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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온 데스.”
“....'
“당신이 이 세상의 절대자, 관리인님 데스까?”
“그렇다.”
[레종 데트르]
그 실장석은 똑똑했다.
실장석 기준으로 지능이 높다는 뜻이 아니었다.
인간 기준으로 지능이 높다는 뜻이었다.
그는 수천 년의 유구한 인류 역사의 각 분야에 걸친 석학들의 연구를 이해했다.
의학, 생물학, 수학, 문학, 공학, 물리학, 경제학, 논리학...
‘철학’까지.
이 모든 것을 세계 곳곳의 대학에서 어깨너머로 배운 것이다.
그런 위험한 행동을 하면서도 살아있다는 것은, 지능뿐만 아니라 운도 억세게 좋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마침내 모든 지식에 통달한 그는 세상의 곳곳을 여행했다.
그리고 살아있는 모든 생물이 최후에 도달하는 곳에서, 이 세상의 ‘관리인’을 만났다.
“모든 존재는 나에게 단 한 가지를 질문할 기회를 가진다.”
“데스우.”
관리인은 검은 빛깔의 액체 같은 몸을 한 바퀴 비틀더니, 눈이 없는 얼굴의 형태를 취했다.
“수많은 존재가 수많은 질문을 했지. 난 그 모든 질문에 성실히 답해 주었다.”
“데스우.”
“너희 종족은 이런 질문을 많이 했다.”
관리인이 다시 몸을 비틀자, 셀 수 없이 많은 실장석의 잔상이 보였다.
관리인에게 제각기 다른 질문을 하고 있었다.
친실장이 어떻게 죽었는지 묻는 자.
콘페이토의 행방을 묻는 자.
자신을 학대했던 인간의 최후를 묻는 자.
프니프니를 어디서 받을 수 있는지 묻는 자.
“너의 질문은 무엇인가.
콘페이토의 행방인가? 친실장의 죽음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스시와 스테이크인가?”
실장석은 고개를 천천히 가로저었다.
“콘페이토도, 마마도, 스시와 스테이크도 전부 아닌 데스우.
와타치는 근본적인 의문이 있는 데스우.”
“무엇인가.”
관리인이 실장석의 주위를 한 바퀴 돌았다.
“이야기가 조금 길어질지도 모르는 데스. 들어줄 수 있는 데스까?”
“물론이다.”
관리인이 고개를 끄덕임과 동시에, 실장석은 입을 열었다.
“와타치는 닝겐들이 이룩한 수많은 문명과 학문을 공부한 데스.
매우 흥미롭고 신기한 것이 가득했던 데스우.
그런데 어느 날 뭔가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 데수.”
관리인은 말없이 듣고 있었다.
아무것도 없는 새하얀 공간에서, 오직 자그마한 실장석과 검은 관리인만이 서로를 보고 있다.
“관리인님은 와타치타치, 실장석에 대해 알고 있는 데스까?
태어날 때부터 옷을 입고, 말을 하는 데스우.
기초적인 지능이 있지만, 그것보다 본능이 더 강해 닝겐들의 화를 자주 돋우는 데스.
그런데 상황이 불리해지면 머릿속의 행복회로를 가동해 현실도피를 하는 데수.
태교의 힘이라 한들, 본능에 가까울 정도로 스시와 콘페이토에 집착하는 데스으.
방금 말씀드린 것을 포함한 일련의 사실에서 와타치가 도출한 결론은 이러한 데스우.”
“...”
실장석은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가, 내쉬었다.
“부자연스러운 데스우.”
관리인은 눈이 없는 얼굴로 실장석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움직였다.
“부자연스럽다고?”
“그런 데스우. 세상의 어떤 종족도 이런 행동양식을 보인 적이 없는 데스.
무엇보다도 날 때부터 옷을 입고 말을 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데슷.
더군다나 ‘옷’과 ‘말’은 닝겐들이 자가적으로 발전시킨 자신들의 특성인 데스우.
즉, ‘진화’로는 와타치타치, 실장석이라는 종족이 나올 수 없는 데스우.”
검은 얼굴이 미소를 지으며 실장석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코앞까지 다가가 실장석을 마주했다.
“너의 질문은 무엇인가.”
실장석은 녹색과 적색의 오드아이로 관리인을 응시했다.
한 치의 스스럼도 없이 말했다.
“레종 데트르인 데스우.”
관리인은 말이 없었다.
눈이 없는 얼굴 위로 만감이 교차하는 것 같았다.
“드디어 올 것이 왔군. 영겁의 시간동안 그 질문을 기다리고 있었다.”
“데스우.”
관리인이 다시 몸을 비틀고, 새하얀 세상은 별이 가득한 우주로 바뀌었다.
“레종 데트르. 바꿔 말하자면, ‘존재 이유.’
너는 너희 종족이 무엇인지, 그 존재 이유를 묻고 있는 것인가?”
“그런 데스우.
와타치타치가 무엇인지, 어째서 이 세상에 존재하는지, 모든 것을 알려주시는 데스.”
관리인과 실장석은 우주를 유랑하고 있었다.
수천, 수만 개의 별들이 그들을 지나갔다.
고리가 있는 행성도, 블랙홀도, 은하도 전부 지나갔다.
“답을 해줄 수는 있다. 허나, 진실을 목도하는 것이 반드시 좋다고는 할 수 없는 법.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 예측할 수 없다. 그래도 너는 진실을 알고 싶은가?”
“당연한 데스.”
실장석은 결의에 찬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알려주마. 이 세상과, 너희 종족의 진실을.”
모든 것이 지나가고 끝없는 어둠이 실장석과 관리인을 감쌌다.
관리인은 어둠에 녹아들어 더 이상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아주 오래전, 창조주들이 있었다.
그들은 스스로를 ‘인간’이라 불렀다.
그들은 뛰어난 지능과 사회성을 이용해 문명을 발전시켰고, 부흥을 이루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창조주 중 한명이 그림을 그렸다.
너무나 오래되어, 희미해져버린 자신의 기억을 더듬어, 어떤 인형을 그렸다.”
“그 인형이...”
실장석은 눈을 빛냈다.
“그렇다. 그것이 너희 종족의 기원 신화에 나오는 ‘취성석(翠星石)’이다.
그러나 그림을 그린 창조주는 기억이 너무 희미해져버린 탓에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존재를 그려버렸다.
그것이 최초의 너희 종족, ‘카오스’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관리인은 말을 이었다.
“그러나 문제가 있었다. 외형은 완성되었지만, 껍데기일 뿐.
너희들의 레종 데트르가 완성되지 않은 것이다.
창조주들은 수많은 의견을 내놓았다. 결국은 무리를 지어 싸우게 되었지.
그동안 카오스는 수많은 인격과 특성의 변화를 거치며 점점 슬퍼하게 되었다.”
“데스우.”
“마침내 창조주들의 한 무리가 영원할 것만 같던 전쟁에서 승리했다.
그들은 실장석의 레종 데트르를 완성했지.
그리고 실장석을 위해 자신들의 세상을 본떠 새로운 세상을 창조했다.”
실장석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을 향해 물었다.
“그것이 이 세상인 데스까?”
어둠 - 관리인은 미동도 하지 않고 답했다.
“그렇다. 이 세상의 레종 데트르 - 존재 이유는 바로 너희, 실장석이다.”
“데햐아아아...!”
실장석의 얼굴에 처음으로 미소가 피었다.
자신들이 이 세상의 존재 이유, 주인공이라니. 생각만 해도 황홀했다.
“햐아아아... 데뎃?”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한 데스우.
분명 와타치타치는 이 세상의 주인공이자, 존재 이유인 데스우.
그런데 이 세상에서는 와타치를 학대하는 닝겐들이 수도 없이 많은 데스.
이게 어떻게 된 일인 데스까?”
관리인은 기분 나쁜 웃음을 흘렸다.
어둠이 몸을 비틀었고, 새하얀 세상으로 변했다.
실장석의 앞에는 독라가 한 마리 있었다.
독라는 서두르지 않고 말했다.
“와타치를 보는 데스우.”
“데...데스.”
“무슨 생각이 드는 데스우?”
“데에... 옷을 입혀주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데스. 아, 모발이식도 좋은 데스!”
그 말에 독라는 배를 움켜잡고 뒹굴며 비웃었다.
똥을 지리며 그 위에 나자빠졌다.
“데퍄퍄퍄퍄!! 거짓말 마는 데스우. 솔직히 말해도 좋은 데스.
와타치를 봤을 때, 무슨 생각이 든 데스?
숨겨도 소용없는 데수. 관리인은 모든 것을 아는 데스.”
실장석의 얼굴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박살내버리고 싶은 데스!!
역겹고 혐오스러워서 모조리 불태우고, 고문해주는 데스우우우!!!
오마에같은 독라놈들은 자판기로 만들어서 영원토록 고통 받는 것이 마땅한 데샤아아아!!!”
독라는 입이 귀에 걸릴 정도로 소름끼치는 미소를 지었다.
그 모습에 실장석은 주춤했다.
“바로 그것인 데스.”
세상이 다시 몸을 비틀었다.
독라는 사라지고 없었다.
새하얀 세상에서, 실장석만이 서 있었다.
“데...데스우? 관리인님? 어디 있는 데스우?”
“지금이라면 늦지 않았다. 돌아가라.”
사방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위압에 잠시 몸을 움츠린 실장석이었지만, 다시 목을 쳐들고 외친다.
“관리인님은 아직 와타치의 질문에 답을 하지 않은 데스!
관리인님이 가르쳐 준 것은 이 세상의 레종 데트르이지, 와타치타치의 레종 데트르가 아닌 데스!”
실장석의 목소리가 허공에 메아리쳤다.
아무것도 없는 새하얗고 무한한 공간 속에서, 시간의 흐름마저 아득해진다.
“호기심은 인간의 장점이자, 단점이지. 너희들도 똑같구나.”
“데...어서 알려주는 데스!”
“이제는, 정말로 돌이킬 수 없다.”
“전쟁에서 승리한 창조주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들은 끝없는 유희를 원했다.
하지만 그들은 보통의 것에서 유희를 느끼지 못했다.
창조주들이 이룩한 사회 내부에서, 그들은 정신병자 취급을 받았다.”
“데...데에...”
“그래. 그들은 희열을 느꼈다.
살아있는 것이 고통 받고, 울부짖으며 목숨을 구걸하는 것에.
어떻게든 지키고 싶었던 가장 소중한 것이 박살나 버렸을 때의 그 표정을, 너무나도 사랑했다.”
실장석은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지능이 일반적인 인간보다도 높았기 때문에, 뭐가 어떻게 된 것인지 어렴풋이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데헤헤... 이제 그만해도 되는 데스우. 더 이상 듣지 않아도 괜찮은 데스.”
“하지만 그들 내부의 다수는 그러한 행위를 살아있는 존재들에게 행하는 것에 본능적인 거부감을 느꼈다. 무엇보다도, 같은 창조주들에게만큼은 그러한 행위를 할 수 없었지.
그들 사회의 규칙이면서, 동시에 ‘도덕’, 혹은 ‘양심’이라는 이름의 최후의 선을, 그들은 넘을 수 없었던 것이다.
“데뎃!! 그만하는 데스! 이제 괜찮으니까 그만 데스우우!!!”
실장석은 귀를 막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작은 몸을 웅크려 가만히 있었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관리인은 실장석의 정신에 직접 말을 걸었다.
“데갸아아아!!!”
“그래서 그들은 만들기로 했다.
어떠한 규칙에도 저촉되지 않고, 그 누구도 제재할 수 없는 영원한 쾌락의 세상을.
그리고 그들은 그 세상의 주인공을 만들었다.
창조주 자신들이 지닌 모든 장점과 단점 중, 단점만을 모두 모아 완성된 육체에 넣었다.
그 누구라도 주인공을 보면, 네가 독라를 보고 느낀 역겨움을 느낄 수 있도록 말이다.
세상의 주인공은 창조주들의 어긋난 사랑을 듬뿍 받게 되었다.
창조주들에게 그 세상은 영원히 쾌락을 주는 낙원이었다.
주인공에게 그 세상은 영원히 고통을 받는 지옥이었다.”
“그마아아아안!!! 그만하는 데스야아아아아아!!!”
실장석의 세포 하나하나에 관리인의 목소리가 울렸다.
그 진동과 공포를, 실장석은 견딜 수 없어 이미 탈분이 시작되었다.
“지금쯤이면 그 세계의 주인공이 누군지는 눈치 챘을 테지.”
“데갸아아!!!!!”
실장석은 필사적으로 귀를 막았다.
다음의 말을 들으면 무너질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너희다.”
“데햐아”
눈에는 이미 초점이 없었다.
귀신들린 듯 눈동자가 흔들렸다.
실장석의 가슴 속에서, 무언가가 부서졌다.
위석이었다.
그러나 이미 한 번 죽은 몸.
더 이상 죽지 않는다.
“데히!! 데히히히히!!!”
관리인이 다시 몸을 비틀었다.
“자, 보이는가?”
“데히이익! 데...데승?”
셀 수도 없이 많은 얼굴이 새하얀 허공에서 나타났다.
각기 다른 모습이었지만, 공통점이 있었다.
인간의 얼굴이었다.
그들과 새하얀 공간 사이에는 투명한 막 같은 것이 있었다.
그들은 그 너머로 오직 실장석만을 보고 있었다.
“데햐아아아-”
충격적인 모습에 실장석은 다시 탈분해버렸다.
정확히는, 저 얼굴들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저들이 이 끝나지 않는 세상을 만든 자들, 창조주들, 혹은 ‘인간’이다.”
“데히! 싫어 데스우우!!! 그만 데스아아아아!!!”
고개를 도리도리 내저으며 이빨을 딱딱 부딪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리인의 말은 이어진다.
무엇보다도 위엄 있고, 압도적이면서도 잔혹한 말이었다.
“너의 질문에 답을 주마.
고통 받아라.
울부짖어라.
절규하라.
공포에 질려 똥을 싸라.
이미 죽어버린 어미의 몸을 붙잡고 미친 듯이 흔들어라.
싸늘해진 새끼의 시체를 어루만지며 살아 있는 것처럼 말을 걸어라.
받아들일 수 없는 눈앞의 상황을 보고 머릿속에서 마음대로 망상하라.
도망치다 넘어진 동족의 머리를 뜯어먹고 웃다가 너도 뜯어 먹혀라.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반 년 동안 모은 식량이 폭우로 인해 비에 떠내려가는 모습을 보며 실성하라.
두 눈이 빨갛게 칠해져 강제출산을 당하다 영양이 부족해 자신이 낳은 새끼를 쳐먹으며 세상을 잃은 것처럼 울어라.
가까스로 지은 골판지 집을 쇠지렛대를 든 인간이 찾아와 전부 박살내버릴 때 울며불며 짧은 다리로 달려가 뭉툭한 손으로 인간의 다리를 톡톡 때려라.
키울 자신이 없어 가능성만을 믿고 자신이 가장 아끼는 새끼를 편의점 앞의 인간에게 탁아하고 그 뒤를 따라가 마침내 혀를 내밀고 눈이 탁해진 자신의 새끼를 보고 난 후에 혀를 씹고 죽어라.
진심으로 좋아하는 주인님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 선물을 만들어 그것을 주인님의 머리맡에 두고 잠을 자고 일어났을 때 쓰레기통에 버려진 자신의 선물을 보고 충격을 받아 스스로 위석을 박살내라.
마침내 자리 잡은 터전인 공원에서 드디어 새끼를 낳아 단란한 가족을 이루어 앞으로의 행복만을 노래하고 있을 때 하얀 옷을 입은 악마들이 나타나 꿈에 그리던 콘페이토를 뿌리면 그것을 집에 들고 가 일가가 사이좋게 나누어 먹고 사이좋게 고통스러워하며 죽어라.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행하는 와중에 너희들이 이 세상의 주인공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라.
인간을 노예로 생각하고, 알량한 자존심을 지키며, 건방진 말을 해라.
그래서 끊임없이 고통 받고, 끊임없이 학대당하며 기뻐해라.
이것이 너희, 실장석의 ‘레종 데트르’이다.”
“끼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실장석이 마지막으로 외친 단말마는 위석의 붕괴를 의미하지 않았다.
그것은 위석보다 훨씬 더 중요한 무엇인가가 박살나버리는 소리였다.
최후의 최후까지 지키고 있던, 그래서 너무나도 소중한, 종족으로서의 자부심.
그러나 실장석이 모든 것을 포기한 단말마를 외친 것은, 비단 관리인의 말을 들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실장석은 관리인이 마지막 말을 할 때, 창조주들 중 한 명이 지은 표정을 보았다.
그래. 이 화면을 보는 당신이 방금 지은 표정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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