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2장 격론을 벌이다
순덕공주는 그 원이 세 가지가 있었는데 첫째는 이 요괴가 입으로 사람의 말을 하길 원했고 둘째는 요괴의 꼬리가 변해 다리가 되길 원했으며 셋째는 그 마음이 영원히 역심을 품지 않기를 원했다.
이제 순덕공주의 첫 번째 염원이 이루어졌다. 바로 기운화가 공주의 염원을 이룬 것이다. 비록 이 경합의 시작은 기운화가 그렇게 하기로 결정해서였고 또한 그녀가 임호청보다 반드시 먼저 교인이 입을 열어 말하게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아니었다.기운화가 여풍당으로 들어서서 보니 청우 난조가 난리를 일으킨 후 여풍당 반이 무너져 있는데 미처 수리도 하지 못했다. 무너진한 켠에서 햇빛이 비춰 들어와 주좌(主座:으뜸이 되는 자리) 바로 한 자 앞에서 멈춰 있었다.
임창란은 그 그림자가 머문 곳에 앉아 있었는데 햇빛과 더욱 대비되어 그의 눈빛은 한결 더 음험하고 악랄해 보였고 얼굴에 가득한 주름도 산속의 계곡처럼 깊어 보였다. 경서는 임창란 뒤에 있어 그림자에 가려 모습이 더 잘 안 보였다. 임호청은 대전 오른쪽에 서 있었는데, 햇빛 아래 서 있는 그를 문득 바라보니 호리호리한 몸에 차분한 표정의 얼굴은 여전히 기운화가 처음 알게 됐을 때의 상냥한 오라버니 같았다.
다른 어요사들은 양쪽으로 흩어져 서 있었다.모든 이들이 조용히 기운화가 한 걸음 한 걸음 주좌로 걸어가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마침내 임창란 앞에서 세 자 떨어진 곳에 발걸음을 멈춰 섰다.
“곡주님, 만복(萬福)을 받으시옵소서.”
기운화가 무릎을 꿇고 예를 행하는데 모든 것이 평소와 같았다.임창란이 웃음을 짓자 얼굴에 주름이 더 많이 잡혔다.
“일어나거라. 너는 이제 여요곡의 공신이니라.”
“곡주님 감사드립니다.”
몸을 일으킨 기운화는 여전히 주전(主殿)의 정중앙에 서 있었다. 임창란이 계속해서 말을 했다.
“청우 난조가 여요곡에 큰 난리를 일으키고 설삼월을 데리고 갔다. 어요곡의 수많은 어요사들이 죽고 다치거나 실종되었고……쿨럭 쿨럭.”
임창란이 몹시 비통하다는 듯이 기침을 두어번 했다.
“이에 진노한 조정에서는 이미 대국사를 보내 설삼월과 청우 난조를 붙잡으려고 쫒고 있느니라.”
이 말을 들은 기운화는 얼굴에 아무런 표정의 변화가 없어지만 마음속으로는 설삼월로 인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도 추포 중이라면 아직 잡히지 않았음을 의미했다. 어쨌든 이 짧디 짧은 시간 동안 설삼월은 자유로웠고 또 안전했다. 이 한바탕 혼란이 한 사람에게라도 자유를 가져다 줄 수 있다면 그 또한 가치가 있는 것이리라.
“조정에서는 본래 내게 죄를 물으려 했는데 다행히 네가…..”
임창란이 기운화를 가리켰다.
“네가 순덕 공주님의 첫 염원을 이루었구나. 순덕 공주님께서 몹시기뻐하시어 금상(今上: 당금의 황제)께 용서를 구하시었다. 금상께서 이에 은혜를 베푸셔서 나를 책망하지 않으셨느니라. 운화,네가 아주 큰 공을 세웠구나.”
어요곡이 무능해서 청우 난조를 놓친 것은 나랏일이었고 순덕 공주가 교인이 말을 하길 원하는 것은 사사로운 일이었다. 금상께서 사서로운 일로 낫랏일을 바뀌었다라……기운화는 속으로 냉소를 지으며 이 어린 황제가 다른 이의 손아귀에 놀아날 정도로 참으로 무능하구나라고 생각할 뿐이었다. 이 황제의 친누이가 가진 권세가 이미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하지만 속으로 생각한 이런 생각들을 기운화는 얼굴에 조금도 내색하지 않고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
“곡주님.”
옆에 있던 어요사 하나가 걸어 나오더니 임창란을 향해 예를 행하고 이렇게 말을 했다.
“호법께서 그 고집스런 교인이 입으로 사람의 말을 하도록 했으니 실로 어요곡의 복이옵니다. 허나 아랫사람으로써 몇 가지 의혹이 풀리지 않아 이에 호법께 답을 청하고자 합니다.”
기운화가 살짝 옆을 힐끗 보고 마음속으로 확신했다. 이 사람은 임호청의 사람이고 바로 임호청이 그녀를 힐책하고 있는 것이었다. 기운화는 다시 고개를 돌려 숙인채 관심(觀心: 불교에서 시선을 내려 깔고 하는 좌선법의 일종이다)하며 어떠한 태도도 표명하지 않았다.
임호청의 힐책을 임창란이 어찌 모를 수 있겠는가. 임창란이 허락치 않으면 아무도 기운화를 난처하게 할 수 없었다. 임창란이 허락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바로 임창란이 그녀를 향해 힐난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 대전(大殿)에서 그녀가 마땅히 응수해야 할 사람은 다른 사람도 아닌 바로 임창란뿐이었다.임창란이 질문을 한 그 어요사를 잠시 쳐다보더니 두어번 기침을 하고 말했다.
“물어보거라.”
기운화가 살며시 숨 한 모금을 들이마셨다. 이 늙은 여우는 과연 사람이 편한 나날을 보내게 가만히 두고 보지 못한다.
“알겠사옵니다. 아랫사람으로써 알고 싶은 것은 제가 청우 난조와 크게 싸우고 있을 때 호법의모습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호법께서는 능력이 그렇게 고강하신데 오히려 저희들과 함께 강적과 싸우지도 않으셨지요. 호법께서 그때 어디에서 무얼 하고 계셨는지 여쭈고자 합니다. 이것이 첫째 의혹입니다. 그 다음은 교인이 아둔하고 완고하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호법과 교인이 함께 사라졌으니 도대체 어디로 갔었고 무슨 일을 겪으셨던 것입니까? 그리고 어찌하여 결국 여풍당 뒷뜰에 또 나타나게 것입니까? 이것이 두번째 의혹입니다. 세번째는 호법과 교인이 나타난 후 호법께서 혼미해지신 가운데 교인은 필사적으로 호법을 지키고자 애썼는데……”
죽을 힘을 다해 지키려 했다…… 장의 이 어리석은 물고기 같으니라구, 그렇게까지 필사적으로 해야 했냐고….. 기운화는 마음이 약간 요동쳤지만 모든 감정을 꾹 눌러야만 했고 감히 조금도 내색하지 못한 채 어요사가 하는 말을 계속 들었다.
“사로잡힌 후에도 교인은 한 마디 말만 내뱉습니다. 호법의 안위에만 관심있는 말이었습니다. 아랫사람으로써 호법과 이 교인이 지금 대체 무슨 관계인지 알고자 하옵니다.”
어요사가 말을 멈추자 기운화가 고개를 돌려 어요사를 바라보았다.
“다 물었는가?”
기운화의 눈빛이 몹시 냉담하여 의혹을 제기했던 사람은 약간 겁이 나서 떨렸다. 그는 애써 태연한 척하며 말했다.
“호법께서 답을 해주시길 다시 청하옵니다.”
“이런 의혹들은 그저 내게 그동안 무얼 하고 있었는냐는 질문일 뿐이다. 딱히 할 말이 없구나.”
기운화가 뭇사람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청우 난조와 싸우고 있을 때 나는 참여하지 못 했는데, 그 이유는 고양이 요괴 이수가 십방진을 깨뜨리고 난 뒤 땅이 갈라지는데 바로 교인이 갇힌 곳으로 곧장 갈라지는 것을 보았다. 혹시라도 교인이 도망칠까 우려되어 즉시 가 본 것이다. 청우 난조와 싸우는 것은 어요곡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일이다. 교인이 도망가지 않도록 지키는 것은 설마 중요치 않다는 말인 것이냐? 그대들이 목숨을 아끼지 않고 청우 난조와 싸우는 것이 어요곡 명성을 지키는 것이었다면 교인을 지키는 것 또한 내가 어요곡에서 해야 할 임무였다. 지금 보아하니 나 하나 더 있었더라도 청우 난조가 남아 있을 것 같지 않구나. 허나 교인을 남아두게 하는 거라면 나 하면 족하다.”
기운화가 말을 하는데 침착하고 힘이 넘쳤으며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는 것이 거침없이 한 번에 다 뱉어냈다. 어요사들이 좌우로 서로 돌아보기만 하고 도리어 아무도 나서서 반박하지 않았다.
“내가 교인을 찾았을 때 교인이 갇힌 철장이 떨어져 갈라진 바위 틈으로 박혀 있었다. 어떻게 교인을 처리해야 할 지 깊이 고민하고 있을 때 십방진이 다시 펼쳐지고 있었다. 다들 이를 잘 알고 있을 겁니다.”
많은 이들이 웅성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교인과 사라졌던 것은 바로 십방진이 다시 펼쳐져서 그곳으로 끌려들어갔기 때문이다.”
전내(殿內)가 일시에 소란스러워졌다. 힐책하던 어요사가 큰 소리로 다시 물었다.
“십방진은 이미 깨졌었고 곡주께서 남은 진법의 힘으로 청우 난조를 대적하고 있었는데 호법이 어찌 십방진으로 끌려들어갔소?”
“내 구태여 너를 속일 필요가 있느냐? 십방진의 진안이 열 개나 되는데 그 가운데 하나는 교인이 있던 철장 아래였을 것이고 다른 하나는 여풍당 뒷뜰 연못에 있었나 보지. 이 때문에 바로 나와교인이홀연히 연못에서 나타났을 것이야. 네가 믿지 못하겠다면 그럼 네가 한 번 말해보려무나. 내가 왜 온 몸이 그렇게 반짝이는 교인을 데리고 어떻게 뭇사람들의 이목을 피해 여풍당 뒷뜰에 아무런 기척도 하나 없이 나타날 수 있었는지를 말이다. 그리고 내가 또 왜 그리해야 하지?”
“그것이……”
“하나 더. 교인이 나를 지키려 하고 내 안위를 염려하는 것. 왜 그리하면 아니되지?”
사실 기운화가 이번에 여풍당에 온 것은 누군가 그녀를 겨누고 힐책하기를 간절히 원해서였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그녀가 자신을 위해 공을 내세울 수 있는 기회를 찾을 수 없을 것이다. 기운화가 자신을 힐난한 어요사를 노려보며 말했다.
“내가 어요곡에 새로 온 이들을 가르칠 때 여러 번 말한 바 있다.어요(馭妖)란 거칠게 손을 써서 굴복시키는 것이 아니다. 어요라는 것은 바로 그 마음을 보고, 그 마음을 분별하여, 그 마음이 순종케 한다. 순종케 한다는 것은 곧 순순히 따른다는 것이다. 다들 잊지 않으셨겠죠. 순덕 공주님께선 교인이 말을 하는 것 외에도 그가 다리가 생기길 바라고 그가 마음으로 영원히 따르기를 더 바라십니다.”
기운화가 경멸이 가득한 눈빛으로 전(殿) 안에 있는 어요사들을바라보는데 기운화가 깊이 있는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이야기를 하자 그들 모두 꿀 먹은 벙어리가 된 듯 입을 열지 못했다. 기운화가 이어 물었다.
“이 교인이 아둔하고 완고한 성미를 다들 설마 모르고 있는 것인가? 예사 수단으로 능히 굴복시킬 수 있다면 순덕 공주께서 어찌 교인을 나에게 보내 어요곡까지 오게 하였겠는가? 내가 부드러운 수단을 써서 그를 다른 방식으로 굴복하게 하였기로서니 안 될 게 무엇이 있는가? 내가 요괴를 다루기 위해 그의 앞에서 연극을 했기로 그것이 오히려 죄가 되는가 말이다.”
이 물음을 마치자 장내가 곧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그녀가 한 말들은 반은 진실이고 반은 거짓이어서 허와 실을 병용하니 그 누구도 더는 물을 수가 없었다. 단지 기운화가 한 말 속에는 유일한 허점이 있었는데 바로 그녀가 임창란 서방에서 약을 가져간 일이었다. 하지만 앞서 경서가 임창란을 대신하여 그 약이 온보약이라고 말했기에 곡주는 절대 이로 인해 그녀에게 죄를 묻지는 않을 것이다. 경서는 또한 곡주가 그녀가 죽는 것을 원치 않고 심지어 그녀의 호법 자리도 지켜준다고 말했다. 그래서 기운화는 임창란 면전에서 대놓고 거짓말을 한다 할지라도 임창란은 진상을 밝히지 못 할 것이다.
임창란이 기운화를 난처하게 한 것은 그저 그가 낳은 성정이 온화하고 너그러운 아들에게 이 교활한 기운화가 어떻게 이 난관을 무사히 넘기는지 보여주려 함이었다. 임창란은 자신의 아들에게 너의 이런 수법이 너무 단순하다고 알려주고 싶었다. 임창란은그저 기운화를 빌어 자신의 아이를 가르치고 있을 뿐이었다. 한 사람을 해하고자 한다면 이리 간단한 것을 가지고 손을 쓰면 안 된다고 알려주고 있었다. 이 늙은 여우는 줄곧 이런 식으로 기운화를 아들의 교재로 삼아왔다.
기운화가 임호청을 힐끔 쳐다보니 과연 임호청의 얼굴빛이 굳어져서 옆으로 내린 두손으로 꽉 주먹을 쥔 것을 보았다.일이 이 지경에 이르렀어도 기운화는 이런 정경에 아무런 감정도 안 들었다. 여러 해 동안 그녀가 아무리 생각해도 그녀는 미운 털이 박힌 사람이었다. 그저 임창란은 많은 사람들 지켜보고 있는 자리에서 그녀를 이용해 왔는데, 오늘은 기운화가 이 ‘많은 사람들 지켜보고 있는 자리’를 이용해서 자신의 요구를 말하고자 했다.
“곡주님, 십방진에서 저는 십방진을 벗어난 후 어찌 하면 이 교인을 더욱 온순하게 길들여 순덕 공주님의 원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 깊이 생각했습니다.”
“그래?”
기운화가 임청람을 바라보며 말했다.
“무엇을 생각해 냈느냐?”
“저는 이 교인은 성정이 아둔하고 완고하여 회유책을 써야 비로소 얻는 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하여 지금의 저는 교인에게 약간의 신임을 얻었으니 곡주님께서 특별히 허락하여 주시길 청합니다. 하여 제가 교인과 어울릴 때는 다른 사람을 떠나게 하거나 교인에게 벌을 주는 행위를 멈출 수 있는 권리를 주십시오.”
기운화가 임창란을 바라보는데 그 얼굴빛이 차갑기 그지없었다.교인을 길들여서 이 곡주 자리를 차지하려고 이 모든 것에 정말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런 요구를 꺼내면 임창란은기운화의 심사에 대해 여러 가지로 추측을 할 것이다. 그는 기운화가 정말로 이 경합을 빌어 곡주자리를 차지하고자 하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또한 기운화가 이 경합을 빌어 그에게 대적하기 위해 뒤에서 무언가 꿍꿍이가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임창란은 절대로 이런 생각을 못 할 것이다. 이 기운화가 그저 단순하게 교인이 다시는 두들겨 맞는 것을 원치 않을 뿐이라는 것을 말이다.기운화는 교인이 고통을 받기를 원하지 않았고 다시는 그가 숨을 헐떡이며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 싶지도 않았다. 그녀는 그저 진심으로 장의 같은 교인은 마땅히 하늘의 절대자가 주는 가장 부드러운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단순한 생각은 결코 임창란 같은 이의 머릿속에선 떠오르지 않을 것이다.
임창란과 기운화의 눈빛이 대전에서 불꽃을 튀기며 부딪쳤다. 빠르게 임창란이 결정을 내렸다. 왜냐하면 이 늙은 여우는 언제나 자기가 남들보다 먼저 수를 헤아릴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가 두어번 기침을 했다.
“물론이지. 비록 너와 임호청 간의 경합이라고는 하나 내 본심은 여전히 황실을 위해 일을 하고 있고 누구 순덕 공주님의 염원을 이룰 수 있느냐이다. 누구라도 이 염원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노부(老夫)는 당연히 지지할 것이니라.”
기운화의 입가가 살짝 올라갔다.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기에 임창란은 반드시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조정에서 어요곡을 다스릴 수 있었던 것은 그저 저 멀리 하늘에 닿는 대국사의 위세에 의지만 하는 것이 아니라 어요곡 내에서도 조정의 눈과 귀가 반드시 있기 때문이었다.이 때문에 임창란이 일을 행함에 있어 아무런 까닭이 없으면 안 되었다. 기운화가 오늘 대전 앞에서 한 말은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에게만 들으라고 한 것이 아니었다. 또 다른 손, 또 다른 눈이 그녀와 온 어요곡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기운화는 정말로 즐거워하고 있었다. 앞으로 그녀는 명분이 있어 떳떳하게 장의에게 가하는 끝없는 고통을 멈출 수 있었다. 오히려 다른 이들이 그녀가 짓는 웃음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상관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임창란이 다시 입을 열었다.
“운화가 막 깨어났으니 아직은 몸을 회복하는 것이 더 중요하구나. 너희들은 모두 나의 아이들이니 절대로 몸을 몹시 상하게 하지 말아야 하느니라.”
기운화는 임창란이 한 이 말의 의도를 정확히 판단할 수 없어 결국 주먹만 쥘 뿐이었다. 임창란이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피로하구나, 모두들 물러가거라.”
어요사들이 예를 행하고 각자 물러나 흩어졌다. 기운화와 임호청은 사람들 뒤에서 걸으며 서로 아는 체도 하지 않았다. 다만 스쳐지나갈 때 임호청이 기운화를 냉담히 힐끗 흘겨보았다.
“첫 판은 네가 이긴 셈이로구나.”
기운화는 평소처럼 조용히 그가 떠나는 모습을 눈으로 지켜보았다.
모든 이들이 가고 나서야 기운화는 발걸음을 데고 대전을 떠났다. 허물어진 대전 밖으로 햇살이 쏟아지고 있어 기운화는 머리를 쳐들고 한참 동안 햇빛을 쬐고서야 계속 앞으로 걸어 나아갔다.
기운화는 햇볕 쬐는 것을 좋아한다.왜냐하면 이 어요곡에서 암암리에 간교한 음모들이 획책되는 가운데 유일하게 ‘빛’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기 때문이었다.
순덕공주는 그 원이 세 가지가 있었는데 첫째는 이 요괴가 입으로 사람의 말을 하길 원했고 둘째는 요괴의 꼬리가 변해 다리가 되길 원했으며 셋째는 그 마음이 영원히 역심을 품지 않기를 원했다.
이제 순덕공주의 첫 번째 염원이 이루어졌다. 바로 기운화가 공주의 염원을 이룬 것이다. 비록 이 경합의 시작은 기운화가 그렇게 하기로 결정해서였고 또한 그녀가 임호청보다 반드시 먼저 교인이 입을 열어 말하게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아니었다.기운화가 여풍당으로 들어서서 보니 청우 난조가 난리를 일으킨 후 여풍당 반이 무너져 있는데 미처 수리도 하지 못했다. 무너진한 켠에서 햇빛이 비춰 들어와 주좌(主座:으뜸이 되는 자리) 바로 한 자 앞에서 멈춰 있었다.
임창란은 그 그림자가 머문 곳에 앉아 있었는데 햇빛과 더욱 대비되어 그의 눈빛은 한결 더 음험하고 악랄해 보였고 얼굴에 가득한 주름도 산속의 계곡처럼 깊어 보였다. 경서는 임창란 뒤에 있어 그림자에 가려 모습이 더 잘 안 보였다. 임호청은 대전 오른쪽에 서 있었는데, 햇빛 아래 서 있는 그를 문득 바라보니 호리호리한 몸에 차분한 표정의 얼굴은 여전히 기운화가 처음 알게 됐을 때의 상냥한 오라버니 같았다.
다른 어요사들은 양쪽으로 흩어져 서 있었다.모든 이들이 조용히 기운화가 한 걸음 한 걸음 주좌로 걸어가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마침내 임창란 앞에서 세 자 떨어진 곳에 발걸음을 멈춰 섰다.
“곡주님, 만복(萬福)을 받으시옵소서.”
기운화가 무릎을 꿇고 예를 행하는데 모든 것이 평소와 같았다.임창란이 웃음을 짓자 얼굴에 주름이 더 많이 잡혔다.
“일어나거라. 너는 이제 여요곡의 공신이니라.”
“곡주님 감사드립니다.”
몸을 일으킨 기운화는 여전히 주전(主殿)의 정중앙에 서 있었다. 임창란이 계속해서 말을 했다.
“청우 난조가 여요곡에 큰 난리를 일으키고 설삼월을 데리고 갔다. 어요곡의 수많은 어요사들이 죽고 다치거나 실종되었고……쿨럭 쿨럭.”
임창란이 몹시 비통하다는 듯이 기침을 두어번 했다.
“이에 진노한 조정에서는 이미 대국사를 보내 설삼월과 청우 난조를 붙잡으려고 쫒고 있느니라.”
이 말을 들은 기운화는 얼굴에 아무런 표정의 변화가 없어지만 마음속으로는 설삼월로 인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도 추포 중이라면 아직 잡히지 않았음을 의미했다. 어쨌든 이 짧디 짧은 시간 동안 설삼월은 자유로웠고 또 안전했다. 이 한바탕 혼란이 한 사람에게라도 자유를 가져다 줄 수 있다면 그 또한 가치가 있는 것이리라.
“조정에서는 본래 내게 죄를 물으려 했는데 다행히 네가…..”
임창란이 기운화를 가리켰다.
“네가 순덕 공주님의 첫 염원을 이루었구나. 순덕 공주님께서 몹시기뻐하시어 금상(今上: 당금의 황제)께 용서를 구하시었다. 금상께서 이에 은혜를 베푸셔서 나를 책망하지 않으셨느니라. 운화,네가 아주 큰 공을 세웠구나.”
어요곡이 무능해서 청우 난조를 놓친 것은 나랏일이었고 순덕 공주가 교인이 말을 하길 원하는 것은 사사로운 일이었다. 금상께서 사서로운 일로 낫랏일을 바뀌었다라……기운화는 속으로 냉소를 지으며 이 어린 황제가 다른 이의 손아귀에 놀아날 정도로 참으로 무능하구나라고 생각할 뿐이었다. 이 황제의 친누이가 가진 권세가 이미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하지만 속으로 생각한 이런 생각들을 기운화는 얼굴에 조금도 내색하지 않고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
“곡주님.”
옆에 있던 어요사 하나가 걸어 나오더니 임창란을 향해 예를 행하고 이렇게 말을 했다.
“호법께서 그 고집스런 교인이 입으로 사람의 말을 하도록 했으니 실로 어요곡의 복이옵니다. 허나 아랫사람으로써 몇 가지 의혹이 풀리지 않아 이에 호법께 답을 청하고자 합니다.”
기운화가 살짝 옆을 힐끗 보고 마음속으로 확신했다. 이 사람은 임호청의 사람이고 바로 임호청이 그녀를 힐책하고 있는 것이었다. 기운화는 다시 고개를 돌려 숙인채 관심(觀心: 불교에서 시선을 내려 깔고 하는 좌선법의 일종이다)하며 어떠한 태도도 표명하지 않았다.
임호청의 힐책을 임창란이 어찌 모를 수 있겠는가. 임창란이 허락치 않으면 아무도 기운화를 난처하게 할 수 없었다. 임창란이 허락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바로 임창란이 그녀를 향해 힐난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 대전(大殿)에서 그녀가 마땅히 응수해야 할 사람은 다른 사람도 아닌 바로 임창란뿐이었다.임창란이 질문을 한 그 어요사를 잠시 쳐다보더니 두어번 기침을 하고 말했다.
“물어보거라.”
기운화가 살며시 숨 한 모금을 들이마셨다. 이 늙은 여우는 과연 사람이 편한 나날을 보내게 가만히 두고 보지 못한다.
“알겠사옵니다. 아랫사람으로써 알고 싶은 것은 제가 청우 난조와 크게 싸우고 있을 때 호법의모습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호법께서는 능력이 그렇게 고강하신데 오히려 저희들과 함께 강적과 싸우지도 않으셨지요. 호법께서 그때 어디에서 무얼 하고 계셨는지 여쭈고자 합니다. 이것이 첫째 의혹입니다. 그 다음은 교인이 아둔하고 완고하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호법과 교인이 함께 사라졌으니 도대체 어디로 갔었고 무슨 일을 겪으셨던 것입니까? 그리고 어찌하여 결국 여풍당 뒷뜰에 또 나타나게 것입니까? 이것이 두번째 의혹입니다. 세번째는 호법과 교인이 나타난 후 호법께서 혼미해지신 가운데 교인은 필사적으로 호법을 지키고자 애썼는데……”
죽을 힘을 다해 지키려 했다…… 장의 이 어리석은 물고기 같으니라구, 그렇게까지 필사적으로 해야 했냐고….. 기운화는 마음이 약간 요동쳤지만 모든 감정을 꾹 눌러야만 했고 감히 조금도 내색하지 못한 채 어요사가 하는 말을 계속 들었다.
“사로잡힌 후에도 교인은 한 마디 말만 내뱉습니다. 호법의 안위에만 관심있는 말이었습니다. 아랫사람으로써 호법과 이 교인이 지금 대체 무슨 관계인지 알고자 하옵니다.”
어요사가 말을 멈추자 기운화가 고개를 돌려 어요사를 바라보았다.
“다 물었는가?”
기운화의 눈빛이 몹시 냉담하여 의혹을 제기했던 사람은 약간 겁이 나서 떨렸다. 그는 애써 태연한 척하며 말했다.
“호법께서 답을 해주시길 다시 청하옵니다.”
“이런 의혹들은 그저 내게 그동안 무얼 하고 있었는냐는 질문일 뿐이다. 딱히 할 말이 없구나.”
기운화가 뭇사람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청우 난조와 싸우고 있을 때 나는 참여하지 못 했는데, 그 이유는 고양이 요괴 이수가 십방진을 깨뜨리고 난 뒤 땅이 갈라지는데 바로 교인이 갇힌 곳으로 곧장 갈라지는 것을 보았다. 혹시라도 교인이 도망칠까 우려되어 즉시 가 본 것이다. 청우 난조와 싸우는 것은 어요곡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일이다. 교인이 도망가지 않도록 지키는 것은 설마 중요치 않다는 말인 것이냐? 그대들이 목숨을 아끼지 않고 청우 난조와 싸우는 것이 어요곡 명성을 지키는 것이었다면 교인을 지키는 것 또한 내가 어요곡에서 해야 할 임무였다. 지금 보아하니 나 하나 더 있었더라도 청우 난조가 남아 있을 것 같지 않구나. 허나 교인을 남아두게 하는 거라면 나 하면 족하다.”
기운화가 말을 하는데 침착하고 힘이 넘쳤으며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는 것이 거침없이 한 번에 다 뱉어냈다. 어요사들이 좌우로 서로 돌아보기만 하고 도리어 아무도 나서서 반박하지 않았다.
“내가 교인을 찾았을 때 교인이 갇힌 철장이 떨어져 갈라진 바위 틈으로 박혀 있었다. 어떻게 교인을 처리해야 할 지 깊이 고민하고 있을 때 십방진이 다시 펼쳐지고 있었다. 다들 이를 잘 알고 있을 겁니다.”
많은 이들이 웅성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교인과 사라졌던 것은 바로 십방진이 다시 펼쳐져서 그곳으로 끌려들어갔기 때문이다.”
전내(殿內)가 일시에 소란스러워졌다. 힐책하던 어요사가 큰 소리로 다시 물었다.
“십방진은 이미 깨졌었고 곡주께서 남은 진법의 힘으로 청우 난조를 대적하고 있었는데 호법이 어찌 십방진으로 끌려들어갔소?”
“내 구태여 너를 속일 필요가 있느냐? 십방진의 진안이 열 개나 되는데 그 가운데 하나는 교인이 있던 철장 아래였을 것이고 다른 하나는 여풍당 뒷뜰 연못에 있었나 보지. 이 때문에 바로 나와교인이홀연히 연못에서 나타났을 것이야. 네가 믿지 못하겠다면 그럼 네가 한 번 말해보려무나. 내가 왜 온 몸이 그렇게 반짝이는 교인을 데리고 어떻게 뭇사람들의 이목을 피해 여풍당 뒷뜰에 아무런 기척도 하나 없이 나타날 수 있었는지를 말이다. 그리고 내가 또 왜 그리해야 하지?”
“그것이……”
“하나 더. 교인이 나를 지키려 하고 내 안위를 염려하는 것. 왜 그리하면 아니되지?”
사실 기운화가 이번에 여풍당에 온 것은 누군가 그녀를 겨누고 힐책하기를 간절히 원해서였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그녀가 자신을 위해 공을 내세울 수 있는 기회를 찾을 수 없을 것이다. 기운화가 자신을 힐난한 어요사를 노려보며 말했다.
“내가 어요곡에 새로 온 이들을 가르칠 때 여러 번 말한 바 있다.어요(馭妖)란 거칠게 손을 써서 굴복시키는 것이 아니다. 어요라는 것은 바로 그 마음을 보고, 그 마음을 분별하여, 그 마음이 순종케 한다. 순종케 한다는 것은 곧 순순히 따른다는 것이다. 다들 잊지 않으셨겠죠. 순덕 공주님께선 교인이 말을 하는 것 외에도 그가 다리가 생기길 바라고 그가 마음으로 영원히 따르기를 더 바라십니다.”
기운화가 경멸이 가득한 눈빛으로 전(殿) 안에 있는 어요사들을바라보는데 기운화가 깊이 있는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이야기를 하자 그들 모두 꿀 먹은 벙어리가 된 듯 입을 열지 못했다. 기운화가 이어 물었다.
“이 교인이 아둔하고 완고한 성미를 다들 설마 모르고 있는 것인가? 예사 수단으로 능히 굴복시킬 수 있다면 순덕 공주께서 어찌 교인을 나에게 보내 어요곡까지 오게 하였겠는가? 내가 부드러운 수단을 써서 그를 다른 방식으로 굴복하게 하였기로서니 안 될 게 무엇이 있는가? 내가 요괴를 다루기 위해 그의 앞에서 연극을 했기로 그것이 오히려 죄가 되는가 말이다.”
이 물음을 마치자 장내가 곧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그녀가 한 말들은 반은 진실이고 반은 거짓이어서 허와 실을 병용하니 그 누구도 더는 물을 수가 없었다. 단지 기운화가 한 말 속에는 유일한 허점이 있었는데 바로 그녀가 임창란 서방에서 약을 가져간 일이었다. 하지만 앞서 경서가 임창란을 대신하여 그 약이 온보약이라고 말했기에 곡주는 절대 이로 인해 그녀에게 죄를 묻지는 않을 것이다. 경서는 또한 곡주가 그녀가 죽는 것을 원치 않고 심지어 그녀의 호법 자리도 지켜준다고 말했다. 그래서 기운화는 임창란 면전에서 대놓고 거짓말을 한다 할지라도 임창란은 진상을 밝히지 못 할 것이다.
임창란이 기운화를 난처하게 한 것은 그저 그가 낳은 성정이 온화하고 너그러운 아들에게 이 교활한 기운화가 어떻게 이 난관을 무사히 넘기는지 보여주려 함이었다. 임창란은 자신의 아들에게 너의 이런 수법이 너무 단순하다고 알려주고 싶었다. 임창란은그저 기운화를 빌어 자신의 아이를 가르치고 있을 뿐이었다. 한 사람을 해하고자 한다면 이리 간단한 것을 가지고 손을 쓰면 안 된다고 알려주고 있었다. 이 늙은 여우는 줄곧 이런 식으로 기운화를 아들의 교재로 삼아왔다.
기운화가 임호청을 힐끔 쳐다보니 과연 임호청의 얼굴빛이 굳어져서 옆으로 내린 두손으로 꽉 주먹을 쥔 것을 보았다.일이 이 지경에 이르렀어도 기운화는 이런 정경에 아무런 감정도 안 들었다. 여러 해 동안 그녀가 아무리 생각해도 그녀는 미운 털이 박힌 사람이었다. 그저 임창란은 많은 사람들 지켜보고 있는 자리에서 그녀를 이용해 왔는데, 오늘은 기운화가 이 ‘많은 사람들 지켜보고 있는 자리’를 이용해서 자신의 요구를 말하고자 했다.
“곡주님, 십방진에서 저는 십방진을 벗어난 후 어찌 하면 이 교인을 더욱 온순하게 길들여 순덕 공주님의 원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 깊이 생각했습니다.”
“그래?”
기운화가 임청람을 바라보며 말했다.
“무엇을 생각해 냈느냐?”
“저는 이 교인은 성정이 아둔하고 완고하여 회유책을 써야 비로소 얻는 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하여 지금의 저는 교인에게 약간의 신임을 얻었으니 곡주님께서 특별히 허락하여 주시길 청합니다. 하여 제가 교인과 어울릴 때는 다른 사람을 떠나게 하거나 교인에게 벌을 주는 행위를 멈출 수 있는 권리를 주십시오.”
기운화가 임창란을 바라보는데 그 얼굴빛이 차갑기 그지없었다.교인을 길들여서 이 곡주 자리를 차지하려고 이 모든 것에 정말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런 요구를 꺼내면 임창란은기운화의 심사에 대해 여러 가지로 추측을 할 것이다. 그는 기운화가 정말로 이 경합을 빌어 곡주자리를 차지하고자 하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또한 기운화가 이 경합을 빌어 그에게 대적하기 위해 뒤에서 무언가 꿍꿍이가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임창란은 절대로 이런 생각을 못 할 것이다. 이 기운화가 그저 단순하게 교인이 다시는 두들겨 맞는 것을 원치 않을 뿐이라는 것을 말이다.기운화는 교인이 고통을 받기를 원하지 않았고 다시는 그가 숨을 헐떡이며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 싶지도 않았다. 그녀는 그저 진심으로 장의 같은 교인은 마땅히 하늘의 절대자가 주는 가장 부드러운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단순한 생각은 결코 임창란 같은 이의 머릿속에선 떠오르지 않을 것이다.
임창란과 기운화의 눈빛이 대전에서 불꽃을 튀기며 부딪쳤다. 빠르게 임창란이 결정을 내렸다. 왜냐하면 이 늙은 여우는 언제나 자기가 남들보다 먼저 수를 헤아릴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가 두어번 기침을 했다.
“물론이지. 비록 너와 임호청 간의 경합이라고는 하나 내 본심은 여전히 황실을 위해 일을 하고 있고 누구 순덕 공주님의 염원을 이룰 수 있느냐이다. 누구라도 이 염원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노부(老夫)는 당연히 지지할 것이니라.”
기운화의 입가가 살짝 올라갔다.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기에 임창란은 반드시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조정에서 어요곡을 다스릴 수 있었던 것은 그저 저 멀리 하늘에 닿는 대국사의 위세에 의지만 하는 것이 아니라 어요곡 내에서도 조정의 눈과 귀가 반드시 있기 때문이었다.이 때문에 임창란이 일을 행함에 있어 아무런 까닭이 없으면 안 되었다. 기운화가 오늘 대전 앞에서 한 말은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에게만 들으라고 한 것이 아니었다. 또 다른 손, 또 다른 눈이 그녀와 온 어요곡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기운화는 정말로 즐거워하고 있었다. 앞으로 그녀는 명분이 있어 떳떳하게 장의에게 가하는 끝없는 고통을 멈출 수 있었다. 오히려 다른 이들이 그녀가 짓는 웃음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상관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임창란이 다시 입을 열었다.
“운화가 막 깨어났으니 아직은 몸을 회복하는 것이 더 중요하구나. 너희들은 모두 나의 아이들이니 절대로 몸을 몹시 상하게 하지 말아야 하느니라.”
기운화는 임창란이 한 이 말의 의도를 정확히 판단할 수 없어 결국 주먹만 쥘 뿐이었다. 임창란이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피로하구나, 모두들 물러가거라.”
어요사들이 예를 행하고 각자 물러나 흩어졌다. 기운화와 임호청은 사람들 뒤에서 걸으며 서로 아는 체도 하지 않았다. 다만 스쳐지나갈 때 임호청이 기운화를 냉담히 힐끗 흘겨보았다.
“첫 판은 네가 이긴 셈이로구나.”
기운화는 평소처럼 조용히 그가 떠나는 모습을 눈으로 지켜보았다.
모든 이들이 가고 나서야 기운화는 발걸음을 데고 대전을 떠났다. 허물어진 대전 밖으로 햇살이 쏟아지고 있어 기운화는 머리를 쳐들고 한참 동안 햇빛을 쬐고서야 계속 앞으로 걸어 나아갔다.
기운화는 햇볕 쬐는 것을 좋아한다.왜냐하면 이 어요곡에서 암암리에 간교한 음모들이 획책되는 가운데 유일하게 ‘빛’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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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정이 아둔하고 완고" 좆팔 팩트공격 ㅠㅠ
삼월이 안죽었네?? 흠 그 순덕이라는 공주년은 뭐길래 나랏일도 재끼고 지가 빼애액하는게 최우선인거노.. 어이가 없네
그 ㄴ 돌은 자임. 저건 약과임;;
최강빌런이야??? 구에에에엑
어제 드라마 보면서 했더니 왜케 틀린데가 많구나 ㅡㅡ;;
오늘도 고마워
말.잘하네 기운화 ㅋ
잘봤어~ 감사감사 장이 고문 안 당하게 되니.. 넘나 좋은것!!
이래놓고 결국 기운화 빌미로 꼬리자르는 것들 결국 싹다 쓸어버리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