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장샵을 꾸려가던 친구 한놈이 성체 하나를 보내왔다.

비록 폐기된 어미지만 총명한 개체를 주기적으로 낳았던

놈이라, 쓸모가 있을거라고 떠넘기듯 준 것이다.


마침 무료하던 차에 자그마한 여흥이 생긴 셈 치고 나는 별 말

없이 넘어갔다. 친구도 내가 이럴걸 알고 보냈으리라.


성체는 임신한 상태였다. 친구왈 따뜻할때 즐기란다.

나는 원주인에게 화답하듯 실험 계획을 세워가기 시작했다.




참피실험록 -고아-




첫 실험 주제는 \'고아는 혼자서 살아갈 수 있는가\' 로 정해졌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펜을 쥔 순간 고아가 떠올라서 였다.


실험체는 자들 중 차녀가 되었다. \'필라이트\'가 이곳에서 낳은

자들 중 가장 똑똑했기 때문이었다.


장소는 근처 공원의 화장실로, 기한은 봄 동안. 실험을

완수하면 차녀가 원하는 것 하나를 이뤄줘야 한다.


실로 간결한 계획이었다.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랴.

어찌됫건 나는 곧바로 실험을 진행했다.


***


차녀는 공원의 화장실에 풀려졌다. 화장실의 쉰 내와 뒤섞이는

싱그러운 향기가 봄을 실감시켜 주었다.


차녀는 가장 먼저 한쪽이 막혀있고, 숨을 곳이 있는,

청소도구함을 찾아 틈을 통해 들어갔다. 그러고는 도구함

안을 샅샅이 뒤져 쓸만한 것을 찾기 시작했다.


십여 분이 지났을까. 차녀는 마대자루에서 플라스틱 조각을,

헤진 대걸레에서 헝겊을 발견했다. 차녀는 이마를 슥 닦더니

도구함의 타일 한칸에 깔았다. 은신처로 삼을 생각인가 보다.



-데갸아악! 자들이 나올려 하는 데스! 좀만 참는 데스!



순간, 두 눈이 퍼런 실장석이 도구함 옆 칸으로 들어갔다.

차녀는 위기를 감지했으나, 호기심이 그것을 억눌러서 탄생의

순간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차녀의 두눈에 생기가 어렸다.



-텟테레~ 텟테레~ 텟테레~



탄생을 축하하는 소리가 울리고 어미는 자들의 점막을

취한다. 누런 타일에 통통한 다리들이 그득해진 가운데, 차녀

의 분대가 공백감을 호소했다. 씁. 어쩔 수 없지.


차녀는 소리가 닿지 않도록 뒤로 물리되, 칸 아래에 헝겊을

놓고 침을 살짝 발랐다. 무리로부터 소외된 상심을 달래려는

어느 희생양의 호기심을 겨냥한 덫이었다.



-챱. 챱. 데에? 엄지인 데스? 어쩐지 점막이 좀 두꺼웠던 데스.

-마마! 아타치 귀여운 엄지인 레치! 귀여운 레치이잇!

-반은 맞는 테치! 아무리 엄지라도 가족인 테치!

-오우우우, 역시 장녀는 착한 데스. 하지만, 이 세상은 쉽지

않은 데스. 집에 가서 구더기를 노나 먹으며 알려주는 데스우.

-테에에...



역시나. 친은 엄지를 구석에 아무렇게나 떨궜다. 엄지는

자들의 무리에 낄려고 안간힘을 다했으나, 그 짤뚱한 체구로는

어림도 없었다. 결국 엄지는 칸 쪽에서 훌쩍이기에 이르렀고,



-렛? 바닥에 뭔가 있는 레치! 쉰 내도 나늠 레치 이거라면

우지챠의 자리를 꿰찰 수 있을 것인 레칫! 가져가ㄴ..!



차녀의 전리품이 되고야 말았다. 차녀는 엄지를 얻자마자

아가리에 헝겊을 물려 주의를 차단했다. 으레 그렇듯이,

오로지 장녀만이 엄지의 실종에 의문을 가졌다.


출산을 마치고 구더기와 엄지를 봉지에 넣은 어미가 어기적

일어났다. 다산으로 한껏 진을 뺀 어미가 자들을 불러 모았다.

허나, 장녀는 반응도 하지 않은 채 칸 아래에 머릴 박고 있었다.



-장녀챠! 무슨 일인 데스! 집에 가야하잔 데스! 마마가

꺼내주는...! 갸아아악! 오마에 입에 묻은 그건 뭐인 데샤아!

어쩐지 엄지가 사라졌다더니..! 오마에가 안 들킬려고 저따

박아놓고 쳐먹은 데샤아아아아아아악!



친실장은 격분했다. 가족의 위계질서가 깨질 것이라는

두려움과 자들 앞이라 차마 못 먹은 엄지를 먼저 취한

배신감이 위석을 드흔들었다.


마음 같아선 자판기로 쓰고 싶었으나, 자들의 분충화를 우려해

친은 장녀의 발목을 뭉개만 놓았다. 출산 직후를 노릴 동족을

피해 일가는 속히 집으로 향했다.


장녀라는 존재에 생긴 공백, 그로 인해 서열이 붕괴할 운명을

뒤로 한 채...


한편, 차녀는 뜻박의 수확을 얻었다. 장녀가 어설프게 똑똑한

덕에 자판기를 얻은 것이다. 차녀는 자판기를 구석에 뉘이고,

두 눈을 초록색으로 물들였다.


차녀는 자판기의 상품이 무르익어 갈 동안, 엄지를 깨웠다.

아가리에 물린 헝겊을 걷어내고 그대로 엄지를 때려눕혔다.

서열을 각인 시키는 걸까.


한 껏 운치를 쏟아낸 엄지는 레에... 하고 삶을 한탄할 뿐이

었다. 자판기의 배가 적절히 부풀은걸 본 차녀는 아가리로부터

흘른 피를 뿌려 상품을 뽑아냈다.


적절히 살오른 구더기 세 마리. 차녀는 바닥의 운치를 엄지

에게 핥아 치우라 하고, 헝겊에 누워 여유로이 공복을 메웠다.

운치를 거진 핥았을 즈음에, 차녀는 고깃조각을 던져주었다.


비록 대가리 뿐이지만 운치에 비하면 이게 어디랴. 엄지는

방금의 치욕은 잊은 채 대가리를 감질나게 씹었다. 차녀와

출산 부산물간의 서열이 형성되는 순간이었다.



***



차녀가 엄지를 얻은 후, 차녀의 생활에 윤기가 흘러넘쳤다.

엄지는 청소기로든 미끼로든 그 용도가 무궁무진했다.


출산 후에 허기진 친 앞에 엄지를 던져놓고 그 틈에 자를

하나 하나 채가는게 대표적 이었다. 엄지는 옷으로 엮은 줄에

묶어 놓아서 사냥 중 잃어버릴 일이 없었다.


차녀를 봄에 풀어놓은게 상당한 이점으로 작용했다. 멍청이

들이 은신처 앞에서 식량을 내어주니 밖으로 나갈 필요가

없었다. 덕분에 나의 소박한 실험은 예상외로 순조로웠다.


차녀의 총명함이 늦 봄이 올 때에도 빛을 발했으면 하는

막연한 감정이 마음 속을 훈훈하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