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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츠 1600 찍은 후로 블리츠는 전혀 안 건드리고 래피드 하는중. 처음에는 5+0 버릇때문에 쓸데없이 빨리두다가 좀 떨구고 다시 절치부심해서 방금 탑레-22점까지 복구했다.


아무튼 방금 상대의 실수로 폰 하나 먹고 나서도 상대가 전개를 안 따라오고 얕은 수만 두는걸 잘 피해서 마지막에 박살내는 과정까지 스스로 만족감을 느껴서 복기를 해보려고 함.

모든 수의 평가(?!, ??등)는 내가 내린 평가이며 엔진의 평가나 엔진의 라인은 이탤릭(기울임)으로 표현하였으니 읽을 때 참고해주면 고맙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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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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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는 1.e4 e5 2.Nc3 Nf6 3.Bc4 Bc5의 비엔나 게임으로 시작. 사실 비엔나 두는 사람중 상당수가 Nf6에 f5 비엔나 갬빗을 하던데 Bc4는 꽤 오랜만에 만나는 수였음. 

4.h3?!는 별로 안 좋은 수라고 생각했는데 이는 내가 아직 d6도 안해서 비숍을 꺼낼수도 없거니와 상대가 Nf3조차도 두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 물론 백이 되도안한 수를 뒀다가 Ng4에 맞으면 아프지만 그냥 Nf3, 0-0만 해도 짤막이니 템포 낭비에 가깝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음.


근데 의외로 엔진은 h3를 별로 싫어하지는 않더라(최선수 대비 0.1점정도 차이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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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 5.a3은 b4로 비숍을 쫓으려는 의도라고 생각해서 5...a6으로 받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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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는 6.d3 d6으로 이어진다. d6을 두기 전에 15초정도 쓰고 뒀는데, c6을 둘지 d6을 둘지 Nc6을 둘지가 고민이었음. 백의 Bg5를 맞았을 때 제일 기분나쁜건 Nc6이고, 그렇다고 해서 나이트를 c6으로 뺄 선택지를 미리 없앨 이유도 없다고 판단하여 그냥 d6으로 단단하게 가기로 결정함. 'Bg5 싫으면 h6 하면 되는거 아님?' 이라고 물어볼 수도 있는데, 상대가 Bg5를 두게 둔 다음 h6으로 쫓는거에 비해 그냥 h6으로 예방하는건 템포 손해라고 생각해서 h6을 두지는 않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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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Bg5 c6으로 Nd5 침투를 봉쇄한다. 이탈리안 게임과 달리 비엔나에서는 내가 Nc6를 아직 하지 않았으니 가능한 선택지. 추후에 h6으로 쫓았을 때 Bh4로 갈 경우 Nbd7-Re8-Nf8-Ng6의 전형적인 언핀 수순을 따라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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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Nge2 h6 9.Bd2 d5!로 오프닝 단계에서 흑으로 중앙2폰을 가져가는 만족스러운 결과가 되었다. 사실 비숍이 바로 d2로 안 빠지고 h4로 갔으면 d5를 바로 치기가 껄끄러워서 수순이 더 길어졌을 것 같은데 상대도 템포가 부족하다고 생각했는지 d2로 빠져주길래 냉큼 d5를 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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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Ba2 Qb6?가 이번 경기에서 나의 가장 큰 실수. 앞에 9수동안 쌓아놓은거 다 날려먹을뻔함. 처음에 단순히 수 계산할때는 '음, 상대가 0-0해도 Qxb7하고 Rb1하면 Qxa3 되니까 2폰 먹고 퀸 좀 잘 도망가면 전개는 따라잡히더라도 나쁘지 않겠는걸' 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말도 안 되는 생각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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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유는 0-0 Qxb2??하면 Na4!에 맞아서 c5 비숍이 저세상을 가버리기 때문. 상대가 0-0했을때 다시 계산해서 Qxb2가 안된다는걸 알지 못하고 덥석 먹었다가는 역으로 개털렸을수도 있었다는 생각에 등골이 서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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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실전으로 돌아와서, 11.Na4??가 아주 큰 실수이자 아마도 이 게임의 패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듯함. Na4 자체는 퀸과 비숍을 동시에 공격해서 비숍쌍을 가져가려는 의도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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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11.Na4?? 대신 11.0-0 이후 엔진의 최선 라인.

11.0-0 Qd8(퀸이 되돌아와야하는 시점에서 Qb6이 2템포 손해보는 악수라는 것을 알 수 있음) 12.Ng3 Be6 13.Kh1 Nbd7 이후 엔진은 +0.4의 평가치를 부여한다. Qb6?으로 2템포 손해를 안 봤으면 -0.2정도는 되었을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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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실전. 상대는 11...Bxf2+!의 사잇수를 간과한 것 같다. 캐슬링도 무너지고 폰도 하나 따여서 이 순간부터 확실히 흑이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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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Kf1 Qa7 13.g4!?가 좀 재밌는 수라고 생각한다. 우선 Bxf2+를 맞은 시점에서 본인이 불리하다는걸 모를리는 없으니, 어차피 캐슬링도 못하는거 킹사이드 폰 밀어서 내가 전진해둔 h6을 필두로 g,h파일을 열어서 맞불을 놓을 의도가 엿보인다. 킹의 안전을 담보로 하는 공격인만큼 굉장히 중요한 선택임에도 불구하고 저 수를 두는데 단 20초밖에 쓰지 않은 상대가 좀 놀랍다. (현재 남은 시간 백 8:49, 흑 6:53)


엔진은 해당 수를 good으로 평가하였으며 최선은 중앙폰을 교환하는 것(13.exd5)이었다고 하는데 이 또한 킹이 중앙에 있는 백으로서는 굉장히 대담한 선택일수밖에 없다. 엔진 최선의 의미는 13.exd5 cxd5 14.Bb4 Re8 15.d4 시점에서 흑이 비숍쌍을 포기하고 15...Bxd4로 폰을 잡을 수밖에 없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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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Bh4로 피하면서 상대의 킹사이드 폰 전진도 저지하고 Qf2# 메이트 위협을 만들어서 Rh2를 강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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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Rh2 dxe4!?를 두는데 거의 1분을 사용하고 두었음. Be6을 먼저 둘지, exd4로 당장 폰 하나 이득을 더 봐서 2폰업이 될지에 대한 고민이었음. Be6은 상대의 가장 좋은 기물인 비숍을 강제로 교환시킬 수 있고 그 결과 f파일이 열려서 f파일에 있는 상대 킹을 공략할수 있지만 기물 이득은 없고 사실 Be6 자체가 언제 둬도 되는 수준의 내 권리나 다름없다는 생각이 들어 우선은 약간은 현찰(?)을 챙기자는 느낌으로 dxe4를 선택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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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Ba5?가 또 다른 실수라고 생각함. 이 수의 의도는 명백히 Bb6으로 퀸트랩을 하겠다는건데 문제는 비숍이 d2칸을 떠나는 바람에 e3칸이 무주공산이 되었다는 것. Ba5가 forcing move긴 하지만 그렇게 강제한 결과가 상대한테 더 좋은 상황이 된다면 명백히 악수라고 할 수 있겠다.


참고로 여기서 엔진은 15.Ba5 대신 15.dxe4, 15.Nac3 등을 추천함. 그리고 의외로(?) Ba5는 평가치가 -2.6에서 -3.6정도로 떨어지는데 그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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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부터 정확한 수순으로 상대를 폭파시키는 쇼가 시작됨. 사실 이거 자랑하려고 글 쓰려고 한게 맞다. ㅎㅎ

15...Qe3 16.Bd2 Qf3+ 17.Kg1 e3!로 Be1을 강제함. 이것만 보면 엥? 싶을수도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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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3의 목적은 18.Be1 Bf2+!를 위함이다. 상대는 Bxe1만을 생각한 것 같은데 Bxe1은 괜히 상대 퀸이 수비에 참여할 수 있게 도와주는 수이다. Bf2+는 비숍을 f2로 끌어들여서 내 패스폰을 f2에 두려는 의도. 이러면 상대가 룩으로 잡는게 거의 강제인데 그러면 h3폰을 잡아낼 수 있고 이후 Bxg4로 비숍이 전개되면서 폰을 하나 더 잡아낼 수 있어서 결과적으로 3폰업에 킹 세이프티 차이도 압도적으로 나는 게임이 되기 때문. 이후 Nbd7, Rad8 등으로 마지막 기물들인 나이트와 룩을 꺼내기만 하면 퀸이 교환되고 엔드게임으로 넘어가더라도 이기는 데에는 무리가 없을 것이다. 유일한 문제점은 시간인데 Bxf2+ 시점에서 상대는 7분 15초, 나는 3분 43초가 남아있어 마냥 안심하기에는 시간이 다소 촉박할수도 있다는 생각을 조금 했다. 


엔진 역시 해당 수에 !(great move)를 부여하였다. 차선수인 Bxe1과 평가치 차이가 무려 1.8점 이상 벌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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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여기서 예상치 못한 수를 맞이한다. 그것은 바로 20.Kf1??인데 킹을 셀프로 뒤주에 가두는 의아한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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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엔진은 위에서 내가 계산한 라인대로 20.Rxf2 Qxh3 21.Qf1 Bxg4 22.Qxh3 Bxh3으로 그냥 3폰다운 엔드게임을 들어가는 것을 백의 최선으로 추천한다. 어쩌면 시간이 3분가량 많은 상대로서는 정말로 엔드게임에서 시간이 부족한 나의 실수를 기대하는 것이 더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폰이 3개나 부족하고 킹 세이프티도 문제가 있지만 적어도 피스다운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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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나는 '체크메이트로 엔드게임을 가기 전에 끝낼 수 있다면 지금 조금 더 생각해도 좋다'라는 마인드로 3분 40초 중 40초가량을 태워서 20...Bxg4!!를 발견했다. 이 수는 Bxh3+를 위협하며 Bxh3+를 당하면 Rxh3 Qxh3+ Kxf2 Ng4+로 결과적으로 익스체인지+3폰업에 퀸도 살아있기 때문에 위의 엔진라인에 비해 압도적으로 흑이 더 좋은 상황. 게다가 백은 저 비숍을 잡을수도 없다(그래서 어찌 보면 가짜 희생임).


엔진 역시 해당 수에 !!(brilliant)를 부여하였으며 역시 차선 이하와 평가치 차이가 꽤 나는 수였다. 오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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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에서는 상대가 21.hxg4?로 그냥 비숍을 잡아버렸는데 이러면 21...Nxg4Nxh2#, Ne3# 메이트 위협이 동시에 두 개가 걸리는 바람에 메이트를 막을 수가 없다. 나이트로 이런저런 포크를 많이 해봤지만 메이트 위협 포크는 처음 해보는듯?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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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Rg2 Ne3# 체크메이트로 경기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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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 정확도 94.3의 기분좋은 경기를 하고나니 상쾌한 이 느낌! 이 맛에 체스를 하지~


빨리 래피드 1700도 찍고싶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