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들실장이다.태어날때부터 그랬고, 아마 천지가 개벽하지 않는 이상 죽을때까지도 그럴것이다.하지만 친실장의 생각은 달랐다.어딜보아도 하나 빠질데없는 본인을 쏙 빼박은 외모에 총명하기까지한 장녀라면 당연히 사육실장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그리고 그 생각은 이웃덤불속 골판지 집 삼녀가 숫컷닝겐을 메로메로시켜 일가가 골판지채로 모셔가지는것을 보고 확고한 신념이 되었다.
와타시는 너무 늙어 틀린데스. 하지만 장녀라면 반드시 사육실장이 될것인데스.
친실장은 그때부터 공원에 정착한 전사육실장들을 찾아다녔다.
부탁인데스. 수업료는 어떻게든 지불하는데스. 부디 이자를 사육실장에 맞는 몸가짐을 가르쳐주는데스.
수업료는 공원의 긴 시계바늘이 한바퀴도는 동안이 실장푸드 두개로 결코 저렴하지 않았다.다행히 이 친자가 사는 공원은 아직까지는 애호파의 원조가 끊기지않은 곳이어서 실장푸드를 구하는것이 불가능한것은 아니었으나 원래대로라면 겨울을 위해 보존식을 모으며 음식물쓰레기를 먹어가며 체력을 키워야할 시기를 친자는 전사육실장의 교육을 받기위해 통으로 날려버리고 있는것이었다.하지만 사육실장만 된다면!자신은 사육실장의 친실장이 되어서 인간노예를 부리며 편하게 살수 있게된다.소중한 자에게 귀여운 동생들을 더 낳아줄수도 있을것이었다.모든것은 소중한 자를 위해서라고 친실장은 사고를 왜곡했다.
한편, 그녀도 괴롭기는 매한가지였다.친실장은 왜인지 자꾸 자신을 처음보는 오바상에게 맡기며 교육을 부탁하는것 이었다.푸드를 흘리지않고 먹기, 치마를 들고 우아하게 인사하기, 작은 소리로 노래하며 춤추기, 운치를 싼 후 잎사귀로 뒷처리하기등 배우는것도 적지않았다.특히나 교양있는 언어는 습관화가 되지않으니 늘 실수하기마련이었고 덕분에 오바상에게 질책당한후엔 집으로 돌아와 친실장에게 호되게 혼나는게 일상이 되었다.
친실장은 친실장대로 애가 타들어갔다.곧 추운 겨울이 된다. 보존식도 모아두지 않았으니 어서 교육의 성과가 보여야 탁아든 메로메로든 해서 인간의 집으로 모셔질터인데 교육이 너무도 느렸다.지금이라도 포기하고 자실장을 자판기로 만들고 푸드를 모아서 다음해를 노린다 라는 선택지도 있었지만 이미 지금의 자에게 투자한게 너무 많은 친에겐 그런 선택지따위 떠오를리 없다.그렇게 친자 모두에게 속이 타들어가는 시간이 느리지만 확실하게 흘러갔다.
“이제 오마에는 졸업인데스.”“졸업테치이?!”“그런데스. 이젠 졸업인데스.”“오바상 감사테치! 와타시 기쁜테츄!”“이제 내일부터는 수업들으러 오지마는데스. 이만 가보는데스.”“안테치! 그동안 수고하신테치!”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하고 치맛자락을 펄럭이며 뛰어가는 자실장을 보며 전사육실장은 작게 혀를 찼다.
“인사는 우아하게 치마끝을 들고 하고 사뿐사뿐 걸어다니라고 우지챠가 자실장이 되도록 가르쳤는데도 저모양인데스. 들의 한계는 저정도인데스우. 그런데도 사육을 꿈꾸다니 어처구니없는 분충들인데스우.”
하지만 그런 평가를 알길없는 자실장은 집으로 뛰어가 친실장에게 졸업소식을 전했고 모처럼 친자의 화목한 웃음소리가 그 저녁 골판지 집을 가득 채웠다.
“준비된 데스?”“만반인테치!”“그럼 오늘의 사활. 시작하는 데스웃!”“맡겨보는테칫!”
다음날이 되자 본격적으로 자신을 키워줄 인간을 찾아 사육활동(이하 사활)을 시작하는 친자.첫번째 목표는 공원을 찾는 사람들중 조금 나이가 있어보이고 옷차림이 좋은 중장년의 남성들이었다.젊은 남자가 가장 좋긴하지만 학대파일 확률 역시 높았다. 그러니 안전하게 나이가 있는 댄디한 중년을 찾는다. 라는 들실장답지않은 분석력이었으나 평일에 공원을 찾는 중년이 일반적일거라 기대하는것부터가 오산이란것은 친자 모두 깨닫지못했다.
애호파들이 종종 애호활동을 위해 방문하기 때문에 이 공원의 실장들은 다른 공원에 비해 인간에 대한 두려움이 많이 희석된 상태였다. 다시말하면 분충화가 일어나기 직전의 아슬아슬한 상태. 이대로 계절이 바뀌어 겨울이 닥치게 되면 애호파의 방문도 뜸해질것이고 그렇게 되면 자연스레 분충화가 가속화되어 어리석은 것들은 추위를 뚫고 온 애호파에게 투분을 하거나 편의점 앞에서 탁아를 노리거나 하다가 일가실각이 될것이 명약관화했다.
거기에더해 이 친자는 사육실장 교육을 받기위해 비축식도 모아두지 않은 상태이니 더더욱 절실할 수밖에 없다.
“마마, 저기 벤치에 앉아있는 오지상은 어떤테치? 댄디한 양복차림이 도키도키한 테츄~”“장녀, 저 닝겐상은 조금 너무 젊지않은 데스? 조금 더 나이있는 중후한 닝겐상을 찾아보는데스. 유산을 많이 남겨주고 먼저 일찍 가는자가 좋은 남편상인데스요? 데프프픗~”
링갈이 있었다면 당장에 일어나 구둣발로 으깨버릴만한 망상에 테프픗 데프픗 웃는 친자의 모습은 아무리 애호파라도 한번에 학대파로 돌려놓을만한 파괴력이 있었다.
그 시각 고휴머는 거리를 하릴없이 헤메고 있었다.
“뼈빠지게 벌어서 뒷바라지 해줬더니 죄 지 애미한테 붙어서는 뒷통수를 쳐? 카악 퉷!”
엄밀히 따지자면 돈번다는 핑계로 자식들과 밥상앞에 앉아보거나 주말을 같이 보낸적도 없이 휴일이면 업무스트레스를 푼다며 낚시나 다니고 그 취미생활에 쓰느라 생활비도 그닥 제대로 주지 않았던 그였으니 노년에 자식들이 장성하자 그에게서 등을 돌리고 마누라마저 황혼이혼을 들이민것은 어찌보면 자업자득이라 아니할수 없다.하지만 그의 뇌내에선 그는 성실하게 근로하여 가정에 헌신했으나 늙고 기운빠지자 내쳐진것으로 생각하고 있었으니 참피의 행복회로와 다른것을 찾을수가 없었다.그렇게 걷다 지친 다리를 쉬어가려 공원에 들른것은 필연이었을것이다.
“마마? 저기 들어오는 오지상은 어떤테치? 흰머리도 많고 느릿한 발걸음이 내일이라도 저세상갈것같은테치.”“데프픗 과연 와타시의 무스메타치인데스. 선구안이 있는데스요~ 자 어서가서 교육의 성과를 보여주고 메로메로 시켜버리는데스.”“하잇테치! 맡겨두라는테칫!”
아직까지 밟혀죽지 않은것이 기적적인 친자가 고휴머를 목표로 한것은 그의 머리가 희고 또 걸음걸이가 느긋해서 성격이 온화할것이라 오판한때문이었다.오히려 배우자와 자식들의 배반으로 속이 타오르고 있던차에 건너편 화단에서 작은 녹색의 소인이 테치테치 뛰어오는것이 그의 시선에 들어왔다.
‘실장석이구먼.’
낚시 미끼로 수없이 많은 저실장을 수장시킨 그였다.실장석이 낯설리 없다.또한 귀여울리도 없다.멍하니 바라보는차에 그 작은 실장석은 토테토테 뛰어와 그의 발치에 서더니 고개를 꾸벅 숙이고 테치테치 떠들며 치마를 들었다 놨다 빙그르르 돌며 엉덩이를 뒤로 빼며 굼실굼실 흔드는 동작을 반복해서 보였다.애호파가 보았다면 귀여운 실장댄스네~ 하며 호들갑을 떨었겠지만 그는 실장석에겐 그다지 호의가 없는 일반적인 인간이다.
그저,‘좋은 미끼가 될것 같구만’이라는 생각으로 그는 주머니속의 휴대용티슈를 꺼내 자실장을 조심히 잡아들었다.
그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던 친실장은 두 손을 번쩍들며 만세를 외쳤으나 바로 다음순간 고휴머가 그대로 공원을 성큼성큼 나가는 모습에 분대가 튀어나올만큼 놀라서 뛰쳐나갔다.
“잠깐 기다리는데스우 닝겐상! 와타시의 무스메를 데려간다면 와타시도 모셔가는게 예의인데스우!! 기다리는데스우!!”
손바닥 위의 자실장도 마찬가지로 외치고 있었다.
“오지상 기다려주는테치. 와타시의 마마도 함께 가야하는테치. 와타시만 데려가는건 소아유괴인테챠!”
헐레벌떡 달려가며 외쳐봤자 링갈이 없는 그에게는 닿을일 없이 그렇게 친실장은 마지막 희망인 장녀를 보내버리게 되었다.
고휴머는 그 길로 자주가던 저수지낚시터로 향했다.단골 사장이 고휴머를 알아보고 반갑게 맞았다.
“사장님, 오늘은 낚시대만 빌려줘요. 미끼는 여기 있으니까.”“아니 어디서 자실장을 구해왔어요? 샵에서 사서 미끼로 쓰기엔 너무 호화스러운 미끼 아닌가? 허허허~”“공원에 앉아있는데 이놈이 와서 시끄럽게 굴길래 가져왔죠. 오늘 큰거 낚아주려나해서 바로 달려왔어요.”“오늘 날이신가보네. 여기 낚싯대 받아요.”
낚시대를 받아든 고휴머는 두건에 바늘을 끼울까 고민하다가 찢어지면 고기밥만 주고말지 하는 생각에 배를 관통해서 꿰기로 결정했다.
“오지상, 그 뾰족뾰족은 뭐인테치? 잠깐잠깐잠깐 그런걸 가져다대면 이야테치! 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테챠아아아아!!!!빼는테치, 빼는테챠아아아아!!”
작은몸 어디서 나올까싶게 소리지르며 발버둥치는 자실장을 보며 고휴머는 빙긋이 웃었다.
“그래, 미끼가 이정도는 팔팔해야 고기가 잘 물지. 껄껄껄~ 자 가서 큰놈 하나 낚아와라.”
줄을 길게 캐스팅하며 고휴머는 가슴의 답답했던 돌이 싹 치워진 기분이었다.자실장의 찢어지는 비명소리때문인지 바늘이 휘어질듯한 파닥임 때문인지 알지 못한채.
그 날 그는 그동안 낚은것중 가장 큰 물고기를 낚았고 그 후로 그 손맛을 잊지못해 낚시를 갈때면 늘 그 공원을 들러 골판지속의 자실장들을 하나씩 거둬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