짤갤줍
*청룡전설*
ㄴㅈㅈㅇ ㅇㅌㅈㅇ 랑야방ㅅㅍㅈㅇ 랑야방 원작파괴ㅈㅇ 곽건화왕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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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경염
경염은 캄캄한 어둠 속을 걷고 있었다. 발밑도 보이지 않고, 제 모습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길이었지만 뭔가를 혹은 누군가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서, 뭘 찾아야 할지도 모르면서 계속 걸었다. 어디 있지. 날 기다리는 뭔가. 누군가...?
41. 예왕
예왕은 호화로운 가구들로 가득한 방이지만 사실상 감옥이나 다름없는 방 안을 계속 서성거리고 있었다. 벼락이라니. 벼락이 갑자기 쏟아지던 것까진 그럴 수 있었다. 이곳은 양이 아니라 북연이니, 북연의 겨울 기후가 갑작스러운 악천후가 많은 거라 넘길 수 있었다. 그러나 벼락이 떨어지던 순간 요괴라도 본 것처럼 사색이 되던 황자들의 얼굴이... 공포가 서린 그 얼굴들이 벼락을 내리꽂은 것이 하늘이 아니라 누군가의, 아마도 인간이 아닐 어떤 존재의 힘이라고 말하는 듯해서.
경염의 회임 소식을 안 건 부황을 통해서였다. 자신이 매장소에게 속아 이용당하고 모든 것을 잃자 자신을 외면하던 부황이, 오랜만에 자신을 불러서 부리나케 달려갔을 때였다.
- 경염이 회임을 했다더군.
- 빠른 편은 아니지 않습니까. 혼례를 치른 지 벌써 1년은 지난 것 같은데.
- 오래 전장 생활을 한 녀석이라 혹시 회임이 안 될지도 몰라서 떠나기 전에 보약까지 챙겨 먹인 보람이 있었던 것이겠지.
약을 먹인 덕분에 늦게라도 회임이 됐다는 건가. 맞장구치려던 경환은 고개를 숙이고 있는 고태감과 눈이 마주쳤다. 고태감은 자연스럽게 시선을 회피했지만 언제나 모든 걸 다 알면서 모르는 척하고 있는 그 의뭉스러운 눈빛에 스치는 짙은 혐오감을 분명히 확인했다. 그 약이 회임을 위한 약이 아니었구나. 시선을 들어 부황의 눈을 바라보자, 번들거리는 눈빛이 보였다. 13년 전 옥에 갇힌 황장자에게 술을 가져다주라고 했을 때의 눈빛이 떠올랐다. 그 눈빛이었다. 아들을 잡아먹더라도 자신이 움켜쥔 자리를 놓지 않겠다는 탐욕이 서린 눈빛. 이미 양의 사람이 아니라 북연의 태자비가 된 아들이 살아 있든 죽든 아비에게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었다. 그러나 저 눈은 경염의 죽음을 바라는 눈이었다. 왜지?
- 북연은 태자가 황제가 되면 아들을 낳아 준 비들이라도 단 한 명의 비만 남기고 모두 퇴궐시킨다고 하더군. 오랑캐 나라라 이상한 풍습이 많아. 그렇지 않느냐. 어쩌면 경염이가 다시 돌아올지도 모르겠구나.
경염이 돌아온다? 예전 같으면 경염이 돌아오든 말든 신경도 쓰지 않았을 것이었다. 부황은 경염에게 한 번도 애정을 준 적이 없었고, 경염의 친모도 세력이 미약해 늘 있는 듯 없는 듯 소박한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이었기에 한 번도 경염이 제 삶에 위협이 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이라면? 매장소는 금릉을 바꾸어 놓았다. 여유로운 한량의 삶을 살아가던 기왕야가 조정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도에만 빠져 살며 아들조차 거들떠보지 않던 국구가 조정에 손을 뻗었다. 목예황은 아예 운남성을 동생에게 맡기고 금릉에서 지내고 있었다. 경염이 돌아오면 모두 경염과 손을 잡을 사람들이었다. 경선이 폐위되고 사라진 지금, 뒤바뀐 금릉의 정세 속에서 자신과 경염이 황위를 놓고 겨루게 된다면?
부황에게 경염의 시신을 바치지 않으면, 제 시신을 원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잘만하면 잃어버린 부황의 신뢰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욕망, 자신이 경선을 끌어내리기 위해 얼마나 고생했는데 이제 와 그 자리를 경염에게 줄 수는 없다는 위기감이 뒤섞여 마음속에서 사람의 마음이 스르르 녹아 없어지고 대신 탐욕이 들끓는 지옥이 펼쳐졌다.
- 추운 나라에 가서 고생이 많을 텐데, 소자가 찾아가서 힘든 점은 없는지 한번 알아보면 어떻겠습니까, 부황.
- 짐의 마음까지 헤아릴 줄 알고 네가 철이 많이 들었구나.
- 반드시 경염이 부황의 성의를 알 수 있게 하겠습니다.
- 그래, 널 믿으마. 경염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는 아무 문제없을 테니 그 점은 신경 쓰지 말고 잘 다녀오너라.
매장소가 뭘 눈치 챈 건지 기왕야를 통해 수작을 부려 매장소와 예황을 사신단 명단에 넣어 버려서 은밀하게 준비해야 했지만, 정왕부 출신 중 순방영에 있는 이들 중에 적당한 사냥개를 찾을 수 있었다. 아들이 군인인데도 아비가 망나니인 인물이었다. 진반약을 통해 아비를 술독과 도박판에 끌어들이는 건 어렵지 않았다. 어마어마한 빚을 떠안기고 빚 탕감 조건으로 딸을 넘기라고 협박하는 것도 간단했다. 사냥개가 돼 경염에게 직접 칼을 찔러넣을 역할을 맡길 병사에게 동생을 구하고 싶으면 정왕을 살해하라고 시키는 건 어려웠지만, 동생이 고급 기방도 아닌 매음굴이나 다름없는 하급 기방에서 어떤 생활을 하며 몸을 망치게 될지 생생히 묘사해 주자, 사냥개의 정왕에 대한 충성심은 결국 무너져 내렸다. 예왕은 만일을 대비해 그 사냥개와 대면하지도 않고 다른 사람을 시켜 협박했다. 그런데도 연욱공주는 예왕을 지목했다. 사신단의 대표이기 때문에 따로 가둔 것뿐일 거라고 제 마음을 다독여 봐도 벼락이, 저 벼락이 널 노리는 거라고 말하는 것 같아 두려움이 가시지 않았다.
부황은 분명 돌아오는 길은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 말했다. 부황이 자신이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손을 써 주겠지... 정말 손을 써 줄까.......
42. 경염
캄캄한 암흑 속을 걷던 경염의 팔을 누군가 힘껏 잡아당겼다.
[물소! 어디 가냐!]
[수야!]
언제나처럼 씩씩한 어린 임수가 칼을 들고 씩 웃고 있었다. 어린? 왜 임수를 어리다고 생각했지. 임수는 어제도 봤던 모습 그대로였다. 어른과 아이의 경계. 미처 성년이 되지 못한 임수와 경염은 마지막 소년기를 보내고 있었다.
두 사람은 예황을 데리고 햇볕 따뜻한 강가로 나가 몇 시간이고 훈련을 했다. 시원한 바람이 불고 따뜻한 햇볕이 내리쬐는 풀밭에서는 향긋한 풀 향기가 올라오고 풀밭 옆으로는 시원한 강이 흐르고 있었다. 임수와 예황의 웃음소리가 바람을 타고 흩어졌다. 몸놀림이 그림처럼 유려한 임수와 예황이 함께 무술을 연마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 저도 모르게 입가가 풀렸다. 나도 그만 쉬고 몸을 풀어야지, 칼을 들고 일어서는데, 어디선가 희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경염, 나의 반려. 경염.
[어?]
[왜 그래, 물소?]
[...]
[경염, 왜 그래?]
아직 어려서 경염에게 말을 높이지도 않고, 편하게 이름을 부르던 시절 그대로 예황이 경염의 이름을 부르며 걱정하는 낯을 했다. 그래, 그 어리던 시절. 이제 예황은, 그리고 자신은 어리지 않았다. 저렇게 햇살처럼 웃고 있는 친우도 지금은 없다. 깨달음과 동시에 눈앞이 다시 캄캄해졌다.
자신이 이 어둠을 뚫고 나가 찾아야 하는 건 어린 예황도, 어린 임수도 아니었다. 누구지... 경염은 그 시절 친우들에 대한 그리움으로 먹먹해지는 가슴을 다독이며 다시 어둠 사이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운 광경이 마음에 생채기를 냈지만, 그저 묵묵히 다시 걸었다.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43. 연성
[태자비 마마와 아기님의 맥이 약해진 상태이긴 하지만, 아기집은 상하지 않았습니다. 태자비 마마의 외상은 이미 치료를 했으니, 계속 붕대를 갈아주면서 소독만 해 드리면 외상이 곪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태자비 마마께서 정신이 드시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전하.]
떨리는 목소리이긴 했으나, 용서해 달라는 따위의 말을 하지 않은 건 태의도 북연 사람이고, 청룡의 전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으리라. 당장 그 목을 날려 버리고 싶었지만, 태의의 죄가 아니란 걸 알기에 옆방으로 가 있으라 물렸다. 연성이 계속 기를 불어넣어 주고 있었으나 경염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고, 피부에는 여전히 핏기가 보이지 않았다.
경염이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면...
생각만으로도 온몸의 피가 펄펄 끓는 듯 분기가 치달았다. 순간 창밖의 벼락 소리가 더 크졌다. 연성은 먼 과거에, 반려를 잃고 나서 반려를 죽인 그 비에게 1년이나 기를 불어넣어 청룡의 아이를 품게 했던 선조의 이야기를 떠올렸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지? 만약 경염이 사라진다면, 청룡의 대가 끊기든, 이 세상이 부서지든 말든, 자신은 범인을 찾아 희망을 주고 마지막 순간에 희망을 꺾어 버리기 위해 기다려야 하는 그 시간도 버틸 수 없을 텐데. 경염을 죽게 한 세상 따위 같이 부숴 버리리라.
분명히 경염 그대는 이런 걸 알면 싫어하겠지. 그러니까 죽지 마시오.
연성은 경염을 끌어안은 채로 눈을 감고 분기를 억눌렀다. 아직은 경염이 살아 있었다. 경염은 갑자기 열이 펄펄 끓었다가 갑자기 시체처럼 차가워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태의는 경염이 왜 이런 증상을 보이는지도 알 수 없다고 했다. 그래도 아직 살아 있으니까. 돌아오지 못할 길을 간 건 아니니까.
[경염, 나의 반려. 경염. 내가 여기에 있는데 어디를 떠돌고 있는 것이오. 내 곁으로 돌아오시오, 경염.]
44. 연욱
대낮이었지만 한밤중처럼 캄캄한 하늘에선 여전히 곳곳에서 벼락이 떨어지고 있고, 밤새 궁을 뛰어다니며 불을 끈 금위군과 교대한 황자들과 각 왕부의 사병들이 곳곳을 순찰하며 잔불을 끄고 있었다.
[예왕은 태자비 마마의 용태와 상관없이 살아서 이 궁을 나갈 수 없을 겁니다.]
연욱공주의 뒤를 따라 오는 매장소와 린신은 공주의 말을 분명히 들었을 텐데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리고.]
뒤늦게 들려오는 매장소의 목소리에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자, 눈을 내리깔고 있던 매장소가 아픔이 가득 새겨진 듯한 눈으로 공주와 시선을 맞췄다.
[태자비 마마가 저대로 눈을 못 뜨시면 양의 사신단은 모두 살아서 이 궁을 나갈 수 없을 테고요.]
연욱이 아무런 말없이 매장소의 옆에 서 있던 린신에게로 시선을 돌리자, 춥지도 않은지 금릉에서 입던 옷 위로 얇은 망토 하나만 두르고 있던 린신이 비웃듯 입술을 끌어올리며 매장소의 말을 정정했다.
[태자비 마마가 눈을 못 뜨시면 이 궁 안에 있는 모든 이가 살아서 이 궁을 나갈 수 없겠지요.]
[하늘 아래 모르는 게 없다는 말을 괜히 듣는 건 아닌가 봅니다, 각주.]
연욱은 벼락을 피해 처마 아래로 일행을 이끌고 있었다. 동궁 앞에 다다른 연욱은 동궁 입구를 지키고 있는 태자의 호위대장을 불렀다.
[태자 전하께, 매 종주와 린 각주가 오셨다고 전하게.]
[누구도 들어오지 못하게 하라고 하셨습니다. 전하.]
[린 각주는 뛰어난 의원이시네. 전하께 그리 전하게.]
[여쭤보고 오겠습니다. 잠시 기다리시지요.]
처마 밑에서 기다리는 동안에도 동궁 앞에 있는 나무 한 그루가 벼락을 맞아 가지가 떨어져 나가고, 낮 순찰 담당인지 의왕이 의왕부 병사들이 불을 끄는 걸 감독하러 찾아왔다.
[오라버니.]
[태자 전하를 뵈러 왔느냐. 만나주시지 않을 텐데.]
[이분이 의원이시라, 태자비 마마를 한번 보시게 해 드리려 모시고 왔습니다.]
그때, 태자의 호위대장이 나와 안으로 드시라 했다고 전하자, 낯이 까맣게 죽어 있던 의왕이 다가와 린신과 매장소에게 예를 갖췄다.
[태자비 마마를 잘 부탁하겠소.]
그냥 고개를 끄덕이고 만 린신 대신, 매장소가 예를 갖추어 인사에 화답했다. 안으로 들어가는 세 사람의 뒷모습을 보고 있는 의왕은 또 여기저기 벼락이 떨어지는 모습에 한숨을 감추고 병사들을 모아 다시 순찰을 돌기 시작했다.
45. 연성
모든 일에는 때가 있고 절차가 있다. 연성도 알고 있었다. 매장소는 소선을 무너뜨리는데 2년이 걸릴 거라 말했고, 아직 그 2년은 다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 2년이 가기 전에 소선이 경염의 목숨을 노리는 일이 또 생길 거라는 걸 알았다면 매장소가 2년을 약속할 때 기다리겠다 약속하지 않았을 것이었다.
연성은 경염을 끌어안은 채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분노가 실리지 않게 하려 주의했다. 연성의 품에는 경염이 있었다. 연성의 분기가 경염을 다치게 할 리는 없지만 경염의 몸이 약해져 있는 상태였으니.
[린 각주, 임수를 매장소로 바꿔 놓은 것이 각주인가?]
매장소는 흠칫했지만 린신은 빙긋 웃을 뿐이었다.
[그건 어찌 아셨습니까, 전하.]
[지금이 그따위 설명이나 하고 있을 때로 보이나.]
[죄송합니다, 전하. 이 친구를 매장소로 바꿔 놓은 건 제 부친의 힘이 컸습니다만, 부친이 지금 어디 계신지 알 수 없으니, 제가 태자비 마마의 맥을 짚어 봐도 되겠습니까.]
연성은 말이 없는 매장소를 차가운 눈으로 노려보고, 린신에게 손짓을 했다.
[짚어 봐라.]
린신은 맥을 짚고 눈꺼풀을 뒤집어 동공을 확인해 보고 몇 가지 검사를 하더니 품 안에서 작은 병을 하나 꺼내 태자의 앞에 놓아 주었다.
[칼이 깊게 박혀 내상도 있으십니다만, 태의가 약을 잘 썼는지 순조롭게 회복 중인 것으로 보입니다. 아기집에 상처가 있습니다만...]
린신이 말을 끊고 연성을 바라봤다.
연성이 차가운 표정으로 작게 고개를 끄덕이자, 린신이 더 이상 설명을 하지 않고 앞에 내놓은 병을 가리켰다.
[아침, 저녁으로 한 알씩 드시게 하십시오. 알약이니 여의치 않으시면 입에 물고만 계시게 해도 효과가 있습니다만, 삼키시게 하는 게 가장 좋습니다. 아기님께서 마마의 기력을 빨아들이고 있으니, 아기님의 기력을 먼저 회복시켜야 마마가 깨어나실 겁니다.]
린신의 진맥은 예상과 다르지 않았으나, 태의보다 잘 보는 건 확실한 듯했다. 칼이 아기를 지켜주고 있던 경염의 살갗을 뚫고 아기집과 아기까지 찔러 들어가 아기와 아기집도 다쳤다. 아기를 지키기 위해 칼을 뽑아냈던 경염의 선택은 경염이 과도한 출혈로 정신을 못 차리게 하고 있었지만, 아기를 위해선 올바른 선택이었다. 아기는 다친 아기집과 자기의 몸을 회복하기 위해 전력을 다해 경염의 기를 빨아들이고 있었다. 연성이 경염에게 넣어주고 있는 기를 그대로 아기용이 다 빨아들이고 있는 것 같았다. 청룡은 반려를 찾으면 반려를 최우선으로 하지만, 반려를 만나기 전까지는 제 자신을 가장 우선으로 여긴다. 새끼용이 어미의 기를 빨아들이는 건 본능에 따른 행동이었다. 아기집이 상처난 것도 알아채지 못하던 태의와 달리 린신은 아기집과 아기에게 상처가 났던 것까지 알아본 걸로 보아, 실력이 뛰어나긴 한 모양이었다. 여전히 경염에게 기를 넣어줘야 한다는 말밖에 못하는 건 한심했지만.
[물러가라.]
새끼용이 경염이 여전히 정신도 못 차릴 정도로 맹렬하게 기를 빨아들이고 있는데도, 린신이 아직도 아기집이 훼손돼 있다는 걸 알아차릴 정도로 아기집의 회복이 더딘 거라면, 아기와 아기집이 회복될 때까지 얼마나 더 걸릴지. 경염이 얼마나 더 이렇게 시체처럼 누워만 있을지...
벼락이 끊이지 않았다.
46. 경염
오랜만에 맛보는 개암다식은 언제나처럼 맛있었다. 어머니는 사치를 하지 않는 분이었는데, 유독 상 위가 복잡했다. 어머니가 계절별로 경염에게 만들어 주시곤 하던 음식들이 넓은 상 위에 한 번에 모조리 다 올라와 있어 상다리가 부러질 것 같았다. 닭고기 탕에, 백합탕에 월병과 다식들이 잔뜩... 하나씩만 맛 봐도 종일 걸릴 것 같은 음식들을 하나하나 음미하며 맛보고 있자, 어머니는 왜 이렇게 말랐냐며 천천히 먹으라 등을 토닥여 줬다.
모처럼만에 어머니 손맛을 실컷 즐기고 배가 불러 더 못 먹겠다 감사히 잘 먹었다 인사를 하자, 눈물이라곤 잘 보이시지 않던 어머니가 젖은 눈으로 경염의 손을 잡아왔다.
[너를 언제 다시 볼지 모르니, 보내주고 싶지 않지만.]
[어머니?]
[이만 돌아가거라. 여기 있으면 안 된다.]
[어머니, 어디로 가라는 말씀이십니까?]
[**와 **가 기다리지 않느냐. 힘들더라도 어서 돌아가야 해.]
[누가 기다린단 말씀이십니까, 어머니. 소자는 모르겠습니다.]
왜인지 갑자기 머리가 핑 돌더니 배가 욱신거렸다.
- 경염. 돌아오시오, 제발. 내가 여기 있잖소, 경염.
언제나처럼 고운 얼굴에 슬픔을 가득 담고 있던 어머니의 모습이 암흑 속으로 사라지고, 경염은 또 다시 암흑 속에 홀로 남았다. 누가 기다린다는 건지 여전히 알 수 없었지만, 경염을 부르는 목소리가 너무 애달파서, 경염은 다시 걸음을 옮겼다. 잠시 배가 욱신거려서 배에 손을 올렸을 뿐인데, 왠지 배에서 손을 뗄 수가 없어서, 경염은 한 손으로 배를 감싼 채 다시 걸음을 옮겼다. 뭔가 소중한 것, 소중한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가슴이 뻥 뚫린 것처럼 허전하지 않을 테니.
옌옌이 ㅠㅠ
재업은 사랑!
억나더 억나더
퍄퍄퍄
재업은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