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쓴 소설이 개념글이 될 줄은 몰랐는데..... 이렇게 관심을 받은 거 고맙게 여기고 있어. 오늘도 잘 부탁해!





삐빅, 툭.

상표를 찍은 막대 사탕이 가득 담긴 팩이 계산대에 떨어졌다.

“1900엔입니다.” 

일정한 톤과 반쯤 새는 듯한 피곤함이 묻어나오는 어조.
마트 직원이 피곤해보이기에 지갑에서 지폐를 꺼내 값을 지불하고 팩을 챙겼다.

챙-

문에 달린 종이 울리며 쿠로이가 밖으로 나갔다.

팩을 뜯어 막대 사탕을 입에 물었다.
머리 색깔이 노란색인 걸 보아 짐작은 했는데 새콤한 맛이 혀를 찌르는 게 필시 레몬 맛이었다.

가로수의 낙엽이 갈색으로 변한 채 그의 구두 위에 떨어졌다. 어느새 가을이었다.
게다가 조무래기 악마들도 한번쯤 이름을 들은 마인들도 악마라는 ‘종’에 대한 사람들의 공포로부터, 혹은 ‘총’의 살점을 받아먹어 이전과 비교도 안 되게 강해졌다.

‘이전에 내가 상대한 놈도 총의 살점이 발견되었다고 했지....’

아무리 방심했고 ‘정의’의 힘을 받았다고 하지만 뇌가 뚫리고 목이 베이고 물대포로 내부를 진탕을 만들어놨는데 죽지도 않고 질기게 공격한 것은 불과 저번 달까지 내가 상대했던 놈들만 해도 상상하지 못했던 행동들이다.

거기에다 야쿠자들도 난장을 까고 악마나 마인들의 출몰 횟수도 날이 갈수록 빈번해지고 있으며 연간 민간 데블 헌터의 수와 공안 데블 헌터의 경쟁률도 늘어나고 있다.
오죽하면 고위험 악마 출몰 지역에 위치한 고등학교에 ‘데블 헌터부’라는 괴상한 동아리도 신설되고 있으니... 정말 미친 세계가 따로 없다.

‘곧 이야기가 시작된다.’

몇 년간에 걸쳐 악마와 마인의 출몰 횟수의 통계와 근 10년간 악마에 의한 피해액의 통계, 그리고 현재 상황까지 대조했고 태어날 때부터 다져진 센스와 눈칫밥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거기에다 아키도 20대 초반의 나이이기에 이야기가 시작되었거나 곧 시작되거나 둘 중 하나였다.

“머리 아프다....”

그저 아무 의미 없는 혼잣말, 이전 세계에서부터 이어진 악습관이다.

“그...그, 괜찮으세요?”

소심함이 묻어나오는 떨리는 여성의 목소리, 언제부터 따라왔는지도 모를 오늘의 버디가 내 뒤에 딱 붙어서 따라오고 있었다.

“언제부터 따라왔어.”

기척을 놓친 건 오랜만이었다. 그것도 마인이나 악마, 마키마씨 같은 변종이 아닌 순수 인간한테.

“아....어.... 마, 마트로 갈 때부터?”

말을 더듬으며 동공이 떨리는 코베니였지만 그녀가 지금 마음먹고 죽이려 들었으면 나는 식칼로 목이 따였거나 최소 치명상을 입었을 것이었다.

‘존재감이 없는 건지, 실력이 좋은 건지.’

물론 사무라이 소드 에피소드에서 식칼로 무쌍 찍는 걸 보면 후자에 더욱 가까웠다.

나와 시선을 못 맞추는 코베니,나는 습관적으로 오른손에 사탕을 한 움큼 집어 안절부절하고 있는 그녀에게 내밀었다.

“에, 에?”

가볍게 턱짓을 했다. 주저하지 말고 가져가라는 의미였다.

“어....어...”

답답했다. 무조건적인 호의에 응답하지 않는 꼴이라니, 그래도 그녀의 집안 사정을 보면 납득이 갈만하다.

사탕 팩을 든 왼손을 늘려 그녀의 품에 막대 사탕이 담긴 회색 비닐팩을 넣어주었다.

“먹어, 긴장 풀고.”

내 쓰레기 같은 소통능력으로 할 수 있는 건 이런 직설적인 표현뿐이었다.

“아, 아. 감사, 감사합니다!”

그녀는 허리를 연신 90도로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이렇게까지 감사할 일인가?’

그러고는 초록색 사탕을 입에 물었다. 색깔로 보니 메론맛, 혹은 청사과맛이었다.
나도 오른손에 한 움큼 쥔 막대사탕들을 정장 주머니에 넣어 놨다.

‘한 팩 다 주지 말걸....’

약간의 후회와 함께였다.


* * * 

오후 6시 반, 퇴근 시간. 해가 다 넘어가기 직전이자 절대다수의 직장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다.

부르릉-

클래식한 외형의 오토바이가 우렁차진 않지만 힘있는 배기음을 토했다.
손상을 입진 않았지만 손질이 필요한 귀철은 검 가방에 넣어놓고, 소지한 자동권총은 공안에 반납한 채로 퇴근할 채비를 끝마친 쿠로이였다.

“집으로 가?”

풀페이스 헬멧을 쓰려 할 때 느껴지는 명랑한 목소리와 또박또박한 어투.

콧잔등에 횡으로 그어진 자상, 나보다 키가 2cm‘나’ 작은 미형의 여성의 것이었다.

“영화 보러.”

“그럼 나도 같이 갈래, 무료 티켓 있는데.”

“아니, 영화 보러 집에 간다고.”

“보통 그러면 비디오 본다고 하지 않나?”

그녀의 말에 나는 생각에 잠기는 시늉을 했다. 머쓱함을 드러내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었다.
변명을 하자면, 원래 세계에서 살며 비디오라는 말을 접할 기회도 적고 이전 세계에서 더 오래 살았으며 이 세계에서는 보호자도 없었다. 
살려고 구한 일도 악마나 사람을 살해하는 게 주 업무라 어휘력을 향상시킬 환경이 못 되었다.

“오, 그런가?”

내가 생각해도 멍청함이 흘러나오는 어투였다.

“그럼 집으로 같이 가자. 어때?”

내 오토바이의 뒤편에 그녀가 앉으며 말했다. 꽤나 당당한 태도, 총의 마인의 복수를 하러 공안에 들어온 사람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런 모습은 처음 보았다.

“내리시죠, 텐도 미치코씨. 비디오는 혼자 보겠습니다.”

말투가 조금 차가웠지 않았나 싶다. 그런데 어떡하나, 이미 뱉은 말인데.

“단호하네. 그럼 내일 보자.”

살짝 웃는 시니컬한 인상의 얼굴, 예쁘장하긴 한데 스토리상 단명할 인물이라 정을 주면 안된다.

그러나 이 생각과 반대되게 그녀의 인사에 화답하듯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미치코가 가볍게 웃었다. 예뻤다. 아무래도 나는 쉽게 반하나 보다.

‘이.... 개미친 성깔이.’

욕지거리를 했다. 고치려 노력했는데 끝내 고치는 데 실패한, 이 친절함이 몸에 뱄기 때문이다.

‘정을 주면 안된다. 정을 준 사람은 거의 다 죽어나간다. 사람 20명중 악마에게만 7명이 죽어나간다. 그리고 그중 태반은 데블 헌터들이다.’

변하지 않는 사실을 되뇌이며 풀페이스 오토바이 헬멧의 바이저를 내렸다. 썬팅이 되어있어 시야가 더 어두워졌다.

‘자는 시간 얼마 안되겠네.’

‘과거’놈과 이야기하는 게 3시간, 무기 점검과 장비를 정비하는 시간을 영화를 보면서 한다고 치면 최소 2시간 반.

남들이 보기에는 충분한 수면 시간을 확보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악마와 담소를 나누는 시간을 포함해도 쿠로이는 남들보다 더 많은 수면 시간을 필요로 하기에 늦잠을 잘 가능성이 농후했다.

“내일 지각하면 안되는데....”

그저, 조그마한 희망 사항이었다.


* * * 


“아..... 씨X”

순간적으로 화가 치밀어 한국어로 욕을 내뱉었다.
아침 9시 반, 확실한 지각이었다.

도쿄 본부 근처에 오토바이를 주차하고 헬멧을 벗었다.
순간, 밝아진 시야에 자동적으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머리를 감고 빗질을 해도 부스스한 검은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그림자가 진 골목을 돌아보았다.

“어?”

퍽! 퍽!

주먹과 피부 가죽이 서로 부딪치는 소리와 쓰레기 봉지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뭔....”

내가 보이는 건 꽁지머리로 정리한 어깨까지 내려오는 머리카락, 남색 빛이 도는 흑발, 훤칠한 키, 넓은 어깨.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이 특징에 전부 부합하는 건 아키였다.
그리고 아키의 목소리가 들렸다.

“너, 이 일 관둬라. 내일도 오면 쳐죽인다.”

아키가 평소에 하지 않는 욕설, 이 와중에 만화의 한 장면이 생각나는 건 기분 탓일까, 직감 때문일까.

“왜...”

아키한테 얻어맞은 금발의 남성이 순수한 의문을 지니고 물었다.

“내 자상함이 닿지 않은 건가....”

그가 연초 연기를 훅- 뱉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일하는 놈은 죽는다. 내 동료들 중에서도 돈만 보고 데블 헌터가 된 놈은 전부 악마한테 죽었다.”
“살아남는 놈들은 모두 줏대가 있는 놈들뿐이다.”

진심 반 혐오 반의 어투와 음조. 만화의 한 장면이 확실하다.

“너 말이다. 마키마 씨만 보고 데블 헌터가 됐지?”

“딩동댕~”

고저없는 아키의 말, 상당히 차가운 태도다. 그에 대해 장난식으로 응하는 놈은 덴지가 확실하다.
불량한 인상에 탁한 금발, 눈 밑의 다크서클 조금. 키는..... 나보단 작지만 일본 평균 남성을 넘는다. 이것만으로도 확실했다.

“그럼 때린 게 정답이군.”

아키가 담배꽁초와 함께 덴지의 와이셔츠 위에 침을 뱉었다. 평소의 아키답지 않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태도.

마키마의 능력 때문에 그런 것은 알지만 그래도 보기만 하기엔 좀 그랬다.

“넌 악마한테 겁먹어서 도망쳤다고 마키마 씨에게 말해주마.”

나와 아키 선배와의 거리가 좁혀진다. 그러나 그보다 더 빨리 아키에게 달려오는 사람이 있었다.

퍼억!

“컥!”

아키 선배가 숨을 들이쉬며 신음도 흘리기 못하고 엎어졌다. 급소, 속된 말로 알을 니킥으로 맞았기 때문이었다.

‘싸움 구경은 개싸움이 가장 재밌지.’

이후의 전개는 만화나 애니메이션 그대로였지만 그것을 직관하는 사람의 입장에선 코미디나 다를 바 없었다. 
평균적인 데블 헌터를 압살할 복싱 실력을 가진 아키 선배가 알만 노려서 때리는 덴지의 앞에서 사타구니를 부여잡고 바닥에 엎어지는 모습은 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었으니까.

“풉!”

웃었다. 웃어버렸다. 그냥 조금만 보고 떠나는 건데 개싸움이 너무 재밌게 흘러가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실책이었다. 메인 스토리에 중간에 끼긴 할 생각이었는데 이렇게까지 빨리 낄 생각도 없었다. 게다가 메인 스토리가 진작에 시작했다는 걸 오늘 깨달았다.

“너.... 뭐, 뭐하고.... 있냐.....”

힘겹기 그지없는 아키 선배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도 모르게 환한 미소가 지어졌다. 웃음이 터져나왔다.

“하하하하!”

정말로 즐거워하는 덴지의 웃음은 덤이었다.






오늘도 읽어줘서 고마워! 개인적인 일 때문에 오늘은 완성도가 좀 떨어진 느낌이네ㅠㅠ 다음 번엔 퀄 더 높여서 올게!!


+) 주운 덴지 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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