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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 돌다 유물발견함

건화후거 북연태자종주 류연성매장소





초목이 모조리 얼어붙고 예사로운 바람에도 검기가 서려 살을 에려 드는 북연에서 나고 자란 사내답게 연성은 단 한 번도 추위에 굴복한 적이 없었다. 오히려 더욱 매섭고 혹독한 곳으로 자신을 몰며 얼어붙은 바위만큼이나 단단하게 자라온 그였다. 그리 굽힘을 모르던 연성에게 썩 어울리지 않는 유완한 취미가 생겨난 것은 벌써 세 해 전이었다. 산짐승의 목덜미를 휘어잡는 것에나 익숙해 조심성이라곤 없던 손길이 이제는 새끼손톱보다도 작은 꽃이파리를 대하는 데에도 제법 앙그러졌다.




"양 황제가 병석에 든 지 얼마나 되었지?"

"넉 달입니다 태자전하. 병환이 나날이 깊어지는데다 요즘엔 헛소리까지 한다더군요."

"천자의 말로 치곤 볼썽사납군 그래."




 냉랭한 얼굴로 생사를 논하면서도 백매화분재를 살피는 연성의 눈길에만은 다정함이 서렸다. 혹독한 추위에 싹은 물론이고 묘목마저도 버티지 못하고 맥없이 스러져간 탓에 매화가 만발하는 뜰을 꾸리지 못하게 된 것은 안타까웠으나 이렇게 작고 가냘프게나마 존재를 허락해 준 것만으로 기뻤다. 이 마저도 없었다면 꼭 닮은 향을 품어내는 그 이를 그리는 마음을 달랠 길이 없었을 터였다. 가지를 훑어내리며 한껏 숨을 들이쉬자 은은하던 매화향이 훅 들어찼다가 곧 흩어지는 것이, 꼭 그를 으스러지게 품었다 놓아준 듯 하였다.



"매랑..."



 3년. 연성이 그의 정인을 기다린 지가 꼬박 3년이 되었다. 일국의 태자 씩이나 되어서 낭군을 기다리는 여인네마냥 기다림 밖에는 할 수 없는 처지가 처연하였으나 연성에게는 별 도리가 없었다. 3년 전 그 때 매랑을 순순히 보내준 것은 이토록 그릴 줄을 몰라서도 아니요, 억지로 잡아둘 줄을 몰라서도 아니었다. 그저 그 백일색의 파리한 얼굴을 하고선 한 번도 마음 편히 행복할 줄을 모르는 제 정인을 위해서였다. 오로지 매랑을 위해서였다.


 가지 말라는, 복수는 그만 털어버리고 나의 곁에 계속 남아달라는 욕심이 시도 때도 없이 연성의 목 끝까지 치솟기는 했다. 그러나 힘주어 잡기도 무서운 그 유약한 어깨에 7만 적염군의 억분과 명예를 모두 짊어진 탓에 저를 보고도 빙긋 웃는 흉내만을 겨우 내는 매랑이었기에 연성은 한 번도 그 욕심을 소리로 바꿔 낸 적이 없었다. 그렇다고해서 연성의 애달픔을 모를 매랑은 아니었으나 그것을 용케 삭혀준 것에 고마움을 느낄 뿐이었다.



 그리고 다행히, 아니 사실은 예정된 수순이었겠지마는 매장소의 숙원은 끝내 이루어졌다. 든든한 배경도 조정에 세력도 없는 보잘 것 없는 6황자 류연성을 순식간에 번듯한 태자의 자리로 올려냈던 것 처럼, 매장소는 일개 군왕에 불과하던 정왕을 양나라의 태자로 만들었고 그는 이제 병든 황제가 승하하면 곧 새로이 양의 황제로 등극할 테였다. 굳이 등극까지 기다리지 않더라도 어차피 탐관오리들의 부패로 어지러웠던 양의 국정은 전부터 태자가 위임받아 잘 돌보고 있었고, 적염군이 반군의 누명을 썼음은 태자가 주도한 재조사로 이미 온 천하에 명명백백히 밝혀졌다. 모든 것이 제 자리로 돌아가며 양은 비로소 안정을 찾고 있었다. 그리고 그 말인 즉슨 매랑이 돌아올 때가 되었다는 것이었다.




"곧 양에 봄이 찾아들겠구나."

"그렇겠지요."




 연성은 그만 백매화에서 아쉬운 시선을 거두고 일어나 손수 문을 열어젖혔다. 계절상 봄이 가까워옴에도 아직도 눈발이 휘몰아치는 광경을 드팀없이 내다보는 곧은 눈길과는 다르게 연성의 속은 바람맞는 갈댓잎마냥 속절없이 일렁였다. 매화는 겨울에 피는 꽃. 봄이 오면 지고 마니 결국 눈 속에서 다시 망울을 틔울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