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나라"
언제나 듣는 사내의 한마디에 미도리는 눈을 떴다. 눈을 뜨자 투명한 유리 너머로 싸늘한 시선의 젊은 남자가 서 있었다.
"밥 먹어"
냉혹하기 그지없는 말씨였지만 미도리는 군더더기 없는 동작으로 '밥'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적록의 두 눈은 피곤에 찌들어 있었으나 텟승텟승..하는 낮은 신음조차 흘리지 않았다.
'테힙..! 테후후훕..!'
미도리가 향한 곳은 수조의 벽. 그곳에는 자신이 가장 아끼던 동생인 삼녀가 붙어있었다.
'테히..테히이..'
자신을 보자 공포에 질린 삼녀는 숨조차 가파지는지 얼굴이 파랗게 물들고 있었다. 매일 하는 짓이었지만, 가족중에서 제일 어리광쟁이인 삼녀는 아직도 현실을 인정하고있지 않았다.
아직 어린 자실장이었건만, 삼녀의 배는 불룩했다. 삼녀는 양질의 밥을 낳기 위한 일종의 식량 생산 장치 겸 창고였다.
미도리는 녹색 눈물을 뿌리는 삼녀를 무시하고서 사정없이 그녀의 배를 강타했다. 주먹으로 4번. 발로 4번. 그러자 삼녀가 테으욱하는 기괴한 소리를 내며 눈깔을 뒤집었다.
'텟테...레뺫!'
곧이어 브리리릿 하는 배설음과 함께 삼녀는 똥과 함께 자를 싸질렀다. 죽은 구더기 2마리와 비교적 건강한 엄지 1마리가 나왔지만 바닥에 물 따위는 없었으므로 구더기는 그대로 곤죽이 되었고 엄지는 두 다리가 모조리 부러져 떨어져 나갔다.
'레에엥-! 레에에엥-!'
태어나자마자 겪는 난데없는 고통에 엄지는 성대하게 울어재끼며 자신을 낳았을 마마를 찾았다. 하지만 엄지에게 다가온것은 따뜻할 마마의 손길이 아니라 억척스러운 미도리의 손이었다.
'테에? 마마레츄? 마마-아 ㅅ'
그것이 엄지의 첫 인삿말이자 유언이었다. 미도리는 일말의 주저없이 엄지의 머리를 물어뜯어버렸다. 간만에 맛보는 싱싱한 고기였다.
"이제 놀아라"
미도리가 엄지를 먹어치우는 것을 지켜본 사내는 방을 나갔다. 미도리는 자신을 증오의 눈길로 쏘아보는 동생을 뒤로 한채 천천히 뒤로걸어나갔다. 어쩔 수 없었다. 뭔진 모르겠지만 인간은 이곳에 없을때도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여기로 끌려온 첫 날, 소중한 동생의 자를 먹기 거부하고 삼녀를 구출하려다 사지가 해체당하는 모진 고문을 겪었었다. 그것만큼은 싫었다.
미도리가 수조의 중앙에 다다르자 공이 놓여있었다. 그것이 이 감옥의 유일한 놀잇감이었다. 그것은 장녀의 머리였다. 언제나 동생들을 아끼고, 죽기 바로 전까지도 자신과 동생들을 지키기위해 데샤아-! 소리를 내며 목청을 세우던 장녀. 사내는 그 소원만큼은 들어주겠다며 장녀를 실컷 고문한 뒤 약품처리를 한 머리를 놀잇감으로 던져주었다.
미도리는 말없이 장녀의 머리를 발로 찼다. 자애롭고 용맹했던 장녀의 얼굴은 이제는 영원한 고통과 절망에 절여진 채였다.
'텟승..텟승..'
장녀의 머리를 발로 찰때마다 미도리는 소중했던 장녀와의 기억이 사라져가는 것을 느꼈다. 그렇지만 차지 않으면 안되었다. 놀지 않은 것을 들키면, 그 다음 공은 자신의 머리가 될것이 자명했다.
해가 질 무렵에야 사내는 다시 돌아왔다. 그 무렵 약품처리된 장녀의 머리를 하루종일 발로 가지고 놀았던 미도리의 발은 짓무르고 터져 상처가 가득했지만 사내는 조금의 관심도 내비치지 않았다.
"목욕해라"
목욕. 그것이 하루 일과의 마지막이었다. 미도리는 수조 반대편으로 향했다. 그러자 사내는 컵을 가져오더니 욕조에 물을 부었다. 욕조에 물을 붓는 것. 그것이 사내가 주는 유일한 직접적인 도움이었다.
미도리는 욕조 안으로 들어갔다. 시리도록 차가운 냉기가 몸을 엄습했지만 싫은 티를 내면 초죽음이었다.
푹 고개를 떨군 미도리를 반긴것은 마마의 얼굴이었다. 욕조의 바닥에는 마마의 눈과 코. 세모꼴 입이 있었다. 활짝 웃는 마마의 얼굴. 그러나 그 얼굴은 살아있는것이 아니였다. 언제나 자신들을 따뜻하게 보살피던 마마는, 자신들을 탁아시킨 주범이라는 이유로 죽임을 당한 뒤 가죽이 벗겨졌다.
"씻으면 자라. 안자면 네가 다음 밥통이다"
사내는 그러고는 곧장 나가버렸다. 그는 나가면서 불도 꺼버렸다. 창 밖으로 달빛만이 내리쬐는 수조 안. 그곳에는 소리없는 울음만이 울려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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