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앉는다.’
체인에 묶인 채 팬티만 입은 애로 소녀와 함께, 나는 차가운 바닷속으로 침잠하고 있었다.
물에 젖으면 능력도 발동하지 못할 주제에, 왜 같이 수영장에 들어가 나에게 수영을 가르쳐 줬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내 가슴에 닿는 그녀의 부드러운 감촉을 느끼며 해저까지 가라앉았다.
‘미인과 죽으니 호상이네.’
여자의 알몸도 보았고, 지금도 가슴의 감촉을 느끼며 죽으니 이보다 나쁠 수는 없다고 생각하던 찰나, 익숙한 상어 대가리가 보였다.
“체인소맨님!!”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거침없이 다가온 빔은, 나와 묶여있는 레제를 끌고 육지로 솟아올랐다.
“체인소맨님 역시 최고야! 밤의 악마를 이런 식으로 공략하시다니! 역시 체인소맨은 최강! 무적!”
빔은 신나서 방방 뛰다가, 이내 탈진했는지 비틀거리며 픽 쓰러졌다.
“빔은 힘냈... 체인소맨님을 위해...”
확실히 부상을 입고도 도와준 빔에게 감사함을 느끼며, 나는 셔츠를 벗어 옆에 누워 추위에 떨고 있는 레제에게 덮어주었다.
‘감기 걸리면 안 되니까.’
나는 코를 훌쩍거리며, 떠오르는 해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으, 추워...’
빔은 떨리는 목소리로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계속 징징거리는 빔을 무시하며, 나는 레제와 떠오르는 해를 번갈아 보고 있었다.
모든 것이 다 끝난 것처럼, 새벽의 햇살이 우리를 부드럽게 비춰왔다.
“믿기지 않아... 왜 나를 되살린 거야?”
레제는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 나는 멋진 매일을 보내고 있어.”
나는 계속해서 떠오르는 해를 보며 멍하니 말을 이어갔다.
“몇 번을 두들겨 맞고, 된통 당하고, 죽어도 다음 날에 맛있는 걸 먹으면 전부 없던 걸로 할 수 있어.”
레제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계속해서 나를 쳐다봤다.
“하지만... 여기서 레제를 잡아서 공안에 넘기면, 뭔가... 생선뼈가 목에 걸린 기분일 거 같아.”
나는 솔직하게 내 진심을 전했다.
“멋진 매일을 보내고 있어도, 가끔씩 목 안이 따끔거리면 최악이야.”
저 멋진 햇빛 아래를 걷고 있어도, 목이 따끔거리면 기분이 좋다가도 최악으로 바뀔 것이다. 나에게 레제는 그런 존재였다.
“지금 나한테 살해당해도 똑같은 말을 할 수 있어?”
레제는 숨을 천천히 들이쉬고 말했다.
“살해당할 거라면 미인한테... 라는 게 내 좌우명.”
나는 씨익 웃으며 레제를 쳐다봤다.
“풉.”
레제의 얼굴에 옅은 홍조가 스쳤다.
“아하하하! 하하하!”
레제는 배를 부여잡고 크게 웃었다.
“혹시... 내가 아직 널 진심으로 좋아한다고 생각하고 있어?”
레제가 정색하며 나를 쳐다봤다. 어렸을 때 어른들이 나를 보던, 거북한 정색의 표정과 똑같았다.
“너와 만난 후 지은 표정도, 얼굴을 붉힌 것도 다 거짓말이야. 훈련으로 습득한 거.”
레제는 단호히 선을 긋듯이 말했다. 나는 레제가 나를 좋아하는 줄 알았다. 툭하면 나를 보고 웃고, 거침없이 내 몸을 만지며 홍조를 띄던 레제의 얼굴은 무조건 나를 좋아하는 줄 알았다.
“난 실패했어... 너와 싸우는 데 시간을 너무 많이 들였어.”
내 표정을 본 레제는 잠시 생각하더니 뒤를 돌아 걸어갔다.
“그럼 난 도망친다.”
하염없이 멀어져 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나는 쳐다보고 있었다.
“같이 도망치지 않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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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글자수 제한때문에 나눠서 올립니당
왜끌올
창작/번역/대회탭은 념글 가라고 끌올해줌
@ㅇㅇ 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