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의 어느 날.

옆나라 일본에서는 한때 \'실장석\'이라는 생물이 애완동물로 굉장한 인기를 끌고 있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어느새 10여년 전의 일이며, 현재 일본에서 실장석의 인기는 시들해지고 말았던 것이다.


그렇지만 한국에서의 실장석 붐은 이제 막 시작했다고 할 수있다. 다만 재미있게도 민족성의 차이인지 일본과 달리 한국에서는 남들보다 다르고 특이한 실장석 개체가 인기를 끌고 있었다.


예컨대, 모히칸 스타일이나 아프로 스타일의 헤어를 가진 실장석이라던가.

혹은 엄격한 실장 트레이닝을 거쳐 체지방률 3%를 달성한 근육빵빵 실장석이라던가.

아니면 통상의 적록색이 아닌 칼라풀한 눈색깔을 가진 개체라던가.


그러한 특이한 개체를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남들과는 다르고 더 우위에 있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 덕분에 한국의 실장석 산업은 나날이 팽창하고 있었다. 자신이 키우는 실장석이야말로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훌륭한 개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매우 많았던 것일까. 누군가가 말했듯이 국민성이 미개하였기에 실장석의 분충도 역시 매우 높은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그렇기에 초기 실장석 붐이 일었던 일본처럼 애호파와 학대파 역시 생겨났고 곳곳에서 마찰이 일어나곤 했다. 실장석 관련 법안이 정치상황이 불안정한 한국답게 국회에서 1년 이상 계류되어 있는 덕분에 학대파들에게 있어서는 다시오지 않을 황금기였던 것이다.


어찌되었거나 실장석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실장석 컨테스트나 서바이벌 프로그램도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하였다. 예를  들자면 노래부르는 컨셉의 슈퍼스타 참피라던가 케이참피스타등의 프로그램도 있고, 참피 요리배틀인 Hell\'s Cham\'pi나 실장석 아이돌을 만드는 프로듀스 참피 등등 수많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을 유혹하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 학대파들에게 가장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모 방송국의 프로그램인 천하제일 분충대회였다. 총 3개월, 13화 방영의 스케줄로써 매주 시청자 투표와 심사위원들의 엄정한 평가 끝에 제일 분충같은 개체를 선정하는 것이다. 우승의 영광을 차지한 분충은 옆나라 일본의 선진 실장석 문화연수를 위해 명성이 자자한 훈육사인 토시아키=상에게 보내어 훈육을 받게 된다.


물론 실장석에게만 혜택이 간다면 물심양면으로 분충을 키운 주인에게 아무런 보람이 없기에 상금으로 무려 3억원이 수여되며, 실장석과 마찬가지로 토시아키=상에게 훈육사의 마음가짐을 전수받는다. 이렇게 경험과 노련함이 쌓인 훈육사는 한국 실장석 훈육 협회의 고문으로 위촉되어 두둑한 연봉과 강연료로 경제적인 곤란함 없이 학대에만 집중할수 있는 꿈과 같은 생활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렇기에 오늘도 상금과 명성을 위해 대한민국의 훈육사들은 자신의 분충이 우승하기만을 바라면서 한번쯤은 천하제일 분충대회의 신청서를 작성하곤 하는 것이다..


======


- 으으.. 오늘도 알바비가 입금이 안돼다니? 노동청은 일을 하는거야 안하는 거야?


가구라고는 컴퓨터용 책상과 의자, 그리고 침대밖에 없는 방에서 32살의 고졸 무직 알바생인 철웅은 마지막 남은 담배에 불을 붙이고 한숨을 내쉬었다. 썰렁한 방안에서 담배연기가 뿌옇게 앞을 가리자 한쪽 구석에 있던 수조에서 무언가 덜컹거리는 움직임이 있었다.


- 테에에엥! 눈이 따가운 테치! 기침이 나는 테치! 콜록콜록테치!

- 노예 닝겐은 빨리 스테이크와 별사탕을 가져오는 데스!


햄스터용 플라스틱 수조에 들어있던 실장석 친자가 벽을 콩콩 두드리며 뭐라고 떠들어 대고 있었다. 물론 그 목소리가 앞으로의 생활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는 철웅에게 들릴리는 없었다.


최저 시급이 올랐다고 가차없이 해고당한 그는 당장의 생활이 곤란한 지경인 것인데 어째서 실장석 따위를 키우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워크넷을 검색하던 도중에 발견한 \'천하제일 분충대회\'의 광고 배너를 보고 거기에 도전해 보기로 마음을 먹었기 때문이다. 노동고용청에 다녀오는 길에 근처의 공원에서 잡아온 실장석 친자는 훌륭한 분충이었기에 철웅의 기대는 자그마한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 상금이 3억.. 거기에 고문으로 위촉이 된다면 매년 연봉으로 1억.. 그렇게만 된다면 매일같이 컵라면만 먹는 이 생활에서 벗어나 고오급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를 먹을 수 있겠지..


- 스테이크? 우마우마한 스테이크 먹고싶은 데스! 똥닝겐은 당장 가져오라는 데스!

- 테치치칫..


실장석 친자와 학대파 주인 가릴 것 없이 행복회로를 돌리는 모습은 참으로 안타까우면서도 괴롭히고 싶은 모습이었다.


- 그런데 현재 심사위원들의 경향은 획일화된 분충의 특성이 아니라 창의적이고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분충에게 가산점을 준단 말이지. 그런 심사위원들에게 강한 인상을 주려면 어떤 방법이 좋을까.


하지만 행복회로를 돌리고 그것이 현실이라고 믿어버리는 실장석과 달리 철웅은 행복회로를 돌리면서도 그것을 이루기 위한 계획을 짜고 있었다. 이것이 바로 인간과 실장석의 차이인 것이다. 결코 넘을 수 없는..


어쨋든 앞으로 사전 오디션까지 남은 1개월동안 그는 우승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할 것인가?


======


- 분충같지만 분충같지 않고, 시청자들에게도 어필할 만한 것은 무엇이 있을까? 작년의 경우를 보면 재작년과 달리 창의적인 분충은 아니지만 시청자의 어그로를 끄는 개체는 모두 상위권까지 올라갔단 말이지. 분명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그런 개체가 몇마리 있는 것이 필요한 것일테고. 거기서 한발짝 더 나아가려면..


- 똥노예! 와따시는 아직도 배가 매우매우 고픈데스. 와타시의 자만큼 맛있는 스테이크와 스시를 가져다 주는 데스


- 뭐..라고?!


차근차근 분충 육성 계획을 짜던 철웅에게 들려온 소리에 깜짝 놀라 돌아보니 수조에 있던 자실장은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진 뒤였다.


- 갸아아아악! 이 씨발년이! 뒈지고 싶냐!

- 데프프픗! 노예 닝겐이 세레브한 와따시에게 우마우마한 스테이크를 주지 않았기 때문인 데스! 게을러터진 닝겐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데슷!


물론 철웅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분충대회 출전계획에 골몰해 있느라고 먹이를 제대로 주지 못한 것도 있지만, 데려온 당일 저녁에 사료가 없어 자신이 먹던 편의점 도시락의 고기반찬을 줘버린 바람에 입이올라가 일반 사료는 쳐다보지도 않은 친실장의 문제이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철웅이 주었던 사료는 빵콘한 운치에 섞여 이미 그 형체를 알아보지 못할 정도였기에 친실장은 마침내 허기를 이기지 못하고 자실장을 잡아 먹어버렸다.


생각외의 사태에 철웅은 패닉 상태에 빠졌지만, 곧이어 어떻게든 해결 방법을 찾아 보려고 했다. 출전 자격은 일정 연령대의 자실장들에게만 허락되어 있기 때문에 한시라도 빨리 새로운 자실장을 구해야만 하는 것이다.


- 이렇게 된 이상 아예 새롭게 태교부터 해서 최고의 분충을 만드는 수밖에 없겠군.. 그래.. 예를 들자면 이런것이..


- 데데뎃?


자신에게 드리우는 어두운 그림자를 보며 친실장은 자기도 모르게 빵콘을 하고 말았다. 과연 어떠한 자가 태어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


\"제가 오늘 말놓고 한마디 해도 괜찮겠습니까?\"

\"이야아아 기분 좋다!\"

\"여러분 문재인이 그만하고 노무현이 합시다!\"


헤드폰을 복대처럼 차고 있는채로 임신 기간 내내 MC무현의 노래를 듣고 있는 친실장의 눈에는 피눈물이 그칠 새가 없었다. 심지어 수조의 천정, 벽, 바닥 할거 없이 MC무현의 합성사진으로 도배가 되어있어 일반적인 실장석이라면 바로 파킨사를 해버릴 정도로 괴기스러운 인테리어인데다, 시도때도 없이 중력의 힘을 느껴보라면서 탁자에서 방바닥으로 떨어트려대는 바람에 친실장의 온몸은 골절과 멍으로 가득했다. 그렇게 악몽같던 일주일간의 태교 기간이 끝나고 출산일이 다가왔다.


- 와따시.. 좋은 자를 만들지 못할것 같은 데스..


훌쩍대며 대야속에 담겨져 출산을 기다리는 친실장을 보면서 철웅은 태연하게 손에 들고있던 스크류바에서 자그마한 조각을 떼어냈다.


- 데뎃? 그것은 아마아마한 차가운 것이 아닌데스우? 당장 와타시에게 내놓는데스!


과연 여기까지 학대 당해도 아직까지 분충인걸 보니 나름 최고의 소재를 손에 넣은 것 같다. 조금 기대하며 철웅은 스크류바 조각을 친실장의 눈알에 짓누른다.


- 데샤아아앗!!


질퍽하게 눈알에 밀려들어가는 차가운 아이스 조각에 친실장은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아이스크림의 붉은 색소와 눈알에서 터져나온 핏줄기가 섞여 바닥으로 뚝뚝 떨어지는 가운데 강제출산모드가 된 친실장의 총구가 벌름거리면서 녹색의 무엇인가를 세상에 내보낸다.


- 베츙~! 베츙~!

- 데.. 데에..?


친실장의 끔직한 비명소리와 함께 괴상한 소리가 대야에서 나기 시작했다. 보통의 저실장과는 전혀 다른 소리에 철웅의 얼굴은 한층 더 밝아졌다.


- 이 정도라면 괜찮아 보이는걸? 어디..


손에서 버둥거리는 구더기들을 키친타올로 슥슥 문지르자 쑥쑥 팔다리가 자라나는 구더기를 바라보던 철웅은 입을 열었다.


- 광주는?


- 폭동테츄! 폭동! 폭동! 베츙!


- 훌륭해! 이렇게 훌륭하게 분충들이 나오다니!


기쁨에 찬 그의 목소리가 원룸 안을 맴돌았다.


======


[제 3회 천하제일 분충대회 오디션장]


플래카드가 크게 붙여진 리셉션장에서 철웅은 수조에 담아둔 자실장들을 조심스레 들고 심사위원들 쪽으로 움직였다. 이미 수많은 분충들이 괴성을 내지르고 빵콘을 하는 바람에 인세에 구현된 지옥같은 분위기를 바라보며 방송 PD는 입에 함박웃음을 머금었다.


- 이정도로 성황이라니 갈수록 학대파가 많아지는 것 같군.


- 그렇습니다. 더불어 우리쪽에 협찬한 실장 구제용품이나 학대 도구의 매출도 덩달아 올라가서 이번 시즌은 전년도 대비 70% 이상의 광고 수익이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 하하하! 하하하하!


방송 관계자들의 웃음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지, 그 옆의 탁자에서 엄격한 눈으로 분충의 심사를 진행하던 심사위원이 무심하게 다음 참가자를 호명했다.


- 523번 참가자. 참가할 분충을 제출하세요.


- 여기 있습니다!


탈락을 통보받은 학대사가 시무룩한 표정으로 자신의 자실장들을 케이지에 쓸어 담자 초조하게 기다리던 철웅은 재빨리 자실장들을 탁자 위에 올려 놓았다.


- 베에에엥! 닝겐 여긴 어딘 베츙!

- 기분 안좋은 베츙! 딱 좋은 운지 하고 싶은 베츙!

- 흔들으라 이기야테치노웅챠!!


- 우와 씨발 이게 뭐야!!!


쿵..!!


- 딱!!

- 딱딱!


저도 모르게 놀란 심사위원은 주먹으로 베츙대던 자실장들을 내려 찍고 말았다. 마지막 단말마를 외치고 한 줌의 핏덩어리로 변한 자실장들을 망연 자실하게 바라보는 철웅..

그의 희망도 여기서 끝나고 만 것일까.

======

전에 올린게 묻혀서 다시올림.
이거는 캐릭터갤러리의 기준으로 봤을때 어떠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