금이라구요...? 제 발로 와준건 고맙지만, 나유타도 가만있지 않을거고, 그리고 돈도... ” -
그 말에 들썩이며,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하는 키시베는 사색이 된 얼굴을 짓는 덴지에게 젓가락으로 가리키며 달콤한 조건을 내건다.
- “ 덴지, 돈이 없다고 했나...? 그런거라면 내가 해결해 줄 수 있다. ” -
- “ 아니... 아키가 물려준 돈정도는.. 저도 공안때 벌어둔... ” -
- “ 하나, 이전에 마키마로부터 몰수한 재산의 절반을 떼 주지. 거기다 공안의 높으신 분들은 네놈이 누군지 안다. 월 15만엔씩 지원금을 요청해보겠다. ” -
침이 꼴깍 넘어가는 덴지, 그러나 어이가 없다는 듯이 한숨을 쉬곤 다시 입을 열려는 찰나, 키시베는 아랑곳 않고 말을 이어나간다.
- “ 둘, 네놈이 나유타 학비에 집중하는건 요시다를 통해 익히 들었다. 장학금 면목으로 어떻게든 지원해보지. ” -
- “ 어...? 어어..? ” -
- “ 셋, 마지막, 원한다면 네놈도 대학에 보내주지. 대학에 가든말든 공안의 일자리도 졸업후엔 보장해주지. - ”
- “ 그... 그렇다면 사무직으로... ” -
- “ 시끄럽다. 질문에 대답이나 해. ” -
마치 처음 만났을때 처럼, 손가락을 세개 들어올리곤, 하나씩 접으며 그가 남어갈만한 악마의 유혹을 차분히 건네는 그 모습엔, 나이를 허투루 먹지 않았다는 노련함이 담겨있었다.
- “ 그... 그렇지만... 알았어요... 하면 되잖아요 진짜... ” -
너무나도 달콤한 제의에, 마지못한 수락을 한 덴지는 심드렁한 표정을 하며 턱을 괴곤, 혼자 중얼거리며 건너편의 뿔 난 소녀를 바라보고 있다.
- “ 우아아...! 이 몸이 제일 좋아하는 마파가지다..! 다 먹어치워주마! ” -
게걸스레 마파가지를 먹어치우는 어린 소녀의 모습을 보곤, 과거에 감상에 젖은듯이 아련한 눈빛을 보내며, 자그맣게 미소짓고는 자신의 앞에 있는 요리를 덜어 그녀의 앞접시에 올려주었다.
- “ 이제는 채소도 잘먹네... ” -
- “ 이 몸은 가리는 것이 없노라! 채소도 고기도 생선도 몽땅 내꺼다. ” -
- “ 아가씨, 이름은...? ” -
- “ 내 이름은 파워코..! 하지만 모두 하나코라고 부르더군! 너도 하나코라 부르면 된다네! ” -
노란빛이 은은하게 맴돌고, 찰랑거리는 분홍색 머리칼을 나즈막히 흩날리며 얕게 솟아오른 뿔을 자랑하는 그녀는 덴지가 기억하던 그 모습의 정확한 어린시절의 형태였으리라.
- “ 아, 참고로 이녀석은 마인이 아니다. 나유타랑 똑같은 악마지. 하지만 뭐, 자기 능력도 모르고 쓸 줄도 모르는 여전한 바보일테지... ” -
하나코의 잔에 물을 채워주는 상냥함을 발휘하며, 눈 앞에 소년에게 단순하게 설명하는 중년의 남성은 이전처럼 언제나 따스함을 나타내고 있었다.
- “ 네에..? 뭐라구요...?! 아니 그걸 왜 이제 말해요! ” -
- “ 여튼, 이번에도 잘 부탁한다. 너라면 잘 해내리라 믿는다. ” -
한가로운 점심시간, 허겁지겁 음식을 들이키는 꼬마숙녀와 적막을 곁들인 엉뚱함을 내비치고 있는 청년과 중년의 대화가 어느덧 저물어가고 한숨만을 내쉬우며 꿍얼거리는 덴지는 착잡함만이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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