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오쨩과의 첫 동거일기 - 2일차: 택배 상자와 대화]
아직 해가 뜨기 전, 현관 너머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문을 열자 택배 상자가 조용히 놓여 있었다.
작고 평범한 박스였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는 단순하지 않았다.
'킵 트레이닝 컵 세트.'
그걸 주문했던 나로선 무게보다 마음이 더 무거웠다.
미오쨩은 이걸 반대했다. 처음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런 걸 왜 써…? 우린 아직… 그런 걸로 연습할 만큼 문제가 있는 건 아니잖아…”
하지만 나는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우리 사이가 더 좋아지려면, 솔직해지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어. 난 이게 연습이라기보다… 노력이라고 생각해.”
그녀는 아무 말 없이 내 얼굴을 바라보다가, 한참 뒤에 입을 열었다. “대신… 나도 옆에 있을 거야. 절대 혼자 두지 마.”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이해해주었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웠다.
아침 식사 후, 상자를 조심스럽게 개봉했다. 미오쨩은 거실 소파에 무릎을 끌어안은 채 앉아 있었다. 그녀의 표정은 복잡했다. 이해, 걱정, 그리고 약간의 불안.
포장을 벗기자 하나씩 다른 강도와 색을 가진 컵들이 나왔다. 매뉴얼에는 단계별 훈련 방법이 자세히 적혀 있었고, 손에 들었을 때 꽤 진지한 느낌이 들었다.
“생각보다… 과학적이네.”
미오쨩은 그렇게 말하며 가까이 와 앉았다. 그리고 내가 설명을 이어가기도 전에 그녀가 먼저 손을 뻗어 컵을 들어 올렸다.
“이걸… 정말 써보고 싶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내 마음을 조금 더 솔직하게 털어놨다.
“완벽해지고 싶진 않아. 그냥… 너랑 있을 때 더 편해지고 싶어. 네가 날 안심해주지만, 나 자신이 불안한 순간도 있었어.”
그 말에 미오쨩은 한참을 말없이 앉아 있었다. 그리고는 작은 숨을 내쉬며 내 손을 잡았다.
“그럼… 우리 둘이 같이 하는 거야. 이건 오빠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둘 사이의 일이니까.”
그녀의 눈빛은 더 이상 반대도, 거부도 아니었다. 오히려 담담하게 받아들이려는 마음이었다.
우리는 함께 컵을 정리하고, 가장 첫 단계의 컵을 꺼냈다. 미오쨩은 제품 설명서를 손에 들고 차근차근 읽기 시작했다.
“사용 전엔 손을 따뜻하게 하고, 마음도 편안해야 한대. 나… 따뜻한 수건 좀 가져올게.”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조심스럽게 부엌으로 향했고, 나는 그 자리에 앉은 채 물끄러미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이상했다. 처음엔 무안하고 민망하기만 했던 일이, 지금은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어쩌면… 함께 용기 낼 수 있는 기회일지도 모른다고.
— 둘째 날의 시작, 이해의 한 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