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유행이라는 로젠사의 실장석이라는 인공생명체를 구입해 보았다.
딴에는 전문 훈육이라는 시스템도 존재하는 모양인지 로젠사와 연계된 각 지역의 브리더샵에선 새끼부터 성체까지 모든 종류를 아우르는 실장석을 판매 중이다.
구매과정은 별것 없지만 브리더샵에 직접 방문하여 실장석이라는 종의 특성상 사육과정에서 생기는 개체별 성향에 따른 ‘특정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로젠사는 일절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점에 동의 한다는 서명을 해야한다는 점은 조금 특별하다고 할 수 있었을까. 어떤 식으로든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려고 하는 대기업스럽다고 할 수 있는 계약서였다.
그리고 훈육사에게 여러 가지 조련을 통해 고객에게 양도되는 실장석은 나름의 지능 덕분에 인간과 크게 교감이 가능하고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굉장한 특징이 있었지만 그런 녀석들은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오르기 때문에 난 그냥 ‘엄지실장’이라는 유아형태의 개체를 선택하기로 했다. 조잡한 케이지 안에 잠들어 있던 한 녀석을 선택하자 샵의 직원은 능숙한 손길로 종이상자에 녀석을 담고 사은품으로 제공되는 아가 실장 유기농 푸드와 주인님과 아가실장의 즐거운 하루하루! 라는 타이틀이 큼지막히 적혀있는 설명서를 동봉해 주었다.
조심스러운 손길로 상자를 들고 거리로 나섰다.
그리 오래 걷지 않았을 때 상자 안에서 작은 움직임이 느껴진다. 뚜껑을 열어보고 싶었으나 겨울의 차가운 바람에 녀석이 영향을 받을 것 같아 관두기로 했다.
집에 도착해 현관문의 도어락을 열며 오른손의 상자를 내려다 보았다.
작은 숨구멍을 통해 날 지켜보고 있는 녀석의 빨간 눈동자가 마주쳤다. 재밌다.
탁자 위에 상자를 조심스럽게 내려 놓고 뚜껑을 열어 상자를 눕혀 보았다.
내가 꺼낼 수도 있었지만 이 신비로운 작은 생명체가 행동하는 하나하나를 관찰하는 재미를 느끼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든다.
아장아장 기어나와 자신이 들어 있던 상자를 지켜보는 엄지실장. 그 상자를 적당히 세워 뚜껑과 겹쳐두자 그제서야 날 올려다보고 작은 소리로 칫칫거린다.
뭐라고 말하는지 알아듣진 못하지만 적녹의 양안을 반짝반짝거리며 다가오는 그 모습은 영락없는 인간의 어린아이와 같다. 호기심으로 가득찬 표정.
손가락을 녀석 앞에 가져다 대자 조심조심 기어와 이리저리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아보는 엄지실장. 깨끗하게 씻은 손인데 말이지. 핸드크림 냄새가 마음에 드는것일까. 내 검지손가락에 딱 달라붙어 동글동글한 뺨을 부비며 친근함을 표시 해온다. 인간에 대한 경계심 같은 것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 생명체인것일까. 혀를 낼름낼름 거리며 내 손가락을 핥고 있다. 묘한 촉감.
검지에 딱 달라붙어 있는 엄지실장. 조금 장난쳐보고 싶어졌다.
<!--[if !supportEmptyParas]--> <!--[endif]-->
<!--[if !supportEmptyParas]--> <!--[endif]-->손가락을 핥고 있던 이 녀석이 떨어져 나올 겨를도 없이 손을 휙 들어 올려 보았다.
난데 없는 상황에 치잇치잇거리며 손가락에 딱 달라붙어 바들바들 떨기 시작하는 엄지실장. 아주 자그마한 생명체지만 떨어지지 않고자 내 손가락에 온힘을 다해 매달려 있다. 아주 어린 갓난아기가 손가락을 쥐고 있는 정도의 압박감이라고 할 수 있으려나. 공포라는 감정도 느낄 수 있는 모양이다. 높은 곳에 대한 공포는 죽음에 대한 생명체 본연의 순수한 감정이라고 어디선가 들은 기억이 있다. 작은 생명체가 내 손가락에 딱 달라붙어 죽음에 대한 공포를 느끼고 울음소리를 내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소름이 돋을 정도로 끔찍하면서도 기묘한 기분을 내게 안겨 주었다.
조금 기분이 나빠져 힘을 주어 털어내듯 녀석을 뿌리쳐 냈다.
그렇게나 온 힘을 다해 내게 매달려 있던 녀석이지만 힘없이 바닥에 내동댕이쳐지며 팬티가 순식간에 불룩해질 정도로 대량의 배설물을 싸버렸다. 구매전 알아봤던 실장석에 대한 정보들 중 분명히 봤던 내용인데 실수해버린 모양이다. 그리 높은 곳에서 떨어지진 않았지만 가해졌던 힘도 힘이고 새끼이니만큼 깜짝 놀라버린 것일까. 작고 동그란 두손을 눈 아래 얹고 서글프게 울기 시작한다. 어떻게 되어먹은 생명체인지 모르겠다.
'아가실장은 주인님과 함께 즐기는 참방참방 목욕놀이를 정~말정말 좋아해요! 하지만 처음 구매한 아가실장은 물에 들어가는것을 무서워 할지도 모른다구요? 그럴땐 주인님이 손으로 따뜻하게 보듬어주면 사랑스러운 아가가 행복해 할 거에요!'
설명서의 목욕란에 적혀있던 짧은 문구. 그대로였다.
세면대에 받은 미온수에 몸을 담그기 싫어하던 녀석을 손에 얹고 조심스럽게 물에 담그자 내 손가락에 딱 달라붙어 오들오들 떨어버리며 배설물이 부릿부릿 뿜어냈다. 정말 본능대로 행동하는 생명체다. 공포를 느끼고,그 공포의 감정을 상쇄하기 위해 배변의 쾌감을 느끼려고 하는것일까. 로젠사는 어떤 이유에서 이런 방식으로 행동하는 생명체를 만들어 냈는진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생각하기에 로젠사는 이 생명체를 창조해냈으리라곤 생각치 않는다. 그저 발견한 것일뿐. 물론 이런 실장석의 성향에 반해 사육을 시도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들 대부분은 실장석을 유기하거나 '자체적'으로 처분함으로서 사육활동을 끝낸다는것이 일반적이다.뭐 아무튼, 내 손을 작은 욕조삼아 기대누워 온수의 좋은 느낌을 만끽하는 엄지실장. 무슨말을 그렇게 하는것인지 칫칫레칫거리지만 알아들을 방법이 없다. 번역기가 따로 존재한다고는 하는데 한번 알아봐야 할 듯하다.
아가실장 두뇌계발 블럭세트를 가지고 노는 엄지실장을 뒤에서 조용히 지켜보고 있다.
인터넷에서 구매한 저가형 실장완구임에도 녀석은 며칠 째 저 블럭쌓기 삼매경이다.
녀석은 블럭을 이렇게도 쌓아보고 저렇게도 쌓아보며 렛치렛치 즐겁게 지저귄다. 때때로 기분이 좋을땐 귀도 팔락팔락거릴때가 있다.
무언가 상당히 흡족할때 나오는 반응이다. 그리 비싼 장난감도 아니건만 저렇게 즐겁게 가지고 노는 엄지실장의 모습은 정말이지 너무나 사랑스럽다.
아 뭔가 막힘이 있는듯 하다. 무언가 고민에 빠졌을땐 치이이...라고 작게 소리낸다. 저 작은 목소리의 한마디 한마디에 무언가 의미가 있는것이겠지. 그러다 해답을 찾으면 칫! 하고 작게 한번 소리내고 씩씩하게 블럭을 쌓아 올리기 시작한다.
작고 귀여운, 동그란 뒤통수를 지켜보고 있노라면 자그마한 장난기가 발동된다. 조금만 놀려줘볼까.
조용히 뒤로 다가가 녀석의 옆 바닥을 손바닥으로 강하게 팡! 내려쳐보았다.
실장석이라는 생물이 이렇게 커다란 소리로 울부짖는다는것은 처음 알았다. 재난경고문자 소리 이상으로 귓가를 크게 강타하는 엄지실장의 비명소리. 펄쩍한번 높이 뛰며 쌓아 올리던 블럭을 모조리 걷어차버렸다. 순식간에 팬티가 빵빵해질정도로 배설물을 싸버린것은 덤. 사방팔방으로 흩어져버린 색색깔의 아가실장 두뇌계발 블럭세트. 그렇게나 놀란건가? 조금 웃음이 나와버렸다.
잔뜩 겁에 질린 엄지실장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버둥거리다 바닥에 납딱 달라붙어 엉금엉금 기어서 자신을 놀라게한 '무언가'로 부터 멀어져가기 위해 노력한다.
똥으로 가득찬 팬티가 질질 끌리며 바닥에 얼룩을 그려간다. 약하고 여린 작은 생명체가 바들바들 떨며 치..치... 울먹거리는 소리는 생각지도 못한 즐거움을 내게 주었다.
재밌다.
녀석을 한번 크게 놀리킨 후 링갈을 구매해서 녀석과 의사 소통을 시도해 보았다.
몇가지 알게된 점이라면 이 녀석은 자신을 놀래킨 '무언가'에 대해 아무런 예측이나 인지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 즉 자신을 놀래킨 존재가 나라고는 꿈에도 모른다는 것. 보잘것 없는 자신을 거두어 키워주는 나에게 몹시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점.
얼른 자실장으로 자라나 나를 위해 이것저것 도와주고 싶다는 것. 그리고 내가 간식으로 건내준 콘페이토는 혼자 먹기보단 주인님인 나와 함께 사이 좋게 나눠먹으면 더 행복할것 같다고 느낀다는 것. 하지만 역시 쾅쾅님은 무섭다는것. 뭐 대충 이정도였다.
손바닥 위에 맨발로 서 있는 엄지실장석의 체중이 그대로 전해진다. 정말 가볍고 작은 두발의 압박감이 사랑스럽고 귀여운 존재.
콘페이토를 내게 들이밀며 잔뜩 행복한 표정을 짓는 엄지실장에게 또 다시 장난기가 동하려 한다.
조금 위험할 수도 있겠지만... 뭐 괜찮겠지.
그리 높진 않았기에 떨어트려 볼 겸 손바닥을 슬쩍 뒤집어 보았다.
레?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으로 떨어지는 엄지실장.
멋지게 착지 했으면 좋겠다.
는 나의 기대가 무색할 정도로 처참히 바닥에 부딪히며 튀어오르는 엄지실장. 생각보다 운동신경이 형편없는것은 맞나보다.
바닥에 처박히는 순간 짓 소리가 나는게 너무 웃겨서 그만 웃어버렸다. 이거 꽤나 웃기다고. 직접들어보면.
그 뒤로 몇번이나 바닥에 튕겨 나뒹구는 작은 엄지실장.
나에게 건내주려던 콘페이토도 무참히 박살나버려 파편이 여기저기 튀어버렸다.
조금 지나쳤나보다.
왼팔은 떨어져나가버리고 왼다리는 뒤틀려버렸다. 피눈물을 쏟으며 안면에도 핏물이 범벅되어버린 작은 엄지실장.
뭔가 찟찟 거리는 소리가 무엇인지 궁금해 링갈을 들여다 보았다.
[찌잇...찟....고슈진사마...도와...도와레츄....이따이...이따이레치이....]
[레에에...무서워요레찌....]
[도와줘요 고슈진사마...도와...도와레찌이...]
뭐야 이녀석 내가 손바닥 뒤집어서 떨어졌다는것을 인지 못하는것일까.
사경을 헤메는 와중에도 간절히 날 찾아대는 말이 링갈에 번역되고 있다.
사소한 장난이었건만 이 작은녀석에겐 생사를 오갈 큰 위협이 될 수 있는 나의 행동에 뭐라 형언하기 힘든 묘한 감동을 느낀다.
절단부에서 줄줄새어 나오는 피를 사방에 튀기며 발광하던 녀석이 정신을 잃었을 때 아무렇게나 집어들어
활성드링크를 가득채운 비커에 집어 넣어버렸다. 죽지 않아야할텐데
미안하긴 하지만 이 녀석 이렇게 가지고 노는거 꽤 재밌어졌다고.
인분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