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거가 배우에서 은퇴한 지 3년이 지났다. 곽건화는 tv 채널을 돌릴 타이밍을 놓쳐서, 그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달아버렸다. tv에서는 후거가 마지막으로 촬영한 사극 드라마의 한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그의 은퇴 이후 곽건화가 늘 피해다니려고 하던 모습이었다. 그는 리모컨을 부술 듯이 꽉 잡았다.
당시에 너무나 이상야릇하게 돌아가던 분위기를 곽건화는 기억하고 있었다. 그 사극 드라마는 전편이 사전 제작 분량이었고, 후거는 방영을 앞둔 채 한참 쇼 프로그램이나 홍보 프로그램에 출연할 시기였다. 그는 모든 스케줄에서 돌연 하차하고 일방적인 은퇴를 소속사 당인을 통해 선언했다. 후거의 광고는 어리둥절하게 상하이 곳곳에서 흘러나왔다. 후거의 웨이보는 그 날 이전에 게시되었던 일상적인 사진 이후로 더 이상 업로드 되지 않았다.
다만 몇몇 사람들이 나와, 모습을 감춘 후거에게 입을 빌려주듯이 말했다. 후거와 함께 출연했던 주연 여배우는 혼란스럽지만 덤덤한 표정으로 '그는 좋은 배우였다.'며 '그의 마지막 출연작을 함께 해서 영광'이라는 소회를 밝혔고, 드라마 홍보는 일제히 후거의 은퇴작이라는 데 초점을 맞췄다. 후거의 팬클럽이 공식 웨이보를 통해 '그가 앞으로의 인생을 행복하게 보내길 바란다. 언제 어디서든 응원할 것이다.'는 입장을 밝혔다.
곽건화는 그걸 어안이 벙벙해져서 듣는 사람이었다. 인터뷰는 후거와 친했던 배우들에게 쏟아졌다. 류시시나 팽우안, 당언 등, 일전의 드라마를 함께 했던 배우들은 곽건화와 별 다를바가 없었다. 들은 바가 없다고 하는 수밖에 없었다. 원홍은 다만 '그의 선택을 존중해야한다.'고 앞뒤 자르고 얘기했을 뿐이었다.
곽건화는 후거를 찾을 수 없었다. 집에는 아무도 없었고, 그는 전화를 버렸는지 아무런 연락도 받지 않았다. 곽건화는 원홍과 그의 소속사에 후거의 행방을 물었다.
'사정이 있어요.'
'…심각한 일인가요? 혹시 후거의 건강에,'
'그는 건강해요.'
'… …저한테도 말하지 못할 일인가요?'
전화상의 답변은 짤막했다.
'그가 말하지 않았다면, 그런 거겠죠.'
곽건화는 맥없이 tv를 껐다. 분노가 지나간 뒤에 견딜 수 없는 허탈함이 찾아왔다. 그는 이제 습관처럼, 참아내듯이 손으로 미간을 눌렀다. 후거는 그가 늘 노래부르듯이 하던 자유를 찾아서 훌쩍 떠났다. 지금 그가 갖고 있는 결론은, 데려갈 수 없는 사람이니 애초에 말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곽건화는 리모컨을 소파 위로 툭 던졌고 주방으로 느릿하게 걸어갔다. 후거에게 연락이 온 건 그 날 밤이었다. 자신이 누구라는, 구태의연한 인삿말도 없었다.
-화꺼, 번호 그대로야? 오늘 만나지 않을래?
심장이 터져버릴 것처럼 뛰었다. 왜 이렇게 손발에 땀이 나는지 곽건화는 패딩에서 휴지를 꺼냈다. 휴지는 이미 너덜너덜하게 젖어있었다. 거기에 손바닥을 훑어서 닦아내며 곽건화는 이제 입술을 꽉꽉 깨물었다. 초조한 눈빛이 위를 향했다. 상하이 조계지에 위치한 조용한 주택이었다. 담벼락이 잠깐 시선을 붙들었다. '어디서 본 것 같은데.' 하지만 신뢰하기가 어려웠다. 어떤 이유로 가슴이 떨리는 건지도 모를만큼, 발 디딘 땅이 흔들리는 기분이 들 만큼 자신은 긴장하고 있었다.
이 안에 후거가 있다. 연락은 어제 갑작스럽게 전해졌다. 하룻밤이 지났지만 곽건화는 믿기 어려운 기분이었다.
그는 늦은 밤임에도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그 번호로 미친듯이 전화를 걸었다. 3번 만에, 전화가 걸렸다. '후거, 후거 너야?' 곽건화가 꿈꾸는 기분으로 쏘아붙였다. 침묵하다가 상대는 전화를 끊더니, 문자를 보냈다.
'내일 만나. (웃는 이모티콘)'
곽건화는 퀭한 눈밑을 문지르며 숨을 골랐다. 드디어 대문 앞에 서자 주먹에 저절로 힘이 들어갔다. 그가 초인종을 누르자, 곧 찰칵하면서 원격으로 문이 열렸다.
몇 년 만의 접촉이었다. 후거와….
그마저도 믿을 수 없어 열린 문을 우두커니 바라보던 곽건화가 대문 안으로 들어섰다. 마당을 굴러다니는 낙엽이 곽건화의 발목을 치며 굴러갔다. 주변을 둘러볼 겨를도 없이, 곽건화는 대문 앞에 당도했다. 마지막 관문이었다. 이제 이 문을 열면 몇 년만의 문이 열리게 된다.
"…."
문이 열렸다. 갈색 머리의 여자가 나와 곽건화의 얼굴을 보더니, 친근하게 웃으면서 인사했다.
'여자….'
곽건화는 자신이 그녀의 얼굴을 거의 노려보다시피 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굉장히, 무례한, …행동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몇 년 전 후거와 곽건화 자신이 어떤 상태였는지 모른다. 곽건화는 애써 감정을 추스리면서 거실 안으로 들어섰다. 거실이 비어있었다. 그는 위층을 올려다본다. 후거가 내려올 때까지 기다리며 곽건화는 소파로 가서 앉았다. 후거 역시, 그만큼이나 긴장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깍지를 껸 채 조용히 기다리던 곽건화는, 집 안에 별다른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아 고개를 들었다.
그를 맞아주었던 여자가 소파 근처에 손을 앞으로 쥐고 서있었다.
"…후거는 잠깐 나갔습니까?"
그녀는 딴 생각에 잠겨있었는지 "아차." 놀라곤 주방으로 갔다. 동문서답이었다. 인상을 쓰고 주방을 돌아보자, 그녀는 조금은 소란하게 무언가 준비했다. 언뜻 보니 차였다. 곽건화는 기가 찼다. 차 같은 건 필요 없었다. 급한 건 후거를 보는 일이었다. 그녀가 곧 쟁반에 차를 가지고 종종걸음으로 다가오자 곽건화는 준비했던 말을 쏟았다.
"이봐요, 차는 괜찮습니다. 저는 후거를 보고싶어요. 그는 어딨습니까?"
"차 좀 먹어요."
대담한 무게감이 곽건화의 옆에 실렸다. 소파에 앉은 그녀가 곽건화의 손을 잡았다.
"…?"
그 순간 얼마나 다양한 생각을 했는지. 곽건화는 자신이 속았나 하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그녀가 차가운 손으로 곽건화의 뜨거운 손을 꼭 붙잡더니 눈을 마주쳤다. 곽건화는 그제야 그녀의 눈꺼풀 한 쪽을 가르는 상처를 볼 수 있었다.
"화꺼."
"… …후거…"
"…알아보겠어? 나야!"
그녀가 입술을 깨물더니 장난을 고백하는 남자애처럼 씩 웃었다.
하루 아침에 변했어. 나도 혼란스러웠고, 기다려봐도 몸이 원래대로 돌아가지 않았고, 고칠 수 있는 방법도 없고, 아무데도 알릴 수 없어서…. 이제 제법 안정이 됐거든. 연락하는 거 늦어서 미안해.
곽건화는 충격에 빠져 몇 시간이 지난 후에야 겨우 그녀-후거를 마주한 채 대화를 이어갈 수 있었다. 후거는 3년 간의 시간을 어떻게 보낸 것인지, 일단 폭로하고 나자, 자신의 얼굴을 차마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하는 곽건화를 재밌어하며 크크 웃었다. 웃어? 곽건화는 눈을 부라리다가도 자기 앞에 얌전하게 생긴 여자가 앉아있는 걸 보자 안절부절 못하는 기분이 되어 피해버렸다. 후거는 소파에 머리를 기대고 앉아있다가 푸하하 웃으며 곽건화의 팔을 때렸다. 그 살가움마저 곽건화를 살얼음처럼 얼게했다.
"여자가 됐다고?"
"몇 시간만에 하는 얘기가 그거야? 화꺼, 내가 하는 얘기 어디로 들었어?"
곽건화는 손을 허둥거렸다.
"네가, 네 스스로, 뭔가를 한 게 아니라…"
"내가 왜 그랬겠어? 자고 일어나니까 변해버렸어. 정말이야."
"갑자기."
"그래 갑자기."
그렇다면 왜 후거가 그런 식으로 은퇴할 수밖에 없었는지 납득간다. 지난 세월 혼자 삭혀야 했던 울분은, 그렇다 하더라도….
"…꿈을 꾸는 기분이야."
"그래, 미안해."
후거는 선선하게 사과했다. 긴 머리가 어깨 아래까지 흐트러져있었다. 곽건화는 그제야 천천히 후거를 살펴보았다. 알고 나서 보니, 알아볼 수 있을 것 같은 얼굴. 남자'였을' 때처럼 길쭉길쭉한 팔다리와 마른 몸. 곽건화를 바라보는 눈빛…. 치, 치마. 후거는 아주 편안한 자세로 소파 위에 두 발을 올리고 앉아 턱을 괸 채 곽건화를 바라보고 있었다. 여자가 된 후거. 여자라는 건, 놀라웠지만, 곽건화가 하려고 준비해왔던 말들을 바꾸지 않았다.
"… …"
곽건화는 얼굴을 가리면서 말했다.
"보고 싶었어."
"나도."
그리고 덥썩 끌어안겼다. 후거가 두 팔로 꽉 곽건화를 끌어안으며 포옹을 해왔다. 곽건화의 손이 천천히 후거의 어깨부터 등을 쓸어내려보더니, 곧 으스러뜨릴 듯이 마주 안았다. 후거에게선 옛날과 다른 체향이 났다. 하지만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를 제 품에 다시 안아볼 수 있을 줄 몰랐다. 곽건화는 품에 얼굴을 묻고 그 느낌을 충분히 음미했다. 닿아오는 느낌 역시 사뭇 다르다. 부피감이나, 팔에 눌리는 뼈의 느낌 같은 것들이.
"후거, 난, 네가 혹시, 사, 사고라도," 목소리가 볼썽사납게 떨린다.
"걱정하지마. 화꺼, 난 얄미울만큼 잘 지냈어. 건강하고 아무렇지도 않아. 혼란스러웠지만, 내가 상하이 거리를 걸어다녀도 아무도 날 못 알아봐. 그게 어떤 기분인지 상상이 가?"
"… …"
"그건 내가 항상 바래오던 거잖아."
후거는 엄지손가락으로 곽건화의 홀쭉한 뺨을 쓸어주며 속삭였다.
"난 그 어느 때보다 자유로워. 걱정하지마, 오히려 난 화꺼가 걱정이었어."
후련한 얼굴에서 가슴을 휩쓰는 섭섭함이 느껴진다. 곽건화는 미아 같은 얼굴로 후거를 보다가 억지로라도 마주 웃어주었다. 건강하면 됐지. 정말, 아무 일도 없었으면. '그런 일'이 오히려 다행이었다고 생각한다면. 그니까. 곽건화는 억지로 웃었다.
문득 후거의 어깨 너머로 창가에 놓인 화분들이 보인다. 저런 것도 키우는 구나. …저런 것도 키우게 됐구나.
곽건화를 마중했을 때부터 후거에게선 오랜만에 연락을 해서 면구스러운 마음 뿐이지, 불안한 모습은 하나도 없었다. 곽건화만 진정하면 되었다 이제. 그게 어려웠지만. 그는 배우니, 감출 수는 있었다. 후. 심호흡을 한다. 마음 속으로. 하나 둘 하나 둘.
"…이제라도 연락해줘서 고맙다."
"괜찮아?"
"난 좋아. 아주 좋아."
곽건화가 고개를 빠르게 끄덕였다. 후거는 그의 눈치를 보더니, 완전한 거짓말은 아니란 걸 알고 안심했다.
"그럼 어떻게 지내는거야."
"그냥, 평범하게." 후거가 턱을 수그린 채 눈만 들어서 속삭였다. "벌어놓은 돈 까먹으면서."
그는 피식 웃어버린다.
"책 읽고, 영화 보고, 하고 싶은 공부 하고. 여행도 몇 번 다녀왔어. 사실 여행을 오래 가있었어."
"여기에서 사는거야?"
"응. 주택가라 조용하고 좋아. 말했지만, 어차피 아무도 날 못 알아보거든." 후거가 한적하게 말했다. "손님을 집에 부르는 것도 오랜만이고…."
"…원홍?"
"어어." 후거가 멋쩍게 웃는다. "걔한텐 말해야 했어. 섭섭해하지마. 이해하지?"
오랜만이라 감이 안 온다는 듯이 후거가 묻는다.
"스케줄 다 비우고 온거야?"
"오프야."
"그럼 자고 갈 수 있어? 그럴래?"
아는 남자이자 모르는 여자. 곽건화는 고개를 끄덕였다. 문득 후거가 흘러내린 머리칼을 귀 뒤로 쓸어넘기다가 곽건화와 눈이 마주친다. 음. 여자'처럼' 행동하다가 들키니 무척 민망해하며 후거가 손을 얼른 내렸다.
"이제 습관이 되어서."
곽건화와 후거가 새로운 관계를 맺기 시작한 날이었다.
일반인 된 여후거랑 사귀려면 곽건화 전쟁에 나라 23423번 구했어야 했겠지
허미 취직
어나더!!!!
허미 어나더
허미 취직!! 억나더!!
여자로 변한거라니 ㅁㅊ 존예일거같앝ㅌㅌㅌㅌㅌㅋㅋㅋㅋㅋㅋ 원홍은 다 알고있나 ㅠ
취-직!!!!!
크으 시엔셩 억나더ㅜㅜㅜㅜㅜ억나더가 필요해
억나더요 시엔셩ㅜㅜㅜㅜㅜㅜㅜ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