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없어서 하루하루를 고시원에서 생활하고 있던 이철웅은 어느 날과 마찬가지로 휴대폰으로 의미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아, 거 존니 배고프네."
이철웅은 큰소리로 주인을 불렀다. 고시원 사장은 철웅이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듣고는 달려갔다.
"무슨 일로 불렀어요?"
"주인장, 내래 배가 고푸니끼니 밥 좀 주시라요. "
고시원 주인은 당당하게 밥을 달라고 요구하는 철웅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
이철웅은 거주기간이 만료 되었는데도 아직도 이 고시원에 머무르며 온갖 호식이란 호식은 다 부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장은 철웅에게 나지막히 말했다.
"이보세요, 이철웅씨. 약속대로 한 달이 다 됐는데... 이제 방 좀 빼면 안되겠습니까?"
이철웅은 사장의 부탁에 어이가 없어지고는 이렇게 말했다.
"거 웃기는 사람이네. 아, 지미랄 방이 구해져야 나가든 말든 할 거 아임메? 군소리말고 밥 좀 내주라우."
"저기, 저번 달에도 그렇게 말한거 분명히 들었거든요? 도대체 방을 구할 생각은 있는 겁니까?"
사장의 되물음에 화가 난 이철웅.
"아 나 이런 씨발놈이 진짜!!"
그러더니 어디선가 구해 온 손도끼를 꺼내 오더니 사장을 향해 도끼를 치켜 세웠다. 주인은 굉장히 당황했다.
"아, 아니 이게 무ㅅ..."
"이 종간나 새끼, 탕수육이 되고 싶메?"
도끼를 들고 천천히 사장에게 다가가자 주인은 '아 여기서 죽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장은 살아남기 위해 철웅에게 잘못했다고 살려 달라며 애걸복걸했다.
애걸복걸하는 사장의 모습을 본 이철웅은 기분 나쁜 웃음을 지으며 도끼를 거뒀다.
"케헤헤, 내래 기분 좋으니끼니 이걸로 봐 주갔어. 경찰에 신고하거나 그러면 니 마누라 과부되는 기야. 알간? 그러니 처신 똑바로 잘 하라우."
'좆같은 조선족 새끼'
속으로 철웅을 욕하며 사장은 밥을 하러 주방으로 나갔다. 주인이 나가고 나서 1분 뒤, 어떤 실장석 한 마리가 철웅이 있는 방으로 들어왔다.
철웅이가 '특무참피'라고 부르며 사장 몰래 고시원 지하에서 애지중지 키우고 있었던 들실장석이었다.
'특무참피'는 누가 보면 토악질이 나올 정도로 더러운 애교를 부렸다.
"데뎃, 주인사마~.♡"
"흐흐흐 우리 특무쨩 아임매? 우리 특무쨩 어서오고."
"주인사마, 왜 아침부터 이렇게 죽상을 하고 있는 데스웅?"
찌그러진 얼굴을 하고 있었던 철웅을 보며 '특무참피'가 물었다.
"저 종간나 사장 새끼때문에 내래 꼴받고 있었어. 시팔 좆밥새끼가!"
"데프프프풋!"
철웅의 푸념을 들으며 같이 고시원 사장을 흉보던 '특무참피'는 앞치마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냈다.
어디서 얻어왔는지, 출처를 알 수 없는 대마초 한 갑과 라이터였다.
"주인사마, 그런 똥닌겐이 하는 말은 무시하라는 데스웅. 그러지 말고 한 대 피실 데스웅?"
"거 좋지, 한 대 줘 보라우."
잠시 후,
쿨럭 쿨럭!
"응? 아이고 이게 무슨 냄새야 이거?"
부엌에서 밥을 짓고 있었던 고시원 사장은 난 데 없는 담배 아닌 담배 냄새를 맡았다. 담배 피는 걸 싫어하는 사장은 냄새의 근원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
냄새의 근원인 방에 다다르자 방문 틈 사이로 담배 연기가 나오고 있었고, 담배 냄새가 사장의 코를 사정없이 찔러댔다.
'아니, 이 인간이 미쳤나? 이게 무슨 짓거리야?'
방문을 연 사장은 충격적인 것을 보고 말았다. 이철웅과 왠 실장석 한 마리가 사이좋게 앉아서 대마초를 피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방 창문을 열어 놓기는 했지만 방 창문이 좁은 탓에 그 많은 양의 연기와 냄새를 전부 환기 시키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봐요, 이철웅씨!!! 집 안에서는 담배피지 말라고 했잖아요?! 아니, 다른 사람도 있는데 그렇게 피워대면 어떡합니까?"
화가 난 사장이 이철웅을 향해 소리를 질렀지만 오히려 철웅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며 오히려 사장에게 따졌다.
"지금 뭐라는 기야? 이거 담배 아니니까 괜찮다우. 신경이나 끄고 밥이나 계속 하라우!"
철웅의 도발로 사장은 그 동안 참아왔던 설움과 분노가 크게 폭발하고 말았다.
"이렇게는 못 살아!!! 여긴 내 돈 주고 산 건물이야!!!"
그러더니 사장은 화장실로 달려갔다. 그리고 화장실에 있던 양동이에 물을 가득담아 철웅과 실장석이 있는 방으로 돌아왔다.
"야야 사장. 지금 뭐 하잔..."
"이 개새끼들..."
사장은 있는 힘껏 양동이를 휘둘렀다. 양동이에 있던 물이 실장석과 철웅을 덮쳤다. 피고 있던 마약이 꺼진 건 물론이고, 온 몸이 물에 흠뻑 젖어버렸다.
그리고 사장은 분노의 목소리로 일갈했다.
"내 고시원에서 당장 나가, 이 밥버러지 새끼들아!!!!"
마약을 피다가 물벼락을 맞은 철웅은 중얼거렸다.
"선 넘네..."
이철웅은 사장에게 달려 들어 들고 있던 도끼로 사장의 왼팔을 잘라버렸다.
잘려 나간 한 쪽 팔을 부여잡으며 나뒹굴며 고통을 느끼는 사장을 보며 철웅과 특무실장은 낄낄거렸다.
사장은 상처부위를 꽉 부여잡고 도망가려고 했다. 그러나,
"에잇~"
철웅은 도끼로 사장의 오른 다리를 잘라버렸다.
균형을 잃고 쓰러지는 사장의 모습은 마치 철웅에게 각각 팔과 다리 한짝을 잃고 도망치다 쓰러지는 들실장처럼 보였다.
철웅과 들실장의 비웃음을 받으며 사장의 숨이 점점 잦아드려는 순간 특무참피가 알 수 없는 주문을 외웠다.
"데프프프, 데로링!"
그러자, 떨어져 나간 왼 팔과 오른 다리가 사장의 몸에 다시 들러 붙었다.
물론 온건하게 붙는 것이 아니고, 로봇의 팔다리가 합체하는 것처럼 팔과 다리가 '끼워 맞춰지며' 들러붙었다.
사장은 의식이 돌아오면서 그 느낌이 전해졌다. 당연히 고통을 느끼면서 정신을 차렸다.
"데프픗. 정신이 드는 데스웅, 똥닌겐?"
"역시 우리 '특무참피' 야. 고 능력 아주 확실하구만 기래."
철웅이 키운 분충 가득 찬 '특무참피'는 사실 카오스 실장석이었다. 강한 마력(카오스)을 가졌지만 실장석이기 때문에 그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평소에도 인간을 깔보고 우습게 보는, 분충끼가 아주 철철 넘치는 '특무참피'에게는 인간을 '가지고 놀기'에 아주 충분했다.
"이 사이코패스 같은 새끼들!!"
사장은 있는 힘껏 소리 질러 발악했지만, 철웅은 손도끼로 사장의 머리를 직통으로 내려 꽂는 것으로 보답했다.
하지만, 이런다고 해서 사장의 고통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었다. 몇 초도 안되서 다시 '특무참피'가 되살려냈다.
사장은 고통과 분노, 그리고 울분에 젖은 목소리로 외쳤다.
"이럴거면 그냥 죽여달란 말이다, 이 자식들아!!"
사장의 외침에 돌아오는 건 '특무참피'와 이철웅의 비웃음이었다. 고통받는 사장을 보며 쾌락을 느낀 이철웅이 말했다.
"고 사장님이 와이리 성미가 급하매? 조금만 더 가지고 놀다 죽여줄끼. 아, 마누라는 걱정 말라우. 님자 마누라랑 신나게 한 판 뛴 다음에 금방 따라 보내줄ㄲ..."
말을 마치려는 순간 어디선가 날카로운 물체가 날아와 철웅의 뺨을 스치며 벽에 그대로 박혔다.
철웅이 검지 손가락으로 뺨을 훔치자 피가 묻었다.
"뭐야, 씨빠아아아아아아알!!!"
벽에 박혀 있던 것은 날카롭게 갈려 끝이 뾰족하다 못해 무서울 정도로 예리해진 대못이었다. 사장은 창문을 보았다. 거기엔 한쪽 팔과 한쪽 다리를 잃은 벌거숭이 실장석이 있었다.
"'호의가 계속되면 그게 특권인 줄 안다'는 닌겐사마의 말이 이런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인 데스까?"
"이 종간나 새끼가아아아아!!"
특무참피는 철웅을 엄호하며 실장석에게 물었다.
"오마에...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닌 데스까? 어째서 감히 우리 주인사마에게 칼을...!!!"
"와타시는 저 닌겐사마에게 이래저래 늘 신세를 지고 있었던 데스. 게다가 무엇보다도 함께 산책을 즐겼던, 소중한 친구인 데스."
'신세? 친구?'
갑자기 나타난 정체불명의 벌거숭이 실장석의 말을 들은 사장은 깨달았다.
과거의 어느 날, 공원으로 가볍게 산책을 갔다가 각각 팔과 다리를 하나씩 잃고 과다 출혈로 죽어가고 있던 실장석을 보고 마음이 안쓰러워 치료를 해줬던 그 실장석이었다.
그리고, 그 실장석에게 잔인한 짓을 한 사람이 눈 앞에 있는 철웅이라는 것도 깨달았다.
벌거숭이 실장석은 온 몸에서 기묘한 빛을 내뿜으며 사장에게 소리쳤다.
"닌겐사마, 받으라는 데스!"
그러자, 사장의 뒤쪽으로 무언가가 날아왔다. 잽싸게 오른손으로 잡아 챈 사장. 사장이 잡아 챈 것을 본 특무참피와 철웅은 당황했다.
"주, 주, 주인사마. 저건 쓰레기통에 버리고 온 거 아니 데스까? 어째서......"
사장이 잡아챈 것은 그 벌거숭이 실장석의 한쪽 팔과 다리를 빼앗아간, 철웅이가 그 실장석에게 사용했던 장도리였다.
사장은 장도리와 철웅 일행을 차례로 쳐다보았다. 당혹감과 두려움, 그리고 불안함으로 가득찬 철웅 일행을 보며 사장은 씨익 웃었다.
"아아, 이 서늘하고도 묵직한 감각. 2년만이로구만. 기나긴 모멸과 핍박, 울분의 시간... 정말 지긋지긋하던 차였다."
사장은 장도리를 들고 그들에게 서서히 다가갔다. 사신이 방황하는 영혼을 사냥하기 직전의 모습이었다.
사장은 장도리를 크게 들며 나지막히 말했다.
"고마워, 미도리!"
그 날, 고시원은 해골 두 개를 받았다.
너무감동적이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