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의 번화한 거리를 지나 조용한 성벽 아래 서면, 주인 없는 바람이 내 옷깃을 가만히 두드리고 갑니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강호를 찾아 떠나갔건만, 어찌 된 일인지 그들이 머물던 자리에는 지우려 해도 지워지지 않는 ‘사람의 향기’만이 남아 있습니다.
친구 목록에 남은 회색 이름들을 가만히 불러봅니다. 이제는 대답 없는 이름들이지만, 그 글자 하나하나를 손가락으로 더듬을 때마다 함께 밤을 지새우며 나누던 실없는 웃음과, 서툴게 서로를 격려하던 마음의 온기가 서늘한 잔향이 되어 코끝을 스칩니다.
당신은 떠났지만, 당신이 남긴 향기는 마치 못다 한 이야기처럼 내 곁에 머물고 있습니다.
어쩌면 나는 당신이 떠난 것이 아니라, 당신이 남긴 이 지독한 향기 속에 내가 홀로 남겨진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봅니다.
그 향기들은 이제 유령처럼 떠돌며, 남아있는 나의 마음을 거울처럼 비춥니다. 당신을 보내고도 여전히 이곳을 서성이는 나의 미련이 못내 아쉬워, 나는 자꾸만 고개를 숙여 발끝만 바라봅니다. 강호의 계절은 흘러 꽃은 다시 피겠지만, 당신의 향기가 빠져나간 이 자리는 그 어떤 화려한 꽃으로도 채워질 수 없을 것입니다.
당신의 향기가 흐릿해질 때쯤, 비로소 나는 이 그리움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요?
텅 빈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당신이 남긴 향기 앞에 서서 오직 고결한 추억만을 간직하려 합니다. 부디 그곳에서는 이곳의 무거운 잔향을 다 털어버리고, 당신만의 맑고 깨끗한 향기를 풍기며 자유로이 거니시길 바랍니다.
오늘도 바람에 스치는 당신의 향기에, 나는 문득 그대 생각을 합니다.
윤동주 별헤는밤이랑 너무 비슷함ㅋ 문체 개성을 길러봐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