짤갤줍
*청룡전설*
ㄴㅈㅈㅇ ㅇㅌㅈㅇ 랑야방 ㅅㅍㅈㅇ 랑야방 원작파괴ㅈㅇ 곽건화왕카이
30. 경염
연성은 석반 때에 맞춰 들어오더니 함께 식사를 한 후 무슨 명단인지 알려주지도 않고 여러 명의 이름이 적혀 있는 종이를 경염에게 건넸다. 그런데 명단을 들여다보고 있자 드문드문 아는 사람인지 동명이인인지 긴가민가 싶은 이름들 사이에 확연히 눈에 띄는 이름이 있었다.
[양나라에서 사신이 옵니까?]
[아는 이름이 있소?]
[네, 한데 왜 갑자기 사신을...]
[부황의 생신에 축하 사신단을 보낸다고 하오.]
[작년에는 안 오지 않았습니까? 전에는 매년 왔었습니까?]
연성은 경염의 뒤쪽으로 가서 뒤에서 끌어안으며 눈에 띄게 볼록해진 경염의 배에 손을 올렸다. 그에 맞춰 은은한 모란 향이 마치 실체를 가진 것처럼 다가와 경염의 몸을 포근하게 같이 감싸는 듯했다.
[혹시 반가운 이름이 있소?]
[있습니다. 황실에서 보내는 사신단에 함께할 위치가 아닐 텐데 이상하긴 합니다만...]
[누구기에?]
[여기, 목예황이라는 이는 운남왕부의 군주인데, 요즘은 금릉에서 지내는 건지, 부황이 또 무슨 트집을 잡-. 아니, 아닙니다.]
아무리 아비로서 서운하고 섭섭한 게 많은 사람이라도 양나라의 황제인데 할 말이 아니었다는 생각에 급히 입을 다물자 연성이 낮은 소리로 웃더니 경염을 살짝 끌어당겨 제게 기대게 해 주며 경염의 옆얼굴 곳곳에 입을 맞춰주었다.
[잘 아는 사람이오?]
[어릴 때는 금릉에 자주 와서 지낸 탓에 가까이 지냈습니다. 친우의 정혼자이기도 했던 탓에 자주 같이 어울렸습니다.]
예황과는 13년 전 사건 후에도 가끔 만났다. 서로의 얼굴을 보는 것이 슬픈 기억을 떠올리게 해서 만남이 오랜 시간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경염이 금릉으로 돌아오고, 예황이 금릉에 올 수 있을 때는 차를 한 잔씩 나누기도 했었다. 그리고 그런 몇 번의 만남 중에 예황에게 예기치 못했던 말을 듣기도 했었다.
- 운남왕부는 청이가 이을 것입니다.
뜬금없는 말이었다. 오래 전부터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왜 갑자기 단호하게 선언하는지 몰라 대답을 못하고 바라보자, 예황이 평소의 똑 부러지는 성격답지 않게 서글프게 웃으며 덧붙였다.
- 제가 양인으로 발현했습니다.
마침 목을 축이기 위해 찻잔을 입가에 대고 있었으나, 놀라서 꼼짝도 못했던 탓에 찻잔을 내려놓기까지 한참의 시간이 걸렸던 기억이 났다. 예황이 양인으로 발현한 것도 생각지 못했던 일이었지만 '임수의 정혼자였던' 예황의 양인 발현이었기에 이미 곁에 없는 임수가 같이 떠올라 더 충격이 컸었다. 임수가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떠난 뒤에도 내내 혼례를 치르지 않고 홀로 운남왕부를 책임지며 지내왔던 예황이 양인으로 발현했을 때 어떤 기분이었을지 상상할 수가 없었다.
- 목청은 벌써 발현했소?
- 그 애는 저보다 일찍 발현했습니다.
- 그러면 앞으로는 어떻게 하실 생각이시오?
- 달라질 건 없을 겁니다. 그저, 정왕 전하께는 말씀드려야 될 것 같았을 뿐입니다.
예황이 양인으로 발현했을 때 왜 저를 떠올렸는지 알 것 같았다. 자신의 옛 정혼자는 이미 곁에 없으니, 마냥 즐거웠던 소녀 시절, 정혼자였던 이 옆에 있던 제가 떠올랐겠지. 일부러 찾아와 알려줘서 고맙다, 혹시 곤란한 일이 생기면 꼭 도와주겠다 약속도 했다. 자신도 아무런 힘이 없는 황자였지만 외면할 수 없는 사람이라 그랬다. 그게 마지막 만남이었다. 경염 자신이 음인으로 발현되고 혼례를 치르기 전까지는 금릉에 있었던 시간이 짧아 미처 예황에게 인사를 할 틈도 없이 떠나왔었다. 그렇게 서로 좋은 얼굴을 하지 못하고 헤어졌지만 경염은 그 당시보다 훨씬, 아니 먼 옛날 언제나 올바른 길을 알려주던 황장자가 살아 있고, 짓궂은 친우였지만 늘 든든했던 임수가 제 옆에 있을 때보다 덜 행복하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행복한데. 예황 그녀도 그럴까. 예황도 이제는 행복해졌기를 조심스럽게 바라며 만남을 기대했다.
31. 연성
연성은 경염이 잠들기를 바라며 배를 살짝 토닥거려주고 있었다. 모후에게 여쭈니 임신하면 살도 잘 오른다고 하던데 워낙 마른 경염은 임신을 해도 배가 볼록해질 뿐 살이 잘 오르지 않았다. 뺨이 통통해지면 귀여울 것 같은데 손도 여전히 길고 가늘게 쭉쭉 뻗어 있고 얼굴도 그대로여서 걱정이건만 모후는 연성의 걱정을 호들갑이라 여기는 듯해서 내심 섭섭하기도 했다. 아무리 살벌한 북연의 궁이라 해도 아이를 품고 있는 비에게 수를 쓰는 건 청룡의 후예에게 직접 수를 쓰는 거나 마찬가지라 엄격하게 금지되는 일이었지만, 현재 임신 중이 아닌 비들이 독이 많이 올라 있는 터라 연성은 태자비 궁과 부모님 앞이 아니면 태자비의 임신에 아무런 관심이 없는 듯 연기를 해야 하는 것도 은근히 경염과 아이에게 미안하고 화가 났다. 그런데 예왕이라니.
[양에서는 왜 갑자기 사신단을 보낸다는 걸까요.]
[... 안 잤소?]
경염이 고개를 돌리더니 연성의 근심스러운 표정을 보고 웃으며, 제 배를 쓰다듬는 연성의 손 위로 제 손을 올렸다.
[제가 걱정을 안 했으면 좋겠습니까?]
[그랬으면 좋겠지만, 아무래도 부황이나 내가 아니라 그대를 보기 위해 오는 사신단일 테니, 마냥 기다리는 것보다 미리 준비를 해 두는 것이 좋겠지. 다음 달에 맞춰 오는 사신단이면 그대도 안정기이긴 할 것이나... 썩 내키지 않는 것은 사실이오.]
[그러게 말입니다.]
경염은 고국의 사신단이 오는 것이 반가울지도 모르는데 너무 싫은 티를 낸 건가 들여다봤지만 경염은 그저 웃고 있을 뿐이었다.
[양의 사신단이 오는 것이 싫은 것은 아니오. 그대가 출산을 하고 나면 1년에 두 번씩 와도 반갑게 맞아줄 수 있소.]
[알고 있습니다. 저도 예황군주를 보는 건 반갑지만 사신단이 내키는 건 아닙니다. 사신단 대표는 누구랍니까? 예황군주이진 않을 텐데..]
[...]
경염은 답이 없는 연성을 바라보다가 말없이 제 배를 끌어안았다. 그 얼굴 가득 근심이 어리는 걸 본 연성은 속으로 한숨을 삼켰다.
[경염.]
[경선 형님이 폐위됐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럼 경환 형님이 오시겠지요. 예황군주가 무리해서 사신단에 낀 이유도 예왕이 제게 해를 끼칠까 걱정해서일 테고요.]
[그대가 원치 않으면 예왕을 안 만날 수도 있소. 몸이 좋지 않아 만날 수 없다고 하면 그만이니.]
[경선 형님이 이미 폐위되셨다면, 연욱공주 전하와의 사이에서 아이가 없었던 것도 문제되진 않을 테고, 북연 황실에 이미 황손이 많다는 것도 알 텐데. 굳이 제가 임신했다고 해서 오는 게 이상하지 않습니까?]
연성은 배를 감싸고 있는 경염의 손이 떨리는 걸 보고 그 손 위에 손을 올리고, 기를 불어넣으며 향을 풀었지만, 경염은 쉽게 진정하지 못했다.
[예왕은 그냥 절 만나기 위해서 북연까지 먼 길을 올 사람이 아닙니다. 절 만나서 얻을 게 있기 때문에 오는 것일 텐데, 예왕이 바라는 게 뭘까요? 전 예왕에게 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있었다면 애초에 제가 금릉에 있을 때 절 찾았겠지요. 그런데 이제 와서 왜... 제가 태자비라서? 그렇다고 해도 북연과 양이 가까운 것도 아니고, 대유의 움직임이 수상하다고 합니까?]
[... 수상한 움직임은 아직 없소.]
[그럼... 제가 아니라... 아기님을...!]
연성을 돌아보는 경염의 동공도, 배를 감싸고 있는 경염의 가늘고 긴 손가락도 사정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연성은 배를 감싼 경염의 팔을 풀고 안아주려고 했지만 경염이 제 배에서 손을 떼려 하지 않아서 연성은 그대로 경염을 안아야 했다. 경염은 연성의 어깨에 얼굴을 대고 굳은 표정을 가리고 있었지만, 연성은 경염이 혼자 웅얼거리는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부황이 기어이 저를 또...'
소선 그 늙은이가 또 무슨 수를 쓰려 하는 건가. 왜? 경염의 말대로 소선도 연성에게 자식이 많다는 건 알고 있을 터였다. 아직 모두 어려서 형질이 발현된 황손도 없지만 그 많은 황손들 중에 우성 양인이 반도 안 될 거라 생각하진 않을 텐데. 경염과 태자의 측비들은 모두 우성 음인들이라 높은 확률로 우성 양인으로 발현된다. 청룡의 아이는 모두 우성 양인이라 경염이 뱃속에 곱게 품고 있는 아이는 당연히 우성 양인이지만, 그건 소선이 모르는 일일 텐데. 뭐지? 분명히 뭔가 놓치고 있는 것일 텐데 알 수가 없어서, 연성은 그저 나긋한 향을 풀어주며 경염의 등을 토닥거려줄 뿐이었다.
[경염. 심려치 마시오. 그대에게도, 우리의 아이에게도 누구도 해를 끼칠 수 없소. 내가 있잖소. 경염.]
경염은 연성의 어깨에 얼굴을 묻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습니다. 그저, 요즘은 왠지 감정이 제 스스로 통제가 안 될 때가 있어서, 이러지 않으려 하는데... 갑자기 감정이 격해졌습니다. 전하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괜찮소. 태의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하지 않았소. 회임하여 그런 것이니 마음 쓸 것 없소.]
[네, 전하.]
[비의 말대로 운남왕부의 군주가 예왕을 견제하기 위해 부러 사신단에 이름을 올린 것이라면 크게 걱정할 건 없지 않겠소? 나도 따로 알아볼 테니 소식이 올 때까지 기다려 봅시다.]
경염은 감정을 수습했는지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었다. 여전히 배를 감싸 안은 손을 떼진 않았지만 연성을 바라보는 눈에는 웃음기가 서려 있었다.
[경왕 전하께서 연욱공주 전하를 많이 어려워하시는 것 같던데, 요즘 마음이 편치 않으시겠습니다.]
[연정이가 막내라 어린 시절에 철이 없어서, 버릇 들인다고 연욱이가 좀 엄하게 대했는데, 그때 기억이 연정이에겐 많이 힘들게 남았던 것 같소.]
[그러셨던 겁니까.]
[... 라고 포장해 주고 싶지만, 연욱이가 워낙 짓궂은 성격이다 보니 연정이가 고생이 많았지. 나중에 무료하면 내게 말하시오. 연정이와 연욱이를 같이 불러줄 테니. 두 사람을 붙여 놓고 지켜보고 있으면 무료할 틈이 없다오.]
경염은 그제야 배를 꼭 끌어안고 있던 손에 힘을 풀고 소리 내 웃었다. 연성은 경염을 끌어안고 향을 풀어놓은 채 토닥토닥 배를 두드렸다. 어린 시절 자신이 연정을 괴롭힌 이야기는 쏙 빼놓고 연욱이 연정을 괴롭혔던 이야기만 조근조근 들려주자, 웃으며 귀 기울여 듣고 있던 경염의 머리가 어느새 연성의 가슴에 살포시 얹혔다.
[좋은 꿈꾸시오. 경염.]
경염을 안아 침상에 내려놓은 연성의 입술이 경염의 입술에 살짝 닿았다 떨어졌다.
32. 경염
예황을 만나고 싶은 마음과 예왕을 만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제 가슴 속에서 매일 싸워대도 시간은 언제나처럼 멋대로 흘러갔고, 해가 바뀌어 황제의 생일 축하연을 5일 앞둔 날 양의 사신단이 북연의 황궁에 도착했다. 사신단을 맞이하는 자리에 함께 나간 경염은 예왕의 뒤에 서 있는 예황과 눈인사를 나누고 사신단을 눈으로 훑었으나, 예왕과 예황 외에는 아는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어차피 아는 사람이 많을 거란 기대는 하지 않았으나 혹시나 열전영이 따라오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가 없진 않았던 터라 실망하며 눈을 돌리던 경염은 예왕과 눈이 마주쳤다. 예왕은 경염의 눈을 한참 바라보다 천천히 눈을 내려 제법 부풀어 오른 경염의 배를 빤히 바라봤다.
경염은 안 그래도 꼿꼿하게 세우고 있던 허리에 더 힘을 주고 똑바로 서서 예왕의 표정을 신중하게 지켜봤다. 예왕의 얼굴에는 경염의 임신을 직접 확인한 후의 놀라움과 희미한 살기, 왜인지 알 수 없는 묘한 열기가 서려 있었다. 살기가 경염 뱃속의 아기를 향한 것은 확실했다. 아기와 경염을 같이 노리는 것이든, 아기만 노리는 것이든. 하지만 어차피 북연의 황궁 내에서 예왕이 섣불리 수를 쓸 수는 없을 것이었다. 제 목숨을 걸고 경염의 숨을 끊어 놓으려 했던 수많은 측비들도 해 내지 못한 일을, 북연에 별다른 인맥도 없을 예왕이 해 낼 수 있을 리가. 경염은 자꾸 본능적으로 배를 감싸려 하는 손에 힘을 주고 여전히 봉쇄령이 풀리지 않고 있는 하운궁을 생각했다. 자기 손으로 직접 독을 먹이려 했던 하운궁도 경염을 건드리지 못했다. 예왕도 결국 실패할 것이다. 경염은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경염이 예왕에 정신을 팔고 있던 사이 어느새 사신단을 맞이하는 행사가 끝났는지, 연성이 돌아가서 쉬자며 경염을 이끌었다. 경염은 궁에 돌아가 예황에게 자신의 궁으로 방문해 달라 청하려 했으나, 궁으로 돌아오자 연욱공주가 먼저 방문해도 좋겠느냐 연락해 왔다고 했다.
33. 경염
북연의 황제와 황후, 연성과 연정의 얼굴을 보면서 연욱도 상당한 미녀이겠거니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연욱공주는 경염의 예상보다 더 뛰어난 미인이었다. 차가운 인상인데도 연성과 닮은 얼굴이어서인지 거리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친근한 기분이 들어 반갑게 인사를 하자, 막 자리에 앉던 연욱공주가 환하게 웃었다.
[얼마나 뵙고 싶었는지 모릅니다, 태자비 마마. 아름다운 분이시라는 말은 들었는데 제 예상보다 더 고우신 분이시라 마음이 마구 떨리는데 어쩌면 좋습니까.]
제가 할 말을 연욱공주가 다 해 버려, 경염이 적절한 말을 하지 못하고 애매하게 웃고 있자 연욱은 짓궂은 미소를 띠었다.
[제가 그래도 양나라에서 1년 반이나 지내다 왔는데, 궁금한 소식은 없으십니까, 마마.]
경염은 어차피 다른 날 또 시간을 내서 예황을 만날 생각인 데다, 태자의 측비로 갔던 연욱이, 경염이 궁금해 하는 어머니 소식이나 경염의 몇 안 되는 지인들의 소식을 잘 알 것 같지 않아서 무난한 말을 꺼내 놨다.
[북연과는 기후도 많이 다르고, 음식이나 옷차림도 달라서 불편하셨을 텐데, 지내면서 힘드신 점은 없었습니까, 공주 전하.]
[전 어디서도 잘 적응하는 성격인지라 편히 잘 지내다 왔답니다. 양나라에서 좋으신 분들이 절 예쁘게 봐 주시고 많이 돌봐주셔서 불편한 점도 전혀 없었습니다.]
[그 말씀을 들으니 마음이 좀 놓입니다.]
연욱은 경염의 말이 제가 바라던 답이 아니었는지 한숨을 폭 쉬더니 고운 비단 천으로 곱게 싸서 가지고 온 상자를 경염 쪽으로 밀어주었다.
[조금 더 애태우다 드리려고 했는데, 이걸 먼저 전해 드려야 태자비 마마께서 제가 원하는 말씀을 들려주실 것 같아 먼저 드려야겠습니다.]
[제게 주시는 것입니까.]
연성이 아끼는 동생이라는 연욱이 제게 해를 끼칠 리는 없지만, 혹시 몰라 문 쪽으로 슬쩍 시선을 줬으나, 별다른 움직임은 느껴지지 않았다. 연성은 경염의 궁에 수상한 것이 들어오면 결계가 반응해 자신이 바로 알 수 있다고 했었다. 연성이 오지 않았다는 것은 안전한 물건이라는 뜻일 것이다.
[제가 준비한 건 아니고, 전 전달해 드리는 것뿐이랍니다. 열어 보시면 누가 준비해 주신 선물인지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럴 리가 없는데. 태자의 측비였던 연욱이 월귀비도 아니고 경염의 어머니와 친하게 지냈을 리가 없는데, 경염의 본능은 다른 말을 하고 있었다. 왠지 상자를 곱게 싼 비단에서조차 어머니에게서 늘 은은하게 흘러나오던 약초향이 배어 나오는 것 같아 비단을 푸는 손가락이 떨렸다. 그리고 비단을 곱게 풀어헤쳐 놓고 상자 뚜껑을 열자 안에는 아주 조그마한 아기 옷들이 차곡차곡 들어 있었다. 흘긋 보기만 해도 만든 사람의 정성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바느질이 꼼꼼하고 가지런했다. 그 따뜻하고 보드라워 보이는 작은 옷 위로 눈물이 뚝 떨어져 황급히 눈물을 닦자, 조용히 지켜보고 있던 연욱공주 역시 촉촉하게 물기 어린 목소리로 경염의 마음을 다독였다.
[정빈 마마께서 태자비 마마의 회임 소식을 들으시고 정말 기뻐하셨답니다. 태자비 마마께서 좋아하시는 다식도 많이 만들어 싸 주셨어요.]
경염이 눈물 때문에 말을 잇지 못하자 잠시 뒤, 문이 열리는 소리가 조용히 들리고, 연욱 공주가 지시했는지 연욱 공주와 경염 사이로 조용히 발이 드리워졌다. 그리고 경염은 공주의 배려에 감사하며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왠지 모를 먹먹함이 가라앉을 때까지 작은 옷을 바라보고 있었다.
얼마 뒤, 어느새 공주는 나갔는지 방 안에는 모란향이 가득 퍼졌고 곧 따뜻한 체온이 경염을 감싸 안았다.
재업은 사랑!
좋은 재업이다
재업은사랑
재업은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