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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ㅌㅈㅇ
ㄴㅈㅈㅇ

곽건화왕카이






당신은 좋은 사람이지만, 나는 그걸 감당하기 힘들어.

만나는 시간이 적은 탓에 경염은 전 연인들에게 늘 성심성의껏 대했다. 하지만 몇번의 연애는 늘 지루하다는 얼굴, 약간의 질린 표정, 그리고 저런 말이 함께 끝을 고했다. 전의 연인은 경염이 자리를 비운 사이 이런 통화를 하기도 했다.

누가보면 결혼할 사이인 줄 알겠어. 혼자 너무 진지해.

긴 한숨이 섞인 그녀의 말에 경염은 별로 화가 나지 않았다. 늘 거리감을 조절하는데 실패하는 자신을 잘 알았다. 사람에게 진심으로 대할 수록 헤어지는 속도는 빨라졌다. 외모와 집안, 그리고 직업을 보고 쉽게 매력을 느꼈던 사람들은 또 그만큼 쉽게 경염을 떠났다. 몇번의 만남과 이별을 경험하며 깨달은 것은 내재된 결핍이었다.

이번에도 연성과 그런 식으로 끝나길 바라지 않았다. 자신을 보는 다정한 온기를 잃고 싶지 않았다.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하지? 평소 연인들이 해야할 행동이 무엇인지 고민했지만 쉽게 답이 나오지 않았다. 남자끼리는 어떤 식으로 연애를 하지? 아니 애초에 그와 자신이 보통의 연인들 같은 행동을 할 수나 있는가. 자신과 그의 사회적 지위를 보았을 때, 그것은 아예 가능성이 없어보였다. 그렇다면 사소한 것을 주고 받을 수 없다면, 최소한 해야할 것이 무엇인가.

이런 고민 자체가 과거 연인들이 자신을 떠나게 한 원인 중 하나라는 걸 아는데도, 경염은 신경이 쓰였다. 정해진 교본이 있다면 차라리 좋을 텐데. 그런건 존재하지 않았고, 사람 마음은 무엇보다 경염이 잘 알지 못하는 것이었다. 부모에게 받은 것들도 모두다 무상의 것이 아니었다. 살면서 받은 것들은 그대로 빚이 되어 묵직하게 쌓였다. 하물면 타인임에야. 누군가에게 베푸는 것이 편했지, 받는 것은 낯설었다.

하지만 연성에게 필요한 것은 없어보였다. 그는 부유했고, 주변에 사람이 많았다. 그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넘치는데, 왜 자신을 아끼는지 알 수 없었다. 그래도 우리가 연인이라면, 좀더 다른 것을 원하지 않을까?



"고민있어요?"
"아뇨."

반사적으로 나간 대답이었다. 툭 입술에 말랑한 고양이 발바닥이 닿았다. 놀라 보자 연성이 구구의 앞발을 손으로 잡아 다시, 경염의 입술에 문질렀다.

"거짓말쟁이네."
"아.."

연성의 말에 당황했다. 눈이 마주쳤지만 뭐라 대답하지 못하고 보고만 있었다. 냐옹, 구구가 울었다. 놓아주지 않는 연성이 귀찮은지 구구가 몸을 뒤틀어 기어코 빠져나갔다. 연성은 떨어져 나가는 구구를 순순히 보내 주고 양반다리를 한 채 경염을 마주 보았다. 입술이 말라 혀로 훑자 시선이 따라왔다.

"나는..."

눈을 내려 시선을 피하자 연성의 손가락이 가볍게 턱에 닿았다. 고개를 들게하고 마주친 눈동자가 싱긋 웃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언제든 해줘요. 그렇게 말하는 사람에게 뭐라고 할까.우리가 연인이라면 내가 당신에게 뭘 줘야하나요? 당신은 나에게 뭘 원하나요? 이런 고민은 너무 우습지 않을까. 너무 혼자 진지해 지지 말고. 부담주지 말고. 하지만 생각이 많아 질 수록 몸은 굼떠졌다. 연성과 있을때면 적절한 거리감이 뭔지 몰라서 당황스러워졌다.

"고민은 없어요. 그냥 바빠서..."
"나랑 있는게 불편해요?"
"아뇨, 아니에요."

시무룩하게 깔리는 눈에 당황해 얼른 부정했다.그래도 연성이 고개를 들지 않아서 경염은 어쩔 줄을 몰랐다. 자신이 한 행동이 그렇게 이상했나.

"피곤해서 좀 멍했어요. 절대로 연성씨랑 있는게 불편하거나 그런게 아닙니다."
"음...좀 긴장해도 좋지만."
"네?"
"피곤해서 그랬구나. 알았어요. 그럼..."

어, 하는 사이 연성에게 끌려가 그의 허벅지를 베고 누웠다. 놀라서 몸을 일으키려는데 연성이 어깨를 눌러 다시 눕혔다. 괜찮아요, 하고 버둥거리다가 연성이 내가 불편한게 아니라면서요, 하고 말해 얌전히 누웠다. 연성이 가볍게 경염의 가슴팍을 두드릴 때마다 심장 박동 수가 더 커졌다. 불편했다. 심장이 튀어 나올 것 같아. 차마 얼굴을 내려다보는 그를 마주 볼 자신이 없어서 모로 누웠다. 흐음...깊은 탄식이 들려 힐끔 보자 당장 시선이 마주쳤다. 연성은 조금 웃더니 손을 들어 경염의 눈가를 덮었다.

"좀 자요."
"...다리 아프잖아요."
"엄청 가벼운데요."
"그거 객기에요. 이따가 아프다고 나한테 뭐라고 그럴거죠."
"그럼 경염씨가 주물러줄꺼죠?"
"..."

당당한 말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경염은 따뜻한 품으로 파고 들듯 몸을 굽혔다. 이마에 흘러내린 앞머리를 쓸어주는 손길이 다정했다. 너무 긴장되어 절대 잠들 수 없으리라 생각했는데. 저절로 눈이 가물거렸다. 누군가가 지켜보는 가운데서, 다독여주는 손길을 받으며 잠이 든게 얼마만이던가.

경염의 핸드폰이 진동하자 연성은 창에 뜬 예진을 확인하고 재빨리 꺼버렸다. 상부 전화도 아니고, 경염이 오늘 쉰다고 알려준 사람이 왜 전화를 한 거람. 뭐 존경하는 선배님과 술이라도 마시고 싶은지도 모르지만, 간신히 잠든 사람인데 깨우고 싶지 않았다. 몸이 들썩이자 편한 자세를 찾아 경염이 더 연성의 품으로 파고 들었다. 그 탓에 아예 복부에 얼굴을 묻은 모양새가 되었다.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만지작 거리며 연성은 난처하게 웃었다.

여기서 흥분하면 나 완전 짐승이 되는 것 같은데. 호흡이 선명히 느껴진다. 동그란 귀를 슬슬 엄지로 쓸었다. 거실 한켠에선 구구가 자고, 품안에선 경염이 자고 있었다. 연성은 나른히 숨을 쉬었다.나 때문에 더 고민하고 애태웠으면 좋겠다. 그렇게 이 작은 머릿속에 온통 나로 가득 찼으면. 그래서 나를 가장 많이 원하게 되길.



씻고 나온 연성은 경염에게 다가갔다. 뭘 저리 집중해서 보나 했더니 구구가 요상한 자세로 자고 있었다. 혀까지 빼물고 흰자를 반쯤 보인 채였다. 경염은 구구의 코 앞에 손가락을 댔다가 이상하게 꼬인 다리와 몸통을 바로 해 주고 싶은지 망설이고 있었다.

"되게 못 생겼네요."

경염은 옆에 툭 기대어 앉은 연성의 체온에 놀란 듯 눈을 들었다.

"얘 잘 때는 꼭 이런다니까요. 진짜 못난이가 따로없죠."

연성은 소근대면서 핸드폰을 켜서 사진을 찍었다. 찰칵 소리에 구구가 앞발을 꿈들대더니 귀를 틀어막았다. 또 하나 건진 귀여운 포즈에 연성은 연신 사진을 찍어댔고 구구가 앞발을 휘둘러대자 겨우 멈췄다. 만족스레 오늘 건진 사진들을 보는데 풋 웃음 소리가 들렸다. 경염은 입으로 손을 막고 웃음을 참고 있었다. 눈가가 활짝 접혀서 부드러운 주름이 잡혔다. 간신히 진정하고 손을 내리더니 연성을 어깨로 부드럽게 밀었다.

"정말 못 말려."

사랑스럽다는 건 참, 난처한거다. 연성은 그리 생각했다. 몸을 숙여 미소짓고 있는 입가에 입술을 댔다. 아. 작은 신음처럼 소리를 낸 채 굳어버린 경염과 눈이 마주쳤다. 연성은 그의 뒷머리를 가볍게 쓸었다. 놀란 눈동자가 깜박인다. 입술을 떼고 미소 짓자 천천히 경염의 팔이 어깨에 감겼고, 뒷목을 잡으며 다가왔다. 꾹 감은 눈과 긴장해서 파르르 떨리는 속눈썹. 입술이 닿았다. 가벼운 입맞춤만 하려고 했던 마음은 완전히 사라졌다.

입술이 겹쳐졌고, 열린 입안은 촉촉했다. 경염이 먹었던 달달한 쿠키맛이 났다. 사랑스러워서 속안이 간지러웠다. 연성은 경염의 목을 한손으로 감싸안고 굳은 뒷목을 주무르듯 만졌다. 긴장한 목에 힘이 풀리며 자연스럽게 호응하듯 편하게 입술이 맞물렸다. 입안을 맛보고 혀를 가져와 부드럽게 빨았다. 더 깊게, 온통 맛보고 싶었지만 아직은 아니지. 스스로를 달래며 연성은 가볍게 입술을 뗐다. 눈물이 맺힌 눈가에 입술을 대고 붉게 달아오른 귓가까지 옆얼굴에 온통 입맞춤을 했다. 경염은 피하지도 못하고 단숨을 쉬었다. 피부에 닿는 다른 사람의 숨조각마저 이렇게 사랑스럽다. 연성은 경염의 귓가에 입술을 붙이고 그 안까지 먹어버릴까 하다가 가볍게 귓불을 빠는 것으로 욕심을 접었다.

어깨를 끌어안고 마른 등을 쓰다듬자 마치 한몸처럼 경염이 기대왔다.