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이는 언제나 하루 3알. 한봉지에 5천원 하는 것을 유통기한이 거의 다되어 간다고 반값으로 얻어온 저급실장푸드. 평범한 사육실장이라면 4일 이내에 타고난 분충성을 발휘하여 주인에게 투분을 할 양이었지만 엄지는 그것만으로 충분히 만족하고 있었다.
만족하지 못한다고 해서 엄지실장에 불과한 자신이 어찌지 못한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었다.
엄지는 수조벽에 반사된 자신의 모습을 본다.
아 이 얼마나 추하고 더러운 생물인가. 타고난 언청이 입 납작하게 눌러진 코, 태어날 때 부터 이미 더러운 녹색 옷. 한번도 갈아입지 않아 구린내가 진동하는 팬티.
차라리 실장석이 실장석 나름대로의 미의식이 있다면 좋았을 것을. 이 미천한 똥벌래들은 똥벌래 주제에 인간과 똑같은 것을 바라고 인간과 똑같은 미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엄지는 자신의 얼굴을 보며 뼈져리게 실감한다.
인간이 한번에 얼룩으로 만들어도 세상에 아무런 해가 없는 못생긴 똥벌래. 이러한 인식을 되새길 때마다 위석 한구석이 콕콕 찔려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이젠 익숙해져 표정 하나 변하지 않는다.
죽지 못하는 이상 살아나가야 한다. 설렁 그것이 인간의 변덕에 의해 부지되는 훅 불면 날아갈 먼지 같은 실장생이라 할지라도.
엄지는 배가 살살 아파옴을 느꼈다. 엄지는 토시아키가 종이컵을 대충 잘라 만들어준 화장실에 올라가 팬티를 벗었다. 엄지의 총구에서 힘없이 운치가 흘러나온다. 한때 편의점 봉투 가득 운치를 싸질러 거기서 익사할 뻔했다는 사실은 마치 거짓말처럼 적은양의 운치. 당연히 먹는 양이 적으니 싸는 양도 적을 수 밖에 없다. 엄지는 토시아키가 몇장 놓아준 휴지에서 일부를 찢어 총구를 잘 닦고 운치를 끝마쳤다.
양충이 된다하여 엄지가 특별히 할 수 있는 것이 있을리가 없다. 토시아키또한 엄지에겐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다. 물론 분충짓을 했을때 바로 제재를 가할 준비는 되어 있었지만 말이다. 엄지의 일과는 그저 먹고 자고 싸고 이것 뿐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 누구도 실장석에게 그 이상의 것을 바라지 않았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했던 레치...\'
엄지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왜 우리들은 끊임없이 무언가를 추구하다가 결국 화를 자초하는가. 엄지는 동족의 어리석음에, 자신또한 가지고 있었고 어쩌면 아직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는 어리석음을 증오했다.
엄지는 자신에게 이러한 깨달음을 얻게해준 인간-토시아키-를 뼈속깊은 곳에서 사랑했다. 그러나 이 사랑은 저열한 실장석들의 성욕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 자신보다 더 월등히 우월한 개체에 바치는 숭배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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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아동공원의 어느 벤치. 양복차림의 한노인이 지팡이를 두손으로 짚은 채 앉아있다. 노인의 얼굴에 보이는 주름살과 검버섯은 노인이 살아온 세월을 대변하는 듯 얼굴 곳곳에 나 있었고 중절모 밑으로 보이는 백발의 머리카락은 그의 육신에 더이상 타고난 젊음과 생명이 남아있지 않았음을 암시했다. 노인은 무언가를 찾듯이 주변을 돌아보다 이내 고개를 숙이고 한숨을 쉰다.
\"스이야...어디있느냐 스이야...\"
노인은 고개를 숙인 채 중얼거린다. 그 순간 귀엽고 낭랑한 목소리. 노인이 찾고 있던 목소리가 노인의 귓가에 들려왔다.
\"아버님 그렇게 한숨쉬시면 불행해지시는 거에요.\"
목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노인이 급히 고개를 돌리자 그곳엔 노인이 찾고 있던 \'것\'이 보였다. 웨이브진 밤색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트리고 왼쪽의 아름다운 진홍색 눈으로 노인을 지긋히 응시하며 천진난만한 것 같으면서도 무언가 달관한 듯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스이코 왜이렇게 늦었니!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줄 아니?\"
노인은 밴치에서 일어나 스이코라고 부른 소녀를 껴안은 다음 얼굴을 마주보며 그렇게 물었다. 스이코는 노인의 주름진 얼굴을 하얀 손으로 쓰다듬으며 조용히
\"아버님은 얼굴에 주름이 더 느셨네요...\"
라고 말했다.
\"스이코가 내곁에 없기 때문이란다. 제발 돌아오렴. 넌 나의...나의...\"
노인은 말을 잇지 못하고 울먹거렸다. 스이코는 손등으로 노인의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그런 말 마는거에요. 아버님. 아버님의 딸은 제가 아닌거에요.\"
스이코는 노인을 밴치에 앉히고 옆에 앉았다. 노인과 스이코 사이에서 묘한 침묵이 오갔다. 하지만 대화는 오가지 않아도 서로 옆에 있는 것 만으로도 충족되는 무언가가 있었다. 어떻게 지내니. 밥은 잘 먹고 다니니. 몸은 괜찮고? 같은 상투적인 질문은 둘 사이에 필요가 없었다. 한 20분 동안 말 없이 정면을 응시하며 서로의 인기척을 느끼며 만족하고 있던 와중 노인이 침묵을 깨고 스이코에게 말했다
\"내 모든 지분을 아들에게 양도했단다.\"
\"이제 도련님이 회사를 맡게 되는 거에요?\"
\"그래... 나와는 달리 현실주의적이고 계산적이지만 도리어 그런 성향이 회사를 더 번창하게 할 수 있을지도 몰라.\"
노인은 그렇게 말하며 먼곳을 응시하며 한숨을 길게 쉬었다. 스이코는 노인의 한숨에 함축된 의미를 잘 알고 있었다. 노인과 아들은 스이코가 노인 곁에 있던 시절부터 자주 싸워왔기 때문이다.
\"토시아키 부장님은 어쩌고 있는거에요? 건강하세요?\"
스이코는 노인에게 물었지만 사실 별로 궁금하진 않았다. 단지 화제를 돌리기 위해 한 질문일 뿐이었다.
\"그녀석은...그녀석은 잘 지내고 있지. 실장석행동연구학이라는 거짓학문까지 만들어가면서...\"
노인은 입가를 실룩거리며 대답했다.
\"여전히 사이가 나쁘신거에요.\"
스이코는 노인이 약간 토라진 얼굴을 보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러고보니 이 공원은 실장석이 거의 눈에 띄지 않는구나. 네가 여기 있다는건 분명 실장석이 있다는 뜻인데...\"
노인은 주변을 살펴보며 말했다.
\"내가 사람눈에 띄지 말라고 엄중히 경고한 거에요. 물론 경고해도 듣지 않는 분충들도 있지만 그때는 솎아내면 그만인거에요.\"
스이코는 쓸쓸한 눈빛으로 멀리 보이는 검게 그늘진 녹색수풀 쪽을 응시했다. 그곳은 분충들을 던져놓은 운치굴이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난 여전히 네 뜻을 이해 못하겠구나. 실장석은 그저 구제불능의 생물이란다. 네가 아무리 발버둥쳐봤자 만들어질 때 부터 그리 정해진 거야.\"
\"그런거에요...저도 20년간 실장석들을 지휘하면서 느낀거에요. 실장석들에게는 기본적으로 현실인식이 부족한거에요. 정확히 말하면 현실인식 자체가 실장석에게는 맹독인거에요...\"
말없이 자신의 오른쪽 안대를 만지작 거리면서 스이코는 노인에게 말했다.
\"친실장이 양충이라고 해도 그 다음 세대의 자실장이 양충일 가능성도 없고 설령 양충이라고 해도 어느순간 발휘되는 분충성은 막을 수 없었던거에요.\"
스이코의 머리속을 멍청한 친실장의 얼굴이 훑고 지나간다. 스이코는 참지 못하고 한숨을 쉬었다.
\"너도 나름대로 고생하고 있는 모양이구나.\"
노인은 빙그레 미소지으며 스이코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스이코는 노인의 손을 거부하지 않은채 조용히 귀여운 미소를 지었다. 노인의 손에 머리를 쓰다듬어진다는 일. 그 자체가 스이코에게 무한한 기쁨을 주었다. 그건 스이코에게 있어 노인이 무척 소중한 존재인 탓이기도 했지만 본질적으로는 그렇게 느끼도록 만들어진 탓이기도 했다. 스이코도 그걸 잘 알고 있었지만 애써 부정하지 않았다. 설령 그것이 노인에 의해 인공적으로 심어진 감정이라 할지라도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배어나오는 저린듯한 감각의 기쁨은 거짓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스이코...\"
노인은 스이코의 손을 잡으며
\"이제 그만 돌아오는게 어떠니...네가 아무리 해도 \'그것\'들은 바뀌지 않는단다. 애초에 설계자체가 잘못됐으니까. 이제 쓸데없는 짓은 그만하고 내 곁으로 돌아오렴. 넌...나의 딸이자 최고걸작이란다.\"
스이코는 노인의 손에서 전해지는 온기를 느끼며 잠시 눈을 감았다. 밴치에서 일어서 뒤를 돌아보며 노인을 응시했다. 그 붉은 눈동자 속에는 노인에 대한 연민과 원망 그리고 사랑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그럴 수는 없는거에요. 그녀들은 내...조카들이니까...\"
그렇게 말하면서도 스이코는 속으로 자신을 경멸했다. 세상에 어떤 인간이 자신의 조카의 사지를 절단해서 자식들과 함께 똥구덩이에 집어넣을까. 물론 자신은 인간이 아니지만 말이다. 하지만 말에 거짓은 없었다. 자신이 노인의 곁을 떠나 이 공원에서 20년 동안이나 \'그녀\'들을 돌봐온 이유. 그것은 \'그녀\'들이 동생의 딸들이기 때문이었다.
\"스이코...저것들은 네 동생의 자식이 아니야. 단순히 실패한 클론이지.\"
그 말을 한 순간 노인은 스이코의 붉은 눈동자 속에 한순간 노여움이 가득했다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자신의 원죄를 다시금 곱씹었다.
\"동생은 죽기전에 나에게 말한거에요. 자식들을 부탁한다고. 저는 동생의 최후의 소원을 들어줘야 해요.\"
스이코는 그렇게 말하고 노인에게 꾸벅 인사한 뒤 노인의 시야에서 멀어졌다. 노인은 쓸쓸한 스이코의 뒷모습에 감정이 복받쳐오는 것을 느끼고 이를 악물었다.
\"너를 불행하게 살게 하기 위해 만든게 아니란 말이다...젠장...\"
짧은 해가 지고 어둑어둑해지자 가로등이 켜져 홀로 밴치 앞에 서 있는 노인을 비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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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잘 생각해서 정합시다.
이제 소시민이 아닌레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