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514520.html


2학기 개강을 앞두고 철이는 서울로 올라갔다. 아들이 감옥에 있는 동안 함께 활동하던 여러 명의 선후배들이 ‘5·3 인천항쟁’으로 구속되고 없었다. 철이는 법대 친구와 토론하며 새로운 이론들을 익혔다. 이때 읽은 책이 레닌의 <무엇을 할 것인가?>와 <국가와 혁명> 복사본이다. 그리고 국내에서 출간되지 않는 마르크스주의 서적을 읽기 위해 일본어 공부를 시작했다. 철이가 마지막으로 부산에 내려왔을 때, 누나 은숙은 일본어를 공부하는 동생을 보고 의심했다.


“니 공산주의 서적 볼라고 일어 공부하는 거 아이가?”


“그래, 맞다. 와? 니 어머니한테 그런 소리 하지 마라.”


철이가 박종운을 처음 만난 것은 85년 1월이었다. 자취방에서 서클 친구들과 합숙 세미나를 하던 중 정전이 됐다. 학생들은 세미나 장소를 옮겼는데, 새로 옮겨간 방에 한 선배가 있었다. 그는 서클 선배로 보안상 후배들이 얼굴을 알아선 안 되는 사람이었다. 당황한 박종운은 어쩔 수 없이 금기를 어기고 인사를 나누었다. 그가 철이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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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년 1월8일, 박종운이 아들 집을 다시 찾아왔다. 제헌의회그룹 관련자들이 국가안전기획부에 연행된 뒤였다. 조직을 재건하기 위해 연락이 끊긴 이들의 연락책을 철이에게 부탁하기 위한 걸음이었다. 박종운의 요청에 아들은 그 임무를 기꺼이 받아들였다. 철이는 박종운의 남루한 옷차림을 보고 걱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