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강호를 누볐던 형제, 자매님들께.


떠들썩하던 개봉 북문의 북소리도, 쉴 새 없이 흐르던 세계채팅창의 글자들도 이제는 아득한 메아리처럼 느껴집니다. 매일같이 세계채팅창을 메우던 익숙한 이름들이 하나둘 빛을 잃고 사라질 때마다, 우리 마음속에도 차디찬 서리가 내려앉습니다.


우리가 이 세계에서 보낸 시간은, 어쩌면 거대한 바둑판 위에서 마주 앉았던 단 한 번의 긴 대국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누군가는 필사적으로 수를 두었고, 누군가는 그 곁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여러분은 각자의 이유로 자리를 일어섰고, 바둑판 앞에는 오직 정적만이 감돕니다.


여러분은 떠났지만, 그 자리에 두고 간 '바둑돌 하나'가 자꾸만 마음에 밟힙니다.


그 돌 하나에 섞여 있던 웃음소리, 함께 밤을 지새우며 고락을 나눴던 기억들... 이제는 다시 둘 수 없는 수들이 되어 차갑게 식어갑니다. 비록 로그아웃 버튼 하나로 이 세계와의 인연은 끊어졌으나, 여러분이 남긴 그 마지막 수 덕분에 우리의 강호는 비로소 완성될 수 있었습니다.


삶이라는 더 크고 냉혹한 강호로 나아가는 여러분의 뒷모습에, '천애(天涯)'의 저무는 노을 같은 평안이 깃들길 바랍니다.


이제 피리 소리도 잦아들고, 바둑판 위엔 먼지만 쌓여가겠지요. 우리의 대국은 여기까지입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리고, 한때나마 나의 소중한 대국자(對局者)가 되어주셔서 진심으로 고마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