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라? 그 손에 차고 있는건?"
아키코는 테츠오가 자랑스러워하는 롤렉스 시계를 보며 말했다.
테츠오는 팔을 걷어올리며
"아버지께 입학선물로 받은것입니다."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한다.
아이코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싼티나네"
하고 한마디 던지고 만다.
테츠오는 부끄러운듯이 롤렉스를 벗어, 자신의 주머니에 몰래 감춘다.
아키코는 집사를 불러, 테츠오에게 앞으로의 스케줄을 알려주도록 지시 했다.
집사는 팔에 뭔지 모를 책자를 들고 있다. 자세히 보니 제목에 테츠오 지시서라고 씌여 있다.
그리고 집사로부터 티파니에게 접근하는 법과 인사, 그리고 상하관계까지 상세하게 설명했다.
물론 테츠오의 순위는 티파니 밑이다.
테츠오는 집사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울화로 이마의 핏줄이 툭툭 돋는다.
"알겠습니까 테츠오님, 당신의 존재는 티파니님이 있기 때문에 성립하는 것입니다. 적어도 여기서는 그것이 절대적인 조건입니다"
테츠오에 대해 엄격하게 단언하는 말을 하면서도, 집사는 조금 걱정이 앞선다.
마음속에서는 집사도 티파니를, 고작 실장석 따위가 라고 생각하고 있다.
자신은 선대부터 대대로 집사의 일을 계속 해 오고 있기 때문에 모든 것은 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테츠오는 아직 젊은 만큼 감정이 격렬하고 인생경험이 적다.
집사는 테츠오가 어떤 계기로 감정이 폭발할까봐 걱정이었다.
대부분의 설명이 끝나자, 집사는 책자로 된 테츠오 지시서를 테츠오에게 전달하고 끝으로 이렇게 덧붙였다.
"그 지시서 이외의 행동은 삼가주십시오. 저택안에는 티파니님 전용의 건장한 SP가 몇 명 대기하고 있습니다"
집사가 물러나자 아키코는 그것을 확인하고, 안쪽에서 티파니를 불렀다.
"티파니, 이제 됐어. 나와도 좋아"
티파니의 SP중 한사람일까, 큰 남자를 한 사람 거느리고 티파니는 테츠오의 앞 까지 걸어온다.
시선을 약간 아래로 떨어뜨리고,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뺨을 붉힌다. 그 표정은 처녀의 수줍음 바로 그것이다.
치마를 살짝 잡고 무릎을 약간 구부리면서 티파니는 테츠오에게 인사를 건넨다.
"잘 오신데스. 와타시는 쿠마코우지 티파니데스. 테츠오님...앞으로 오랫동안 잘 부탁하는데스"
말을 끝내자 티파니는 얼굴을 붉히며 양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아키코는 그 모습을 마치 자신의 딸이라도 보는듯한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테츠오는 눈앞의 티파니에게 어떻게 반응해야 좋을지 알 수 없다.
아키코는 테츠오에 날카로운 눈초리를 하며 질책한다.
"티파니는 인사를 했잖아! 뭘 멍하게 보고 있어!"
"당신! 그런 정신 상태로 잘도 쿠마노코우지가에 들어올 작정을 하고 있었네"
"곤도! 테츠오에게 자신의 위치가 어떤 것인지 충분히 알려주도록"
곤도라고 불린, 티파니를 따라온 고릴라같은 근육이 울퉁불퉁 솟은 우람한 남자가 움직인다.
"네 아키코님, 분부대로"
곤도라는 남자는 왼손으로 테츠오의 멱살을 잡고 오른손을 치켜든다.
갑작스러운 전개에 테츠오는 당황하자, 티파니는 장소의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고 테츠오를 감싼다.
"곤도, 거기까지 해두는데스!"
"어머님, 너무 화내지말아주시는데스, 테츠오님은 어차피 출신이 비천한데스. 앞으로 충분히 상류계급의 예절을 교육하면 되는데스"
아키코는 티파니의 말을 듣고 생각난듯이 고개를 끄덕거린다.
"하긴....그러고보니 그 킨만의 자식이기도 하고 말야. 됐어. 킨만 백화점을 망하게 하고 싶지않으면 티파니에게 어울리는 남자가 되도록"
테츠오는 티파니의 도움을 받아, 체면이 깎이는 것을 넘어서 마지막 인간으로서의 존엄마저도 잃어버리고 만다.
이제 냉정한 생각마저도 할 수 없게 되어버린다.
테츠오는 반사적으로
"티, 티파니님을 위해서 견마지로를 다하겠습니다"라고 해버린다.
아키코는 히죽 하고 거만한 미소를 띠며 집사를 불러 지금부터 있을 교육을 자신과 티파니가 할 것이라고 선언한다.
"대체... 내 운명은 어떻게 되는걸까"
쿠마노코우지가에서 첫 밤을 지내는 테츠오는 낯선 침대에 기어들어가 몇 번이고 한숨을 내쉰다.
자신에게 배정된 방은 넓지만, 필요이상의 물건은 아무것도 없을 정도로 검소하다.
그러나 그 검소함이 오히려 이 저택의 격을 드러낸다.
테츠오의 집인 킨만 저택은 꽤 큰 집이지만 이렇게 아무것도 놓지 않은 공간이 적었다. 조금이라도 공간이 있다면 아버지 킨만 회장이 어디선가 샀던 수상한 물건을 놓는다. 방이란 방, 화장실에 이르기까지 마치 빈 공간이 있다는 것 자체가 아깝다는듯한 느낌이다. 그러나 그 장식물은 대부분 가짜로, 어쨌든 빛나고 있으면 킨만 회장은 그걸로 만족했다. 화려하고 큰 도자기부터 시작해서 금도금의 탁상시계와 이유 모를 조형물, 벽이란 벽에는 그림, 두루마리가 일본과 서양 사이의 퓨전을 어수선하게 구현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