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image.php?id=2eb5d928e0c13da27cbedbb405&no=29bcc427b28077a16fb3dab004c86b6f2de39bc5b73b49e8ea32367d059dfe826df4d12646b066c509893eba78628b9d1e293a56ae4eaacb4b27c3b3d6ef8cf12c0830



viewimage.php?id=2eb5d928e0c13da27cbedbb405&no=29bcc427b28077a16fb3dab004c86b6f2de39bc5b73b49e8ea32367d059dfe826df4d12646b066c54cd568d672638e99b0572eca5dabc0dcec1762a4132a90


짤갤줍 화왕

BGSD 어나더 3나더 4나더

20. 

경염이 앓아누웠다.


매년 임수가, 7만 적염군이 죽었다는 계절이 돌아오면 경염은 이유 없이 열을 내며 앓아누웠다. 그나마 전장에서 봄을 맞을 땐 경염이 아프든 말든 전투는 계속되니 무리해서라도 버텨냈지만, 아무래도 익숙하지 않은 궁 생활에 잡념이 많아진 모양이라 북연에서 처음 겪는 습관적인 열병은 여느 해보다 심했다. 경염은 이러다 곧 자리 털고 일어날 것이라 연성을 안심시키려 했지만 문제는 봄 사냥이었다. 긴 겨울이 끝난 걸 축하하고 봄을 맞는 의미의 봄 사냥은 가을 사냥과는 또 다른 의미로 중요한 행사였고 태자가 반드시 참석해야 했다. 태자는 그러면 자신도 가지 않겠다고 했지만 당연히 안 되는 일이었다. 지난 해 가을사냥 직전에 측비가 독살됐을 때도 사냥에 참석했던 태자가 태자비가 와병 중이란 이유로 사냥에 불참한다면 태자비가 반려라는 걸 천명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지라 말하는 연성도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사실은 알고 있었다. 결국 태자의 선택은 동복아우이자 현 황제의 자녀들 중 막내인 경왕 연정을 궁에 남겨두는 것이었다.


[황자 전하께서 제 궁에 출입하시면 이목을 끌지 않겠습니까?]

[측비들의 궁에도 다른 황자들이 자주 출입하오. 측비들의 경쟁이 과하니, 궁에서 목숨을 잃는 이들을 최대한 줄이고자 감시와 통제를 위해 몇몇 비의 궁에는 황자들이 드나들고 있소. 선대 때부터 쭉 있었던 일이고.]

[가을 사냥 때나 연말제례 때도 못 뵀던 것 같은데, 이런 모습으로 인사를 드려도 되겠습니까.]

[가을 사냥 때와 연말제례 때는 요양 중인 경왕비와 함께 있어 주느라고 참석하지 못했었지. 막내라 철이 좀 없기는 해도 다정한 성품이니 이왕 만나는 김에 간병도 맡기시오.]

[어찌 황자 전하께 간병을 맡기겠습니까.]


그러나 황자에게 간병을 맡길 수 없다는 말이 무색하게, 이런 대화를 나누고 있는 중에도 연성이 태자비를 귀찮게 하지 말라며 시비들을 내보내고 직접 젖은 천으로 경염의 얼굴과 손을 닦아주고 있었다. 물론 말이 그랬을 뿐, 열이 내리지 않아 자리에 누운 채로 태의도 아닌 방문객을 맞이할 수는 없는지라, 경염이 연정을 처음 만난 건 황제와 태자 일행이 봄 사냥을 떠나고도 7일이나 지나고 나서였다.



21. 연성

연정도 하운궁이 최근 태자비를 노리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운궁이 4황자 의왕의 처조카였기에 4황자가 부쩍 자주 하운궁에 드나들며 하운궁 유씨의 정황을 살피는 한편, 위험한 짓을 하지 못하게 제어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결혼하고 이미 아들을 둔 아비가 됐어도 부황과 형들에겐 여전히 막내라 측비들의 세력싸움을 저지하고자 경왕 연정까지 부른 건 처음이어서 연정은 긴장된 마음으로 동궁에 들었다. 연정은 연성과는 물론이고 위의 누나 둘과도 나이차가 많이 나서 어릴 때, 늘 연성과 누나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곤 해서 만나기 싫은 마음도 실은 조금 있었다. 그래서 연성이 연정에게 전해 준 소식은 청천벽력이었다.


[연욱이가 내년 부황 생신 때는 돌아올 거다.]

[누님이 돌아온단 말씀이십니까?]


아무리 친형이라도 명색이 태자인데 태자를 앞에 두고 소리를 빽 지르는 연정의 마음을 모르는 게 아니라서 연성은 키들키들 웃었다. 자신과 자신의 바로 아래 동생인 연영 공주도 연정을 제법 괴롭히긴 했지만 역시 연정을 제일 괴롭힌 건 바로 위의 손윗누이인 연욱이라 둘 사이는 앙숙이었다. 어찌나 영악하게 괴롭히는지 연정이 매번 진다는 게 문제였지만.


[양나라 태자가 이미 세력을 다 잃어서 자리만 겨우 유지하고 있다는데 벌써부터 폐위 이야기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더군. 아무래도 해를 넘기지 않을 모양이다.]

[유감이네요.]


앙숙인 누이의 귀향 예정 소식에 정말 유감이라는 표정으로 차를 홀짝이는 연정을 보며 또 웃던 연성은 그러나 이내 얼굴에서 웃음기를 지웠다.


[태자비가 와병 중이라 봄 사냥에 참여하지 못하게 됐다.]

[많이 편찮으십니까?]

[비의 말로는 심병이라 며칠 가지 않아 나을 거라고는 하는데, 열이 좀처럼 떨어지질 않아. 지금 자리 털고 일어난다고 해도 사냥에 참가하기는 무리겠지.]

[그러십니까.]

[4형님이 하운궁을 맡아주시고 있으시지만, 황손을 낳은 뒤로 너무 독이 올랐더군. 하운궁은 4형님이 직접 막아주고 있지만, 혹시 모르니 네가 태자비 궁에 자주 좀 들러보거라.]

[태자비 마마를 뵙지 못해서 서운했는데, 마침 잘 됐군요. 제가 잘 지켜 드리겠습니다.]

[그래서 조금 무리한 청을 하고 싶은데.]

[말씀만 하십시오.]

[그런 일은 없어야겠지만, 만에 하나, 하운궁이 태자비에게 뭔가 먹이려고 하면 네가 먹어줄 수 있겠니?]


연정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독이다. 하운궁이 태자비에게 먹일 게 독밖에 더 있겠는가. 연정의 머릿속에 이제 겨우 걷기 시작해서 아직 말도 못 뗀 어린 아들과 몸이 약해서 늘 걱정인 경왕비가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연정은 제게 주어진 의무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청룡이 북연과 세상을 멸망시키는 것을 막아야 하는 건 자신과 모든 형제들의 의무이자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 연정이 굳은 결심이 서린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연정이 망설임을 정리하고 결심을 굳히는 걸 지켜보던 연성이 부드럽게 웃었다.


[네 목숨을 내놓으란 건 아니다.]


연성은 찻상 가운데 놓여 있던, 용도를 알 수 없던 그릇을 집어 들더니 연정이 미처 말릴 틈도 없이 품속에서 칼을 꺼내 손목을 긋고 그릇에 피를 받았다. 붉은 피가 그릇의 반을 채우자 연성이 칼을 내려놓고 상처를 문질렀다. 그리고 그 상처는 거짓말처럼 한순간에 아물어 갔다. 연정은 연성이 제 몸에 상처를 내는 걸 말리려 반쯤 일어섰던 어정쩡한 자세 그대로 굳어서 눈앞의 광경을 꿈인 듯 멍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연성은 그런 연정의 앞으로 피가 담긴 그릇을 내밀었다.


[마셔라.]

[네?]

[마시거라. 내 피를 마시면 한 달 정도는 어떤 독도 자체 해독할 수 있는 몸이 된다. 가능하면 태자비에게 직접 먹이고 싶지만, 청룡의 형제들이 아닌 이들에게는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는 그저 피일뿐이라더군.]


청룡의 피.


연정은 뭔지 모를 감정이 북받치는 걸 느끼며 그릇을 입으로 가져갔다. 그릇에 입술을 대기 전 연성을 쳐다보자, 연성이 희미한 미소를 띤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릇에 입술을 대자 곧 아직 채 식지 않은 뜨뜻한 피가 목 안으로 넘어갔다. 피에서는 이상할 정도로 비릿한 향이 나지 않았지만, 달리 좋은 향이 나는 것도 아니었다. 연정이 빈 그릇을 내려놓자, 연성이 빈 연정의 찻잔에 차를 따라 주었다.


[부탁하마.]

[네, 전하.]


묘한 표정으로 차를 마시며 입 안을 헹구는 연정에게 다식을 내어주던 연성이 부드러운 어조로 한 마디를 덧붙였다.


[너무 긴장할 것 없다. 아마 비의 성격으론 네가 비 대신 독을 먹게 두진 않을 테니.]

[...]

[조금 더 독해도 좋을 텐데, 너무 성정이 바른 사람이라 내가 걱정이 많구나.]


어릴 때 태자에게도 많이 당했던 연정은 저 성격에 비까지 독한 성정이면 북연이 큰일이지 라고 생각하며 눈을 내리깔고 차를 홀짝거리고 있었다. 연성은 그런 연정의 마음을 훤히 들여다보면서도 피식 웃고 말았다.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피까지 먹여가며 네가 대신 독을 먹으라했지만 그런 일을 시키는 심정이 마냥 편한 것도 아니라서 연정이 불편한 마음을 잊고 태자 욕이나 하고 있는 게 차라리 낫다 싶어 나무라지도 않았다.



22.

연정은 아무래도 태자의 의무를 짊어진 연성보다 유쾌한 편이라 몸이 좋지 않은 와중에도 경염은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어머니와 꾸준히 서신을 주고받고 있지만, 어머니는 아들이 북연에서 오지 못할 고국에 대한 걱정으로 근심할까 좋지 못한 이야기는 전하지 않았다. 그래서 양나라 태자의 비로 있는 자신의 동복누이 연욱과 서신을 주고받고 있다는 연정에게서 오랜만에 듣는 양나라 이야기도 경염의 흥미를 돋우었다.


[그래서 녕국후가 실각하고 옥에 갇혀 있다 합니다.]

[그럼 장공주께서는...]

[연좌를 면하여 가족들은 모두 화를 피했다고 들었습니다.]


태감과 금위군들까지 죽일 정도로 제멋대로 악행을 저질러 왔다는 말에 경염의 머릿속에는 적염군 사건이 스쳐갔다. 권력을 위한 악행의 시작은 적염군 사건부터가 아니었을까. 자신이 북연으로 와 버린 이상 이제 어쩌지 못할 일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런 의혹이 떠오르자 가슴이 답답해졌다.


[태자 전하와도 물론 그렇지만 누이들과도 제가 나이차가 많은지라, 어릴 때부터 형님과 누님들에게 얼마나 괴롭힘을 당했는지 모릅니다.]

[태자 전하에게요?]

[태자 전하도 심심하면 절 가지고, 데리고가 아니라 가지고입니다. 가지고. 가지고 노셨지만 누이들이 더 심했습니다. 연욱 누님이 양나라로 가셔서 편해졌나 했는데 그것도 길어야 1년 남짓이라 하니...]

[뭐라 하셨습니까?]


이상한 말을 들은 것 같아 되물었으나, 문 밖에 있던 시비의 목소리가 들려 대화가 끊어졌다.


[마마. 하운궁께서 오셨사옵니다.]


사냥을 떠나던 연성이 무슨 일이 생기면 연정에게 이르라 했던 말이 머릿속에 남아 있었던 탓인지 경염은 저도 모르게 연정을 바라봤다. 태자의 측비들은 끝없는 전쟁 중에 있기 때문에 다른 비들과 관계를 맺지 않았다. 다른 비들에게 독약을 보낼 때도 배후가 자신임이 드러나지 않게 자신의 궁과 관련 없는 자들을 이용했고, 다른 비의 궁에 찾아가지도 않았다. 멋모르고 갔다가 그 궁의 주인이 독이 든 차라도 내어주지 않을 거라 장담할 수가 없으니. 며칠 전 경염이 아직 병석에 있을 때도 하운궁에서 찾아온 적이 있었지만 몸이 좋지 않아 만날 수 없다 물렸었다. 그런데도 또 방문이라니. 경염은 하운궁 유씨의 얼굴도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왕래가 없던 이이건만.


[지금은 손님이 계시니-]

[태자비 마마. 차라리 제가 있을 때 만나심이 어떠십니까.]


경염이 연정을 바라보자, 연정이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는 태감을 불러 들였다.


[의왕께 하운궁 마마가 태자비 궁에 들었다 이르시게.]

[의왕 전하께서도 사냥에 가지 않으셨습니까?]

[네, 4형님도 도성에 남으셨습니다. 하운궁은 의왕비 마마의 조카이지요.]


그럼 의왕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위험한 짓을 하려고 하면 데려가게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었지만, 경왕은 이제 하운궁을 부르라며 느긋한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태자 전하께서 만반의 준비를 해 놓고 가셨으니, 제게 무슨 일이 있더라도 걱정하지 마십시오, 마마.]

[무슨 일이 생긴다는 겁니까?]

[아무래도 심상치 않아 드리는 말씀입니다. 전 무사할 테니 걱정 마십시오, 마마.]

[그럼 차라리 하운궁을 만나지 않겠다고 하는 편이 낫지 않겠습니까?]

[태자 전하께서 예상하신 그림이 있는 모양이니, 들라 하십시오, 마마.]


경염은 영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연성이 생각해둔 게 있다고 하고 집히는 바가 없는 것도 아니라서 마지못해 하운궁을 들이라 명을 내렸다.


하얀 피부가 더 하얗게 보이도록 새파란 옷을 곱게 차려 입은 하운궁 유씨는 이제 갓 성년이 됐는지 아직도 얼굴에 솜털이 가득한 어린 여자아이였다. 경왕이 아무래도 심상치 않다고 한 걸 보면 하운궁도 측비들간의 전쟁에서 피바람을 제법 일으킨 모양인데 그런 이가 고작 스물은 됐을까 싶은 어린애라 하운궁을 맞이하는 경염의 기분이 착잡해졌다. 착잡함을 숨기고 의례적인 말을 나누며 차를 마시고 있자, 태자비 궁의 시비가 다식을 소담하게 얹은 접시를 들고 들어왔다. 다식이 곱게 올려진 모양은 태자가 제게 율리 다식을 가져다 줬을 때를 생각나게 했지만, 그때 고소했던 율리 다식과 달리, 저 다식에는 독이 들어 있으리라. 하운궁 유씨는 다식이 들어오자 어차피 해독제를 먹고 왔을 테니 보란 듯 자기가 하나 집어 먹었다. 내가 먹었으니 독이 들어 있지 않다는 듯.


[태자비 마마께서 다식을 즐기신다 하여, 어머니께서 만들어 주신 다식을 좀 가져와 봤습니다. 맛을 보세요, 마마.]

[고맙네. 헌데 아직 몸이 다 낫지 않아 다식은 조금 먹기 힘들 것 같네.]

[맛이라도 보세요. 입에 맞으시면 제가 더 보내 드리겠습니다.]

[두고 가면 목이 나은 뒤에 꼭 맛을 보지.]

[마마, 그러지 마시고...]

[태자비 마마께서 드시기 힘드시다니 제가 먹어 보겠습니다.]


하운궁이 영 포기할 것 같지 않아서 곤혹스러워 하고 있자, 경왕이 냉큼 다식을 집어들었다. 하지만 채 입에 넣기도 전에 기다란 손가락이 경왕의 옷자락에 닿았다.


[전하. 내려놓으시지요.]

[마마?]

[하운궁, 내 몸이 미령하여 지금은 맛볼 수 없으니, 다음에 먹겠다는데 왜 고집인가.]

[가져온 성의를 생각해 하나만 맛보시라는 것뿐이었습니다.]

[목이 낫는 대로 맛을 볼 테니 두고 가시게.]

[태자비 마마. 의왕 전하께서 드셨사옵니다.]


경염은 이번에는 반드시 경염을 어떻게든 해 볼 생각으로 단단히 결심하고 왔는지 새초롬한 얼굴로 계속 독하게 우겨대던 하운궁 유씨의 얼굴이 사색이 되는 걸 보며 피곤했던 신경전이 끝났음을 다행으로 여겼다.


[드시라 하거라.]

[태자비 마마를 뵙습니다.]

[의왕 전하. 어서 오십시오.]

[몸이 미령하시다 하여 안부를 여쭙고자 들었습니다.]

[안 그래도 하운궁도 문병차 선물로 다식을 가져왔는데, 목이 아파 맛보지 못하는 걸 사과하던 참이었습니다.]

[하운궁 마마님께서 가져온 다식입니까.]

[그렇습니다.]

[모양을 보아 하니 하운궁 마마님의 모친께서 만들어 주셨나 봅니다. 솜씨가 좋으신 분이지요. 제가 하나 맛봐도 되겠습니까?]


물은 건 분명 하운궁을 향해서였지만, 사색이 된 채로 굳어 있는 하운궁 대신 고개를 저은 건 경염이었다.


[일부러 찾아와 주셨는데 오랜만에 병석에서 일어나서 오래 앉아 있었더니 조금 피곤한 것 같습니다. 다음에 몸이 나았을 때 다시 방문을 요청 드려도 되겠습니까.]

[제가 눈치 없이 찾아온 모양입니다. 그럼 몸이 나아지셨을 때 다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주십시오. 하운궁, 자네의 성의는 내 몸이 나은 다음 꼭 맛볼 테니 서운해하지 마시게.]

[... 감사합니다, 태자비 마마.]


의왕과 하운궁 유씨가 나가고 나자, 경염은 시비에게 하운궁이 가지고 온 다식을 전부 가지고 오라고 했다. 경염은 잘 포장한 다식을 경왕 앞으로 내밀어 주며 행여나 시비들이 멋모르고 먹었다가 위험해질 수 있으니 애먼 사람이나 짐승이 먹고 탈이 생기지 않도록 잘 처리해 달라 청했다.


[제가 독을 먹어도 다치지 않도록 태자 전하께서 조치를 취해 주셨다는 건 사실이었습니다, 마마.]

[알고 있습니다. 아끼는 동생을 사선으로 내밀 분이 아니시지요.]

[그런데 어째서 말리셨습니까. 다시는 이런 수를 쓰지 못하도록-]

[북연은 청룡의 씨를 받아 태어난 황자를 해하는 것이 살아서는 갚지 못할 대죄라 들었습니다. 경왕 전하께서 다식을 드셨으면, 전하의 목숨이 위태롭지 않아도 하운궁은 사사(賜死)를 피할 수 없었겠지요. 하운궁은 황손을 출산한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황손이 어미 없이 자라게 하는 건 불쌍하지 않습니까.]

[태자 전하께서 태자비 마마의 심성이 온유하시어 제가 독을 먹도록 두지 않을 거라시더니 전하께서 마마를 잘 아시나 봅니다.]

[제가 마음이 모질지 못해서 태자 전하께 심려를 많이 끼칩니다. 황손은 태자 전하의 심성을 받아야 할 텐데 말입니다.]

[그런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마마. 반드시 마마의 성정을 이어야지요. 그 무슨 큰일 날 말씀이십니까.]


연정은 농을 늘어놓고 있었지만 태자가 피를 먹인 일부터, 오늘 일까지 보며 청룡의 반려가 태자비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농처럼 늘어놓은 태자비의 성정이 온유하여 다행이라는 말도 사실은 반쯤 진심이었다. 태자비가 무사히 청룡의 아이를 출산하여, 연정이 제 아이가 자라는 걸 지켜볼 수 있기를, 연정은 마음 속으로 조용히 빌었다. 



23.

봄 사냥에서 돌아온 태자가 가장 먼저 향한 곳이 태자비 궁이라는 말이 퍼져 측비들의 궁에서 곡소리가 난 지 몇 시진 지나지도 않아 태자의 노성이 태자비 궁 담을 넘었다는 소문이 퍼졌다. 북연 사람답게 피부가 새하얀 태자가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화를 내고 태자비 궁을 나서며 태자비의 궁을 봉쇄한다는 명령이 내려졌다는 이야기에 측비들이 환호한 것도 잠시, 황손을 낳은 지 1년도 안 된 하운궁 역시 봉쇄하라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북연 출신의 측비들은 이제는 흐릿해진 전설을 생각하며 떨었으나 청룡의 분노가 불덩이가 되어 떨어지는 일은 없었다.


태자는 아무런 일이 없었던 듯 밤마다 여러 측비들의 처소를 번갈아 가며 찾았고 아직 황손을 낳지 못했거나, 첫 황손의 젖을 뗀 측비들이 하나둘씩 입덧을 하기 시작했으나 태자비의 궁과 하운궁의 봉쇄는 풀릴 줄을 몰랐다. 하운궁은 청룡의 반려가 아니라도 황손이라도 낳았으니 훗날 황손의 보살핌이라도 받으며 살 수 있겠지만, 태자비는 이대로라면 청룡의 반려가 청룡의 아이를 낳는 순간 재가해야 하는 것 아니냐. 그럼 양나라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냐. 요새 양나라 정세가 심상치 않다던데 양나라로 돌아갈 수는 있겠냐. 온갖 소문이 측비들의 궁 담을 너머 전해졌다.


태자비와 하운궁 유씨는 영원히 버림 받은 것처럼 보였다.



24.

어머니에게 보낼 편지를 쓰고 있던 경염은 침전의 창문을 넘어 들어오는 인기척에 웃으며 고개를 들었다. 연성은 경염의 궁과 하운궁에 불순한 모든 것의 침입을 감지하는 결계뿐만 아니라 물리적인 출입까지 막는 더 강한 결계를 쳐 두었다고 했다. 그러니 황제의 명령뿐만 아니라 결계까지 더해져 이중으로 봉쇄돼 있는 경염의 궁에 몰래 창문 넘어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은 결계를 친 장본인뿐이었다.


[태자 전하의 위신이 있는데 언제까지 매일 그렇게 월담하실 겁니까.]


연성은 피식 웃으며 다가와 경염의 입에 입을 맞췄다.


[비가 보고 싶은데 어떻게 하오.]


경염은 차마 저도 보고 싶었던 말이 나오지 않아 못 들은 척 고개를 돌렸지만 연성이 경염의 귀를 만지자, 또 민망하면 귀부터 붉어지는 제 몸을 잊고 빨개졌을 귀를 연성의 앞에 대놓고 보여준 걸 깨달았다. 잘못은 저가 했는데 괜히 연성이 원망스러워 흘겨보자 연성이 웃으며 경염을 일으켜 안고 침상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제가 걸어갈 수 있습니다. 허리 다치십니다. 전하.]

[왜? 내 허리가 다치면 비가 서운할 것 같아서?]

[전하!]


연성은 소리 내 웃으며 경염을 침상에 내려놓고 위로 엎드리며 경염의 옷자락 속으로 손을 넣었다. 이제 소현은 없지만 대신 궁에 들어온 시비들이 여전히 매일 꼼꼼하게 피부를 가꿔주고 있는 탓에 연성이 살짝만 옷자락을 밀어내도 얇은 비단은 매끄러운 경염의 피부를 타고 쉽게 벗겨져 나갔다.


[걱정 마시오. 내 허리는 튼튼하니. 비도 곧 확인할 수 있을 것이오.]


민망함을 못 이긴 경염이 미약한 항의라도 해 보려고 했으나 연성이 경염의 입을 막아 버린 탓에 항의는 입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언제나처럼 진한 모란향에 제 향이 섞이고 여전히 수련을 게을리 하지 않는 연성의 못 박힌 손이 경염의 매끄러운 피부 위를 미끄러져 내려갔다. 작아서 입에 담을 것도 없을 텐데 연성이 가슴을 깨물고 빨 때마다 가슴부터 퍼져 나가는 짜릿한 기운이 온몸을 내달리는 것 같아 경염은 저도 모르게 끙끙거리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25. 연성

매일 연무장에서 수련을 하고 있다고 해도 전장에서 살 때와는 아무래도 달라서 지난 해 이맘때보다 확연하게 피부색이 옅어진 경염의 나신을 핥듯이 내려다보고 있자, 경염이 또 귀부터 붉어져서 민망해했지만 어느새 경염의 다리 사이는 단단하게 서서 묽은 습기를 매달고 있었다. 그러나 연성은 애처롭게 보일 정도로 단단히 서서 흔들리는 모습을 무시하고 그 아래로 손을 내렸다.


경염 자신은 느끼지 못하는 것 같지만 경염은 가슴을 핥아주면 쉽게 흥분하는 체질인 터라 벌써부터 다리 사이의 가는 틈은 축축하게 젖어서 연성이 손가락 세 개를 한꺼번에 넣어도 쫀득쫀득하게 빨아들였다.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않고 손가락으로 놀리듯 안쪽을 꾹꾹 눌러주자 경염이 눈물 맺힌 눈으로 올려다보며 애처롭게 전하, 전하를 찾으며 애원하기 시작했다. 연성은 벌써 1년 넘게 보는 모습인데도 그 모습에 머리끝까지 피가 몰리는 걸 느끼며 손가락을 빼고 경염의 다리를 벌렸다. 그리고 다리가 벌어지면서 더 벌어진 틈으로 제 몸을 밀어넣자 압박감과 만족이 뒤섞인 신.음. 소리가 터져 나왔다.


[전하. 전하. 빨리...]


그리고 그 희열에 젖은 신.음 소리는 점점 높아졌다.


[이상... 이상합니다. 전하. 잠깐... 이상합니다.]


1년 넘게 몸을 섞고도 이상하다고 울면서도 더 쫀득쫀득하게 연성을 끌어당기는 안쪽으로 더 세게 몸을 박아 넣으면서 연성은 경염의 몸을 일으켜 입을 맞췄다. 연성의 다리 위에 올라앉으면서 ㅅ.ㅇ이 더 깊어지자 경염은 거의 울고 있었지만 그 울음소리에 희열이 섞여 있는 걸 느낄 수 있기에 연성은 경염의 등을 받치고 한 손으로 가슴을 희.롱하면서 경염의 귓가를 핥았다.


[비가 움직여 보시오. 그러면 더 기분 좋아질 겁니다.]


경염은 도리질을 쳤지만 몸은 착실하게 연성의 말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연성이 칭찬하듯이 경염의 ㅅㄱ를 잡고 몇 번 훑어주자 곧 연성의 손 안으로 희뿌연 점액질 액체가 쏟아져 나왔고 연성도 곧이어 경염의 안에 파.정했다. 경염은 오늘 자신이 잉태할 것이라는 걸 모를 텐데도 몸은 뭔가를 느끼는지 계속 이상하다고 울었지만, 연성은 경염이 드디어 청룡의 아이를 잉태할 수 있게 된 이상 경염이 지쳐서 울어도 봐 줄 수가 없었다. 연성이 거의 의식을 잃은 경염을 품에서 놓아준 건, 며칠 내내 아침까지 계속된 ㅈㅅ덕분에 드디어 연성의 씨가 경염의 배 안에서 작은 형태로나마 자리를 잡았다는 걸 느꼈을 때였다. 연성은 지쳐서 잠든 경염을 욕탕으로 데려가 씻기고 시비들이 갈아둔 침상에 눕혀주었지만 역시 무리한 탓인지 경염은 눈을 뜨지 못했다. 연성은 그런 경염의 옆에 앉아 밋밋한 경염의 배를 쓰다듬었다.


[건강하게 잘 자라야 한다. 아가. 네 어머니 힘들게 하지 말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