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m정도 있을것 같은 길에는 먼지 하나 떨어져 있지 않다.
문 앞 계단을 올라서면, 눈앞의 문은 목재에 곳곳에 철 징이 박혀있다.
테츠오는 벨을 누르려고 했지만 어디에도 버튼다운 것은 없다.
굳게 닫힌 문 앞에서 테츠오는 허둥지둥 버튼을 찾는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도 역시 단추 같은 것은 없다.
팔짱을 끼고서 잠시 생각했지만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아 우선 일단 적당히 노크를 했다.
콩콩
아무런 반응도 없고 쥐죽은듯이 조용하다.
"이상하네... 문 앞까지 오면 마중나온다고 했는데.."
문득 위를 보면 대문 옆의 작은 카메라가 테츠오를 비추고 있다.
테츠오는 그 카메라에 손을 흔들며
"킨만 테츠오입니다. 약속대로 찾아왔습니다."라고 얼빠진 얼굴을 비춘다.
그 때 테츠오의 휴대폰이 울린다. 건 사람은 쿠마노코우지 아키코이다.
테츠오가 급히 휴대폰을 손에 들고는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귀에 꽉 갖다댔다.
"키, 킨만, 킨만 테츠오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아키코님 이, 이번에 저 같은 젊은이를 고용해주시리라고는 꿈에도...."
테츠오는 휴대폰을 귀에 대고는 몇 번이나 굽신거린다.
그 모습은 킨만가와 쿠마노코우지가의 입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저기...정문 앞으로 오라고 했던 것 같은데 말야"
아키코가 전화너머로 바보취급하는듯한 어조로 말했다.
"이봐, 당신이 있는 곳은 거기 후문이야"
"엣? 이 문이 후문이라니...."
"정말이지...당신은 약속한 것도 제대로 못지키는 것 같네"
처음부터 실패해버린 것을 알고는 테츠오는 한스러운듯이 문을 몇 번이고 쳐다본다.
그리고 지금부터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생각해보고 있지만 아무것도 떠오르지않아 휴대전화를 움켜쥐고 우두커니 서 있다.
여기서 실패해버리면 킨만 백화점의 미래는 없다.
쿠마노코우지가의 힘을 생각하면 킨만 백화점 따위는 잠시도 버틸 수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그건 논외로 치더라도 킨만 백화점의 운명은 어둡다는 것을, 테츠오 자신도 대학에서 경제학을 배워서 알고 있었다.
테츠오의 뇌리에 부모의 얼굴과 자주 집에 놀러오던 임원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양친과 종업원들, 그리고 그들의 가족. 거기에 킨만 백화점과 관계가 있는 업체들의 미래도 지금 자신의 어깨에 달려있다.
실장석 뒤치닥거리나 하면 되는 일이겠지, 테츠오는 가볍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런 일이 생길 줄이야.
"지, 지금 정문으로 뛰어갈테니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휴대폰으로 들리는 아키코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뒷문에서부터 뛰어온다고? 그거 진심으로 하는 소리야? 됐어. 몇 시간이나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으니 그냥 뒷문으로 들어와"
잠시 후 정문이 아닌 뒷문인 그 고풍스러운 문이 열렸다.
"안녕하십니까 아키코님, 제가 킨만 테츠오입니다. 오늘 부르신 용건은 어떤 것인지 알려주셨
으면 합니다만"
킨만 테츠오는 약속한 날보다 3일 빨리 쿠마노코우지가에 불려와, 바로 아키코의 앞에까지 오
게 되었다.
아키코는 테츠오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위에서 아래로, 아래에서 위로 시선을 옮긴다.
그리고 얼굴까지 와서는
"인사는 합격이야. 좋아"
라고 입을 연다.
좋다는 말의 의미는 언행은 물론 복장센스, 머리모양 등 세부적인 것까지 모두 관찰한 결과 합격이라는 의미이다.
테츠오로서는 그 의미를 단순한 인사의 답례 정도로 생각했지만, 사실 아키코는 이 테츠오라는 남자가 어느 정도의 인물인지 일단 외면적인 부분에서 평가한 것이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하루아침에 우리 쿠마노코우지가에 들어올 수는 없어.
우선 당신이 여기에 맞는 인물인지 티파니가 결정할거야"
티파니라고 듣고는 테츠오의 마음이 흔들렸다.
같으로 드러내고있지는 않지만, 대학원까지 나온 테츠오는 사회에 있어서는 엘리트라고 자부하고 있었다.
그 엘리트인 자신이 어째서 실장석의 뒤치닥거리 따위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지 마음 깊은 곳에서 의문을 가진다.
게다가 자신의 장래나 킨만 백화점의 미래도 그 실장석이 쥐고 있다.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하지만 자신이 왜 티파니 때문에 사과하지 않으면 안 될까?
부조리라고
느꼈지만 원래 성격이 얌전한 테츠오는 그 감정을 내색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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