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 길지도 않았는데 왜때무네 잘렸는지 모르겠다


옛날에 타갤에 올렸던거 수정해서 재업함

ㄴㅈㄱㅈㅅㅈㅇ



4.

해는 점점 빛을 잃고 빗물이 떨어지는 양이 점점 늘어간다건화는 느리게 몸을 일으켜 창밖을 한 번 내다보다 집 아래쪽에 멈춘 택시를 보고 얼른 티슈를 가져다 창가의 물기를 닦았다

비가 오니 너도 왔구나건화에게 카이는비와 같은 존재였다빗소리를 들으면 잠이 잘 오는 것처럼비가 오면 많은 것들이 가라앉는 것처럼카이와 함께 잠드는 날엔 오래된 기억을 가장한 악몽도 없었고낮의 불안함과 카이를 못 보던 날들 동안 쌓여있던 어떤 욕심들이 조용히 가라앉았다

달칵비에 쫄딱 젖은 카이가 현관에 서서 건화에게 나 수건 좀’ 하고 말을 건네왔다건화는 수건을 건네며 카이에게 나지막하게 인사해 본다.

 


오랜만이다카이야.”


 

머리를 탈탈 털고 젖은 코트를 옷걸이에 걸며 카이는 조금 비꼬았다그러게이번엔 정말 다른 사람에게 정착하는 줄 알았는데.


 

나 이때까지 너 말고 다른 사람 만난 적 없어.”



건화는 빠르게 부정했다낡고 닳은 오래전 기억이 스물스물 올라오는 것 같아 닫았던 창문을 살짝 열고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애쓴다

건화야네 아버지한테서 여자 향수 냄새 나지 않던?

건화야네 아버지 옷에 이거분가루 맞지건화야네 어머니가 요즘 모임이 너무 잦지 않니?

 건화야-. 건화..........화꺼화꺼내 말 듣고 있어?


얼른 카이에게로 고개를 돌리는데이미 건화가 서있는 자리 옆까지 카이가 와서 창문에 손을 대고 있었다.

 


비 다 들어오잖아.”

.....”

 


어쩐지 맹해보이는 표정에 카이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건화의 옆을 지나갔다건화는 그 한숨소리에 절로 헛숨을 들이키곤 바짝 긴장했다.

밥은.”

아직 안 먹었지형은?”

나도비 좀 그치면 밥 먹으러 가자.”

나갈 때 되면 나 깨워줘.”

 

자신이 기대앉았던 침대자리로 가 누운 카이가 편히 잘 수 있게건화는 방에서 책 한권을 들고 거실로 나왔다

2년 동안 건화는 해외로 나가 있었다회사의 재무상태가 악화됨과 동시에 철골 건설을 진행했던 업체에서 자재를 빼돌렸던 것이 발각되었다흔들리는 재정으로 무리하게 진행한 소송

건화가 발을 뺄 수 없었던 건 삼촌의 회사였기 때문이었다차라리 아버지나 어머니의 회사였다면 아예 뒤로 발을 빼기가 수월했을지도 모른다그러나 한 단계를 건넌 가족관계의 애매함은 오히려 더 착실함을 요구했다해당 업체의 사장과 만나서 협상도 해보고 재판에도 참여하던 건화는 그 사이 짬을 내어 심리치료까지 신청했다. 2년간 여러 지방을 오가며 일에 매달리느라카이를 생각하느라 머리도 마음도 엉망이었다잦은 비행과 밤샘으로 인해 오래 전 운동하다 다친 허리의 통증이 재발하자 결국 건화는 허리를 핑계로 병가를 내고 심리치료에 집중했다


건화는카이가 이번에도 자신을 기다려 줬을 거라고 믿으면서도 동시에 만약 카이가 다른 사람을 만난다면 이제는 보내줘야겠다는 마음도 먹고 있었다

정말 급한 일들이 마무리되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이메일로 확인하자 건화는 '그 집'으로 돌아와 대청소를 하고 카이에게 문자를 보냈다.



[오랜만이야잘 지내?]

[금방 갈게]


카이의 답신을 다시 한 번 읽고 건화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그냥 편한 안부인사를 주고받는 것도 어려운 일이 되어버린 것 같았다

카이는 마치 의무적인 것처럼 건화를 다시 찾아 왔고건화는 그런 카이가 어쩐지 조금 겁이 난다



저번에는 정말 내가 일부러 떠난 게 아니야그때그 때는 정말 다 말하려고 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