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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시작하기에 앞서 꼭 전하고 싶은 말.

권선징악과 정의란 무엇인가를 내용의 본질로 정해버리고 그 관점에 맞춰서 어떻게든 누가 선이고 악이고, 뭐가 맞고 틀리냐를 구분 지으려 하고,

절대적으로 어떤 행동이 옳고 그름인가 정해놓고, 인물배경이나 대사, 극중 사건을 통째로 작품 핀트에 맞지도 않는 틀에 집어넣어 착한놈 나쁜놈 구분 짓고,

단순하게 ‘참교육’, ‘사이다’, ‘고구마’ 이런 편협한 사고방식에 매몰된 채로 작품 감상을 해버려서

극중 사건 전개, 인물배경, 대사, 장면, 각종 연출에 대한 의미와 의도를 이해하기는커녕 상황의 핵심, 내용의 요점조차 제대로 못 알아보고 작품을 평가하는 사람들이 꽤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까움을 느껴 제 감상평을 남겨봅니다.







1. 체인소맨 극장판 레제편의 주제

누가 선이고 악이고, 무엇이 정의고, 이게 맞냐 틀리냐를 생각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그저 레제라는 인물의 이야기를 다뤘다. 이게 이번 영화 내용의 본질이라고 생각함.





2. 레제의 서사

어려서부터 고아출신에 탄약고 방에 갇혀서 사람 취급도 못 받고 자유도 없이 물건처럼 다뤄지고 죽을 때까지 실험에 이용되며 국가를 위한 인간병기로 길러진 불행한 소녀가


체인소맨 심장을 가지려고 덴지에게 접근했는데 첫 만남에 정체 모를 꽃을 선물 받고, 호기심이 생겨 죽이지 않고,


답례를 해준다며 카페에 놀러오라 했더니, 자기보다 먼저 도착해 자기를 기다리고 있는 덴지에게 커피를 시켜주고, 맛 없다며 커피도 못 마시는 덴지에게 완전 어린애라며 웃고, 자기 이름은 레제라고 먼저 소개를 건네며 서로 이름을 확인하고


자기를 매일 찾아오는 덴지를 계속 살려두며 대화를 했더니 16살 밖에 안 되는 어린애가 학교도 다닌 적 없고, 글도 못 읽을 정도로 배운 것도 없고, 전혀 평범하지 못 한 삶을 살고, 그저 악마를 상대로 죽고 죽이는 일만 하며 공안에 이용당하는 덴지의 모습이


레제 본인과 겹쳐 보여 덴지에게 측은한 감정을 가지고 있던 순간, 결정적으로 덴지가 레제에게 "너랑 같이 학교에 다니면 즐거울 것 같다" 라는 말을 해버리고,


그 말을 들은 레제는 덴지를 지긋이 바라보며 본격적으로 마음을 열고,


학교를 다녀본 적 없다는 덴지에게 밤에 학교를 탐험하자며 덴지를 아무도 없는 학교로 데려가고, 사실은 마찬가지로 학교에 가본 적 없던 레제 본인도 처음으로 학교를 경험해보고, 교실에 들어가 같이 수업 놀이도 하는 와중에 "학교가 이런 거구나, 대충 알겠다" 말하는 덴지를 보고


레제는 덴지에게 정말 초등학교도 다녀본 적 없냐 물으며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니야? 이상하잖아.”
“16살은 아직 애야.”
“보통은 공부를 하고, 동아리 활동도 하고, 친구들과 놀러도 다니는데, 덴지는 악마를 상대로 죽고 죽이는 싸움을 하잖아."
“니가 있는 공안이라는 곳이 좋은 곳이 맞긴 해?” 라며 덴지의 상황을 걱정하고, 그 말을 듣고 머리가 뜨거워 졌다는 덴지를 위해


수영장으로 데려가서 레제가 먼저 옷을 벗고, 무방비한 알몸 상태로 덴지와 마주하며 레제 본인의 약점인 물속으로 들어가 덴지가 못해본 것들, 모르는 것들을 모두 알려주겠다며 같이 물놀이도하고, 헤엄도 가르쳐주고,


교실로 돌아와 덴지에게 '도시 쥐' '시골 쥐' 이야기를 꺼내며, 난 '시골 쥐'가 좋다며 평화로운 게 제일 좋다고 말하던 레제와 달리 맛있고 즐거운 게 많은 '도시 쥐'가 좋다는 덴지에게 맛있고 즐거운 게 많은 축제 데이트를 권하고,


축제 데이트를 즐기고 레제는 또 다시
“지금 니 상황은 역시 이상해.."
"16살 짜리가 학교도 못 다니고, 악마와 내내 싸워야 하다니.. 그런 건 나라가 허용해선 안 돼.” 라고 말하며,


덴지의 손을 붙잡고
“일 그만두고 나랑 같이 도망가자."
"내가 덴지 널 행복하게 해줄게."
"평생 지켜줄게."
"부탁이야.”
“공안이 절대 못 찾을 곳을 내 지인이 알고 있어."
"거기라면 언젠가 함께 학교도 다닐 수 있어” 라며 덴지를 설득하고,


나한테 왜 그렇게 까지 하냐는 덴지의 물음에
“널 좋아하니까” 라고 고백하며 진심으로 쐐기를 박았는데,


오히려 레제의 손을 살짝 밀어내고 고민을 하던 덴지의 태도에 레제는 손을 놓고 뒤로 물러나
“왜 그렇게 고민해? 덴지는 내가 싫어?” 라고 물으며 진심으로 서운함을 드러냈고,


덴지는 곧바로 레제를 좋아한다고 대답하지만, 파워와 아키랑 잘 지내고 일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지금도 즐겁다고 말하며 지금처럼 일을 하면서 너와 만날 수는 없냐고 묻고,


레제는 결국 자기와 엇갈린 마음을 가진 덴지에게 실망하고 “나 말고도 좋아하는 사람 있지?” 되물으며 덴지에게 키스를 하는 동시에 혀를 잘라버리고 원래 목적대로 체인소맨의 심장을 가져가기로 결심하게 되고,


그렇게 서로 체인소맨과 봄걸로 변하고, 전투 끝에 결국 자기 심장을 뺏으려던 레제를 오히려 되살려준 덴지에게


널 좋아했다는 건 모두 연기였다고 말하며, 덴지와 함께 도망가는 것도, 심장을 가져가는 것도 전부 포기하고 떠나려는 순간,


이번엔 역으로 덴지가 난 아직도 레제를 좋아한다며 같이 도망가자고 권유하고,


너무 많은 사람을 죽인 레제는 덴지가 엮이지 않길 바라며 덴지 몸을 마비시키고 혼자 자리를 뜨고,


떠나는 레제를 보며 그 카페에서 기다리겠다고 외치고 기절한 덴지는 곧바로 돈과 짐을 챙기고 레제와 함께 도망가기를 결심하고 집 밖을 나서고,


레제는 떠나는 길에 악마로 피해 입은 아이들을 위한 모금을 받는 사람들이 있어 그곳에 기부를 하고 받은 꽃을 유심히 살펴보다가 덴지가 첫 만남에 선물해준 꽃의 출처가 이거였음을 깨닫고, 결국 레제는 도망갈 기차에 탑승하기 직전, 멈춰 서서 그대로 기차를 떠나보내고,


빠르게 발걸음을 옮겨, 덴지와 처음만난 전화부스를 지나 덴지가 기다리고 있겠다고 말했던 그 카페로 향해 달려가는데, 카페가 코앞인 골목길에서 마키마에게 길을 막히고,


마키마는 나도 시골쥐가 좋다는 얘기를 하며, 흙을 파헤쳐서 개한테 물어죽이게 하는 모습을 보면 너무 안심이 된다는 말과 함께, 천사를 이용해 레제의 팔을 자르고 몸에 창을 꽂아버리고,


골목길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져 죽어가는 레제는
밝게 빛나는 카페 안에 덴지가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보며


"어째서 너를 처음 만났을 때 죽이지 않았을까..”
“덴지, 사실은 나도 학교를 가 본 적이 없어..” 라는 독백을 끝으로


결국 레제는 덴지와 함께 학교도 다니며 평범하게 살아보려던 새 삶을 시작도 못 해보고,


본인이 원했던 평화로운 삶의 시골쥐가 아닌, 마키마의 계략에 놀아난 시골쥐로 최후를 맞이하게 됨.




3. 여운이 크게 남는 이유

"레제는 어려서부터 고아출신에 탄약고 방에 갇혀서 사람 취급도 못 받고 자유도 없이 물건처럼 다뤄지고 죽을 때 까지 실험에 이용되며 국가를 위한 인간병기로 길러진 불행한 음지의 소녀였다" 라는

비극적인 인물배경을 모든 전투가 끝나고 영화가 마무리 되는 시점에 다다라서 키시베가 아키에게 설명해주는 장면과 함께 레제가 떠나면서 아이들을 위한 모금함에 기부를 하고 꽃을 받는 장면을 교차로 보여주는 연출,


기차 탑승 직전, 레제가 덴지에게 받은 꽃의 출처를 깨닫고 다시 덴지를 만나러 가지만, 결국 만나지 못 하고

골목길에서 비참하게 죽어가는 와중에 카페안의 덴지를 바라보며 말한 레제의 마지막 속마음

“어째서 너를 처음 만났을 때 죽이지 않았을까..”
“덴지, 사실은 나도 학교에 가 본 적이 없어..”
이 두 마디의 독백이

사실 레제에게 덴지와의 데이트는 어린 나이에 인간병기로 길러져 이용만 당해온 레제 본인의 처지와 닮은 덴지에게 못 해본 것들을 체험시켜주며 치유해주는 동시에

레제도 덴지를 통해 처음으로 학교에 가보고, 전부 벗은 채 같이 수영도 하며 모든 걸 내려놓고, 또래 아이와 진심으로 감정을 나누고 즐기던 유일한 순간이었음을 말하는 것이었고,

결국 덴지와 함께 했던 모든 것들이 연기가 아닌 진심이었음을 마지막에 고백했지만,

덴지는 그 사실을 모르는 채 끝나는 마무리가 너무 비극적이었고

곧바로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면서 나오는 OST
'JANE DOE' 가 여운을 폭발시켜버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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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