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에휴... 누굴 닮아서 저리 질투가 심한걸까... 들어와 하나코. ” -
혹시라도 떠나갈세랴, 덴지의 옷자락을 꼬옥 붙들고는 뒤에 달라붙어 조심조심 한걸음씩 방 안을 향해 내딛기 시작한다.
오래되고 조그마한 맨션의 촉감, 그리고 개와 고양이의 냄새, 어린이들에 좋아 할 법한 딸기향 샴푸냄새들이 한데 뒤섞여 덴지의 집에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주곤, 그것을 실어 나르며 하나코의 코 끝을 간지럽힌다.
또한, 적당히 분위기에 위축되어 눈치만 보던 개들도 초롱초롱한 시선을 새로운 식구에게 선보이며 평소와 다르게 덤벼들듯이 달려드는게 아닌, 천천히 걸어나와 하나코의 냄새를 잔뜩 맡아대며 머리를 비비기도 하고, 그녀의 옆에 앉기도 한다.
그중 당연 그녀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동물은 익숙하듯이 하나코의 다리에 얼굴을 비비는 냐코였으며, 하나코 그녀 역시 그런 냐코를 힘껏 들어 안으며, 어딘지 모를 익숙함을 한껏 느끼고 있었다.
하나코가 정신없이 동물들에 둘러싸여 인사를 나누고 있는 사이, 구석에 있는 테이블을 펴고 하나코를 앉히며, 세개의 잔을 준비하는 덴지는 냉장고의 보리차를 꺼내와 각각의 잔에 하나씩 따라준다.
- “ 덴지, 여기는 신기하구나. 너에게도, 이 고양이에게도 익숙하고 그리운 느낌이 든다. 그리고 또... ” -
수줍음을 타는걸까, 보기와는 다르게 겁이 많은걸까, 하나코는 말을 잘 하다가도 다음 문장을 말하려니 목소리가 말려들어가고, 그 음량은 점점 작아져 마침내 들리지 않게 되었다.
이전보다 적잖이 눈치가 늘은 덴지는, 말 없이 그런 하나코의 앞에 큼직한 단팥빵을 올리며, 나유타가 앉을 자리에도 역시 같은 것을 올려놓으며 얌전히 하나코의 머리를 부스스 쓰다듬었다.
- “ 착한 아이라면 얌전히 있어줘. 네 언니 될 사람이랑 이야기좀 나누고 올게. ” -
- “ 응! 이 몸은 착한아이니까, 이곳에서 백날 천날 기다릴 수 있다! ” -
힘찬 얼굴로 고개를 끄덕거리는 그녀의 얼굴은 여느 인간의 어린아이와 그것과 크게 디를게 없었고, 그런 그녀의 모습은 덴지가 나유타를 데려온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를 추억하게 만드는데 충분했다.
- “ 그렇지만... 하고 싶은 것이 있다... 해도 되겠느냐...? ” -
손을 다소곳이 모아, 자신이 하고싶은 말을 정중하게 묻는 그녀의 모습을 보곤, 마치 전생의 정반대의 행동을 하였던 누군가가 떠올려지듯이 흡족하게 미소를 짓고는 잠자코 이야기를 듣는다.
- “ 고양이도 강아지도 모두 쓰다듬고 싶다! 선생님이 이런건 꼭 허락을 받아야 했느니라! ” -
- “ 당연하지, 그래도 좋은걸, 대신 손은 꼭 씻고 만져야 된다. ” -
- “ 우와아아! 고맙다! 그럼 바로 손부터 씻겠다! ” -
덴지는 싱크대 앞에 자그마한 나무 의자를 가져다 두며, 이전에 나유타가 그리 하였듯이 키가 닿지 않는 조그마한 꼬마숙녀를 위해 물을 틀어주곤 화장실로 발걸음을 옮긴다.
굳게 잠긴 화장실의 문 앞에 서서 문을 두드리는 덴지, 그리고 안에서 훌쩍이는 소리만 나즈막히 흘러나오는 이 적막함은 그에게 죄책감과 미안함, 그리고 어색함을 머릿속에 맴돌게 만들고 있었다.
- “ 나... 나유타. 아깐 소리질러서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 -
문을 두드리며 덴지가 목소리를 던진 곳엔, 그친 울음소리 때문인지 적막만이 고요하게 들려왔다.
- “ ... ” -
- “ 그... 피치못할 어른의 사정이 있어서 말이야... 그래도 어린아이기도 하고 귀엽고 순하니까 금방 친해 질 수 있을거야! ” -
그 어른의 사정을 설명하려던 찰나, 가슴속의 응어리가 비참함을 싣고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기분을 느끼던 덴지는 황급히 말머리를 돌려 화장실을 향해 조용한 아우성을 지른다.
- “ 그 어른의 사정이라는게 뭔데... 돈이지...? 나는 다 알고 있다구... ” -
- “ 어..? 어어... 응... 그래도 그것뿐이 아니라...” -
정곡을 찔린듯, 한창동안 말을 못꺼내고 웅얼대는 덴지의 어수룩함에 연타를 가하듯이, 자신의 말을 조리있게 이어가는 나유타는 한껏 겉으로는 어른스러운듯 싶다가도, 내면은 역시 어린아이구나 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 “ 덴지, 내가 나중에 크면 다 해줄거라고 했잖아. 공부도 열심히 하고, 대학도 졸업해서 멋진 사람이 되기로 약속 했잖아... 학비같은 것도 장학금 받으면 되니까, 이런 고생 안했으면 좋겠어. ” -
- “ 나유타... 일단 나와서 이야기 하자... 응? 자세한건 내가 다 이야기 해줄게 ” -
다급한 덴지와 철벽같이 수비하는 나유타의 대화는, 영영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은채로 점점 더 깊이, 그리고 파국 아닌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듯 했다.
- “ 싫어! 그리고, 저 꼬맹이가 있으면 나만 바라 볼 수 없잖아... 쟤도 신경써야 하고, 나도 신경써야 할텐데. 덴지는 내껀데 관심은 둘로 쪼개지잖아. 난 그것도 싫단 말야. 그리고 또... 덴지가 만났던 여자들은 하나같...” -
- “ 나유타... 에휴... 그러니까... 제일 좋아하는건 나유타라구... ” -
화장실의 잠금장치가 덜컥 풀리며 문이 열리더니, 벌어진 문 틈으로 눈이 퉁퉁 부은채로 훌쩍이던 나유타의 얼굴이 빼꼼 드러난다.
- “ 진짜아..? 내가 제일 좋은거 맞지...? ” -
- “ 하하... 그렇다니까 그러네. ” -
이윽고 날아온 나유타의 주먹은 덴지의 팔뚝을 향해 힘껏 부딪힌다.
씩씩거리는 그녀의 표정은, 마치 눈물자국과 자신의 얼굴을 애써 숨기려는 듯이 고개를 떨구고는 탁자의 자기자리에 앉아 뾰루퉁하게 입술을 내밀며 앉는다.
- “ 체인소맨 등장이다! 우와아아! ” -
덴지는 꼬마숙녀 둘이 앉아있는 탁자를 향해, 그리고 베실베실 웃다가도 팔을 활짝 벌려 우다다 달려가며 나유타를 향해 그 거친 손을 뻗고는 한없이 간지럽히곤, 그에 화답하듯 간지럼을 참을 수 없는 나유타는 깔깔 웃어댄다.
덩달아, 나유타 앞에만 있으면 하염없이 겁에 질렸던 하나코도 그런 모습에 당달아 신이 나는지 그곳으로 달려가 자신도 해달라고 두 팔을 양껏 벌리며 방방뛴다.
- “ 하나코도 나유타도 모두 구해주겠어! ” -
그런 모습에 덴지는 서스럼없이 하나코와 나유타를 양 옆에 끌어안고는 개들에 둘러싸여 간지럼을 잔뜩 태우고는 셋의 웃음소리가 화음이 되어 온 집안을 한가득 채운다.
특별한 사건이 있었지만, 여느날처럼 화목한 덴지네 집에는 작고 소중한 새로운 가족이 들어오면서 여동생이 하나 더 늘은 그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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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훈해서 좋다 그런데 글 쓸때 몇시간 정도 걸림?
대략 두세시간...? 썼다 지웠다 하는게 제법됨 컨디션 좋으면 한시간 - dc App
ㄱㅅㄱ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