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어요곡(요괴를 길들이는 골짜기)

교인은 성격이 유순하나 대부분 암컷이었고 숫컷 교인은 오히려 극히 드물었다. 설사 있더라도 요기가 강하여 길들이기 어려워서 어요곡에까지 끌려오는 경우는 드물었다.  

순덕 공주가 이번엔, 아마 큰 애를 썼겠군. 기운화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교인이 또 번쩍긴 꼬리를 치켜드는 것을 보았다. 또다시 수많은 적을 한번에 휩쓸어버리는 듯한 일격이었고, 이번엔 모든 이들이 그의 공격에 노출되었다. 기운화는 땅바닥에 엎드려 있었으나 피할 수 없었고 그저 손으로 결인(结印)을 맺고 기를 모아 보호막을 만들어 눈앞에 공격을 막을 뿐이었다.


기운화는 "우르르" 소리를 내는 광풍이 그녀가 기로 만든 보호막과 부딪쳐 마찰을 일으키며 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마찰이 만들어낸 거대한 소리에 바닥에 엎드려 있던 구효성은 귀를 막았지만 연신 비명을 질러댔다.

바람 소리가 들린 직후, 몇 걸음 떨어져 있던 비교적 약한 어요사들은 요력의 여파를 견디지 못하고 날아가 피를 토하는 자도 있는가 하면 서 있던 그 자리에서 바로 목숨을 읽는 이도 있었다. 지하 감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기운화가 곁눈질로 이를 바라보자니 가슴이 철렁하였다. 그녀는 수컷 교인을 본 적이 없었지만 교인의 요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대략 알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잡아 온 이 한 마리는, 그 능력이 이미 그녀가 알고 있었던 요괴들의 능력을 훨씬 능가하고 있었다.  어쨌든 요력을 봉인하는 흑석현철(黑石玄鐵 )을 사이에 두고서 요력으로 사람을 이처럼 해칠 수 있는 그 어떤 요괴도 본 적이 없었다. 주위에서 온통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기운화는 옥 안에 교인을 바라보다 눈을 살짝 가늘게 뜨고 손으로 허리춤의 검자루를 움켜 잡았다. 사실은 오늘 여기 있는 어요사들을 한 명도 구하고 싶지 않았다. 구효성을 제외하고는. 단지 이 교인이 계속 이리 제멋대로 날뛰도록 내버려 둔다면 스스로에게, 또 구효성에게 마음이 편치 못할 것 같았다.

그러나 그녀쪽에 움직임이 있자 마자 옥 안의 교인이 즉시 시선을 돌려 기운화를 주시했다. 두 눈이 서로 마주치자 기운화는 교인의 눈에서 기이한, 얼음같은 푸른 빛을 보았다. 이는 마치 얼어붙은 바다 같았으며 살을 에는 듯이 차갑고 살벌하여 보는 이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단지 눈빛만이 닿았을 뿐인데도 기운화는 온몸에 한기가 서리는 듯 했다. 아무래도 오늘 진짜 실력을 발휘하지 않는다면 요괴를 제압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교인이 다시 공격하려고 꼬리를 살짝 치켜 올렸을 때였다. 지하 감옥 오른쪽 또다른 입구에서 별안간 금빛의 기다란 화살이 빠르게 날아와 흑석현철로 만든 철장의 틈새를 뚫고 지나갔다. “툭”하는 소리가 들리고 그대로 교인의 꼬리를 관통하더니 철장 뒤의 벽에 매섭게 꽂혔다. 긴 화살 끝부분에는 현철 사슬이 달려 있었는데 긴 화살이 교인의 꼬리를 관통할 때 현철 사슬에 법술이 걸려 있었다. 쇠사슬은 넝쿨처럼 재빨리 교인의 꼬리를 감아 타고 올라 가 그 꼬리를 단단히 졸라매었다.

  교인의 이마에서는 식은 땀이 베어나와 고통스럽기 그지 없어 보였지만 그저 이를 악문 신음 소리만 낼 뿐이었다. 게다가 그 눈빛은 오히려 조금의 약함도 드러내지 않았다. 교인은 힘껏 몸부림을 쳤지만 꼬리는 쇠사슬에 의해 묶여 있었기에 몸부림을 칠 때마다 상처가 찢어져 피가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이와 동시에 그 화살이 날라온 곳에서 한 남자가 낮고 묵직한 소리로 질책하는 음성이 들렸다.
“다들 누워서 뭐하는 것이냐! 일어나 진을 치거라!”
기운화가 고개를 돌려 바라보더니 손바닥을 검자루에서 뗐다.
“ 구효성.”
그녀가 땅바닥에 엎드려 계속 떨고 있던 조수를 불렀다
“일어나, 끝났어. 가자.”
구효성은 그제야 부들부들 떨던 머리를 들고
“괜…괜찮아진 건가요?”
그는 엎드린 채 옆을 한 번 쳐다보고 오른쪽에서 지하감옥으로 걸어오는 이를 보더니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아, 소곡주님께서 오셨군요…”

기운화는 그의 감격에 겨운 목소리를 듣고 눈을 살짝 찡그리며 곁눈질로 조수를 보며,
“어라, 너 그 말은 내가 오늘 너를 지켜줄 수 없었을 것 같았단 말이냐?” 구효성은 얼마나 총명한 소년이었던지 바로 웃음을 지으며 기운화에게 말했다
“ 좌호법님, 무슨 말씀이세요. 좌호법님의 능력이 그렇게 대단하신데 당연히 저를 지켜 주실 수 있으시죠. 소곡주님께서 오셨다고 그러는 거 아니에요. 소곡주님께서 나서시면 좌호법님이 힘을 좀 덜 쓰지 않겠어요?  전 항상 좌호법님 편이니까 안심하세요.”

  기운화는 조수에게 시선을 거두어 옥 안의 교인을 힐끗 보았을 때, 옥 안의 기관은 이미 열려 있었고 뒷벽에서 두 개의 쇠갈고리가 튀어 나와 교인의 견갑골을 관통해 있었다. 쇠갈고리를 따라 시도 때도 없이 내려치는 번개로 인해 교인은 고통스러워서 또 다시 요력을 쓸 엄두를 못 냈다.고통스러워하는 교인의 신음소리는 밖에서 어요사들이 경문을 읊조리고 진을 치기 시작하자 점점 사그라들었다.

감옥 안에서 금빛이 사방에서 피어오르고 모든 현철석이 동시에 빛을 내뿜자 지하감옥 전체가 휘황찬란한 빛으로 넘쳐 났다. 반면에 교인은 고통스럽게 떠는 것 말고는 더이상 저항할 힘이 없었다.

“ 가자.”
기운화는 구효성을 한번 부르더니 왼편 통로로 나가려고 발걸음을 옮겼다. 통로 모퉁이를 돌며 지나갈 때 마침 감옥 안에서 다른 사람과 일을 의논하면서 그녀가 떠나는 것을 눈으로 지켜보는 소곡주 임호청이 기운화의 눈에 들어왔다. 기운화는 완전히 그를 못 본 거 마냥 걸음을 멈추지도 않고 감옥에서 나갔다.

기운화와 임호청의 관계에 대해 말하자면 어찌 어색하다는 글자하나로 형용할 수 있을까...

어요곡 곡주 임창란은 이미 나이가 많았지만 후계자 자리에 관한 한, 노곡주의 태도는 줄곧 애매모호했다. 임창란의 아들 임호청은 사람들에게 소곡주라 불리우지만 지금에 이르기까지 임창란은 사람들에게 이 곡주 자리를 임호청에게물려주겠다고 말한 적이 없다. 그는 오히려 양녀인 기운화를 줄곧 총애했다. 심지어 기운화에게는 특별히 좌호법이란 자리를 내어주었다.

기운화의 어요술은 어요곡에서 가장 뛰어났다. 만약 정말로 실력으로만 따진다면 기운화가 임호청을 두말할 것도 없이 단번에 제압할 것이다. 게다가 노곡주의 태도가 줄곧 분명하지 않았기에 다른 사람들의 눈엔 기운화가 다음 곡주 자리를 이을 후계자 중 하나로 보였다.
오랫동안 어요곡은 두 파로 나뉘어 있었다. 실력을 중시하는 사람들은 기운화를 떠받들어 다음 대 곡주로 하려 했고 전통을 중시하는 사람들은 맹세하여 임호청의 다음 곡주 자리를 지키고자 했다. 두 파 사이에 벌어지는 공공연한 암투는 기운화와 임호청의 관계를 어린 시절 남매의 정에서 지금은 물과 기름처럼 서로 섞일 수없는 사이로 만들어 버렸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몰랐다. 기운화 스스로 이 꼴사나운 곡주 될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것을. 그녀의 평생 제일 큰 소원은 돈을 많이 벌어서 어요곡을 떠나 강남 수향(水鄕)에 가서 호화롭게 먹고 살다 죽는 것이었다.

  어찌하겠는가. 운명은 언제나 그녀와 적인 것을.

  이 어요곡은 그녀가 떠나고 싶다고 떠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이 일을 생각하다 기운화는 한숨을 쉬며,
“이 교인을 길들인다라.. 이 임무는 맡을 수가 없겠는걸.”

자기 뜰로 막 돌아가려 할 때 기운화가 구효성에게 분부했다.
  “이건 뜨거운 감자니 다른 이에게 줘 버려.”
구효성은 그 말을 듣고 순간 멍해졌다.
“하지만 좌호법님, 이 교인은 순덕공주님께서 보내오신건데.. 호법님께서 이 교인을 잘 길들이시면 나중에 순덕공주님께서 호법님을 얼마나 많이 쓰시겠어요. 호법님도 아시다시피...”
구효성이 좌우를 살피더니 기운화의 귀에 다가가 조그맣게 속삭였다. “호법님도 아셔야 해요. 황실 사람들이 한 말은 우리 어요곡 큰 영향을 준다구요..만약에 순덕공주님께서 호법님을 도우신다면 곡주 자리는……”  

그녀는 이 곡주자리를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말을 기운화는 구효성에게 건네지 못하고 그저 차가운얼굴로 구효성을 힐끔 보며 말했다
“ 만약 길을 잘 들이지 못하면?”
구효성은 이 말을 듣고 더 크게 멍해졌다
“어..?.”
그는 눈을 껌벅껌벅 거리며,
“호법님...설마 걱정하고 계세요...? 호법님이 이 교인을 잘 길들이지 못할까 봐요??”

그녀는 걱정하고 있다. 그녀가 정말로 이 교인을 길들여서 순덕공주의 환심을 살까봐..순덕공주가 그녀를 위해 진짜로 무슨 말이든 한다면 앞으로 지금 같은 평화는 지킬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럼 그렇게 생각하든가.”
기운화는 자신의 뜰에 도착하자 몸을 돌려 문을 닫고 조수를 내쫓으며, “어쨌든 나는 이번 일 맡고 싶지가 않아. 임호청이나 다른 사람이 맡고 싶다면 맡으라고 해. 난 이번 진흙탕물엔 안 끼어들테니..”
이 말을 마치자 뜰 문은 닫혀졌고 구효성은 한마디로 보기좋게 거절당했다. 그는 안에 있는 이가 나른하게 한 마디 하는 것을 들을뿐이었다.  

“이제 나 폐관한다고 해. 아무 것도 안 한다고 하고.”
구효성은 입을 삐쭉댔지만 윗사람인지라 결국 아무런 강요도 할수 없었다.  
그러나 저녁이 되자 구효성은 어쩔 수 없이 또 기운화의 뜰 문 앞에 와  문을 두드려야 했다.

“ 호법님.”

한참이 지나서야 안에서 기운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내가 폐관한다고 하지 않았니?”
“하셨죠. 근데 곡주님께서 찾으세요.”
“...”
문이 열리고 기운화는 조금 머리가 아픈 듯 머리를 긁적이며,
“곡주께서 무슨 일로 나를 찾으셔?”
“ 속하는 모르죠.”

기운화가 어찌하겠는가. 까라면 까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