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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샤아아아아아아!!!!!!!!]
[데스우우우우우!!!!!]
이른 새벽, 참피들의 격렬한 영역다툼 소리에 잠에서 깼다. 시간은 3시 50분, 새벽 인력시장에 나가기 위해 4시에 알람을 맞춰두었으니 거의 예정대로 기상한 셈이다. 그러나 나처럼 일찍 일어나야 하는 사람에게 10분의 수면은 무엇보다 소중한 시간이다. 기상 직후부터 가슴 깊은 곳에 해소할 길 없는 분노가 쌓인다. 일본에서 건너온 저 더러운 생물 때문에 왜 내 생활리듬에 기스가 나야 하는지 화가 치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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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씻고 집을 나섰을 때 시간은 4시 30분, 아직 여명이 그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시간이다. 보일러가 또 말썽인지 온수가 나오지 않아 뼛속까지 한기가 스며있다. 작게 몸을 떨며 길을 걷는데 코 끝에 형언할 수 없는 악취가 감돈다. 주위를 살피니 아니나 다를까 뭔가 가득 담긴 편의점 봉투를 에코백처럼 멘 성체 참피 하나가 가로등 불빛 사이로 종종 걸음을 치고 있다. 나는 생각에 잠겼다. 실내도 아닌 실외에서 한겨울 칼바람이 쌩쌩 부는 와중에 이 거리를 두고 저 작은 체구의 생물한테서... 이게 대체 어떻게 가능한 냄새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잠시 저 놈이 내 새벽잠을 깨운 그 참피 중 하나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밟아 터뜨려줄까 고민했지만 곧 그만두었다. 참피들은 신체능력은 형편없지만 영악하기로는 인간 다음이어서 위험한 낌새의 인간이 다가오면 곧바로 사람 손이 닿지 않는 공간으로 도망친다. 실제로 저 녀석도 힐끔힐끔 내 쪽을 살피며 언제든 자동차 밑으로 도망칠 수 있도록 주차된 차들에 딱 달라붙어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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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인력시장에 도착하여 안면이 있는 아저씨들에게 인사를 건냈지만 돌아오는 것은 간신히 알아볼 수 있는 작은 끄덕임 뿐이었다. 다들 추워서인지 만사가 귀찮은 모양이다. 사실 아저씨들 입장에서 나는 그리 반갑지 않은 손님이다. 어디 공무원 시험이나 준비하는게 어울릴 희멀건한 20대 꼬맹이가 자기들 밥그릇을 건드리니 그럴 수밖에 없다. 나도 나 나름대로는 답 없는 청년백수로서 고민이 많지만, 먹여살릴 입이 있는 4,50대 아저씨들의 고민에는 비할바 아닐 것이다.
[와서 불이나 쬐]
그나마 붙임성 좋은 아저씨 하나가 나에게 말을 건다. 마침 나도 슬슬 이 겨울 추위가 으슬으슬한 것을 넘어 고통으로 변하고 있었기에 흔쾌히 불길이 일고 있는 드럼통으로 발을 옮겼다. 가까이 다가서자 드럼통이 살짝 덜컹거리는게 보인다. 벌써 불 속에 참피를 몇 마리 넣은 모양이다. 안을 살피자 아니나 다를까 3마리나 들어가 있다. 하나는 던져진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아직 팔팔히 살아서 산 채로 불타며 발버둥치고 있다.
[얘들 어떻게 잡으신 거에요? 저는 가까이 가기만 해도 도망치던데]
내 소박한 질문에 아저씨가 껄껄 거리며 대답한다.
[오다가 골목에 숨어서 자고 있는거 주워 올 때도 있고, 가끔 멍청한 놈들은 여기가 따뜻하니까 알아서 이리로 와]
생각해보면 번화가에서는 새벽에 여기저기 잠들어 있는 참피들이 흔히 보인다. 그 더러운 걸 주워서 여기까지 가져오는건 다른 문제지만... 그런데 동족이 뻔히 불타 죽는 걸 보면서도 여기로 오는 녀석들은 대체 뭘까?
[여기로 오는 애들도 있다고요? 저는 한 번도 못 봤는데요?]
[학생 아래도 지금 하나 와 있네 뭐]
[끄악!!!!!!!]
아저씨가 가리킨 방향을 내려다보다가 꼬질꼬질한 독라 참피를 보고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일렁이는 불빛에서 보니 핑크빛 살덩이의 독라가 마치 외계인처럼 보인다. 아마 겨울의 생존경쟁에서 탈락하여 모아놓은 보존식은 물론 옷과 머리털까지 다른 참피의 방한용품으로 모조리 빼앗긴 녀석일 것이다. 이 추위에 아직 살아있는 것을 보니 아마 오늘 새벽이나 어제 밤 즈음에 습격을 받아 독라가 되지 않았을까? 크기를 보아하니 갓 독립한 어린 성체다. 경험의 부재가 이런 비참한 결과를 가져왔을 것이다. 얼마나 추웠길래 사람들이 이렇게 모여있는 틈에 섞일 생각을 했을까? 멍하니 녀석을 바라보고 있으니 독라도 내 시선을 의식했는지 고개를 들어 나를 본다. 추위로 흠칫훔칫 떨고 있는 녀석의 눈에는 애처롭게도 아직 채 마르지 않은 피눈물이 고여있다.
[자 이 녀석도 넣자!]
[엇!]
[데뎃!!?]
내가 뭐라 말릴 틈도 없이 아저씨가 독라의 목을 잡아 드럼통 속으로 집어던졌다. 기름진 독라의 육신이 더해지자 드럼통의 불길이 무섭도록 기세를 올린다. 동시에 주변의 온도도 한층 올라간다.
[어허~ 조오타!]
[어~ 이제 좀 살 거 같네~]
드럼통 주위의 아저씨들은 다들 만족한 눈치다. 나도 그 온기에 자연스레 입을 다문다. 반면, 불덩이가 된 독라 쪽은 입이 찢어져라 비명이다.
[데캬아아아아아악!!!!!!!!!!!!!!!!!!!!]
조금 불쌍하다.
[샤아아아아아!!!!!!]
성대에 화상을 입었는지 비명소리가 바뀐다.
[샤아아... 샤아악!!]
소리의 크기도 빠르게 사그라든다.
[쉬이익... 쉬익...]
곧 독라는 아까 내가 본 참피처럼 목소리를 잃은 채 드럼통의 작은 덜컹거림으로 산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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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일이 없었다. 벌써 아침 7시 50분, 이 이상 기다려봐야 나를 써 줄 사람은 오지 않을 것이다. 아쉬울 건 없다. 피시방이나 가면 된다. 부모님이 매달 보내주시는 돈도 있고... 그래도 기분이 꿀꿀하다. 불씨만 남은 드럼통 안을 보니 놀랍게도 아직 살아서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는 독라가 있다. 잠시 망설이다가 나뭇가지를 집어서 독라의 머리통에 구멍을 내어 숨통을 끊어준다. 과자처럼 부서지는 두개골의 감촉이 섬찟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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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길거리의 깡통을 걷어차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 배수구 철창 위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는 참피가 보인다. 겨울에 흔히 보이는 광경이다. 배수구 아래에는 근처 주거지에서 뜨거운 오폐수가 흘러나오기에 그 위는 꽤 따뜻한 경우가 많다. 배수구에서 모락모락 올라오는 김 위에 앉은 참피는 마치 훈제 작업 중인 햄같은 모양새다. 다른 점이 있다면 햄 쪽은 군침도는 훈연향이 입혀지지만 이쪽은 배수구의 악취가 스민다는 것일까?
[데헤이... 데헤이...]
배수구 위에 앉은 참피는 침까지 흘리며 그 더러운 온기에 몸을 맡기고 있다. 문득 아침에 본 냄새나는 참피가 생각난다. 샤워하고 나오자마자 내 코에 테러를 가한 녀석이었다. 그 놈도 저 따위로 생활하겠지... 그러니까 씨팔 냄새가 그렇게... 나는 갑자기 화가 치밀어 배수구 위의 참피에게 성큼성큼 다가가 그대로 뒷통수를 밟아버렸다.
[데헤... 데덱!!!?]
아래로 짓눌린 참피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배수구의 철창 모양대로 토막이 나 아래로 떨어진다.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은 그 고어함에 나는 깜짝 놀라 도망치듯 자리를 떳다. 그냥 얼굴에 철창 자국이나 살짝 내줄 생각이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물러터진 참피의 몸 덕분에 안전화 밑창이 온통 피범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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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아침을 먹기 위해 편의점에 들렀다. 도시락을 고르는데 바로 옆칸에 진열된 일본 직수입 실장라면이 보인다. 보아하니 가사처리한 살아있는 식용참피가 포함된 제품이다. 한 번 먹어볼까 생각했으나 새벽부터 참피와 관련된 온갖 더러운 꼴을 보아서인지 그닥 손이 가지 않아 단념했다. 게다가 자세히 보면 몇몇 실장라면은 조금씩 움직이는 것이 그 안의 참피가 깨어나 꿈틀거리는 모양이다. 활어회도 아니고 저런 걸 어떻게 먹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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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을 나와 그 앞의 간이 재떨이 앞에서 담배를 태운다.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백수로서 깜깜한 내 앞날을 생각하니 내뿜는게 담배연기인지 한숨인지 구분이 가질 않는다. 신경질적으로 담뱃재를 털고 재떨이에 꽁초를 버리려는데 재떨이 옆에서 열심히 담배꽁초를 줍고 있는 새끼 참피가 보인다.
[테칫?!]
참피는 나를 보고 겁에 잔뜩 질렸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주변에는 녀석이 빠르게 몸을 숨길만한 장소가 없다.
[테에에...]
내가 그저 바라볼 뿐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자 참피는 내 기색을 살피면서 조심스럽게 자리를 벗어나려 한다. 이 녀석 생각해보니 요새 문제가 된다는 흡연참피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최근, 공원에 서식하는 참피들을 중심으로 담배꽁초를 주워다 피우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한다. 얌전히 담배만 피운다면 괜찮겠지만, 문제는 참피들이 라이터를 이용하여 담배를 태우는 과정에서 주변에 불을 내는 일이 잦다는 것이다. 거기다 몇몇 악질적인 놈들은 장초를 주워다가 미성년 학생들에게 간식거리를 받고 파는 경우까지 있단다. 아... 고민이다. 이 놈 여기서 밟아 죽일까? 내버려두면 어차피 공원에 불이나 지르고 해만 끼칠 놈이다... 하지만 나는 오늘 벌써 참피를 2마리나 죽였다. 거의 사람이나 다름없는 참피를 죽이는 것은 아무래도 꺼림칙한 일이다. 어떻게 해야...
[테챠앗!!!]
내 고민이 깊어지는데, 갑자기 참피가 무슨 결단이라도 한듯 힘찬 기합을 넣더니 손에 든 꽁초들을 모두 버리고 근처 골목으로 전력질주한다. 내 눈에서 살기라도 느꼈나보다. 나는 그냥 내버려두기로 했다. 추워 죽겠는데 내가 뭔 정의의 사도라고 흡연참피 구제까지 해야되나 싶다.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새끼 참피는 필사의 질주 끝에 골목 입구까지 가서 숨을 헐떡이며 나를 바라본다.
[테베베베베~]
참피는 자신이 안전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했는지 입을 쫙 찢고 혓바닥을 내밀며 나를 도발한다. 아무래도 나 때문에 기껏 모은 꽁초를 모두 버리게 된 것이 못내 분했던 모양이다. 그 앙증맞은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진다.
[후후후...]
[테베베~]
[허허허허허!!]
[테붸~ 테붸뷉~]
[허허허...]
[테붸붸뷉베베벱붸베베벱베베벱~]
[이 돼지 쐉년이!!! 작작해라 새끼야아아아아!!!!]
참피 주제에 도발 기술이 필요 이상으로 화려하다. 어느새 나는 주먹을 불끈 쥐고 골목으로 돌진하고 있었다. 그러나 참피는 예상한듯 사람이 들어갈 수 없을만큼 좁은 골목으로 쏙 들어가버린다. 나는 벽 사이에 낑긴 채로 손을 뻗어 닿지 않는 참피를 향해 휘저으며 괴성을 지른다. 참피는 그 모습에 웃느라 정신이 없다.
[너 이 씨팔!!! 잡히면 아주 뒤졌어!! 그냥 뒤지는게 아니야!!!]
[테퍄퍄퍄퍄퍄!!!]
[야!! 야!! 너 사진 찍었어!! 너 내가 기억한다! 길 가다 나 마주치지 마라 이 쒸이팔!!]
[테퍄퍄퍄퍄퍄퍄!!!!!!]
참피는 이제 데굴데굴 구르며 웃고 있다. 나는 분해서 눈물까지 나온다.
[야이 시발... 웃지마... 웃지마 이 씨발련아!!]
[테퍄퍄퍄퍄퍄...테에?]
결국 내 눈에서 한줄기 뜨거운 눈물이 흐르려는 찰나, 검정색 무언가가 새끼 참피 뒤에 조용히 착지한다.
[야옹~]
이 희망없는 도시의 수호자, 나의 영웅, 다크나이트, 검은 길고양이다. 고양이는 망설임 없이 앞발로 참피를 짓누르더니 허리를 물어 척추를 끊고 도망치지 못하게 만든다. 이 신속한 공격에 참피는 끽 소리도 내지 못하고 고양이의 포로가 되었다.
[테캬아악!!!]
뒤늦게 비명을 질러보지만 한참 늦었다. 고양이는 참피의 목덜미를 물고 다시 자신이 뛰어내렸던 골목의 담벼락 위로 점프한다. 그 순간, 고양이에게 붙들린 참피의 절망적인 눈빛과 25년 인생 최고의 행복감에 젖어 있는 나의 눈빛이 교차한다.
[테!!! 테!!! 테챠아아아!!!!]
[꺄하하하하하하!!!]
전세는 역전되어 참피는 만면에 미소를 띈 나에게 분노에 가득찬 악담을 퍼붓고, 나는 참피를 향해 손가락질 하며 웃어재낀다. 담벼락 위에 올라선 고양이는 그 이상한 광경에 잠시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참피를 배부터 씹어 먹는다.
[치아아악!!! 챠아아아!!!!]
나는 새끼 참피의 숨이 완전히 끊어질 때까지 흐뭇하게 고양이의 식사를 바라보다가 집으로 가벼운 발걸음을 옮겼다.
<끝>
껄룩추
10점드립니다 꿀잼ㅇㅈ
잔잔하게 재밌다
혹시 글 쓰는 직업인 레후? 프로의 냄새가 느껴지는 레후.
꿀잼 - dc App
갓껄룩니뮤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