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명아성 현대AU
ㄴㅈㅈㅇ 알오ㅈㅇ feat 루성 조금.
청명 후천적 청.각.장.애 ㅈㅇ
위장자 내용과 별 상관없지만 여기저기 지뢰처럼 위장자 ㅅㅍ가 있을 수 있음.
1. 아성
아성은 굳은 얼굴로 건물을 나서는 명루를 보며 입술 안쪽을 깨물었다. 명루의 표정만 봐도 협상이 결렬됐다는 건 알 수 있었다. 명루는 아성이 열어주는 차에 올라타고 집으로 가는 동안 한 마디 말도 없었다. 도착해서 명경에게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하고 서재로 들어가는 명루의 뒤를 따라가자 명루는 아성이 서재의 문을 닫는 순간 들고 있던 가방을 책상 위로 집어던졌다. 하필 가방이 잘못 맞아서 책상 위에 놓여 있던 잉크병이 바닥으로 떨어지며 목재 바닥 위에 검은색 잉크가 확 번져나갔다. 아성은 잉크가 번지는 장면을 보며 바닥 청소를 잠시 걱정했으나, 몸은 기계적으로 움직여서 명루의 외투와 재킷을 벗겨냈다.
아성이 명루의 옷을 걸어두고 쏟아진 잉크병만 일단 주워 휴지통에 던져 넣은 뒤 소파로 다가가자 먼저 앉아 있던 명루가 머리를 짚고 있었다.
[역시 거절입니까?]
[망할 자식들.]
아성은 한숨을 삼키고 탁자에 놓여 있던 주전자에서 물을 따라 건네고 명루의 서재에 언제나 구비돼 있는 두통약을 꺼내 건넸다.
고가가 가지고 있는 K그룹과의 합작은 반드시 필요했다. 현재 중국에서 명가의 M그룹에서 필요한 기술을 가지고 있는 곳은 K그룹뿐이었다. 그런데 K그룹에서 합작을 거부하고 있었다. 뚜렷한 이유도 대지 않았다. 그저 ‘우리에게 합작은 필요 없다. 합작 제안은 거절한다.’는 말뿐이었다. 결국 오늘 명루는 마지막까지 내놓지 않았던 최후의 패를 내놓아야 했다. 마지막 패는 중국에서 오직 M그룹만 가지고 있는 기술이었다. 그 기술을 공유해야 하는 건 속이 쓰렸지만, 명루는 K그룹이 그 패를 거절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K그룹 오너의 장남에게 꼭 필요한 기술이었다. 그런데 K그룹에서는 이 제안마저 거절했다. 명루에게는 더 내놓을 패가 없었다. 아성이 알기로는 그랬다.
아성은 명루가 약을 먹는 걸 확인하고 아향이 명루의 퇴근시간에 맞춰 가지고 온 뜨거운 물을 따라 차를 우려 주었다.
[그럼 이제 완전히 결렬된 것 아닙니까.]
명루는 찻잔을 들고 탁자를 내려다보기만 할 뿐 말이 없었다.
[그 기술마저 필요 없다고 하다니. 고가에서 기술을 직접 개발한 걸까요?]
[글쎄...]
명루가 말끝을 흐리자, 제 찻잔에 물을 따르던 아성의 손이 멈칫했다. 명루는 말끝을 흐리는 사람이 아니었다. 뭔가 있었다.
[생각해 놓으신 것이 있습니까?]
[방법이 하나 더 있다는 건, 고가를 조사한 네가 제일 잘 알 텐데.]
명루의 목소리에 아성에 대한 분노가 서려 있었다. 아성은 명루가 지시한 일을 실수한 적이 한 번도 없었고, 명루가 알아야 할 정보를 명루에게 숨긴 적도 없었다. 아성은 이번에도 명루가 알아야 할 정보는 모두 전달했다. 아성이 고가에 대해 명루에게 전달하지 않은 정보는 명루가 몰라도 되는 것, 알아도 쓰지 않을 정보밖에 없었다. 아성은 명루가 그 패를 쓰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러니 아성은 그 분노가 자신의 기분 탓일 거라고 믿고 싶었다.
[고청명. 알파이고 아직 미혼이지.]
아성은 말없이 차를 마셨다. 그러나 향긋한 차는 바짝 마른 목을 적셔주지 못했다. 목구멍이 찢어질 것 같았다.
[결혼으로...]
명루가 찻잔을 거칠게 내려놓는 소리가 아성의 말끝을 잘라 버렸다.
[이젠 그 방법밖에 없지.]
아성은 찻잔을 쥔 제 손이 떨리는 걸 보고 서둘러 찻잔을 내려놓고 손을 마주잡았다. 아성의 마음속에서 뭔가 깨지는 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하지만, 아성의 표정은 차분했다.
[네.]
명루는 소파에 뒤로 기대며 아성을 빤히 바라봤다. 하지만 아성은 명루와 눈을 마주치지 않고 탁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성의 시선 끝에 다리를 꼬고 앉은 명루의 긴 다리가 걸렸다. 아성이 지난밤에 색상과 스타일을 고려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완벽하게 골라놓은 수트의 바지는 밤이 깊어가는 이 시간까지도 여전히 빳빳하게 날이 서 있었다. 그리고 곧 그 곧게 뻗은 바지선보다 더 날이 선 명루의 목소리가 아성의 가슴을 서걱서걱 베어 나갔다.
[명대는 안 돼. 누님이 허락하시지 않을 거다.]
[네.]
고청명은 아성보다 연하였다. 고가에서 명가를 사돈 집안으로 받아들일 의사가 있다면 청명의 상대로 아성보다 명대를 원할 것은 분명했다. 청명은 아직 25살밖에 되지 않았다. 청명보다 나이가 많은 오메가는 반길 이유가 없었다. 게다가 아성과 명대는 입장 차도 있었다. 그러나 그 입장차 때문에 명가에서는 청명의 상대로 명대를 내 줄 리 없었다. 알고 있었지만, 명루에게 고청명에게 명대를 보낼 순 없으니, 네가 가라는 말을 듣는 건 아팠다. 명루는 아성이 차마 한 번도 입 밖에 내보이지 못한 마음을, 아성이 명루에게 품고 있는 마음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아팠다.
아팠지만, 아성은 그 감정을 수습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떨리던 손가락도 어느새 안정돼 있었다. 짝사랑이 벌써 10년이 넘었다. 반복적으로 다쳤던 마음에서는 이제 피도 나지 않았다. 마음에 굳은살이 생긴 건 벌써 오래 전이었다. 사실 이제 와 깨질 마음도 없었다.
[제 청혼서를 준비해 고가에 보내겠습니다.]
명루가 답이 없었다. 고개를 들어 보자, 명루는 여전히 아성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언제나 단단한 명루의 눈빛이 흔들리고 있었다. 아성은 시선을 돌렸다. 그 눈빛에 담긴 마음이 뭔지 알아선 안 됐다. 자신은 이제 명가를 떠나야 한다. 더 이상 미련을 만들어선 안 됐다.
[... 그래.]
[피곤하실 텐데, 쉬십시오.]
[... 그래.]
아성이 명루가 다음날 입을 옷을 선택해서 제일 앞쪽에 걸어놓고 침대를 다시 확인하고 침대 옆에 물잔과 물병을 준비해 두는 동안에도 명루는 내내 아무 말 없이 소파에 앉아 있었다. 명루가 입을 연 건 아성이 모든 일을 다 마치고 나가기 위해 문손잡이를 잡았을 때였다.
[아성.]
아성은 대답 없이 돌아서 명루를 마주봤다. 아성은 자신을 바라보던 명루의 눈이 굳는 걸 보고 눈을 감았다 뜨며 눈에서 힘을 뺐다.
아성에겐 가족에게만 보이는 얼굴이 있고, 가족에겐 안 보이는 얼굴이 있었다. 본인도 모르던 그 사실을 안 건, 어느 파티에 참석한 명대를 데리러 갔을 때였다. 재벌과 준재벌가의 2, 3세들이 모인 그 파티에는 망나니들이 한 트럭, 아니 트럭 두세 대는 충분히 싣고 남을 정도로 몰려 있었고, 파티에서 결국 소란이 벌어졌다. 술이 취해서 명대를 집적거리는 놈팡이를 겨우 떼어놓고 명대를 돌아보자, 명대가 깜짝 놀란 얼굴로 마주봤다.
- 아성 형, 그런 표정도 하는구나.
- 무슨 표정.
헬렐레하게 굴다가 쓰레기 같은 놈의 먹잇감이 될 뻔한 명대에게도 화가 안 난 건 아니어서 짜증내며 물어보자, 명대가 아성의 얼굴을 가리켰다.
- 그 표정, 아성 형 같지 않아. 되게... 무서운데 그냥 무서운 게 아니라, 뭔가... 무기질 같아. 사람같지 않...
- ...
- 아니, 그냥 우리 아성 형 같지 않아. 그런 표정하지 마.
명대가 헤실헤실 웃으며 아성의 팔에 매달렸다. 아성은 이 바보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짜증을 냈지만 사실 뜨끔했었다. 가깝지 않은 사람들에게 인간 같지 않다는 소리는 몇 번 들었었다. 그 표정이 나왔다는 걸 알았다.
아성이 표정을 수습하고 명루를 바라보자, 명루가 뭔가 말할 듯 바라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잘 자라.]
[네, 주무십시오, 형님.]
2. 아성
아성은 휴일 아침상을 물리자마자 아향 대신 차를 타서 명경의 방으로 찾아갔다.
[누님. 차 드세요.]
[네가 웬일이니?]
[웬일은요, 누님과 데이트하고 싶어서 그러죠.]
[영광이구나.]
아성은 아향도 차 우리는 솜씨가 훌륭하지만 역시 아성 네가 우린 차가 제일이라며 웃는 명경을 보며 마주 웃어 주었다. 명경은 아성이 처음 이 집에 왔던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20여 년 동안 내내 명가를 이끌어왔다. 어린 나이부터 가문과 동생들을 위해 살아오며 그 길에 평생을 다 바치고도 명경은 한 번도 억울해 하지 않았다. 지금도 명경의 걱정은 오로지 아직도 결혼을 하지 않는 명루와 아성의 혼인 문제뿐이었다. 그리고 가문과 가족, 회사를 위해 모든 걸 바치는 인생을, 이제는 명루가 이어가고 있었다.
[누님, 쇼핑 가실래요?]
[어머?]
[이제 겨울이잖아요. 누님 옷 한 벌 마련해 드릴게요.]
[우리 짠돌이가 웬일이야?]
아성은 농담이라고 생각하고 웃는 명경에게 옷을 껴입히고 차를 끌고 나갔다. 명경은 살다 보니 아성 너한테 옷을 얻어 입는 날도 온다며 놀렸지만, 결국 그 날 명경과 아성의 옷을 산 건 명경이었다. 명경은 옷값을 내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아성을 말리며, 잘 모아 두었다가 네 결혼에 보태라고 했다. 쇼핑을 마치고 명경이 좋아하는 식당에 들어간 아성은 식사를 마친 후, 테이블 위로 손을 내밀었다. 무슨 뜻이냐는 듯 쳐다보는 명경을 보며 그저 손만 흔들자, 명경이 아성의 손 위에 제 손을 올렸다.
아성은 학대를 일삼았던 계모는 물론이고, 기억도 나지 않는 친모의 손을 잡아도 이렇게 마음이 따뜻해지지는 않을 거라 생각하며 명경의 손을 한참 잡고 있다가 미소를 지었다.
[누님.]
[무섭게 왜 그러니? 무슨 일 있어?]
[저 결혼하려고요.]
[어머. 정말이니? 결혼할 사람이 있어?]
[아직 확답은 못 받았고, 일단 청혼서는 넣어 뒀어요.]
[누군데 그래? 물론 누구라도 너를 거절할 사람은 없겠지만.]
[고청명이에요. K그룹 고가의 장남이요.]
[... 고가의 장남...]
명경이 미소도 채 수습하지 못하고 그대로 표정이 굳어가는 걸 보며 아성은 더 활짝 웃었다.
[좋은 사람이에요.]
[그 문제 때문이지? 고가에서 합작을 거절한 거구나. 명루가 시켰니?]
아성은 매서워지는 명경의 표정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누님. 제 결정이에요.]
[그럴 리가 있니!]
명경은 당장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듯 손을 빼려고 했지만, 아성은 명경의 손을 놓아주지 않고 또 웃었다.
[제가 결정한 거예요. 이번 합작이 실패하면 회사가 많이 위험해요. 아시잖아요, 누님.]
[... 그렇다고 네가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어. 다른 방법이 있을 수도 있잖니.]
[아니요. 누님과 형님이 제게 베풀어주신 건 이걸로도 다 못 갚아요.]
[아성.]
[두 분이 아니었다면 전 이미 오래 전에 죽었을 거예요. 맞아 죽었든, 굶어 죽었든, 어른이 되지도 못하고 죽었을 거예요. 두 분은 제게 새 삶을 주셨어요. 제가 조금이라도 보답을 할 수 있다면 다행이죠.]
[고가의 장남이라면 귀가...]
[제겐 과분할 정도로 좋은 사람이에요.]
[아성, 이 세상에 네게 과분한 사람은 없어. 누가 널 맞이하든 그 사람이 과분한 사람을 맞이하는 거야. 상대가 고가의 장남이라서 하는 말이 아니야. 넌 누구의 짝으로도 부족함이 없으니까, 상대가 누구든 그 사람이 복을 얻는 거야.]
명경은 고가의 장남은 전생에 무슨 복을 얼마나 쌓았기에 네게 청혼서까지 받을 수 있는 거냐며 투덜거렸다. 명루가 그랬듯이 명경도 아성과 고청명의 혼례를 떠올리며, 회사의 미래와 아성의 미래를 생각했을 것이다. 아성을 고청명과 혼인시키고 싶어 하지 않는 명경의 마음은 진심이겠지만, 회사를 걱정하는 마음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다. 명경은 명루에게 M그룹을 넘기며 실권을 모두 넘겼다. 권력 분산으로 회사가 흔들리지 않게 하기 위해 경영에는 일체 간섭을 하지 않고 재단에만 신경을 쓰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합작이 실패하면 기업 자체가 위태로워진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을 테고, 그래서 아성의 결심을 말릴 수 없었을 것이다. 아성은 명경을 조금도 원망하지 않았다.
아성을 생각하는 명경의 마음은 진심이었다. 그건 알 수 있었다. 아성을 걱정하는 눈빛에도, 아성의 손을 다독이는 따뜻한 손에도 전부 진심이 녹아 있었다. 만약 명대가 회사를 위해 고청명과 결혼을 하겠다고 했으면, 명경은 명루, 아성, 명대가 무슨 말을 해도 반대했을 것이다. 그래도 아성을 걱정하는 명경의 마음은 진심이었다. 그걸 의심하지는 않았다. 애정의 정도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아성은 머릿속을 휘저으려 하는 부정적인 생각들을 밀어내며 환하게 웃었다.
[그 사람에게 꼭 그렇게 전할게요.]
[당연하지.]
집에 돌아오자 명경은 방으로 가지 않고 아성에게 먼저 올라가라고 했다. 아성이 올라가는 척 계단을 오르자, 명경은 명루의 서재를 두드렸다. 소리 죽여 다시 계단을 내려가 서재 쪽으로 다가가자, 안에서 명경의 고성이 들렸다.
[네가 동생을 팔아넘기지 않고서는 그룹을 제대로 지킬 수 없는 못난 놈이었던 걸 알았다면 네게 그룹을 넘기지 않았을 거다!]
명루의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
다음 날 출근 준비를 한 아성이 내려왔을 때, 명루의 한쪽 뺨은 붉게 부풀어 있었다. 아성은 명루의 뺨을 못 본 척했고, 명루와 명경은 아침 내내 말이 없었다.
3. 청명
저녁식사를 마친 후 차를 마시는 자리에 어머니가 고급스러워 보이는 파일을 하나 올려두었다. 아버지는 그 파일을 내려다보다가 고개를 들었다.
[뭐야.]
[청혼서가 들어왔어요.]
이제 이 집안에 미혼은 청명밖에 없었다. 누나와 여동생은 결혼을 했고, 남동생은 이 집안 사람이 아니게 된 지 오래였다. 청명이 말없이 청혼서를 내려다보다가 고개를 들자, 어머니가 청명을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아버지에게 하는 말이 분명한데도 어머니는 청명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세 사람 중 누구도 그 사실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명가에서 보낸 거예요.]
청명이 아버지를 돌아보자, 아버지는 인상을 찌푸리고 혀를 찼다.
[결혼으로 옭아맬 작정이군.]
그제야 청명은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알 수 있었다. 명가는 몇 달째 계속 고가의 K그룹과 합작을 제안해 오고 있었고, 아버지는 그 합작을 받아들일 생각이 없었기에 계속 거절하고 있었다. 몸이 단 명가에서 혼인으로 두 집안을 묶고 다시 합작을 추진할 생각인 듯했다.
[명가 막내야?]
어머니는 아버지의 물음에 고개를 저었다.
[셋째예요.]
셋째가 막내가 아닌가? 청명이 어머니를 바라봤지만, 어머니는 말이 없었고, 아버지를 바라보자 아버지는 버럭버럭 화를 내고 있었다.
[셋째라니, 우리 집안을 뭘로 보는 거야!]
청명이 청혼서를 집어 들며 어머니를 바라보자, 어머니는 아버지와 달리 차분한 얼굴로 청명을 향해 미소를 지어 줬다.
[명가의 남매들은 넷이야. 서류상으로는.]
아무 말 없이 계속 어머니를 바라보고 있자, 어머니가 어깨를 으쓱하더니 손짓으로 청혼서를 가리켰다.
[셋째인 명성은 사용인이 입양한 아이였는데, 학대당하는 걸 명가에서 구해서 거두고 입적해 줬다고 하더라. 똑똑하고 야무지고 배려심도 좋은 청년이야. 물론 너한테 청혼서를 넣었으니 당연한 거지만 오메가고. 나이는 29살. 아무래도 명가 태생이 아닌데다 명경 전 회장과 명루 회장이 아직 미혼이라 셋째도 결혼을 안 하고 있었던 것 같아. 나는 우리가 그 사람을 한 번 만나 봐도 괜찮을 것 같은데. 너도 한 번 보렴.]
청명은 그제야 고개를 숙여서 청혼서를 열었다. 청혼서의 형식을 따른 상투적인 문구들이 유려한 서체로 적혀 있었지만, 어차피 청혼서 문구는 거기서 거기라 무심히 훑어보고, 신상정보가 적혀 있는 부분을 읽었다. 명성. 29살, M그룹의 회장실 비서실장. 출신학교와 외국어 능력 등등 몇 가지 정보들을 읽고 마지막 장을 넘긴 청명은 그 마지막 장에 있는 커다란 사진을 한참 바라보고 있었다.
청명은 파티에서 명대를 만난 적이, 아니 본 적이 있었다. 온몸으로 사랑받고 자란 티를 내던 사랑스럽고 귀여운 생명체. 명대에 대한 첫인상은 그랬다. 그 파티는 망나니들이 총집합했던 파티라서 엉망진창이었기에 청명은 적당히 자리를 지키다 일어서려고 했었다. 그때 청명은 어떤 남자가 망나니의 먹잇감이 될 뻔했던 명대를 구하는 장면을 봤다. 망나니에게 뭐라고 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망나니의 팔을 비틀어 잡고 뭐라고 말을 하던 남자의 표정은 베일 듯 차갑고 사나웠다. 그러나 명대가 남자에게 뭐라고 말을 걸자, 짜증을 내다가 픽 웃는 얼굴이 숨 막히게 예뻐서 청명은 집에 가려던 것도 잊고 한참 그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남자가 사진 속에 있었다.
청명은 그날 남자가 명가에서 명대를 데려오라고 보낸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형이었었던 모양이다. 친형은 아니지만. 그러고 보면 공공연한 소문은 아니지만, 그 집 막내도 친자가 아니라는 이야기는 재벌가들 사이에 은밀하게 돌았다.
청명은 고개를 들고 아버지를 바라봤다.
[그 집안도 우리 집안만큼 복잡하네요.]
여전히 불만이 많은 얼굴로 화를 내고 있던 아버지가 입을 다물었다. 아버지는 고가를 복잡하게 만든 장본인이고, 청명은 그 복잡한 사정의 가장 직접적인 피해자였다. 아버지가 할 말이 있을 리 없었다.
청명은 고개를 돌려 어머니를 바라봤다.
[만나 보겠습니다.]
소리가 사라진 뒤로 내내 재미없고 지루하던 청명의 잿빛 세상이 재미있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청명은 아성의 사진을 다시 내려다봤다. 청혼서의 사진인 만큼, 사진 속의 아성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미소가 청명을 향한 것이 아니란 걸 알면서도 청명은 사진 속의 아성을 보며 같이 미소를 지었다.
몇 년 만에 처음으로 가슴이 뛰었다.
4. 청명
청명이 아성을 만나기로 한 곳은 호텔 레스토랑의 내실이었다. 청명은 소리를 잃은 뒤로 사람이 많은 곳에 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명대와 아성을 만났던 파티도 피할 수 없는 사정이 있어서 간 것이었을 뿐, 보통은 외출도 잘 하지 않았다.
청명이 내실에 들어가자,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던 아성이 일어섰다. 아성은 청명을 향해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하더니 고개를 들고 청명을 빤히 바라보며 입술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청명 역시 고개를 살짝 숙였다가 고개를 들고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청명이 소리를 잃었을 때는 15살이었을 때였다. 충분한 어휘력을 쌓았을 때였고, 충실한 조기교육으로 외국어도 몇 가지를 어느 정도는 할 수 있었으며, 말투도 거의 굳어 있었을 때였다. 그러나 갑자기 소리를 잃게 되자 모든 게 엉망진창이 됐다. 소리가 들리지 않자 목소리가 커졌고, 그 탓에 조금만 길게 말을 하면 목이 아팠다. 목소리를 크게 내지 않게, 말이 빠르지 않게, 발음을 분명하게 하게 하기 위해, 그리고 상대방의 입술을 읽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1년이 넘는 시간을 훈련에 투자해야 했다.
덕분에 청명은 이제 보통 사람들처럼 말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아성을 앞에 두자 긴장이 됐다.
[제 목소리가 크면 말씀해 주십시오.]
[괜찮으신데요. 목소리 좋으시네요.]
청명은 아성이 왜 자신과 결혼하려고 하는지 알고 있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M그룹이 K그룹에 원하는 게 뭔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첫만남을 그런 이야기로 망치고 싶지는 않아서 무난한 이야기를 꺼냈다. 영화 이야기, 책 이야기, 여행 이야기, 그리고 맛집 이야기까지. 어떤 화제를 꺼내도 아성은 위트 있게 대화를 맞춰주었고, 제법 긴 시간 동안 한 번도 고개를 돌리거나 고개를 숙이지 않고, 청명을 빤히 바라보며 입술을 정확하게 움직여 답을 해 주었다.
청명의 어머니는 청명이 독.순.술을 익힐 때 바로 옆에서 도왔던 사람이고, 청명과 함께 독.순.술을 익히기도 했기 때문에 청명과 대화할 때 입술을 정확하게 움직여 주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가장 잘 아는 사람인데도, 아성은 그런 청명의 어머니보다도 더 입술을 정확하게 움직여 말을 했다.
청명은 그 날 아성과 헤어지기 전, 어머니가 했던 말을 인정했다.
[아성 씨가 똑똑하고 배려심도 좋은 분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런가요? 좋게 봐 주신 분이 계시다니 기쁘네요.]
[그 말이 맞는 것 같네요.]
[감사합니다.]
청명은 싱긋 웃는 아성의 얼굴을 보며 다시 확신했다. 아성은 똑똑했다. 청명이 아성의 입술을 읽게 하기 위해서 단 한 번도 고개를 숙이지 않는 모습에서, 청명의 환심을 사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게 뭔지 잘 아는 영리함이 엿보이는 건 청명이 오랫동안 마음을 닫고 살아왔기 때문만은 아닐 것 같았다. 그러나 세 시간여 동안 줄곧 청명이 자신의 입술을 볼 수 있도록 해 준 데는 분명히 배려심도 있었을 것이다.
청명은 미소를 지었다. 아성은 처음 봤던 그날처럼 예뻤고, 정중했고, 상냥한 데다 배려심도 있었다. 어차피 정략혼이지만 첫만남은 나쁘지 않았다.
청명의 가슴은 여전히 두근두근 기분 좋게 뛰고 있었다.
곽건화왕카이
허미 대작의 시작이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존나 취직당했어요 시엔셩ㅠㅠㅠㅠㅠㅠㅠㅠ
존좋! 센세 필력 ㅎㄷㄷ
센세 어나더!!
쫂!!! ㅠㅠㅠㅠ 어나더 기다릴게 기다릴거야
대작의 시작에서 찰칵-
존좋ㅠㅠㅠㅠㅠ ㅠㅠ
밍장관 후회하게 될것이다ㅠㅠㅠㅠㅠㅠㅠ 아성이는 청명이랑 행복해라ㅠㅠㅠ
시엔셩 억나더 주새오ㅠ
선결혼 후연애 임신 출산 육아까지 억나더가 눈 앞에 선하네요 시엔셩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ㅠㅠ대작의 시작에서 내아내와 찰칵
선덕선덕한 대작ㅜㅠㅜㅠㅠㅠ
시엔셩 억나더ㅜㅠㅜㅠㅠㅠ
이 대작을 보려고 나는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었구나
병병이 가슴이 러닝을 해요ㅠ 어나더ㅠㅠㅠㅠ
억나더믿어요 시엔셩!! 응!!!
미쳤나봐 취향 직격;;;
아 아성이가 너무 불쌍하다ㅠㅠ루성 흑흑ㅠㅠ 근데 청명이 아성 좋아하니까 잘 됐으면 싶고....
어나더ㅠㅠ
시엔셩 글에 금가루 뿌리셨어요? 광채가 나 ㅠㅠㅠㅠㅠㅠ 부디 억나더로 자비를 베풀어 주세요 ㅠㅠㅠㅠㅠㅠㅠㅠ
ㄹㅇ좋아
분위기ㅠㅠㅠㅠㅠㅠㅠㅠ 센세내사랑ㅠㅠㅠ
ㅁㅊ 대작을 뵙습니다ㅠㅠㅠㅠㅠㅠㅠ
똑똑하고 배려심 깊은 아성ㅠㅠㅠㅠㅠㅠㅠ 그런 아성을 알아보는 청명이ㅠㅠㅠㅠㅠㅠㅠㅠ 연하인 것도 존좋ㅠㅠㅠㅠㅠㅠㅠ 아성이 명루 짝사랑하는 것도 존좋ㅠㅠㅠㅠㅠㅠㅠㅠ
센세는 내 운명이야ㅠㅠㅠㅠㅠㅠㅠ 우리 식은 빨리 올리는 게 좋겠어. 웰치스와 군만두가 끊기지 않는 꿈의 지하실 센세한테 만들어줄게. ㅇㄴㄷ ㅇㄴㄷ ㅠㅠㅠㅠㅠㅠㅠ
대작의 시작을 보게되어 영광입니다
어나더! 시엔셩
찾았다 내아내!
병병이 가슴이 두근두근 기분 좋게 뛰고 있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시엔셩 필력이 휘몰아친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성이 가슴이 오랜 짝사랑에 문드러져서 이제는 무감각해질 정도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명루 감정도 궁금함ㅠㅠㅠㅠㅠㅠㅠㅠㅠ 청명이와 행쇼쎅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시엔셩 어나더 젭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여기서 노숙하겠습니다. 우리 사랑에 아무리 추워도 노숙 정도는 문제가 되지 않으니까요. 어나더 나오면 깨워주세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