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기란 고된 작업이다. 육체적인 문제는 물론이고, 정신적으로 사람을 한계까지 몰아붙인다.
날이 갈수록 거만해져가는 실장과 그 비위를 맞추는 일은 보통 인내로는 감당하기 힘든 것이다.
그러나 그 끝에서 바닥으로 추락해 산산히 부서지는 비루한 영혼을 보기 위해 많은 학대파들이 오늘도 실장 올리기에 열중한다.
나의 업은 그 힘든 올리기 작업을 대신 수행하는 것이다.
물론 혼자는 아니다. 이래뵈도 꽤 규모가 큰 시장이다. 우리 회사는 현재 1만여 마리의 이른바 '올림실장'을 사육하고 있다.
나는 그 사육장에서 한창 올려지고 있는 실장들의 요구를 들어주고, 녀석들이 자신을 인간 이상의 존재로 느끼도록 만드는 역할을 맡고 있다.
다시말해 내 직장에서 인간은 실장석보다 지위가 낮다.
사육장은 밝은 분위기의 까페와 비슷하다.
그곳에서 우리 상품들은 인간의 시중을 받으며 한껏 세레브한 기분에 취한다.
실장석의 위석에 깊이 새겨진 세레브의 상징들, 예컨대
스시(중국산 찐 쌀에 게맛살 따위를 올려 모양을 낸 것)
스테이크(육포를 물에 불려 전자레인지에 돌린 것)
콘페이토(10Kg당 2,500원인 염가품)
홍차(차라리 담뱃잎을 우리는 것이 더 나을 정도의 쓰레기)
등을 끊임없이 대접받으며, 수시로 나와 같은 직원들에게 마사지와 미용 서비스를 제공받는다.
그러나 아무리 기업 차원에서 수행하는 올리기 작업이라도 한계는 있다.
일단 1만 마리가 넘는 실장석들이 모두 고급 주거지에 살도록 배려할 수는 없다.
또, 욕망에 브레이크가 없는 생물인만큼 위에 열거한 식사를(아무리 싸구려라도) 무제한으로 지급하는 것은 수지에 맞지 않는다.
게다가 올리기 과정에서 흔히 발현되는 비위생적 행위, 예를 들어 탈분이나 투분, 집단학대, 동족식 등은 최대한 피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 회사는 끊임없는 세뇌를 시행하고 있다.
작업장 곳곳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는 24시간 실장석들을 위한 드라마가 방영된다.
그 장르는 다양하지만 주제는 모두 같다.
'세레브한 실장석이란 무엇인가'
스크린에 등장하는 세레브 실장석들은 모두 1. 철장형 케이지에 살고, 2, 더러운 짓을 하지 않으며, 3. 폭력적인 행위는 지양한다.
또 드라마 속 모든 실장석들은 실장석치고는 매우 마른 체형인데,
이는 상품들에게 '마른 실장석이야 말로 세레브하다'는 인식을 주어 쓸데없이 과식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이러한 내용은 쉽게 세뇌가 가능하다.
사육장의 실장들은 드라마의 주인공 실장을 흉내내어 서로 친한 척 가식적으로 행동하고, 똥에는 손도 대지 않으며, 좁은 케이지에서 잠을 자면서도 그것에 매우 만족한다.
그러나 몇몇 조건들은 절대 실장석들의 양보를 받아낼 수 없다.
앞서 말한 스시, 콘페이토, 스테이크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그야말로 실장석이란 종의 역사와 함께한 세레브의 심볼로서 위석에 어찌나 단단히 박혀있는지 도무지 제거되지 않는다.
덕분에 각종 싸구려 대용품들로 그 더러운 욕구를 충족시켜줘야 한다.
때로 세뇌용 드라마가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거기 닝겐!!! 당장 이리로 튀어오는데샷!!]
마침, 그 좋은 예가 보인다.
[예 미도리아님... 어쩐 일로...]
내 입사 동기가 헐레벌떡 자신을 부른 실장석에게로 달려가 무릎을 꿇는다.
[얼굴을 이리로 대는데스우우우우!!!]
미간에 잔뜩 힘을 준 미도리아가 동기에게 명령한다.
얼굴이 시뻘개진 녀석은 힘없이 고개를 숙인다.
철썩!
미도리아가 있는 힘껏 따귀를 날린다.
동기 녀석은 그대로 벌러덩 넘어져 뺨을 잡고 울먹인다.
물론 육체적 타격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다만, 정신적인 면에서는...
[와타시의 헤어 꼴이 이게 뭐인 데샤악!! 분명 제대로 빗질하라고 경고했던데스!!!]
빗질이 잘못되었나보다. 뭔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다.
바로 저 따귀다.
얼마전 방영된 신작 드라마에서 주인공 실장이 인간에게 따귀를 날리는 장면이 나온 이후, 조금의 실수만 있어도 저 꼴이다.
덕분에 이번 달에만 2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아무나 들어오는 직장이 아니다. 직원들은 전원 명문 수의대 출신이고, 급여는 상상 이상으로 높다.
그러나 이런 스트레스를 견뎌내기는 아무래도 힘들다.
[흐윽...]
잠시 바닥에 주저 앉아있던 동기가 눈물을 훔치며 밖으로 달려나간다. 저 놈도 오래 못가 퇴사할듯 하다.
[데후... 정말 못 말리는 노예인데스... 뭐 저 정도 일로 눈물을 보이는지 모르겠는데스야]
반면, 따귀를 때린 실장석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뒤돌아서 사라진다. 그녀를 지켜보는 다른 녀석들의 눈에 동경의 빛이 번진다.
문득 여기 있다간 나도 괜한 트집을 잡혀 따귀를 맞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
이 '따귀 때리기'가 심각한 부작용 중 하나임은 틀림없지만 절대 최악은 아니다.
가장 최악은 반년 전 방영되었던 '귀네비어의 사랑'이라는 멜로드라마로부터 발생한 부작용이었다.
세레브 실장 귀네비어가 야성적 매력의 미소년 인간노예와 마마의 반대를 무릅쓰고 사랑의 도피를 한다는 내용의 '귀네비어의 사랑'은 사육장을 그야말로 지옥으로 몰고갔다.
여기저기서 흘끗흘끗 음흉한 눈빛을 보내는 실장석들을 견디는 것도 힘든데
식사 배식 때 우연인척 직원의 손에 자기 가슴을 스치고는 얼굴을 붉히는 녀석, 심지어 노팬티 차림으로 슬쩍 총구를 보이는 녀석까지...
그 당시 베테랑 직원 다수를 포함해 이 작업장에 종사하는 인원의 반절이 정신이상 증세를 호소하며 퇴사를 선택했다.
결국 문제를 인식한 회사의 결정으로 급히 종영된지 5달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몇몇 실장석들은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직원들에게 추파를 던진다.
나 또한 이 부작용의 피해자 중 하나다. 지금도 나에게는...
[거기 닝겐, 이리로 잠시 오는 테치]
갑자기 들려온 등 뒤의 목소리에 순간, 전신의 털이 곤두선다.
[뭐 하는테치? 테프프! 부끄러운테츄까아~♥+]
바로 저 녀석들이다. 저주받은 드라마 '귀네비어의 사랑'의 영향으로 나에게 있을 수 없는 사랑을 갈구하는 놈들이다.
정작 방영 당시에는 태어나지도 않았던 자실장 주제에 어미에게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자매가 쌍으로 귀네비어를 흉내내고 있다.
[부르셨습니까, 세레비아님, 에메랄드님]
뒤돌아선 곳에는 가늘게 눈을 뜨고 불쾌하게 웃는 두 마리의 자실장이 서 있다.
[테에... 닝겐 지금 무슨 짓을 하는테치?]
[예?]
세레비아의 질문에 내가 다소 당황하여 반문했다.
그러자 에메랄드가 발을 동동 구르며 짐짓 화난 척 소리지른다.
[오늘만 오마에가 와타치타치와 마주친게 벌써 5번째인테치! 이게 우연이라고 생각하는 테치까? 왜 우리를 스...스팅...]
[...스토킹인테치 이모토챠...]
[그런테치! 왜 와타치타치를 스토킹하는테치??? 노예 주제에 그런 행위가 용납될 거라 생각하는테츄까!?]
'니 년들이 나를 따라 다니니까 자꾸 마주치는 거 아닐까요?'가 목구멍까지 치솟았지만 간신히 억눌렀다.
[죄송합니다.다시는이런일이없도록주의하겠습니다.그럼이만!]
속사포로 사과를 하고 재빨리 도망치려는데 에메랄드가 소리를 빽 지른다.
[잠까아아아아안!!!!! 닝게에에에엔!!!!!!]
[예...]
나는 거의 울먹이며 대답했다. 정말 너무 힘들다. 대체 또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노예주제에 정신 상태가 글러먹은테치!]
[...]
[앞으로 와타치타치를 만나게 되면 정식으로 인사부터 하는테치! 알겠는테츄까?]
[어떻게...]
[고개를 숙여 와타치의 손에 입을 맞추는게 당연한거 아닌테치까?]
[알겠습니다.앞으로마주치게되면반드시그렇게하겠습니다.그럼이만!!!]
다시 도주하려는 나를 이번엔 세레비아의 비명이 막아선다.
[테챠아아아아아아아아아!!!!!!!!!!!!!!!!!!!!!!!!]
[왜 그러시는지...]
이젠 정말 눈에 살짝 눈물이 고이려한다.
[당장 지금부터 인사연습을 하는테챠!]
그 말에 나는 잠시 망설였다. 저 더러운 손에 입을 맞춰야한다니... 허구헌날 총구나 긁적이는 저 손에...
[뭐 하는테챠!!! 숙녀를 기다리게 할 셈인테치??]
정신을 차리고 보니 두 마리 모두 나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
나는 모레 지급될 월급의 액수를 생각하며 세레비아의 손을 잡고 입을 맞추기 위해 고개를 숙였다.
그 순간...
[테에에에에에에!!???]
세레비아의 새된 비명이 울린다.
어리둥절하여 멈춰선 나에게 세레비아가 새빨개진 얼굴로 항의한다.
[지...지금 와타치 손을 잡는 척하면서 가슴을 터치한테츄까????]
[뭔 씨...]
아차 욕 나올뻔했다. 꾸역꾸역 참아냈지만 상황이 심각해 보인다. 보아하니 내가 세레비아의 손을 잡는 순간 일부러 내 손에 자기 가슴을 갖다댄 것 같다.
나는 앞으로 최소 10분 간 내게 벌어질 참혹한 광경을 상상하며 눈을 질끈 감는다.
아니나 다를까 에메랄드와 세레비아 모두 흥분하여 테챠악! 테챠! 난리가 났다.
무슨 역겨운 기대감에 차 있는지 묘한 홍조를 띈 그 면상들을 보고 있자니 의식이 날아갈 것 같다.
멍한 얼굴로 시선을 돌려 주변을 살피는데 아까 따귀를 맞은 동기가 언제 돌아왔는지 나를 바라보고 있다.
[흐흑...]
동기가 다시 울음을 터트리며 밖으로 뛰쳐나간다. 저게 교감고통인가 뭔가 하는 건가... 저 놈 상태가 많이 안 좋구만
그러나 지금은 내 쪽이 훨씬 위기다.
[죄송합니다. 세레비아님... 결코 고의로 그런 것이...]
[우~ㅅ기지 마는테챠!!!!!!!!!!!!!!!!!!!]
[정말입니다...]
[와타치의 봉긋한 가슴을 한껏 주물러 놓고서는 어디서 감히 그런 변명을 하는테치까???]
[와...와타치도 본테치!! 저 닝겐이 무슨 속셈인지 오네챠의 가슴을 혓바닥으로 유린한테치!!!!!]
뭔 혓바닥이야... 에메랄드 이 씨발련아... 없는 일 지어내지마라...
진짜 너무하는 거 아니냐...
[장녀어!!! 차녀어!!! 무슨 일인데스!!!]
점점 정신이 혼미해져가는데 구경꾼 실장석들 사이로 성체실장이 비집고 나타난다.
명찰을 보니 이 자매들의 어미, 마리안느다.
[마마!!! 너무 무서웠던테치... 테에에엥]
세레비아가 마리안느의 품으로 달려든다.
동시에 에메랄드는 흥분하여 소설을 써내려간다.
[마마!! 저 닝겐이 노예주제에 오네챠의 가슴을 입에 넣고 혓바닥을 몇 번이나 돌린지 모르는테챠!! 와타치는 무슨 수유하는 줄 알았던테챠!!]
그 3류 에로소설을 듣는 나의 눈에 어느새 두 줄기의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린다.
인간이 견딜 수 있는 스트레스가 아니다.
귀에서 피가 나는 것 같다.
[오...오마에가 감히... 어떻게 이런... 미친거 아닌데스까... 어떻게... 어떻게...]
마리안느가 분노로 온 몸을 떤다.
나는 그저 이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기만을 빌며 연신 사죄한다.
[죄송합니다... 정말 고의가 아니었습니다...]
[고의가 아니긴 뭐가 아닌테챠!!! 와타치가 똑똑히 본 테츄! 오마에의 그 탐욕스러운 입술이 오네챠의 가슴에서 총구로 내려가고 있었던테챠!!]
[테에에에엥... 마마... 와타치는 이제 어떻게 하는테치... 더럽혀진테치이...]
나는 속으로 이 세 모녀를 죽여서는 안되는 이유를 빠르게 되뇌인다.
이미 1년 이상 올리기 과정을 거친 마리안느는 100만엔을 호가하는 초고가품이다.
저 자실장 두년도 각각 족히 20만엔을 넘길 것이다.
게다가 여기서 감정에 휘둘렸다간 상품값을 배상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직장을 잃을 수도 있다.
이곳은 동경대 수의학과 최고 아웃풋만이 입사할 수 있는 곳
결코 흔들리면 안된다.
제발!!
[오마에... 얼굴을 이리 대는데스...]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질질 짜고 있는 내게 마리안느의 목소리가 닿는다.
왜인지 차분해진 느낌이다.
나는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지 직감했다.
따귀...
아... 이것만큼은 피하고 싶었는데... 결국 나도 따귀를 맞게 되는구나...
[예... 마리안느님... 부디 이것으로 용서해주시길!]
나는 무너지듯 마리안느가 따귀를 때릴 수 있는 위치로 얼굴을 옮긴다.
내게 실장석처럼 위석이 있었다면 이미 한참 전에 자괴했으리라...
쪼옥
그러나 내 뺨에 닿은 것은 뭉툭한 우레탄질 손이 아니라, 미지근하고 축축한 무언가였다.
그것은... 그것은... 마리안느의 주둥이였다.
무슨 일인지 알아차린 나의 두 눈은 커질 수 있는 한계까지 커졌고, 그 흰자위에 빽빽하게 핏줄이 선다.
마리안느가 내 뺨에 부드럽게 손을 갖다댄다.
[그 심정 이해 못할 것도 아닌데스... 와타시도 닝겐들이 우리 실장에게 갖는 참을수 없는 욕정에 대해 잘 알고 있는데스...]
[...]
[하지만 닝겐과 실장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는데스... 오마에도 잘 알지 않는데스까?]
[...]
[오마에가 장녀와 사랑의 결실을 맺는다고치는데스... 집은 어떻게 할 것인데스? 주위의 시선은 어찌할 것인데스?]
[...]
[오마에의 감정은 일시적인 것일 뿐인데스... 부디의 와타시의 키스로 만족해 주었으면 하는데스...]
[...]
말을 마친 마리안느는 세레비아와 에메랄드를 이끌고 내게서 멀어진다.
나는 그 뒷모습에서 핏발선 눈을 떼지 못하고 무릎을 꿇은 채 부동자세로 앉아있다.
[테에... 마마 대단한테치... 키스 한방에 닝겐의 넋을 빼놓은테치]
[테프프프!! 성숙미라는건 과연 우습게 볼 수 없는테츄~]
[데후후... 별 거 아닌데스... 장녀! 앞으로는 품행을 조심하는데스요?]
내가 마침내 움직일 수 있게 되었을 때,
그녀들은 이미 내 시야에서 사라진 뒤였다.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진다.
손바닥을 펴 보니 어찌나 세게 주먹을 쥐었던지 손톱이 살을 파고들어 피가 흥건하다.
나는 복수를 맹세했다.
<계속>
이게 카페 까던 애들이 쓰는 스크 수준이냐?
쳐죽이고싶네 저 씨발샹간나새끼들;
속편 안내고 독자학대로 끝낼 가능성 100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