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시 마리산 휴지공원..

10년전, 지어지기 시작했을 무렵엔 인근 도시들과는 차별화되는 거대한 규모와 충실한 시설들로 온 시민들의 기대를 받던 시설이었다.
다만, 당시에는 한국엔 실장석이 이제 막 유입되기 시작한 시점이었으며 두루시청 건설과를 비롯한 어떤 시민들도 5년전과 같은 실장석 대란이 전국적으로 일어날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기에 이 공원 또한 실장석 대책을 전혀 마련하지 못한채 시공에 들어가게 되었다.
실장석과 공원의 상관관계를 아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예측하였듯이 이 공원 또한 비참한 결말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몇 년 전 정부 주도로 대규모 실장 토벌 정책이 이 공원에서 실장석을 완전히 몰아내지 못한 것은 이 공원 자체가 산 속에 있었기에 실장석과 도시민들의 직접적인 충돌이 적었던 것과, 공원 화장실부터 비데가 장착된 신식 양변기로 지어졌기 때문에 실장석이 그리 크게 번식하지 못한 것이 이유였다.
그리고 지금 현재, 이 공원의 중앙 광장을 향해 도데도데 걸어가는 한 노실장이 있다.
희끗희끗 머리 사이사이로 비치는 새치와 더러워지고 구멍뚫린 실장복, 그리고 곧 깨질듯 탁해지고 닳은 적록색 눈알이 그 실장이 적잖이 나이든 노인이라는 것을 알리고 있었다.

\"자.. 다들 모이는 데수우...\"
\"장로!! 이런 곳까지 오면 위험한 데스요!!\"
\"허허... 다 이유가 있는 데스요.. 다들 모인 데스까..??\"

장로라고 불린 실장이 주민(공원의)들을 부르자 어디에 숨어있었는지 3~40마리는 되어보이는 성체들이 풀숲에서, 중앙 분수대 아래에서, 나무 뿌리 아래에 파 둔 둥지에서, 이곳저곳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나이를 먹을대로 먹어 이제는 몸조차 가누기 힘든 노실장이 공원 깊숙한 거처에서 중앙 광장까지 오는데 얼마나 많은 고생이 있었을지 걱정하는 실장들 틈에서 장로는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몇 몇 일가가 보이지 않는 데스가... 미도리씨는 어디로 간 데스?\"
\"오바상은 옆 마을에 간 테스요. 오바상이 직접 가지 않는 이상은 그치들이 이곳까지 올리가 없다며 직접 간 테스\"
\"그런테스, 몇몇 오바상들이 같이 따라갔으니 장로님은 걱정하지 마시라는 테스\"
\"그런데스까... 그럼 모두들, 잠시 기다리는 데스... 미도리씨가 오면 시작하는데...데혹!\"
\"\"장로!!\"\"
기침으로 힘들어하는 장로를 부축하는 것은 장로의 오른팔인 전 사육실장, 미도리의 차녀인 \'도\', 그리고 미도리의 친구인 에메랄드의 장녀 \'에\' 였다.

\"괜찮은데스.... 고마운데스우...데혹...\"
\"장로...대체 무슨 일이길래 이렇게 온 일가를 모이게 한 테스...? 다들 월동 준비로 바쁜 것은 장로도 알 테스요...\"
도는 이해할 수 없었다. 산이기에 들실장처럼 쉽게 쓰레기장에서 먹을 것을 주워올 수도 없는 이상, 가을은 그들에게 있어 풍요와 축복의 계절이 아닌 그 어느때보다 바쁜 한때가 기다리는 노동의 계절이었다. 도 또한 얼마전부터 미도리를 따라 산 깊숙한 곳까지 올라가 식량을 구해오는 만큼 하루나 되는 귀중한 시간을 아무 사전 설명없이 이루어진 이 모임에 소비해야 한다는 것은 불만이었다.
\"아아주 중요한 이야기가 있는데스... 오늘이 아니면 안되는 데스우... 이 장소인 것도 이유가 있는 데스우... 이 장소가 아니면 안되는 데스우...\"
장로의 말에는 힘이 있었다. 도 뿐만이 아닌 에, 그리고 이 장소에 모인 모든 실장들 또한 도처럼 내심 불만을 품고 있었지만 오랜만에 장로에 눈에 돌아온 총기와 말의 무거움에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일순간 조용해진 공원, 말을 마친 장로는 근처 의자(주변에 굴러다니던 보도블럭 벽돌을 실장 사이즈로 쌓아 만들었다)에 털썩 주저앉아 한 곳을 응시하기 시작했다. 그 끝에는 다 무너져가는 골판지하우스가 있었다. 이미 썩어문드러져 아무 실장도 살지 않는 하우스, 그곳에 장로의 시선이 박혔다.

\"장로!!! 괜찮은데스까??!!!\"
그렇게 장로가 하우스를 바라보기 시작한지 한시간쯤 지났을까, 공원에 모인 실장석들이 따사로운 햇볕에 꾸벅꾸벅 잠이 들 무렵 저 멀리서 도데도데하고 달려오는 미도리가 있었다.
그 뒤에는 미도리가 데리러갔던 이웃마을(이웃마을이라 해 봤자 거주구역이 조금 다를 뿐 이들도 휴지공원의 주민이다) 실장들 2~30마리가 도데도데 걸어오고 있었다.
\"오오... 미도리..온 데스네... 그럼 정말로 다들 모인 데스...??\"
\"수고하시는데스, 늙은이. 이런 곳까지 오느라 고생 꽤 하신듯한 데스네.. 데프픗\"
이웃마을의 보스, 통칭 \'보스\'는 존경심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말투로 장로에게 인사를 건넸다.
\"어서오는데스.. 남는 자리에 어서들 앉는데스..\"
\"오마에! 장로께 무슨 망언인데스!! 싸우러 온 데스까??!!!\"
\"미도리... 괜찮은데스... 이리 와서 앉는 데스.. 이야기를 시작하는 데스...\"
자신의 도발에도 발끈하지 않는 장로의 모습에 부끄러움을 느낀 보스와 순간 울컥했지만 장로에 말에 불만 가득한 표정인 미도리는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장로를 한가운데에 놓고 둘러싼 실장들의 조용한 모습은 마치 고대 그리스 원형극장의 형태를 떠올리게 했다.
\".....그래서 무슨 이야기인데스..??\"
머쓱함을 참을 수 없었는지 보스가 장로에게 물었다.
\"후후... 자 다들 저길 보는데스... 저기 공원 중앙 시계탑 아래 다 무너져가는 하우스가 보이는데스..?? 오늘은 저 하우스에 대한 이야기를 할 데스요...\"
그 말과 함께 장로는 마마의 마마의 마마의 마마의 마마의 마마의 마마의 마마의 마마의 마마의 마마의 마마의 마마의 마마의 마마의...장로 시절부터 이어져오던 이야기의 운을 떼기 시작했다.


자실장은 달렸다.

토테토테토테토테...

이미 자신이 있는 곳이 어딘지, 어디로 가고있는지조차 가늠하지 못한채 자실장은 그저 달리고만 있었다.

\'알겠는데스까..!!?? 장녀 오마에는 이 구멍으로 빠져나가 밖으로 가는 데스!!\'
\'무리인테치!!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테치!! 와타시도 마마와 함께 가는 테치!!\'
\'투정부리지 마는 데스!! 하얀악마가 온 이상, 더 이상 공원으로 갈 수는 없는데스!! 가봤자 개죽음인 데스요!!\'
\'그치만...마마는..!!\'
\'마마는 괜찮은데스!! 오마에도 마마가 세상에서 가장 강한 핵주먹을 가진 세레브 실장인 것을 알고 있지 않은데스까?\'

그럴리 없었다. 마마는 늘 와타시타치에게 인간만큼은 이길 수 없으니 설령 잡히더라도 도와줄 수 없다. 만약 학대파에게 잡히게 되면 쓸데없이 저항하지 말고 슬픈일을 떠올려 파-킨하는 것이 현명한 것이라고 말해왔던 것이다.
설령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없더라도 부들부들 떨리는 미소와 다리가 친실장의 말이 거짓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마마의 마마의 마마의 마마는 저 멀리서부터 이 공원까지 이사를 한 데스.. 저 키 큰큰씨(전봇대)를 많이많이 지나 인간들과 빵빵씨(자동차)가 많이 드나드는 커다란 하우스(백화점)을 지나면 공원이 있다고 한 데스.. 하얀악마는 한번 지나가면 다시 오지 않는다고 하니 장녀는 그쪽으로 먼저 가는 데스...\'
\'마마는..!!\'
\'마마는 장녀의 이모토챠들을 데리고 가는 데스요.. 데프풋 걱정마는데스우.. 곧 만날 수 있는데스우.. 마마의 달리기는 흑인빡빡이씨만큼 빠른 데스요?? 자 어서 가는 데스!!!\'

친실장은 알고 있었다, 이대로 다시 공원에 들어가면 다시는 나오지 못할 것을.. 그리고 자신들의 자들이 이미 싸늘하게 식어있을 확률이 높다는 것을.. 그래도 그 친은 차마 자들을 버릴 수 없었다.
만약 자신이 이 날에 장녀뿐만이 아닌 모든 자들을 데리고 먹이를 구하러 나왔다면 모두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친실장은 생각했지만 이내 생각을 접었다. 헛생각할 시간조차 없는 것이다.
망설이는 장녀를 밀쳐보내고 항상 넘어다니는 철조망에 뚫린 개구멍을 향해 친실장은 달리기 시작했다.
힐끔 뒤를 보자, 자신과는 반대편으로 열심히 달려나가는 장녀의 모습에 친실장은 내심 뿌듯했다..

\'살아남는 데스요... 장녀... 마지막까지 아무것도 못해줘서 미안한 데.....데밧!\'
친실장의 사인은 한 눈 판 사이 공원 앞을 지나가던 자전거에 정통으로 치인 것이었다.
자들을 구하기 위해 공원에도 가보지도 못한 채 그녀는 짧은 실생을 마감하였다.
어느새 풍경이 바뀌고 키 큰큰씨를 몇개나 지났는지도 세지 못할 무렵(실제로는 12개 정도 지났다), 자실장 커다란 하우스(백화점) 뒷편 쓰레기장에 도착했다.
\"테치... 이곳이 마마가 말한 곳인 테치...??\"
아직 공원까지는 2km정도가 남았지만(자실장의 현재 이동거리 1km) 자실장은 자신의 덩치와 비교하면 광장과도 같은 백화점 쓰레기장과 공원을 구분할 수 없었다.
폐기 처분 된 가구들은 마치 튼튼한 하우스만 같았고 주변에 난잡하게 버려진 택배상자들은 자실장을 착각하기 하기에 충분했다.
\"테치..아무도 없는 테치...\"
백화점은 바다 건너 일본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한 여아가 실장석이 든 곰인형을 사고 실장석이 든 음식을 먹은 사건)이후  정기적으로 실장석 구제를 하고 있었기에 주변 반경 1km내로 길실장 외에는 볼 수 없었다.
\"일단 여기서 자는 테치... 졸린 테치...\"
배고픔도 잊은채 자실장은 잠이 들었다.


구제의 계절인 봄이 지나고 여름이 될 무렵 자실장은 어느새 중실장이 되어있었다.
폐기처분된 가구들을 하우스삼아, 쓰레기장에서 음식물쓰레기 수거차량이 흘리고 간 음식들을 먹이삼아 근근히 연명하던 자실장은 본래 현명했었기에 인간에게 큰 피해를 끼치지 않았고 자신의 존재를 잘 숨긴채로 어느새 백화점의 주민이 되었다.

\"어..뭐야...실장석...??\"
\"테..테스앗..!??\"
그러나 이 날은 그 실생에 있어 행운이자 불행인 날이었다.
중실장 초록이와 철웅, 그 둘의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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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아마한 냄새가 나길래 퍼온 레후~
갤러리 살리기 레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